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월 2일부터 23일까지 한국에 다녀왔다.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고, 몇 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나는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과 운전면허증 갱신 등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고, 초등학교 1학년 입학통지서를 받은 막둥이는 한국 학교와 학원 체험을 위해 갔다. 중학생 두 자매는 미국으로 이사 온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10개월 전부터 티켓을 예약했고, 해야 할 일들을 마치 미션처럼 리스트업 하여 준비했다. 마지막 15일 전부터는 예약을 마무리하며, 한국에서의 시간을 아쉬움 없이 보내려 했다. 그러나 늘 아쉬움은 남게 마련이다.
4월 2일 IAD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했지만, 3일 오후 5시 4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고 대전청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친정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가 넘었다. 어두운 밤, 창밖으로 보이는 한글로 쓰인 간판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꼬마는 신이 나 보였다. 그 시기엔 1480원이라는 고환율 덕분에 미국에서는 딱히 살만한 물건이 없었다 (다시 미국에 돌아오니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어떤 물건은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코스트코에서 비타민류를 세일할 때마다 사놓았던 것들을 지인들에게 나누며 보냈다. 2년 전 친정 식구들이 큰 캐리어를 다 챙겨갔기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캐리어를 하나 빌려서 갔다. 한국땅에 도착해서 비행기 활주로를 돌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KT 114로 문자를 보내서 요금제를 무제한으로 변경한다(다시 기본요금으로 변경하는 것도 예약이 가능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여행 이야기를 공유해 본다.
초등학교 입학 및 학원 체험어느 날, 한국의 학교와 미국의 학교를 비교하라는 시험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둥이를 한국학교에 한 번 다녀오게 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최근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여름 방학 동안 신규 등록을 받지 않는다는 글을 여러 곳에서 봤다. 이유는 학습 분위기나 한국어를 잘 몰라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학통지서가 나오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교에 문의한 결과,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교에 도착해 간단한 서류에 서명하고, 가장 학생 수가 적은 반으로 배정을 받았다. 그 반은 20명, 세미를 포함하면 총 21명이었다. 미국보다 학생 수가 적어서 아이는 첫날부터 잘 적응했다. 특히 점심이 너무 맛있다고 즐기면서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야 했다. 학교 근처에 학원이 여러 곳 있었고, 나는 1층에 있는 두 곳을 골라서 아이가 혼자서도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수학 학원에 데려다주면, 피아노는 바로 옆 건물이라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영 학원은 저녁 6시에 가니까 간식 먹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3주 동안의 짧은 기간이라 학원에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길게 봐주었다. 수영은 주 3회 등록했지만, 토요일에는 보강을 해줘서 결국 주 4번이나 갔다. 학원비만으로도 비행기 값은 이미 뽑은 셈이었다. 예를 들어, 피아노 레슨은 1분에 1불이니, 75분씩 레슨을 받으면 약 75불 정도가 된다. 총 750불 정도의 가치를 누린 셈이다. 수영도 30분 레슨에 45불, 60분이면 90불이었다. 10번을 갔으니 900불 정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셈이다. 아이가 재밌어하니 더 보내고 싶었지만, 일단 이 정도로 하고 내년에 또 오고 싶으면 말하라고 선택권을 줬다.
중학생 자매의 도쿄 여행중학생 두 자매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바로 이동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도쿄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미 어릴 적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다녀본 아이들이라, 이번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정해 동선을 맞춰 3박 5일 일정을 소화했다. 만 12세가 넘으니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있어 편리했지만, 비행기 값은 성인과 동일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날, 대전시청에 가서 아이들 여권을 새로 만들었다. 미성년자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해서 조금 번거로웠다. 미국 영사관에서는 즉석 무료 사진을 제공하지만, 한국은 사진관에서 예쁘게 찍어주어 여권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월요일 오후 4시에 신청한 여권이 수요일 오전에 택배로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런 빠른 속도는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참 좋은 나라다.
아이들의 아지트였던 은행동 지하상가, DCC의 성심당, 카이스트 등을 둘러보며 돌아왔다.
