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살려 괜찮은 job을 구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졸업하거나 (전기 화학 기계 + IT), 전문직 면허를 취득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방법이 있다. (물론 특출 난 재능과 풍부한 경력이 있다면 학위 없이도 specialist로 대우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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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냐 명예냐 그것이 문제로다.
갓 졸업한 박사 졸업생들의 진로는 크게 2가지로 나뉠 것이다. Industry field에서의 취업과 Academic field에서의 포닥(Postdoc). 취업을 원하는 박사들은 학생 때부터 혹은 박사를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티가 난다. 그들은 확실히 졸업 요건 이상으로 수준 높은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박사과정 중에 좋은 논문을 많이 쓴다 한들 그것만으로 취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논문이 없는 지원자에 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유리하겠지만 일반 회사에서는 좋은 논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박사를 채용하진 않는다. (연구소장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잠시 잠깐 취업 준비를 했었던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박사급이 취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전공 적합성이었다. 세부 전공 분야가 맞지 않으면 서류도 통과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박사학위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영어 성적이 요구됐다(스피킹 점수나 TOEIC 점수). 아마 최소한의 영어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생각된다. 실제로 대부분 큰 회사의 모집 자격을 보면 영어능통자 우대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듣기로는 연구직 지원자에게는 대단한 영어 회화 능력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speaking을 잘하면 어느 부서로 가더라도 당연히 유리하다).
좋은 회사일수록 학벌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두 박사가 같은 회사의 같은 분야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좋은 논문이 10편 있는 박사보다는 논문은 몇 편 없더라도 명문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거기에 영어도 능통한 박사가 더 취업이 잘 됐다. 큰 회사일수록 더 그러한 것 같았고 벤처일수록 두루두루 잘해야 하니 실제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인 듯했다. fresh 박사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대졸자가 취업 준비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느 정도 스펙 싸움이라는 말이다. 박사학위가 있더라도 인적성평가, AI 면접을 치뤄야 하며, 영어성적과 같은 최소한의 요건준비 또한 필요하다.
다만, 정말 박사과정생 또는 포닥이 CNS (Cell Nature Science)에 연구를 발표하게 된다면, 홀리몰리..! 적어도 Academic field에서는 그의 앞날이 창창할 것이라 자부한다. 그 박사는 좋은 곳으로 포닥을 가거나 좋은 학교에 임용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공계에서 교수의 연구력은 곧 무기이다. 그 연구력을 증빙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실적이 바로 논문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근 3년 이내 논문실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필자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다. 회사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으며, 강의, 발표, 과제 수주, 대학원생 관리, 그리고 학과에서 배정한 여러 보직 업무를 해내야 하며, 외부 미팅이 있는 날에는 하루에 2~3개 도시를 넘나들기도 한다. 심지어 여기에 연구 동향 파악을 위한 개인 공부까지 해야 한다. 대학원생 시절 바라본 필자의 교수님은 정말 너무 바빴다. 오죽하면 시켜줘도 나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교수의 현실이 이럼에도, 필자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어느 정도 논문이 준비된 이공계 박사님들은 적극적으로 교수임용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한국에서는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 또는 교수 말고는 Academic field의 job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교수임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전공 적합성은 기본이다. 특히 전문인력 배출 학과의 경우 면허 소지가 필수 지원요건인 경우도 있다. 학부생들에게 국가고시 과목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면허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도 지원 분야에 대한 강의경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그 사람 다음 필요한 것은 당연히 첫째도 논문, 둘째도 논문이다. 하지만 논문 외에도 신경 쓸 것들이 많다. 대학 커리큘럼에 맞는 과목을 teaching을 할 수 있는가, 영어강의를 할 수 있는가 이러한 것들도 주요 평가요인이며, 해외 경험이 있는지도 많이들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순수 국내파 박사들도 능력을 인정받아 많이들 임용되는 분위기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해외 경험이 있는 박사들이 더 유리한 그것도 사실이다. (넓은 인맥, 영어 능력 등)
요즘은 졸업하자마자 임용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최근 3년 이내 Impact factor 10 이상의 논문을 최소 2~3편 정도 1 저자로서 발표한 실적이 있으며, 해외 박사후과정 경험을 1년 이상 보유하는 것이 보편적인 지원 요건인 것 같다. 빠르면 서른 정도에 위의 스펙을 구비하고 교수임용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어린 경우 아직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나이가 너무 많으면 능력 부족 혹은 연구 능력 부족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절대적인 나이도 평가요인이 되며 나이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불리하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는 교수가 되려면 40살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주위에 40대 초반까지는 많이 보였다. 다만, 그 이상이 되면, 대학에서 꺼린다고 하며, 만약 어찌어찌 서류심사를 통과하게 되더라도 그들은 정부 출연 연구소 및 타 대학에 몸담고 계셨던 중견급 연구자와 경쟁해야 한다.
