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트업 A to B] 2. 6년 동안 있으며 느낀 바이오 스타트업의 좋은 점, 보람 그리고 어려운 점
오늘은 내가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6년 동안 일하면서 직접 느낀 장점과 보람되었던 점 그리고 단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직장으로 바이오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이직 없이 지금까지 쭉 다니고 있는 지라 내가 오늘 하는 이야기로 모든 바이오 스타트업이 다 그렇다는 일반화를 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재직자들 1000여 명이 모여 있는 방에서 바이오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들어보면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말미암아 바이오 스타트업에 취업을 염두해 두고 있는 분들은 한번 관심을 갖고 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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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장점
먼저 바이오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느낀 장점과 보람되었던 점부터 나열해 보겠다.
새로 생긴 스타트업에 입사한 지 0~2년 된 사람들도 이루어진 집단이다 보니 다들 열의와 열정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특히 으쌰으쌰 하며 서로 끌어주고 당겨 주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대학원에서는 혼자 고립되어 솔로 플레이를 했는데 여기선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그런 점이 더욱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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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심히 해서 나온 결과물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매주 실험 결과를 보고하는 랩미팅 자리에서 팀장뿐만 아니라 이사와 대표도 참여하여 결과에 대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사와 대표에게도 거리낌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라서 자유롭게 대화가 오고 갔고 그 속에 내가 놓치거나 생각지 못한 점들도 잡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참여하는 자리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것과 방향이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수정안을 바로바로 결정하여 진행할 수 있어 일의 진척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다.
회사가 소규모다 보니 작은 성과물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빛났다. 내 성과물로부터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기사가 나오고 펀딩을 따오게 됨에 따라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쌓인 성과들은 다음 연봉 협상에서 즉각 반영되었다. 큰 회사일수록 연차에 따른 정해진 연봉 상승률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성과가 연봉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의 성과물로 회사가 발전되는 게 보이고 이에 따라 나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더욱더 회사를 사랑하고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단점
그럼 이제 내가 겪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어려운 점 및 단점을 풀어 보도록 하겠다.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고용 불안정성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안정성이 담보가 된다면 그만큼 다른 잡생각 안 하고 일에만 매진하면 된다. 그런데 스타트업, 그것도 매출이 없거나 영업손실이 매년 누적되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우 고용 불안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머리 한켠에는 회사가 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플랜 B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투자금으로 100억, 200억을 받았어도 이래저래 설비를 갖추고 나면 투자금은 예상보다 더 일찍 소진되고 자금난에 허덕일 수 있다.
그러면서 애초에 내가 이 회사에서 담당한 일 이외에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연구개발 업무로 들어왔는데 운영 쪽 직원이 다 나가서 해당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에 있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가 이런 거 하려고 어려운 학위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온 것이 아닐 텐데 하고 말이다. 다른 업무로 시간만 보내다 보면 물경력만 쌓이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도 쌓이게 된다. 다른 업무를 하더라도 또 다른 커리어 파이프라인으로 이어갈 만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면 좋겠지만 전혀 엉뚱한 것을 하게 된다면 정말 물경력이 될 뿐이다.
그래서 바이오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사람은 이러한 고용 불안정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라도 이직을 위한 준비를 틈틈이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준비라고 하면 본인이 해당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쌓은 경력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내가 1년 동안 어떠한 일을 수행하고 성과를 냈는지를 수치화해 두면 좋다. 가령 기존 배양 공정 수율 30% 에서 80% 향상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이직할 때 제출하는 경력기술서에 들어가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영어도 비즈니스 영어가 가능할 정도로 계속 꾸준히 연습해 두는 것이 좋다. 영어를 잘하면 그만큼 더 기회가 생긴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창기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실험 물품 재고 조사 및 구매에서부터 시작해서 징계와 같은 부분 및 연봉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그냥 대표의 기분?에 따라 비슷한 사안이라고 해도 중징계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고 가벼운 징계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KPI에 따라 1년 동안의 성과를 정량화한 것으로 연봉 인상률을 정하는 것이 합당하겠으나 그냥 대표 눈에 잘 들어온 사람이 연봉을 높게 받는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표한테 사바사바 하면서 사내 정치질이 시작되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은 환경에서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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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는 대체적으로 연봉도 낮고 복지도 열악하고 시설도 좋지 않다. 오래된 학교에서 시작하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환경이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초창기에 오래된 대학에서 시작해서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맨 처음에 너무 현타가 왔었다. 형광 현미경 암실이 없어서 암막 커튼으로 현미경과 실험자가 둘러싸고 현미경에 연결된 전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태블릿 PC로 찍는 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학기술원의 깨끗한 환경과 최신식의 장비를 다루며 학위를 마치고 오니 더욱 상대적 열악함을 몸소 느꼈다. 그렇기에 시설도 좋고 휴가철에 회사와 연계된 호텔에서 보내고 연봉도 높게 시작한 대기업에 입사한 대학원 동기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회사 네임밸류가 없다는 점도 나름 고충 아닌 고충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오랜만에 친척을 만나 내게 다니는 직장을 물어보면 길게 설명해야 한다. 직장 이름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줘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대웅제약 다닌다 하면 끝날 것은 세포치료제는 연구개발하는데 세포는 뭐고 세포치료제는 뭐고 왜 이 회사가 좋은지 등등..
지금까지 바이오 스타트업의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분명 스타트업 중에는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른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내가 말한 안 좋은 점이 없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좋은 점이 많은 스타트업을 잘 선정해서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P.S. 댓글로도 본인이 경험한 바이오 스타트업의 명암을 이야기해 보면 취업 준비생들에게 큰 참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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