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적으로 lab에 join 하기로 결정되자 미국 교수님께서 학위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다. 그러시고는 이것을 department에 전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곧 Department에서 official offer letter를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소개를 받고 가게 된 랩이기 때문에 해당 랩과의 interview 이후로는 apply 하는 것을 완전히 멈춘 상태였기 때문에, 슬슬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연락을 해봐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다행히 department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Letter에는 나의 직위와 연구 분야, 연봉 그리고 benefit이 있다는 글이 간단히 적혀있었고, 실제 어떤 benefit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저 함께 첨부된 J-1 visitor handbook을 잘 읽고 Health statement(접종 증명서 같은 것)를 포함한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주면 곧바로 DS-2019를 발송해 주겠다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Handbook은 당연히 죄다 영어였고 내용이 엄~청 많았다. 참고로 나는 대학이 아니라 연구소로 가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에 떠도는 여느 포닥들의 요구 서류와 좀 달랐다. 팬데믹 직후라서 그런지 2020년 이전 서류 요청 목록과 달라진 부분도 더러 있는 듯했다.
당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마무리로 인해 심신이 지쳐있던 터라, 익숙하지 않은 서류 준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니 스트레스받지 않게, 설렁설렁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약 2주 뒤 미국 교수님으로부터 준비 잘 되어가냐는 메일이 왔다. 그제야 내가 느린 건가 싶어서 부랴부랴 handbook 파일을 제대로 읽어보았는데, 아래 9가지 서류가 필요했다.
① J-1 VISA application
② 건강 상태 확인서 (접종 증명서)
③ CV
④ J-1 건강보험 가입 확인서
⑤ 여권 사본
⑥ 공인 영어 성적
⑦ 학사, 석사, 박사 학위 증명서
⑧ 학사, 석사, 박사 성적 증명서
⑨ US educational equivalency먼저 ①번 J-1 VISA Application은 작성이 간단했다. 동반 가족은 있는지, 한국 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이메일 주소, 핸드폰 번호 등 간단한 나의 개인정보를 적어야 했다.
②번 건강 상태 확인서 일명 접종 증명서의 경우 필수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해야 했는데, 90년대생인 나는 건강보험 공단에 접종 기록이 의무가 아니었던 지라 생각보다 많은 접종 기록이 업로드되어 있지 않았다. 분명 맞았을 MMR 접종이나 수두와 관련된 기록을 증빙할 수단이 없었다. 엄마께 전화해서 접종을 언제 어느 병원에서 했었는지 기억나시냐 물었는데,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엄마가 그게 기억이 나겠니?”라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급한 대로 대학건강센터에 가서 MMR 접종을 받았다. MMR 접종 같은 경우는 두 번에 걸쳐 몇 개월 텀을 두고 맞아야 했고, B형 간염 주사도 그러했다. 참고로 B형 간염 주사는 의무가 아니었지만 혹시 몰라 맞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6개월이나 필요해서 포기했다. Offer를 받자마자 준비했다면 가능했을 시간이었지만 이미 5개월이 채 안 남은 상태라 시간이 촉박했다.
이래저래 상황 설명하며 이 나이에 MMR 접종을 하러 왔다고 하니, 간호사 선생님은 유아 수첩 같은 거 안 남아있냐면서 부모님께 물어보라고 하셨다. ^_^ (당연히 물어봤죠. 선생님..ㅎㅎ….)
코로나도 끝났겠다 건강하니까 건강 상태 평가서 인지 뭔지 금방 준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골치가 아팠다. 에휴 그리고 이것저것 접종 주사를 맞으려다 보니 비용이 꽤 들었다. 한번 맞는데 2~3만 원 정도… 그것도 대학건강센터라 좀 저렴한 편이었다. 결핵과 수두 같은 경우에는 추가 검사를 해야 했는데 결핵 검사는 PPD 테스트라 하여 피부에 결핵균을 주사하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라 했고, 수두는 피를 뽑아서 항체 검사를 하면 된다고 했다. 이것은 대학건강센터에서는 서비스해주지 않아서 일반 내과에 내원해서 검사를 요청했고, 만만찮게 비쌌다. 참고로 동네 의원에서는 PPD 검사를 안 해주는 곳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보건소에 연락해서 PPD 검사를 하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결핵검사는 노년층이나 결핵 의심 환자의 경우만 제공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PPD를 대체할 다른 수단으로는 IGRA라는 항체 검사가 있다. 이게 또 엄청 비쌌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6~10만 원 정도 할 정도로 매우 비싸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PPD test 대신 IGRA 검사로 진행했다. 모든 접종, 항체 검사가 완료된 뒤, 일반 내과에 방문하여 의사에게 건강 상태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면, 일정 비용을 받고 검토 후 도장을 찍어주신다. 나는 대학건강센터를 통해 캠퍼스 내 상주하고 계시는 의사 선생님께 서명을 받았고, 만원 이내의 금액을 지불했다. 수월할 줄 알았던 접종기록지에서 이미 너무 지쳐버렸다. 한시름 놓은 뒤 이미 해외에 포닥으로 나가 있는 친구에게 이 귀찮은 서류를 어찌 해결했는지 물었더니, 임신했을 때 전부 검사받았던 것들이라 수월하게 작성했다고 했다.….^^ (싱글인 나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었다.)
다사다난한 ②번, 건강 상태 확인서 작성이 끝나고, ③번 CV는 원래부터 꾸준히 update해왔던 터라 그대로 제출했다. 당연히 CV는 영어로 작성되어 있어야 하며, 자유 양식이지만 Education, experience, publication list, 그리고 내가 가진 skill을 중점으로 간단하게 작성했다. 참고로 외국 대학에 재직 중이신 한국인 교수님께 듣기로는 한국인 포닥들이 CV에 특허(patent)나, 참여과제, poster presentation 정보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publication이 1순위라고 하셨다.
④번 J-1 건강보험 가입 확인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누구는 건강보험을 학교에서 해줬다고 하고, 누구는 지원을 못 받아서 자기부담금을 좀 냈다고 하는데,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결국 알고 보니, 미국에서 월급을 따로 받지 않는 J-1 방문 연구원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며, 이 경우 DS-2019상에 기재된 체류기간 동안 J-1 비자 소지자 의무 보험에 가입하고, 그것에 대한 증명서를 내야 하는 것이었고, 미국에서 월급을 받는 J-1 방문 연구원(대부분의 포닥)의 경우 근무일 익월부터 기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에 가입이 가능하니, 그전까지 J-1 비자 소지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 조건에 가입하고, 가입했다는 증명서를 내라고 했다. 나는 후자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한달짜리 보험을 알아봤다. 보험 조건은 의외로 간단했다.
1. Medical Benefits (per accident, per illness)- $100,000 or more
2. Repatriation of Remains- $25,000 or more
3. Medical Evacuation- $50,000 or more
4. Deductible per accident or illness- $500 or less
찾아보니 옵션이 두 개가 있었다. 한국 보험사에서 가입할 것이냐, 미국 보험사에서 가입할 것이냐. 이래저래 알아보니 한국 보험사는 최소 4개월 이상, 즉 장기 보험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가입하고 한 달 뒤에 해지하면 된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통화를 거는 것이 어려울 듯하여 어쩔 수 없이 미국 보험사를 알아봤다. ISI, ISO, BETINS 등등 보험 조회 사이트도, 보험사 종류도 많았지만, 각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옵션 또한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러웠다.
결국 가장 저렴한 곳은 아니었지만 보험 조건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던 IMG라는 보험사의 Patriot Exchange Program 상품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