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는 BRIC과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기획인터뷰입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통해 최신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연구경험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생생한 연구자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톡톡인터뷰는 최근 소개된 한빛사 연구자들 중 제1저자분들을 만나보는 인터뷰로 월 1편씩 총 10편의 영상인터뷰를 소개하게 됩니다. (BRIC 운영진)
BRIC x 과커 <톡톡인터뷰> #그림장
Q. 안녕하세요. 오늘 톡톡인터뷰 진행하게 된 과학커뮤니케이터 그림장입니다. 오늘 성균관대학교 강민지님 모시고 인터뷰하게 됐는데요. 민지 님과 한빛사에 소개된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김태형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진행중인 강민지입니다. 이번 한빛사에 등록된 연구는 줄기세포를 하나의 기판에서 뼈세포와 지방세포로 동시에 분화시키는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Q. 이 연구 분야/연구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학부 때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전공하며, 공학적 접근을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약물 개발 단계에서 동물실험과 실제 임상 간의 차이로 인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현실을 보며, 이를 개선하고자 실제 조직을 유사하게 모사할 수 있는 체내 약물 스크리닝 모델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게 잘 구현된다면 환자 개개인의 질병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이걸 잘 구현하려면 줄기세포의 분화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세포 배양 플레이트에서 벗어나 나노/마이크로 소재 기반의 새로운 줄기세포 분화제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어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연구분야 중에서도 이번 한빛사에 등록된 주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희 연구실은 연구 주제에 따라 3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는 그 중 줄기세포 분화 제어팀에 소속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당시, 마침 팀에서는 논문이 막 출판된 시점이었고, 이 연구는 Nature reviews materials에 research highlight로 선정될 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해당 논문은 일반 성장 배지만 공급하더라도, 나노입자에서 약물이 방출되어 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자동 분화 시스템에 관한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을 보면서 기존의 줄기세포 배양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이어서 많이 흥미로웠어요. 또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다는 저의 연구적 관심과도 매우 일치했습니다. 이 논문이 제 연구 방향성을 설정해주는 출발점이 되었고, 논문에 나온 이 기술을 더 확장하고 응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 기술을 주도하신 조연우 박사님께서도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셨기 때문에, 함께 본격적으로 새로운(더 발전된) 줄기세포 분화 제어 플랫폼을 개발해보자는 목표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디테일하게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싶은데, Figure를 보면서 연구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출처 : Min-Ji Kang et al., Spatially controlled multicellular differentiation of stem cells using triple factor-releasing metal–organic framework-coated nanoline arrays.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 10.1038/s41467-025-56373-0
먼저, 연구 내용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Figure를 통해 연구 배경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체외 약물 스크리닝 모델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2차원 모델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장기나 조직을 보다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3차원 모델(예: 오가노이드, 어셈블로이드 등)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에서 줄기세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간엽 줄기세포(MSC)는 지방이나 골수 등 성체 조직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고, 면역거부 반응이나 안정성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Figure A 부분을 보시면 실제 우리 몸 안에서는 세포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위치마다 특이적으로 분화하는 반면에 체외 배양 시스템에서는 모든 세포가 동일한 분화 조건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공간 특이적인 분화제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세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거나 재부착하여 배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세포 손상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FANTA 플랫폼 (Functionally Aligned Nanoparticle-Trapped Arrays)을 개발했습니다. FANTA 플랫폼은 물리적 신호(나노패턴)와 생화학적 신호(분화인자)를 동시에 활용해서 한 기판안에서 MSC를 서로 다른 세포로 동시에 분화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줄기세포는 부착하는 기판의 나노 지형학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데요 예를 들면 쭉 뻗은 나노 라인 패턴에서는 뼈세포가, 동그란 홀 패턴에서는 지방세포로 분화가 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신호가 세포의 부착 형태나 구조를 변화시켜 특정 신호전달경로를 간접적으로 활성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저희는 신호전달경로를 직접적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생화학적 신호인 분화유도인자까지 활용 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골수와 치밀뼈의 교차 단면을 모사하기 위해, 3종의 뼈 분화유도인자 (아스코르빈산, 베타-글리세로포스페이트, 덱사메타손)를 MOF(Metal-organic frameworks)라는 다공성 나노입자에 담지했습니다. 이후, 이 MOF를 나노홀, 나노라인패턴으로 나뉘어진 단일 나노어레이 기판 중, 나노라인 패턴 영역에만 선택적으로 코팅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플랫폼에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추가적인 뼈 분화유도인자 투입 없이 지방분화배지만 공급했을때 결과적으로 MOF가 코팅된 나노라인 영역에서는 뼈세포가 자동으로 생성되었고, MOF가 없는 나노홀 영역에서는 지방세포가, 두 영역의 경계면에서는 두 세포가 동시에 생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배양 방법에 비해서, 분화 성숙도는 80배 이상, 분화 선택도는 98% 이상으로 매우 정밀하게 공간 특이적 분화 제어를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기술을 더욱 확장해서, 줄기세포의 공간 제어뿐만 아니라 시간 특이적 분화제어까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실제 우리 생체 내에서는 분화유도인자가 정확한 타이밍에 공급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최종적으로는 3차원 모델인 오가노이드의 시·공간 특이적 분화제어까지 가능한 자동분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연구를 하면서 기뻤던 에피소드를 공유해 준다면?
