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74회 칸영화제 각본상)는 전율을 일으키는 감동을 선사했다. 상실과 이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우리가 왜 여기서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지 작은 희망을 보여줬다. 안톤 체호프(1860∼1904)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두 작가의 소설을 각색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한국 배우와 한국의 풍경이 나오는 것도 색달랐다.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칠성장어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 동물은 괴상한 모양의 날카로운 주둥이를 통해 다른 물고기의 체액을 빨아들인다.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칠성장어는 영화 속에서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다.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는 운명 말이다. 그리고 강바닥에서 입을 바위에 붙인 채 살아간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후에 침잠해 있는 듯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실과 이별의 고통을 칠성장어라는 기묘한 상징에 담아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게 하는 영화다.하지만 알고 보니 칠성장어 입장에서는 그러한 운명이 최적의 생존 전략이었다. 지난해 말 출간된 『뇌의 역습, 인간은 왜 지구 파괴를 멈추지 못하는가』는 “칠성장어가 해양 미생물이 풍부한 곳을 찾거나 피를 빨아먹을 큰 동물을 찾아 나설 때, 그 움직임은 척주 안에 있는 신경 중계부를 통해 조정되는데, 이는 선조체(線條體, striatum. 대뇌 기저핵의 핵심 구조로 보상·습관·운동 조절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통제를 받는다”라며 “사냥에 성공하면 선조체는 도파민 분자를 분비하는데, 이 분자는 두 가지 효과를 낸다”라고 강조했다. 즉, 사냥에 성공하면 쾌감이 뒤따르고,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한 신경 조절 회로는 더욱 단단해진다. 이렇게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 회로는 다음 사냥에서 다시 동원되어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보상과 강화가 반복되며 행동이 학습되는 이 과정에서, 선조체는 도파민으로 ‘잘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칠성장어 화석은 3억 년 전의 것으로, 오늘날의 칠성장어와 거의 비슷하다. 이 동물은 생명체의 태동기에 공룡보다 먼저 출현했고, 아마도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다. 칠성장어의 뇌는 아주 작아서 엄지손락 첫 마디보다도 작으며, 대부분 선조체라는 신경 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포유류에서 이와 비슷한 구조가 줄무늬 모양을 띠기 때문에 선조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에스토니아 피리타 강에서 발견된 강장어(Lampetra fluviatilis). 영화 속 칠성장어는 기생과 침잠의 이미지로 상실 이후의 존재 상태를 상징하지만, 실제로는 생존에 최적화된 전략의 산물이다. 선조체가 사냥 성공에 도파민 보상을 부여하며 행동을 강화해 온 이 메커니즘 덕분에, 칠성장어는 3억 년을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생존자의 하나가 되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선조체 있어야 생존이 가능
하지만 환경·기후위기 초래『뇌의 역습, 인간은 왜 지구 파괴를 멈추지 못하는가』의 저자인 신경과학 박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세바스티앙 볼레는 “이미 칠성장어의 뇌에 존재했던 이 뇌의 심층부는 수백만 세대에 걸쳐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에게 전해져 내려왔다”라며 “선조체 없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제거할 수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도 있는 이 생존 최적화 선조체는 칠성장어로부터 진화해 전달된 것이다. 그리고 선조체로 인해 현대사회의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등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칠성장어나 인류나 살아남기 위한 행동 전략은 같다. “어떤 행동이 먹이를 찾거나, 섹스 파트너를 구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데 성공하여 생존이나 유전자 전달의 기회를 높이면 선조체는 도파민을 분비하고 해당 행동은 강화된다.”
겨울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다. 엄동설한이 지나가면, 우리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더위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나 더울까. 현대사회에서 넘쳐나는 음식과 에너지, 즉각적인 편의는 인간의 승리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회복 불가능한 지구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이 책은 파국을 외부의 탐욕이나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 내부 깊숙이 자리한 뇌의 작동 방식에서 찾는다. “우리는 풍요와 건강, 무절제한 소비를 누리며 사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뇌는 파괴와 지배에 이끌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수십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기관”이었다며, “우리는 과소비, 과잉 생산, 과잉 개발, 과잉 공급, 과잉 부채, 과열 경기에 휩싸여 있는데, 이는 우리 뇌의 일부가 자동으로 우리를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이 던지는 불편한 통찰은 명확하다. 인간의 뇌는 장기적 생존보다 즉각적 이익과 지배, 확장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과몰입과 과잉소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자동화된 회로가 우리를 그 방향으로 밀어 넣은 결과다. 이 점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라기보다 정교하지만 낡은 신경 장치에 의해 조종되는 생물에 가깝다.
