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여러 학술지를 운영하는 학회에서 학술지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논문이 투고되고, 심사를 거쳐, 교정과 출판을 지나 최종적으로 세상에 공개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
학술지마다 분야와 성격,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학술지는 심사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어떤 학술지는 출판 속도와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대부분 비슷하게 진행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새내기 연구자 또는 학생 연구자들을 위해서 논문 한 편이 학술지에 게재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 투고(Submission)
2. 편집 검토(Desk Review)
3. 동료 심사(Peer Review)
4. 수정 및 재심사(Revision Review)
5. 게재 승인(Acceptance)
6. 교정본 확인(Galley Proof)
7. 최종 게재(Publication)
나는 여러 연구자 커뮤니티를 학생 때는 배우기 위해 접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논문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불만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대신 답변해주고 싶은 글도 정말 많다. 하지만 내가 속한 저널이 아닌 경우에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지켜보는 편이다.
그래도 편집 회의에 들어가면 이런 의견들이 있었다는 점은 꼭 공유한다. 편집위원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반려 사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반려만큼 연구자에게 힘 빠지는 일도 없으니까.
1. Submission (Pre-Review Rejection)
많은 연구자들은 논문을 투고하면 바로 심사위원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전에 여러 확인 과정이 먼저 진행된다. 학술지 담당자는 투고된 원고가 학술지의 기본 형식과 규정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심사 진행이 가능한 상태 인지를 먼저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파일 누락 여부와 저자지침 준수 여부다. Cover letter, Figure file, Supplementary material처럼 필수 파일이 빠져 있는 경우도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참고문헌 양식이나 그림 형식이 학술지 규정과 맞지 않아 수정 요청이 나가는 경우도 많다.
조금 더 중요한 문제는 연구 윤리와 관련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카피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이전에 반려된 논문을 큰 수정 없이 다시 투고한 경우에는 심사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반려 되는 경우가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확인 과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학술지 입장에서는 이후 심사 과정의 원활한 진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다.
“Cover letter 꼭 같이 투고하세요!”
2. Desk Review (Editorial Rejection)
투고된 논문은 먼저 저널의 퀄리티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편집위원님이 1차적으로 내용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는 논문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함께 학술지의 방향성과 주제 적합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후 논문의 세부 전공 분야에 맞추어 해당 분야 에디터(Editor)에게 배정된다.
이 단계에서도 논문이 반려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최근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해 figure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아직 까지는 학술지마다 AI 활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연구 데이터와 관련된 이미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실제 투고 과정에서도 AI 활용 여부를 민감하게 확인하는 편이다.
내가 경험한 범위에서는 대부분의 학술지들이 아직 AI로 생성하거나 수정한 figure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부분에서 반려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 Peer Review (Reviewer Comments & Decision)
이제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단계일 것이다. 투고된 논문은 해당 분야의 Reviewer를 초청하여 1차 심사가 진행되고, 리뷰 결과를 바탕으로 handling editor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Reviewer들은 논문의 연구 목적, 방법, 결과의 타당성, 해석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수정이나 보완 의견을 제시한다.
아마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긴장되는 단계도 이 과정일 것이다. 어떤 Reviewer를 만나느냐에 따라 논문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나 수정 요청을 받기도 한다.
반려 사유는 정말 다양하다. 데이터의 부족, 연구 방법의 한계, 논문의 완성도, 학술지와의 적합성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좋은 Reviewer를 선정하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 Reviewer마다 연구실에서 주로 다루는 분야나 익숙한 실험 기법, 연구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논문을 가장 잘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Cover letter”이다.
Cover letter 작성 시 추천 Reviewer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 Reviewer 선정은 심사 에디터가 결정하지만, 추천 Reviewer 리스트를 제출하는 이유도 결국 해당 연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의견을 내 소견을 덧붙이자면, 매칭이 되지 않았을 경우는 그들이 Review Invitation을 거절했을 경우이다. 내가 담당하는 저널의 경우에는 제출된 추천 Reviewer 리스트를 참고하여 초청을 진행한다. 보통 1~2차례 정도 초청을 진행하고, 그럼에도 참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Reviewer를 섭외하게 된다.
4. Revision (Major/Minor Revision, Re-review)
이 단계는 경우의 수가 정말 다양하다. Reviewer 의견에 대한 수정과 답변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추가 수정이나 재심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논문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단계이기도 하다.
내가 투고자 였을 때는 사실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수정 요청 메일이 올 때마다 괜히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고, 또 뭘 수정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에디터와 Reviewer들이 논문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revision 과정 역시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revision이 두 번 이상 넘어가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결국 한 편의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기까지는 수많은 검토와 수정, 그리고 기다림의 과정을 거친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 세상에 나온 논문은 연구자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연구자가 아닌 학술지 담당자의 위치에서 이 과정을 바라보며 논문이 최종 게재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저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