학회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는 법 – 실전 생존 팁!
드디어 학회 당일. 학회 현장에 도착했다. 설렘과 긴장 속에 도착한 학회장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참가자도 훨씬 많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포스터도 인쇄했고, 발표 연습도 마무리했다.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언어로 진행되는 학회 일정 속에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에 의한 상황이 쏟아질 수 있다. 학회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등록 데스크, 하루에 수십 개씩 열리는 여러 세션들, 네트워킹 시간과 식사자리에서 말을 걸 타이밍까지, 학회 발표 외에도 알아 두면 좋을 생존 팁들이 있다. 이번 편에서는 내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회 현장에 도착한 이후, 당황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학회를 즐기기 위해 여러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실전 생존 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특히 학회 참가가 처음이라면, 아래 내용을 참고해 나만의 생존 전략을 짜보자.
- 1. 등록 데스크에서 할 일
학회장에 도착한 후 학회 등록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 보통 학회는 첫날 아침 현장 등록 데스크에서 사전 등록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네임 택(명찰)과 함께 프로그램 북, 기념품,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표자 용 안내지를 등 자료들을 수령하며 시작된다.
등록 데스크에서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다. ‘등록 확인 메일’ 혹은 ‘등록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갔다가 생긴 일이었다. 등록 데스크에서 등록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명찰과 프로그램 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이었는데 당연히 터질 줄 알았던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았었다. 한국처럼 언제나 데이터가 잘 터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등록 데스크에서 받은 명찰은 학회 전 기간 동안 항시 착용해야 한다. 학회장 입장은 물론 만찬 등 모든 행사 참여를 위해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프로그램 북 대신 학회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학술 대회의 내용들을 담아 놓는 학회가 늘고 있다. 보통 등록 창구 옆에 QR 코드를 찍으면 학회의 모든 행사의 일정 및 초록을 담고 있는 앱을 내려받아 무겁게 프로그램 북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간편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 실전 팁
- 등록 확인 메일을 미리 캡처 or PDF 저장해 두기
- 여권 or 신분증 지참 (해외 학회일 경우)
- 이름, 소속 등 명찰에 쓰여 있는 정보에 오타가 없는지 확인
- 프로그램 북 수령 혹은 공식 앱 다운로드: 전체 세션 일정, 장소 확인에 필요
- 2. 발표 전 준비, 현장에서 다시 점검하기
학회장 구조는 처음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세션 룸, 포스터 존, 부스 전시장, 식사 공간 등을 한 번 쭉 돌아보며 동선을 파악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발표 세션 장소를 미리 찾아보고, 내 발표가 있는 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시뮬레이션해 두는 것도 좋다.
포스터 발표의 경우, 지정된 시간 전까지 포스터를 게시해야 한다. 현장에서 제공되는 부착 도구(핀, 테이프 등)를 이용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해외 학회를 가기 위해서 짐을 최소화하고 싶어 인쇄소에서 보통 천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접어서 가져간다. 처음에 학회에 갔을 때는 화구통에 가져가는 로망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솔직히 부피만 차지하고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무조건 천으로 가져간다. 또 천이 제일 저렴하기도 하다…!
Oral 발표라면 학회에서 사전 파일 업로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USB를 지참하되, 혹시 모르니 메일로도 발표 파일을 보내 놓는다. 발표 파일은 PDF와 PPT 모두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발표장 내 장비 호환 여부(폰트, 애니메이션, 동영상 삽입 등)도 다시 확인해 보자.
- 실전 팁
- 포스터 발표자의 경우 포스터 부착 위치 확인 (번호/시간 체크)
- 구두 발표자의 경우 발표 장소와 시간, 발표장 내 장비 호환 여부 확인
- 발표자료는 USB, 클라우드 양쪽에 저장
- 현장 발표 연습은 꼭 한 번 더 (시간 체크 필수!)
- 3. 어떤 세션에 가야 할까?
처음 학회장에 가면 세션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도 첫 학회 때는 첫날엔 무작정 대강당에서 흘러가는 대로 앉았다가, 내 분야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두 시간이나 들은 적도 있었다. 이후부터는 전날 저녁마다 프로그램 북 혹은 학회 공식 애플리케이션에서 학회 일정 및 초록을 확인하며 관심 세션을 미리 체크해 두었다.
학회 일정을 확인했더니 관심 있는 세션이 겹쳐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좌석 출입이 자유로운 학회인지 확인한 후 시작 5분만 듣고 분위기를 파악한 후 옮기도록 하자
- 실전 팁
- 발표 시간 외에는 내 연구와 연관이 있는 세션을 중심으로 선택하자.
- 유명 연구자의 키노트나 플래너리 발표는 최대한 챙겨 듣는 것이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 동료나 지도 교수님이 관심 있어하는 발표에 같이 가는 것도 네트워킹에 도움이 될 것이다.
- 4. 점심시간, 공식 만찬, 휴식시간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
학회에서는 점심이나 커피 브레이크 시간이 곧 네트워킹 시간이다. 나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는 게 어색하다’는 이유로 같은 연구실 사람들과만 다녔다. (사실 지금도 그게 훨씬 더 편하다.) 하지만 점점 발표자들과 포스터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식사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명함을 교환하며 네트워킹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시도해 보자.
- 실전 팁
- 포스터 발표 전/후 타 발표자들과 포스터 세션 주변에서 대화를 시도해 보자
- 식사 자리는 선착순인 경우가 많으니 너무 늦게 들어가지 말 것
- 비공식적으로 Lab 소개 팸플렛이나 명함이 있다면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 5. 포스터 세션 돌아보기
먼저 말을 꺼내는 건 포스터 세션에서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포스터 세션 시간에는 최대한 많은 부스를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나도 발표자이지만 동시에 관람자이기도 하다. 특히 내 연구와 유사한 주제를 다룬 발표자에게 질문을 건네면, 오히려 발표자가 고맙다며 먼저 논문을 공유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본인 발표가 아닌 시간에도 포스터 세션을 서성이며 포스터들을 읽어 보자.
- 실전 팁
- 관심 있는 포스터 앞에서는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먼저 내용을 훑어보고 발표자와 눈이 마주치면 "May I ask a question?" 정도로 말을 걸어보자
- 발표자가 설명 중이라면, 나중에 다시 오거나 포스터 옆에 있는 QR코드/이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자
- 본인의 발표와 유사한 연구를 한 사람에게는 자료 공유가 가능한지 물어보자
- 6. 실수했을 때의 대처법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학회 발표 중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거나, Q&A 시간에 말을 더듬거나, 슬라이드가 넘어가지 않는 기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내 프랑스에서 진행한 구두 발표 때는 악센트 때문인지 Q&A 시간에 들어온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가 난 순간을 인정하고 웃으며 넘기는 발표자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여유 있어 보인다.
- 상황 별 실전 팁
- 질문을 못 알아들었을 때: "Could you please repeat the question?"
- 시간이 부족할 때: "Due to time constraints, I will summarize this part briefly."
- 슬라이드 문제 발생 시: “There seems to be a technical issue. Let me continue without the slides.”
마무리하며
학회는 단지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발표 이외의 시간에도 어디에 가야 할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가 모두 학회 경험을 좌우한다. 이 글이 처음 학회에 참가하는 연구자들에게 작은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 연재에서는 학회 현장에서의 네트워킹 전략과 발표 이후 follow-up 활동까지, 학회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