지구 평균기온, 2100년까지
3~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기후 위기는 그 대가를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1세기말까지 지구 해수면은 최소 80센티미터에서 최대 6미터 사이에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류가 온난화를 얼마나 억제하느냐(현재는 1.5도 이내)에 달려 있다. 동시에 지구 평균기온은 2100년까지 3~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로 위에 우리가 올라서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자연재해의 비용은 이미 지난 20년 동안 3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전보다 250%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이 막대한 손실조차 인간의 행동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뇌는 손실보다 보상에, 미래보다 현재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KISTEP Think 2026, 9대 과학기술혁신 아젠다」는 “평군기온 상승뿐 아니라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 증가는 주요국 산업활동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작년 가을 76년 만의 9월 폭염, 11월 폭설 등 이상기후를 경험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 이후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 중 세 번째는 다음과 같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 지구온난화, 우주경제, 달·화성 및 심해자원 발굴 등 ‘지구 환경변화와 자원개척’이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선조체는 바로 그 메커니즘의 중심에 있다. 선조체는 생존 그 자체였으며, 그것이 없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선택은 오직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만을 살아남게 했다. 그 결과 선조체는 “더 많은 것을 얻을 경우에만 자기 일을 수행” 하는 장치로 굳어졌다. 문제는 이 장치가 결코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위기를 인식하는 방식 또한 뇌와 사회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이다. 서유럽에서는 다수의 시민이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구만이 이를 인정한다. 아시아에서는 오염의 심각성이 일상으로 체감된다. 중국의 대도시에서 마스크 없는 생활이 어려워진 현실은 인식과 체험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인간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한계 역시 우리의 대응 능력을 제약한다. 뇌는 약 150명 규모의 관계망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는 씨족 사회와 현대의 소셜 네트워크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수천 명의 ‘친구’를 보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책임과 연대가 작동하는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지구적 위기가 쉽게 추상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링크드인과 같은 전문 소셜 네트워크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데 가장 이상적인 연락처 수는 15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해결책 제시에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다. 핵심은 인간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의 방향으로 몰아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는 문제의식은 행동 변화 이전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칠성장어에서 인간까지 이어진 선조체가 도파민 보상을 통해 생존을 최적화해 왔으며, 그 동일한 메커니즘이 오늘날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의 근원이라고 진단한다. 인간은 장기적 위험을 알면서도 즉각적 보상에 반응하도록 진화한 뇌 때문에 파국을 향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구조적으로 밀려나고 있다.
신경학적 보상 시스템 이용해
이윤 극대화해 온 산업·기업들
그렇다고 이 책이 생물학적 결정론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신경학적 보상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이윤을 극대화해 온 산업과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다. 생태계를 법적 주체로 인정하고, 화석연료 채굴을 중단하며, 성장과 축적 중심의 모델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뇌를 넘어 사회 구조로 시선을 확장한 결과다.
일상 속에서도 뇌의 역설은 드러난다. 우리는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지만, 그 정보 소비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킨다. 한 번의 검색이 커피 반 잔을 끓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쓴다는 사실은 “날씨를 아는 것이 날씨를 덥게 만든다”라는 역설을 현실로 만든다. 인간은 위협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위협을 증폭시키는 존재다. 저자는 “2016년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자 알렉스 위스너 그로스에 따르면, 하루에 50억 건 이상의 검색 요청을 처리하는 구글 서버에서 한 번의 검색이 발생시키는 열량은 커피 반 잔을 끓이는 것과 맞먹는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교에 반응하는 원숭이의 뇌 실험은 인간 소비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춘다. 보상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타인보다 더 많이 가졌다는 사실에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점은 경쟁과 과시가 얼마나 깊이 뇌에 각인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메커니즘 앞에서 과잉 소비와 자원 낭비는 거의 자동 반응에 가깝다.
“만약 두 마리 붉은털원숭이를 맛있는 먹이를 얻을 수 있게 그들이 조작할 수 있는 태블릿이 놓인 탁자 앞에 마주 앉혔다고 하자. 이때 먹이가 불평등한 몫으로 분배되었다면, 더 많은 몫을 받은 원숭이의 선조체 앞부분에 위치한 특정 뉴런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부위에서는 매우 높은 농도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반대로 더 적은 몫을 받은 원숭이의 뇌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대신 실망하거나 낙담한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선조체의 신경세포 약 1/5을 차지하는 이 뉴런은 사회적 비교에만 반응할 뿐 원숭이가 받은 보상이 지닌 가치 자체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원숭이가 땅콩 두 개를 얻고 상대방은 한 개만 받는다면 그의 선조체 뉴런이 활성화되어 도파민이 분비되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한 원숭이가 천 개나 되는 땅콩을 받더라도 옆의 원숭이가 단 한 개라도 더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의 뉴런은 반응하지 않는다.”
고기 소비의 폭증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위해 수만 리터의 물과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식탁을 바꾸지 못한다. 이미 충분히 먹고 있음에도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현실은 인류가 ‘과체중 상태의 문명’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세바스티앙 볼레는 “현재 전 세계에서는 연간 6,800만 톤의 쇠고기(연간 약 3억 마리 규모로 초당 2톤의 쇠고기 생산), 1억 1,000만 톤의 돼지고기(연간 8억 마리, 초당 35톤), 1억 1,500만 톤의 닭고기(연간 860억 마리, 초당 3.5톤)가 생산되며, 이 수치는 2025년까지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연간 3억 톤의 고기를 집어삼키고, 그 소비량이 2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 인류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결론은 냉정하다. 선조체는 수억 년 전부터 같은 목표를 추구해 왔고, 스스로를 제한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뇌에는 협력과 이타주의라는 또 다른 잠재력도 존재한다. 『뇌의 역습, 인간은 왜 지구 파괴를 멈추지 못하는가』는 파국의 예언서라기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직시하게 만드는 과학적 성찰의 기록이다. 변화는 뇌를 부정하는 데서가 아니라 뇌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희망의 가능성을 남긴다.
<참고자료>
1.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2021)
2. 『뇌의 역습, 인간은 왜 지구 파괴를 멈추지 못하는가』(세바스티앙 볼레 지음 │ 전광철 옮김 │ 착한책가게 │ 2025)
3. 「KISTEP Think 2026, 9대 과학기술혁신 아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