한국 의료 보험 정지 해제 및 재정지공단에 직접 문의한 결과, 팩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1668-0516으로 문자를 보내면 된다고 안내받았다. (예전에는 동생이 직장에서 팩스를 보내줬다.) 나와 아이들이 함께 입국하지만 각자의 정보를 따로 보내야 해서, 일단 내 것만 보내기로 했다. 이 절차는 입국 10일 전부터 가능하며, 출국할 때도 마찬가지로 출국 10일 전부터 신청해야 한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료가 계속 부과된다고 한다.
문자를 보낼 때는 이티켓과 여권을 함께 찍어서 보내면 된다. 나는 그동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중간 형태인 임의가입자로 분류되어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를 냈지만, 이제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예상되는 보험료는 ***,***원 정도로 안내받았다. 그래도 한국에 가면 한 곳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매우 좋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런 식으로 정기 검사를 받고 싶다. 주변에서 한국에 여행 갔다가 암을 발견한 분들도 있었다. 그만큼 정밀 검사를 잘한다는 뜻인 것 같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1577-1000번으로 전화를 걸면 된다. (0번을 눌러 상담원과 연결하고, 주민번호 입력 후 본인 확인을 위해 주소를 묻는데, 까먹었다고 하니 남편 이름이나 전 직장 이름을 물어보기도 한다.)
미국에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나고, 의료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내 거주지 우편함에 지로 형식으로 청구서가 도착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메일로 받기로 하고, 자동이체도 신청했다. 210,000원이 나왔길래 가상 계좌로 바로 입금했다. 같은 달에 들어갔다가 한 달 이내로 머물고 병원을 간 기록이 없다면 보험료를 안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3월 중순에 가서 4월 중순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 두 달치를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 2025년 7월에 무엇인가 바뀐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문의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다시 미국으로3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미국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많은 짐을 어떻게 끌고 왔는지, 오는 과정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간단히 공유해 본다.
4명이면 23킬로짜리 짐 8개를 화물로 보낼 수 있다. 기내에는 작은 캐리어와 짐가방이나 노트북 가방 또는 배낭 1개가 허용된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짐을 담아 왔다. 가로 세로 높이가 160cm인 박스 2개와 145cm 정도 되는 박스 2개는 공항 택배로 미리 보냈다. 박스 비용은 12,000원, 단프라 박스는 개당 5,000원이었다. 박스는 공항에서 대전으로 갈 때 미리 사갔고, 단프라는 다이소에서 구매했다.
공항으로 보내는 건 개당 12,000원을 지불하며, 도착 후 3일간 보관해 주고 하루가 지나면 추가로 10,000원이 부과된다. 나는 추가 금액으로 4만 원이 발생했는데, 처음이니 할인해 달라고 하자 15% 디스카운트를 해줬다. 박스 겉에 노란색 끈으로 여러 번 싸주는 비용까지 포함하여 박스비가 12,000원이라고 했다. 터지지 않도록 꼼꼼히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터미널 2의 F 구역에서는 화물을 셀프로 보낼 수 있다. 이민 가방이 하나 포함되어 있어 창구로 다시 가라고 했다. 7세 아동의 비행기표를 따로 구매했더니 e티켓이 나오지 않아, 동반 보호자 확인을 위해 창구에서 해결해야 했다.
기내식은 점점 업그레이드되어 처음 맛보는 음식들이 많았다. 낚지 덮밥, 가지 볶음, 돼지 김치찜 등 한식의 높은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IAD 공항에 도착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영주권자 추방 뉴스가 계속 나와서 혹시 나도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 다행히 간단한 질문으로 끝났고, "며칠 머물고 왔니?"라는 질문만 받고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다. 짐을 찾으러 가는데, 포터 아저씨가 도와주셔서 30불을 지불하기로 하고 arrival 쪽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남편이 12시쯤 도착해 arrival 쪽으로 오기로 했다. 우리가 나갈 때 남편도 공항 입구로 들어와서, 우리의 짐과 나의 차 시에나가 동시에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