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 돌아오니, 이제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의 송별회가 남아있었다.
휴… 아무리 미국 갈 중요한 채비는 마쳤다. 하지만, 너무 고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부모님과도 그리고 친구와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짐을 느지막이 쌌다. 워낙 밤늦게 자던 버릇이 남아있어서 밤에 활동하는데, 부모님은 일찍 주무시고 새벽같이 일어나시니 밤에는 짐을 쌀 수가 없었다. 또한 이때는 아파트도 구하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친구가 불러서 나가고, 알아보다가 부모님과 저녁 먹고, 알아보다가 여행가고 알아보다가 친구 만나고 뭐 하고 하다 보니 여유 부리던 짐 싸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에 1월에 입국해야 Tax treaty를 오래 받을 수 있으니 최소 1월 1일부터 출국을 해야 했는데, 왜땜시 정확히 1월 1일부터 성수기라며 대한항공 항공권 가격이 무척 비쌌다. 그리고 직항 항공이 없어서, 더더욱 티켓이 비쌌다. 편도 200만 원이 넘었으니… 얼마 전 다녀온 샌디에이고 티켓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차이다. 다행히 내가 갈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캐나다에 형제가 살고 있기도 했고, 그곳에는 대한항공 직항이 있었기에 1월을 며칠 앞둔 주말 일정으로, 캐나다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을 예매해 두었었다.
그리고 마일리지가 얼마 안 남았다며 이참에 쓰라는 부모님의 제안에 옳다구나 하며 프레스티지 항공(비즈니스)을 끊어버렸다. 어차피 가져갈 짐도 많겠다. 미주라 비행시간도 길겠다. 거기에 항공권도 비싼데 이럴 때 마일리지를 쓰면 일석이조 아닌가 싶어, 질러버렸다. 이코노미는 23~26kg 2개까지 checked bag를 신청할 수 있고, 프레스티지는 32kg 2개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기내 캐리어는 2개까지 된다고 하니 나는 총 4개의 캐리어를 가져갈 계획을 세웠다.
일단 이민 가방을 하나 샀다. 그리고 거기에 당장 미국에 가서 쓸 질 좋은 한국산 이불 2채와 베개 2개, 그리고 최소한으로 남긴 4계절 옷을 착착 압축하여 넣었다. 3단 이민 가방으로는 후기가 좋은 5만 원대 크리에이트 이민 가방을 선택했는데,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웠지만, 가방 옆쪽에 손잡이가 없는 부분이 아주 아쉬웠다. 길고 무거운 가방임에도 옆쪽에 손잡이가 없으니, 어딘가에 짐을 실을 때 몹시 불편했다.
Anyway 이래저래 깨질 것 같은 짐은 샌디에이고 갈 때 샀던 하드 캐리어에 넣고, 나머지 천 종류는 이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기내 캐리어는 부모님이 미국 가서 쓰라고 사주신 고급 샘소나이트 가방을 선택했는데, 이게 참 계륵이었다. 바퀴는 기름 발라 놓은 것처럼 아주 잘 굴러가는데 짐이 많이 안 들어간다. 그래서 사실상 미국에 와서도 그다지 쓰지 않고 있다. (초반에 의자가 없을 때 식탁 의자 대용으로 잠시 쓴 것 말고는..)
캐리어를 4개를 내가 가져 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checked bag으로 이민 가방 1개, 하드 캐리어 1개 이렇게 2개와 20인치 기내 캐리어 1개 그리고 노트북 백팩과 손으로 드는 짐가방을 챙겼다. 이민 가방에 넣은 짐의 무게가 상당했는데, 무게를 재려고 구매한 수동형 저울에 넣고 짐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아주 진이 빠졌다. 유학 경험이 있었다면, 적당한 건 가져가고 나머지는 미리 선박으로 부쳤을 텐데, 살 집도 안 정해져 있었고 짐 수령을 부탁할 한인 커뮤니티도 없었기 따라서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옷 같은 것은 형제가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 집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당시 계획은 차를 빌려 1월 1일에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J-1 비자 스탬핑이 육로 입국 때에도 가능한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론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여 강행했지만, 육로 입국 시 짐 검사를 당하면 곤란할 수도 있어서 고춧가루를 제외한 음식류는 전혀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캐나다로 짐을 부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캐나다로 짐을 보냈다가 미국으로 넘어갈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overthinking으로 나는 거의 100킬로나 되는 짐을 들고 캐나다로 간 것이다.
누가 봐도 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