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의 background check가 무사히 통과되어, 무사히 아파트 계약도 끝냈으니, 이젠 통신사 개통과 미국까지 타고 갈 렌터카 예약을 알아봤다. 심신이 지쳐서 이런 거 저런 거 알아보는데도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국에 오기 전에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갖지 못해서 생긴 일 같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가도 힘들 일인데, 미국까지 이사를 한 셈이고, 정착하기 위해 이거 저거 알아보기엔 도움 받을 사람도 없고... 영어도 못 하고 문화도 익숙하지 않으니 낯 선일 투성 인지라. 스트레스받는 이 상황에서 피곤함에 못 이기는 척 잠만 잤다고 봐야지. 거기에 내내 흐리고 우중충했던 날씨도 기운을 못 내는데 한 몫했다.
핸드폰 개통은 예상대로 정말 piece of cake이었다. 대충 검색해보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통신사는 mint모바일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알뜰통신사? 같은 곳인데 라이언 레이놀즈가 지분을 갖고 있는 나름 건실한 업체 란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해서(물론 한국의 알뜰통신사보다는 비싸다) mint 모바일에서 개통을 했다. 프로모션으로 5G 15기가 요금제를 3개월에 45달러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세금(이미 tax가 포함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와 미국은 tax가 늘 따로 붙는다. 그마저도 state와 county별로 세율도 다르다)이 붙어서 대략 50불 언저리를 주고 개통했던 것 같다. E-sim다운로드 비용은 무료였다.
한국의 번호는 아직 이래저래 쓸 일이 많으니(본인 인증 같은 것) 미리 한 달에 1200원짜리 요금제로 바꿔둔 상태였고. 미국에 올 것을 대비해 E-sim이 지원되는 스마트폰으로 바꿨었는데 그 덕을 봤다. 만약 Usim을 써야 했다면 며칠 또 기다려야 했을 테니 말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Apple pay를 많이 쓴다 해서 아이폰으로 바꿀까도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google wallet도 apply pay처럼 NFC 시스템으로 잘만 결제된다. 정말 거의 모든 매장에 tap pay (이 tap pay가 NFC 시스템 기반이다)를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IC 칩을 꽂아서 결제한다거나, 카드를 긁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따금씩 IC칩 결제를 이용하면 카드를 나도 모르는 새에 복제당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그런가 대부분의 고객은 tap pay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계실까 봐 언급하자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시된 갤럭시 폰에는 한국발행 카드만, 미국에서 출시된 갤럭시 폰에는 미국발행 카드만 등록이 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굳이 한국카드를 쓸 이유가 없는 나로서는 삼성페이 기능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를 떠나기 전, 그리고 미국에 가기 전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얼 추 끝낸 것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굉장히 스트레스풀했다. 여기에 아이까지 데리고 가는 분들은 해운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차 보험, 차 구입 그리고 아이 학교까지 해야 할 일이 나보다 곱절은 더 많을 텐데 다들 어떻게 하셨을지 정말 존경스럽다.
정신없이 일처리를 했다. 그러다 12월 31일이 되었다. 한국은 이미 New year가 된 후였고 여기저기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있는 곳은 아직 12월 31일이었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떠들썩한 한국과 달리 한국보다 하루 늦게 맞이하는 캐나다의 새해는 조용했다. 짐 싼다고 미뤄왔던 아파트 구하기, 렌터카 예약… 거기에 뭔지도 모르겠는데 onboarding 하러 오라고 HR팀에서 메일이 날아왔고. workday인지 뭔지 난생 처음 듣는 계정 생성 관련 메일, 계약한 아파트에서 세입자용 rent 계정을 생상하라나 뭐라나 갖가지 메일이 왔다. 이런 거까지 신경 쓰기엔 너무 지쳤고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며 애써 무시했다.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일정에, 부랴부랴 렌터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빌렸던 짬밥(?)이 있는데 이거야 말로 식은 죽 먹기지 하고 있었는데, 복병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렌트를 해서 미국을 가게 된다면 …. 차량 보험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에서도 cover 되는 보험이라는 게 있나 많은 고민을 했다. 가격차이도 꽤 많이 나서, 그렇지 않아도 초기 정착금으로 돈을 많이 쓸 텐데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저렴한 렌터카 업체를 찾느라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일부 업체는 rent비 자체는 싼 대신 border crossing fee라고 해서 일회성으로 추가요급을 받거나 하루에 10불씩 추가로 charge가 된다거나 또는 미국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키로수 제한이 있거나 하는 제약이 있었다. 며칠부터 며칠까지 국경을 넘을 예정인지 그런 것도 보고 해야했고… 익숙지 않은 것 투성이라 스트레스 만빵이다.
