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으로 조망하는 생명현상] 정보 이론과 거대 생명론, 그리고 환경-생태계
거대 생명론과 정보의 흐름
살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몸 안팎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정보의 연결망이 수없이 명멸하는 과정일 것이다. 신체의 생리학적 정보 흐름이란 내적, 외적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정보가 감각기관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뇌신경계에서 처리되고, 이어 여러 형태의 생물학적 반응으로써 다시 내∙외부 세계에 새로운 정보를 되먹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외부 세계, 또는 외적 환경이란 개별 유기체(낱생명 또는 개체생명)와 교류 작용하는 바깥 생물∙무생물 요소의 총체(보생명)로서, 포괄적 메타 생명인 온생명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이다.1 온생명은 위계적 생명 체계의 가장 상위의 거시적 단위, 즉 통계∙열역학적 맥락에서의 자체 완결적 고립계를 형성하므로, 모든 생명 정보망의 비평형 복잡계 동역학은 궁극적으로 온생명 네트워크라는 전일적 실체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몸과 환경이 소통하는 순환 고리, 그리고 이를 통해 상호 연계된 정보들이 신경계의 연산 작용에 의해 최종적으로 인지되는 과정에 의해 마음의 체화(embodiment)가 일어나는 것일지 모른다.
Image source: Dr. Miguel Aguilera (Basque Center for Applied Mathematics, University of the Basque Country)
낱생명 수준의 생명 현상은 의심의 여지없이 생물학의 전통적인 탐구 영역이지만 과연 보생명을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서는 생물권 혹은 좀 더 좁은 범위의 생태계 정도가 일반 대중에게 어렴풋이나마 보생명과 유사한 관념을 갖게 해 줄 것인데, 일반적으로 환경, 생물권, 또는 생태계 자체를 살아있는 어떤 것으로서 규정하기에는 아무래도 어색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가이아의 개념이 보생명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러한 관점을 통해 왜 굳이 보생명에 ˈ생명ˈ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직관적 해답을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가이아 역시 생물계-물리계 연계성에 기반한 시스템적 특성을 갖는 전지구적 정보 흐름망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2)
물론 일단 온생명을 살아있는 존재라고 전제한다면 온생명 시스템에서 개체생명 하나를 제외해도 여전히 생명으로 부르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장회익의 보생명에 대한 정의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 온생명과 보생명 간의 실제적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약간 초점이 다르긴 하나, 김재영은 이와 관련된 현상론적 접근으로써 ˈ둘레세계ˈ의 개념을 도입하여 논의를 전개한 바 있다.3 필자는 일례로서 인공적으로 구축된 3차원 세포 구조체의 경우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포 실험 조건에서 자기조직화된 장기유사체(organoid)에게는 어느 범위까지가 생물학적인 둘레세계, 또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환경 요소인가? 배양액 및 기질의 물리화학적 조성, 온도 및 기체 조성 조절을 담당하는 멸균 세포배양 장치, 인적 요소 등을 포함하는 실험실 전체, 혹은 전력 공급 및 기반 시설을 아우르는 연구소 단위로 경계 짓는 것이 적절할까? 이 모든 물질적 요소는 결국 태양에서 지구로의 자유 에너지 흐름에서 비롯하므로 온생명 범주까지 고려해야 하겠으나,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실제 세포생물학 연구에 유효한 개념 구조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다. 세포 집단의 자기조직화라는 국소적 질서 형성의 메커니즘을 세포-세포 및 세포와 배양 미세환경 간의 역동적 정보 전달 네트워크로서, 그리고 이것을 온생명 이론의 전반적인 틀 안에서 조화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태계와 정보 전달 네트워크
낱생명의 둘레세계로부터 정보 흐름망의 경계를 조금 더 확장하면 낱생명 간의 상호작용과 환경 영향을 포함하는 생태계 차원의 크기 범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태계 네트워크에서는 각 개체생명과 개체-개체 관계성이 각기 결절과 연결선으로서 시각화되어 복잡계 연결망을 구성하게 된다.4 여기서 결절은 종종 개체군(群)을 나타내기도 하며, 결절 간의 상호작용 강도는 가중치가 부여된 연결선으로서 표시된다. 이 연결망을 시간에 대한 함수로 표현하면 결절들 사이의 연결 가중치만 변화하는 경우가 있고, 결절의 수와 상태 그리고 연결망 구조가 함께 변화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 동역학의 측면에서 특히 연결망의 위상학(topology)적 특성이 계의 거동을 기술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5 생태계 네트워크에서는 먹이사슬(포식자-피식자 모형 등)이나 꽃가루받이(pollination), 또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gut microbiome)와 같은 생물종(種) 간의 상호 연결망이 생태 모델링 연구의 주요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생태 네트워크의 복잡계 동역학적 분석을 통해 기후 변화 등 (미세)환경 인자 영향 하의 생태계 기능을 정량∙정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다.6
연결망의 동역학 및 위상학적 성질과 더불어, 네트워크 생태학에서는 연결 구조를 통한 정보 처리 및 전달 패턴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7 종종 그래프 이론에 기초하여 구성되는 생태 연결망은, 열역학적 맥락을 갖는 연결성(connectivity)과 생물학적 의미를 내포하는 정보 전달(information transfer)의 두 가지 상호 연관적인 관점에서 이해되기도 한다.8 생물종 간의 정보 흐름은 비단 포식(predation), 초식(herbivory), 기생(parasitism), 경쟁(competition) 등의 영양적(trophic) 연결성뿐 아니라 개체의 인지 과정, 행동 반응 및 의사 결정,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 신호(environmental cues)까지 포함되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9 예를 들어 동물 생태종의 경우 개체생명의 감각-신경-근육계 차원에서 냄새, 음향 및 시각 신호 교환을 통해 정보를 생성, 수용, 처리하여 의사 결정에 이르는 다양한 생리학적 기작을 갖고 있음이 밝혀져 있다.
생태계는 대표적인 복잡계 중 하나로서, 실제 생태 네트워크 내에서 가능한 상호작용의 수를 어림잡아 보면 천문학적인 스케일에 이르게 된다.10 즉 전반적인 복잡계 거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생태종의 종류와 수, 연결망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 흐름의 유형 및 시간∙공간적 특성, 그리고 시스템 규모의 자가 조절 메커니즘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온생명의 위계적 하위 집합으로서의 생태계가 열역학적으로 개방계인 점, 그리고 다중∙다층적 자가 조절 시스템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복잡계 이론과 더불어) 사이버네틱스의 철학에 기반을 둔 생태 모델링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10 이와 같은 접근은 보생명과 환경 및 생태계와의 관계에 대한 보다 진전된 개념 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온생명이나 가이아와 같은 거대 생명론에 관한 사이버네틱스 의미론 측면의 고찰 역시 생명과학 기초론에서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작업일 것이다.

그림 2: 정보 이론을 시스템 생태학에 적용하는 경향은 수리∙계산생물학 분야에서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복잡계 정보 이론의 시각으로 기존의 거시적 생명론들을 재구성 또는 통합하는 방향도 숙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mage sources: (Left) Aladin Communications Inc., (Right) Statistical Ecology Research Group, University of Helsinki
참고문헌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