해외포닥의 경우 지원하는데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공 분야, 논문(실적), 그리고 funding! 논문실적이 많지 않더라도 funding을 가지고 있으면 유명한 랩에 갈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PI 입장에서는 숙련된 일꾼(?)이 공짜로 일하러 오겠다는데 안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다. 가고 싶은 랩을 정했다면 적극적으로 funding을 준비해 보자.
현재 기준 해외포닥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제는 2~3개 정도가 있다. 모두 매년 조금씩 요건이 바뀌긴 하지만 세종펠로우(국외연수트랙)와 학문 후속세대 지원(박사 후 국외연수)이 대표적인데, 해외포닥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두 과제 모두 1년씩만 지원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일단 이 과제를 쓰려면 어느 연구실에라도 컨택이 되어있어야 한다. 해외포닥을 가서 무슨 연구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제안서를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갈 연구실 정도는 컨택 (offer를 받지 않았더라도)을 한 상태여야 그 연구실에서 할 연구내용과 엮어서 지원할 수 있다.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줄어든 R&D 예산 탓에 과제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세종펠로우와와 학문 후속세대 과제 모두 지원하진 못했지만, 듣기로는 보건복지부 과제 등 지원할 수 있는 다른 과제도 꽤 있다고 하니 필자처럼 지원 기간을 놓쳤거나 혹은 선정되지 않은 분들도 최대한 찾아서 도전해 보도록 하자
어쨌거나 큰 경쟁을 뚫고 과제에 선정이 되었다면 주위에서 큰 부러움을 사게 될 것이다. 앞날이 순탄할 것만 같고 그렇겠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한다.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로는 학문 후속세대 지원(박사 후 국외연수) 과제의 경우 한국에서 과제를 관리해 줄 곳이 필요하다. 해외 연수 중인 과제책임자가 국내 기관에 간접비를 조금 떼(?) 주고, 그쪽은 감사기관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인 듯했다. 해외 출신 박사의 경우 부탁할 곳이 없어서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국내 출신 박사의 경우 보통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에 컨택하여 과제 운영을 부탁하는 것 같았다. 과제비는 인건비 형태로 뭘 지급되는 듯했으며, PI에게 지원받지 못하고 유학길에 오른 경우 해당 인건비로 생활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과제비는 원화로 입금된다. 6천만 원 정도 되는 과제를 따더라도 세금과 간접비를 제외하고 받는 인건비는 월 350만 원 정도라도 한다. 달러로 환전하게 되면 한 2,500불 남짓. 이걸로 아파트 rent비 내고 차 보험료를 내면 남는 것이 없다.
Single인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딸린 식구가 있는 경우(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다) daycare 비용에 건강보험료로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한국 돈을 끌어다 생활비로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힘들게 버텨도 1년 뒤 PI가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다른 랩으로 옮기거나 짐을 싸 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계약을 안 해주겠다고 통보받으면 부랴부랴 다른 job을 구해야 하는데, 촉박하여 기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이리저리 PI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stipend를 받으며 남게 되더라도 보통 2~3년 이내에 좋은 논문을 써야 Industry든 Academic field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든 실적이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되더라도 Academic field에서는 PI의 role을, Industry field에서는 관리자, 즉 leader의 role을 원하게 된다. 이를 위해 communication 능력과 영어 능력은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원생 시절과 달리 이 시기부터는 reference check을 철저히 당하게 된다. 만약 여러분이 이미 이 field에 발을 들였고 몇 번 자리를 옮겼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reference check을 당했을 수도 있다. 부디 어디서든 적을 만들지 마라! 누가 당신의 reference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