그리고 대부분 저렴한 렌터카 업체는 공항 근처에 있다. 공항이 도심에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대중교통을 타고 공항까지 가서 렌터카를 빌려와야 하는데 운전이 익숙지 않은지라 운전은 가족분에게 부탁드렸다. 사실 나는 국제운전면허증도 두고 온 터라 운전도 못 하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미국 지역이나 캐나다 지역의 경우 본인의 한국 운전면허증 뒷면에 영문 운전면허증이 프린트되어있다면 종이로 발행되는 국제운전면허증과 동일하게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외 지역이 있으니 외교부 사이트를 참조하시오) 나 같은 경우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서 딱히 영문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었기도 하고, 반년 전에 공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도 ESTA가 아닌 비이민비자 소지자의 경우 3개월밖에 못 쓴다고 들어서 가지고 오지 않은 상태였다. (어차피 미국 가서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을 테니)
이럴 줄 알았으면 가지고 올걸 그랬네 하며, (어차피 장롱면허라 운전도 잘 못함) 어떻게든 공항 근처에 있는 저렴한 렌터카를 빌렸다. 그리고 채팅으로 보험에 대해 문의를 했더니, 원하는 보험을 렌터카 접수 시 추가요금을 내고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다. 안심했다. 차종은 SUV를 빌리기엔 가격차이가 꽤 나서 언제나 그렇듯 저렴한 소형차 중에서 골랐다.
미주에서는 일본차와 현대 기아가 흔한데, 내 생각보다 흔한 현대차와 기아차를 보니 살짝 뿌듯했다. (라라랜드 영화에 나오듯 대부분의 미국 사람은 프리우스를 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의외로 안 굴러갈 것 같은 범퍼 없는 차, 경운기 소리를 내며 달리는 차, 유리창 없이 적당히 비닐로 막고 다니는 차 등 정비가 부실한 차들도 많았다. 차는 필요한데, 정비 비용이 비싸니 굴러만 가면 그냥 냅두고 다니는가 보다. 내가 빌린 차는 도요타의 크롤라라는 모델이었는데 한국의 K3, SM3, 아반떼 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짐이 많으니 일부러 트렁크가 보이지 않는 승용차로 골랐는데, 부디 별 사고 없이 미국에 도착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며칠 앞두고 개통도, 집 계약도, 렌터카도 다 처리했으니 이젠 미국에서 해야 할 일만 해결하면 된다. (확신의 P) 가면 짐도 풀어야 하고, 계좌도 만들어야 하고, 식재료 장도 봐야 하고, 생필품도 사야 하고, 가구도 사야 하고, Social security number도 만들어야 하고…..
단 무엇보다 border를 무사히 넘어가야 한다.
어차피 미국에 가봤자 입주가 1월 3일이니 호텔비도 아낄 겸 1월 2일에 넘어가기로 하고, 1월 2일에만 하룻밤 묵을 호텔을 예약했다. 저렴한 에어비앤비는 룸 렌트가 대부분이었고, 주차문제도 있어서 150불 정도를 주고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호텔을 잡았다.
캐나다에서 지내는 며칠간 부모님이 보내주신 DS-2019 원본도 도착했고(종이 1장 받는데 8만 원 줬다), 여권도 챙겼으니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1월 1일이 되어 소소하게 떡국을 먹고, 풀어뒀던 짐을 다시 잘 싸뒀다. 그리고 지난 샌디에이고에서 먹은 인생 첫 미국 스타벅스 이후 처음으로 캐나다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신기하게 한국의 스타벅스 앱과는 호환이 안 되던 미국 스타벅스가 캐나다와는 공유가 된다고 했다. 떠날 때가 되니 캐나다 하면 팀홀튼인데, 팀홀튼을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후에 미국에서 밥먹듯이 드나들게 되는 팀홀튼)
그리고 1월 2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렌터카를 빌리러 갔다. 인도계 이민자가 많은 캐나다라 그런가 업체 직원들이 대부분 인도인처럼 보였고, 그들은 대부분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한다. 알잘딱깔센 직원이 border crossing 비용을 살짝 깎아줘서 5일 빌리는데 총 3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렌트를 했다. 차량 상태 점검을 하고, 주의 사항과 regular gas를 넣으면 된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으로 치면 휘발유를 넣으면 된다는 말이었다.
모든 점검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니 눈이 미친 듯이 내렸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펑펑.
그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