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우주생물학을 만나다] 생명체가 살기 딱 좋은 골디락스 존
Bio통신원(김동석)
안녕하세요. 이번 연재에서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라는 영국 동화를 이야기해 드릴까 합니다.
옛날 옛적에 골디락스라는 호기심 많은 소녀가 살았습니다. 숲 속을 걷던 골디락스는 어느 날 우연히 곰 세 마리의 집을 발견합니다. 곰 세 마리 가족은 외출해서 아무도 없었고, 소녀는 호기심에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안에 있는 식탁에는 곰 세 마리가 먹던 수프가 있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골디락스는 수프들의 맛을 봤어요. 그중에서 아빠 곰의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엄마 곰의 수프는 너무 식어 차가웠는데 아기곰의 수프는 온도가 딱 적당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프를 다 먹은 골디락스는 배가 불러서 눕고 싶어 졌어요. 침대방에 가 봤더니 아빠 곰의 침대는 너무 딱딱했고, 엄마 곰의 침대는 너무 푹신했는데 아기곰의 침대가 딱 좋아 잠시 누워 잠에 들었습니다. 그때, 곰 세 마리가 집에 돌아왔고, 아기곰이 소리쳤어요. "누가 내 수프를 다 먹고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 골디락스는 너무 놀라 할 수 있는 만큼 빨리 뛰어 도망치고, 다시는 모르는 집에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골디락스의 이름을 딴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 이번 연재 내용의 주제입니다. 골디락스 존은 골디락스가 고른 수프와 침대처럼 "딱 좋은" 것을 말하는데, 우주에서 골디락스 존이란 태양과 같은 별을 둘러싼 영역 중에서 행성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 범위를 말합니다. 행성이 너무 뜨거우면 물이 다 증발해 버릴 거고 행성이 너무 차가우면 물이 다 얼어붙어 버릴 테니까요. 골디락스가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아기곰의 수프를 고른 것처럼, 별 주위에서도 생명체가 살기에 "딱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역이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이름이죠.
우리 지구가 바로 "딱 적당한" 온도인 골디락스 존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는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죠. 적절한 거리 덕분에 태양에서 오는 빛과 열을 적당히 받을 수 있었고, 충분한 질량에 의한 중력 덕분에 안정적으로 대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고, 마침내는 우리가 아는 다양한 생물군이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구가 조금만 더 가까웠거나 더 멀었다면, 지금처럼 물이 액체 상태로 풍부하게 존재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우주생물학에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이야기할 때는 이 골디락스 존을 가장 기본 개념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금성이나 화성은 어떨까요?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깝고, 화성은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두 행성 모두 아주 오래전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의 금성은 너무 뜨겁고 대기가 독특하게 변해버렸고, 화성은 너무 건조해서 지구처럼 다양한 생명체가 살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꼭 골디락스 존(생명체가 살기 좋은 거리)에 있어야만 생명이 살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체 행성이 아니라 일부 지역만이라도 생명체에게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죠. 예를 들어, 이 책의 후반부에서 이야기할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된 포스핀 가스는 "혹시 금성의 특정 구역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걸까?"라는 희망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처럼, 아주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체가 살려면 꼭 물과 산소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생각에 도전하는 시도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타이탄의 차가운 액체 메탄 바다, 엔셀라두스의 얼음 아래 숨겨진 바다 같은 곳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지, 과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골디락스 존은 생명체를 찾을 때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개념이지만, 우주생물학의 연구가 점점 넓어지면서, "생명은 반드시 거기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금성의 황산이 가득한 대기, 타이탄의 메탄 바다처럼,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 상상하고 연구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디락스 존은 우리가 외계 행성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골디락스 존의 범위는 별의 종류나 빛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리"라는 기준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NASA나 유럽우주국(ESA) 같은 기관들은 외계 행성을 탐사할 때,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행성들을 가장 먼저 집중해서 관찰합니다. 만약 그 행성의 대기에서 산소, 메탄, 또는 포스핀 같은 물질이 발견된다면,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발사될 우주망원경과 탐사선들은 이런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행성들을 더욱 정밀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그 행성의 대기 구성은 어떤지, 표면 온도와 내부 구조는 어떤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 모든 연구는 결국, "생명이 살아가려면 어떤 조건이 정말로 필요한 걸까?"라는 우주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언젠가 골디락스 존에 있는 외계 행성에서 지구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생명체가 실제로 발견된다면 어떨까요? 그날은 인류에게 엄청나게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골디락스 존 바깥에 있는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이 살아갈 수 있을지 점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주에서의 생명이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넓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미래의 과학자라면, 어디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보고 싶나요? 골디락스 존처럼 적당한 거리에 있는 따뜻한 행성일 수도 있고, 상상도 못 할 만큼 차갑거나 뜨거운 세계일 수도 있겠죠. 우주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비밀과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바로 그것이 우주생물학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