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여곡절 끝에 application이 승인되었다는 이메일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었고, 1월 1일이 holiday라 연락이 어려우니 계약을 진행할 거면 안내된 링크에서 Security deposit을 입금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난 그냥… 나와 같은 상황에서도 렌트 계약이 가능한지 물어본 것뿐이었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계약하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처럼 아 그때 이사가 가능할 것 같다든지, 집주인에게 물어보겠다든지, 그냥 어려울 것 같다든지 너의 background를 체크해야 하니 application을 제출하라든지 그런 설명 없이 진행된 터라 당시에는 내가 apply를 한 것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미국에서는 대부분 모든 세입자의 background를 체크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한 사람들도 이전에 거주하던 아파트에 연락해서 내가 세입자였던 기간 동안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는지, Rent를 미납한 적은 없는지, 그런 것들을 조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background check 비용으로 application fee를 15~20불가량 청구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직 Social security number라고 하는 미국의 주민번호? 신용번호? 라 하는 것이 없는 상태라서 아마도 계약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운이 좋게도 내가 컨택한 아파트는 빨리 세입자를 구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가는 연구소의 offer letter 때문이었는지 이런 나를 받아줬다. 미국의 apartment는 한국과 달리 아파트 자체를 하나의 회사가 운영한다. 한국처럼 301호는 A 씨가, 905호는 B 씨가 주인이 아니라, Whole apartment가 한 명의 owner 또는 apartment company에 의해 운영된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lease team과 management team으로 나누어 apartment를 관리하고 운영한다.
신용도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 렌트비 미납에 대한 risk가 크기 때문에 6개월 또는 12개월 치 rent 선납을 요구하는 예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13개월 계약 기준으로 monthly payment를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왜 13개월이냐면, 보통 대부분의 미국 apartment가 1일 입주나 15일 입주가 많은데, 나는 3일 입주였기 때문에 1월 3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계약을 당해버렸다. 어차피 혼자서는 이사를 못 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여기서 살아야지 하며 크게 신경을 안 썼다. (하지만 1년이 지나 이사를 하게 될 줄 나는 몰랐지... )
계약서를 받아보니, 그제야 몰랐던 숨겨진 fee가 보였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쓰레기 처리 비용이나, 인터넷이나 기타 시설이용료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이런 것들을 따로 아파트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해놓지 않은 곳들이 많다. 그런 것을 물어보려고 해도 주위 아파트와의 경쟁이나 정보보호를 이유로 말을 빙빙 돌려가며 알려주지 않는 곳들도 더러 있다. 나만 해도 예상치 못한 rent 비 증가에 당황해서 다른 아파트를 알아봤었다. 하지만 application을 넣었으니(돈도 20불 쓰기도 했고) 계약을 해야만 할 것 같고, 무를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듣기로는 직접 전화를 하거나 In-person tour를 가서 물어보면 알려준다는 것 같다. 나는 그럴 시간도 여력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코가 꿰여 버렸지만, 어차피 계약하려고 했던 곳이라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Security deposit은 보통 1달 치 렌트비를 지불하게 되는데, 거주하는 State에 따라 그 정도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에 비하면 보증금이 아주 적은 편이다. 그러니 rent 비 미납을 방지하기 위해 좀 더 엄격하게 세입자 관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요즘 쓰레기 집이라 하여 방송에 심심찮게 소개되는 문제가 있다. 일부 사람들이 마음의 병 등으로 쓰레기를 방치하며 집을 오염시키는 것인데, 그러할 경우 보통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사비용까지 쥐여주며 내보낸 뒤, 자비로 청소업체를 불러 치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민사 소송이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우므로 대부분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임대계약이 끝났을 때 unit을 그야말로 원상복구 시키고 나가야 한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격하다. 청소 상태도 적당히 깔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 전 상태로 만들어 두어야 하며, 스티커로 붙이는 벽 훅이나 샤워커튼같이 소소한 물건이라도 두고 간다면 쓰레기 처리 비용에 그 쓰레기를 처리한 직원의 인건비까지 청구당하는 수가 있다. 안 내고 버티다가는 바로 고소장이 날아온다.
일개 일반인이 그런 회사를 상대로 어떻게 고소에 당하겠냐 하겠지만, 괜히 소송의 나라라고 불리는 게 아닌지 변호사 없이 진행하는 소액소송이 굉장히 잘 되어있고, 처리 시간도 비교적 빠르다. 일부 소형 악덕 업주의 경우 카펫 클리닝 비용이나 청소비용으로 꼬투리를 잡아서 얼토당토않은 금액을 세입자에게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그럴 땐 세입자가 Move-in inspection 시의 기록이나 사진 등을 증거 삼아 Argue를 하면 순순히 물러나기도 하며, 소송으로 번지더라도 일개 세입자에게 에너지를 쏟기엔 Apartment company도 바쁘므로 원만히 넘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General cleaning처럼 애매한 항목으로 비용을 청구당했고, 그것이 불만이라 하더라도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번거로울 뿐 가능은 하다) Move-out inspection의 결과를 그 자리에서 알려주기도 하지만, 보통 며칠 뒤 서면으로 통보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Security deposit을 Check도 보내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거의 2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무언가 항변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꽤 지난 경우가 많다. 심지어 Move-out inspection은 보통 모든 가구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입자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경우가 많으니 더더욱 쉽지 않겠다. 큰 금액을 청구당했다면 모를까, 청소 상태는 사람마다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지라 (누구는 전등갓의 먼지도 용납 못하지만, 누군가는 물건만 없으면 OK 일수도) 여기서도 웬만하면 cleaning 비용이 까이는(?) 것은 용납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이렇게 무사히 Move-out inspection이 끝나면, 굳이 서면(우편)으로 move-out inspection 결과를 알려주며, 서면으로 check를 보내온다. 미국의 Check 문화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데, Deposit을 왜 바로 지급해주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한국처럼 바로 계좌로 쏴주면 좋은데, wire transfer를 하더라도 business day로 3일에서 5일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check나 송금이나 비슷비슷하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금융사기 예방에는 좋은 점일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데, 세입자가 지불한 Security deposit을 받은 apartment company는 그 금액을 무조건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lease contract를 작성할 때 해당 deposit을 은행에 예치하겠다는 서류에도 세입자의 서명을 받아갔는데, 이걸 보니 요새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한국에도 도입되면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국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어 모두 월세이기도 하고, 한국은 갭투자라 해서 전세금을 예금으로 묶어버리면 일시적으로는 부동산 시장경제가 경직되어 부담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국도 전세금 중 최소 50%라도 그 돈을 은행에 예치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는다면 이러한 사기를 막는 데 좋지 않을까?
한국과 달리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는 계약 시스템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분명 본받으면 집주인에게도 세입자에게도 좋을 것 같은 부분이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