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연재에서 소개해드렸던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Crew Dragon), 기억하시나요? 이 우주선은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사흘 동안 지구 궤도를 비행한 뒤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하지만 착륙 직후, 점검을 위해 내부를 살펴보던 스페이스X 팀은 바닥에서 정체불명의 노란 액체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 액체의 정체는 바로 탑승객들의 소변이었습니다. 우주선의 소변 저장 탱크와 연결된 관이 분리되어 누출이 일어난 것이죠. 다행히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우주선 안에서 화장실은 어떻게 작동할까?” 하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우주선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화장실이 고장 난다는 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우리는 중력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소변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고, 변기는 그 아래에서 받아내도록 설계되어 있죠. 물이 내려가면서 모든 것이 깔끔히 정리됩니다. 하지만 우주 공간은 사실상 무중력 상태입니다. 만약 지구식 변기를 그대로 우주선에 설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하기도 싫지만, 배설물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이런 배설물이 전자장비 안으로 들어가면 장비가 오작동하거나, 필터나 환기 시스템에 달라붙어 공기 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단 한 방울의 소변이나 대변 입자가 순환 공기 속에 섞이기만 해도 우주선 전체의 환경이 오염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주 화장실은 단순히 ‘배출구’가 아니라, 공학적 정밀함이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수십 년간 수많은 실험을 거쳐, “진공 흡입식 우주 화장실”을 완성했습니다. 쉽게 말해, 진공청소기와 같은 원리입니다. 우주비행사가 용변을 보면 즉시 강력한 흡입력이 작동하여 배설물을 빨아들입니다. 이 흡입력은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화장실 좌석에는 몸을 고정하는 벨트나 다리 지지대가 달려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사가 떠올라 버릴 수도 있거든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하는 최신 화장실은 2020년에 설치된 것으로, 남녀 모두에게 더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기존보다 65%나 작고, 무게는 40% 더 가볍지만 효율은 훨씬 높습니다. 이 장치는 앞으로 달이나 화성으로 향하는 장거리 비행에서도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흡입된 배설물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먼저 소변을 살펴봅시다. 사람의 소변은 약 95%가 물이고, 나머지 5%는 나트륨, 칼륨, 염소, 요소 등 여러 전해질과 유기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불순물만 제거할 수 있다면 거의 완벽한 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물은 우주선에서 가장 귀한 자원 중 하나입니다. 하루 한 사람당 필요한 물의 양은 약 2리터에 불과하지만, 그 물을 매일 지구에서 공급받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ISS에는 소변 정화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정수기가 아니라, 화학적 분리와 기계적 증류, 필터링 기술이 결합된 복합 장치입니다. 정화 과정은 대략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1. 먼저 소변을 진공 상태에서 가열해 수증기로 만듭니다.
2. 발생한 수증기를 냉각시켜 응축수 형태로 모읍니다.
3. 남은 찌꺼기(‘염수’)에는 여전히 물이 남아 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 회수된 물은 다시 한번 정화 과정을 거쳐 음용수로 사용됩니다. 현재 ISS의 기술 수준은 소변의 약 98%를 식수로 재활용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합니다. NASA의 한 엔지니어는 “우리가 마시는 물 중 일부는 이미 여러 번 순환된 물일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오늘 마신 커피는 어제의 커피일 수도 있다”라는 농담을 하죠. 이 시스템 덕분에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가져간 물의 약 15%만으로도 수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즉, 폐기물이 생명 유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우주선에서는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데, 소변 속 물을 회수하기 위해 100℃로 끓이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기압'입니다. 지구에서 물이 100℃에서 끓는 이유는 1 기압, 즉 지구의 대기압 하에서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기압이 낮아지면 물은 더 낮은 온도에서도 끓습니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는 약 70~80℃에서도 물이 끓죠. 이는 공기가 희박하여 물을 누르는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어떨까요?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기압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즉, 물이 기체로 변하려는 것을 막는 압력이 없으니, 거의 0℃에서도 물이 끓을 수 있습니다. 이를 ‘진공 상태에서의 끓음’이라고 부릅니다. 우주선의 소변 정화 장치는 이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내부 압력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물이 끓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크게 줄어들죠. 따라서 우주에서는 기압을 낮춰 물을 ‘차가운 끓음’ 상태로 만드는 방법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수분을 증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밀한 공학적 설계 덕분에, 우주선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변의 경우는 조금 더 단순하지만, 그만큼 신중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진공 흡입 장치로 수집된 대변은 개별 밀봉된 봉투에 담깁니다. 이 봉투는 악취를 차단하고, 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밀폐됩니다. 그 뒤, 일정량이 쌓이면 화물선에 실려 지구로 귀환할 때 함께 가져옵니다. 이 화물선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수천 도의 마찰열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변도 완전히 소각되어 사라집니다. 즉, 말 그대로 “하늘에서 타버리는 화장실”인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대변을 단순히 버리는 대신 ‘자원’으로 재활용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특수한 미생물을 이용해 대변을 분해하면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메탄은 연료나 난방, 전기 생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탄을 생산하고 남은 잔여물은 비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완성된다면, 장기간의 우주 비행에서도 식량 재배와 에너지 생산이 모두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지는 순환 시스템이 가능해집니다. NASA의 연구팀은 실제로 대변-메탄 변환 시스템을 시험 중이며, 앞으로 달 기지나 화성 기지에서도 이런 생물학적 자원 순환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의 우주 기지나 행성 탐사선에서는 물, 공기, 음식, 연료가 모두 하나의 순환 고리로 연결된 완벽한 생태계가 구축될지도 모릅니다. 소변은 정화되어 다시 물이 되고, 대변은 분해되어 연료와 비료가 됩니다. 이 비료로 자란 식물은 다시 사람의 음식이 되죠. 이런 순환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류는 지구의 도움 없이도 먼 우주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이런 개념은 이미 폐쇄 생명유지 시스템(Closed 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 CELSS)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위생 기술을 넘어, 미래의 화성 거주와 장기 우주 탐사의 핵심 기반 기술이기도 합니다. 지구에서도 이러한 기술은 물 재활용, 바이오에너지, 유기 폐기물 처리 등 지속 가능한 환경기술로 응용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는 시대가 온다면, “화장실”은 단순한 위생시설이 아니라 생명 유지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쯤이면 이런 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겠죠.
“오늘 저녁은 우리가 재활용한 물로 끓인 파스타와, 우리 덕분에 자란 상추로 만든 샐러드야.”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