이번 연구에서 제가 주요하게 맡은 파트 중 하나가, 분화유도인자 3종을 나노입자에 넣고 약물이 3주 이상 안정적으로 서방출되는 데이터를 확보 했어야 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HPLC(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기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약물이 세종류였고 반복 측정이 필수적인데다가 실패했던 경우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0회 이상 약물 피크를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연구는 제가 석사과정 때부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HPLC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기도하고, 연구실에 해당 기기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과연 이걸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정말 논문의 한 Figure로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도교수님께서 빠르게 기기를 도입해주셨고, 이 논문의 공동저자로 함께한 조연우 박사님께서도 격려해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두려움보다는 배워서 꼭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약 2년 가까이 혼자서 HPLC 기기를 다루며 결과적으로는 약물 방출 데이터를 완성시켰고, 아마 그 시기에는 화면에 “약물 피크가 잘 떴을까”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화면 앞을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이 실험은 21일 이상이라는 장기 방출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던 만큼, 실험 시간도 길고 인내심도 많이 필요했던 실험이라 성공했을 때 훨씬 더 기뻤던 것 같습니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다면?
논문을 저널에 제출한 후, 리비전 요청이 들어왔는데요, 보통 리비전은 언제 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내용에 따라 요구되는 실험이나 범위도 천차만별이라 항상 긴장하면서 준비하고 있게 되거든요. 그런데 하필 이번 리비전 일정이 연구실 이사와 겹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이직하시면서 연구실 전체가 이전하는 상황이어서, 굉장히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리비전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다행히, 기기를 완전히 정리하기 전이었고, 리비전에 필요할 것 같은 물품들은 많이 미리 챙겨둔 덕분에 실험 자체는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도 리비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셨고, 조연우 박사님께서도 논문 출판 경험이 많으셔서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에, 리비전은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논문은 무사히 출판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연구실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심적으로 어려웠던 순간이었습니다.
Q. 연구자로서 민지 님은 어떤 삶의 흐름을 겪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연구자가 된 이후의 삶은, 대부분 연구실 중심으로 채워졌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실험을 반복하고, 어떤 날은 실패하고 어떤 날은 성공하고 이런 반복 속에서 어느새 제 삶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연구’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실 생활은 연구실에서의 삶은 사실 이전 삶과는 많이 달랐는데요.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스스로 계획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는, 사실 이 능동적인 삶에 대해 잘 몰랐어요. 다른 선배님들은 발표도 잘하고, 데이터도 많고, 실험도 능숙하게 해내는데, 저만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고 제가 점점 연구실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선배님들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는 그렇게 잘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이었고, 저는 그 결과만 봤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구자로서 제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하고 시도하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매 순간 매 순간 연구자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하고, 그 선택을 반복하면서 연구자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논문 작성에서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소개해 주신다면?
논문을 쓰면서 가장 피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단순히 실험 결과만을 나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문은 단지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내가 세운 연구가설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험 자체보다도, 그 결과를 해석하고 문장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저는 논문 구성에서 introduction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연구의 배경이나 목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부분이니까 너무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간결하지도 않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독자들이 introduction을 통해서 이 논문을 더 읽을지 말지 판단하는 파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고, 실제로도 가장 많이 수정된 파트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조금 어렵기도 했는데, 저는 오히려 논문이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져 간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즐겁기도 했습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정렬하고, 내가 세운 가설을 어떻게 설명하면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또 지도교수님께 피드백 받으면서 ‘ 내 논문이 실제로 더 나아지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Q. 왜 과학이 좋으신지, 어떤 계기로 과학의 길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과학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결국은 기존의 불편함이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이고, 그 과정에서 오는 문제 해결의 성취감은 연구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이런게 있으면 세상이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그런 상상은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하면서 그 흥미가 더 깊어졌습니다. 특히, 질병 치료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도, 어떤 연구자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또 다른 연구자는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심지어 같은 전공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그 안에서 현재의 문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끝이 없는 탐구의 영역이고,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오히려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무한하다는 점에서 더욱 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의 길에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었고, 지금도 제가 하는 연구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연구 꿀팁이 있다면 전수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실험하기 전에 제가 사용할 시약과 소모품이 충분한지, 그리고 기기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미리 확인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은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기도 하고, 특히 인원이 많은 실험실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많은 소모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실험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험 프로토콜이 복잡해질수록 중간에 생길 수 있는 변수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점검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8단계를 거치는 실험이라 할 때, 7단계까지는 완벽하게 수행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시약이 모자란다거나,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던가 그렇게 되면 하루를 통째로 날릴 수도 있고 실험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험하기 전에 사전에 5분 정도만 투자해서 준비상황을 확인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아쉬움이 남게되더라고요. 너무 당연하다고 들릴 수 있지만, 많은 연구자분들께서 비슷한 경험을 해보셨을 거라 생각해서, 저만의 팁으로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