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출발선, 그러나 더 필요한 부분]연구자 출신이 임상 관련 직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과 태도를 임상업무에 바로 적용해서 해석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연구자 출신이라는 배경은 임상 관련 직무에서 분명 유리한 출발선이 됩니다. 연구분야에 대한 기본지식 및 탐구능력, 논문에 대한 해석과 분석능력, 그리고 이를 실제로 실험으로 연계해서 다양한 실험방법 및 기자재, 원료를 셋업하고 사용해 본 경험은 임상현장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완성된 자격은 아닐 것입니다. 연구자가 임상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익숙했던 ‘가설 중심, 실험 중심’ 사고를 확장해서, 임상시험 전체 일정, 시험이 수행되는 국가와 지역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 글로벌 기준에서 요구되는 규정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나 이를 해석해 보고자 하는 태도,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CRO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및 수많은 바이오 기업에서는 지금도 연구자 출신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험을 잘해왔기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또는 예측가능한 위험 앞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요구하는데, 성공적으로 직무를 이동했던 분은 이를 잘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연구실에서 다음 사항을 경험하였고(표 2.), 이를 성공적인 결과로 만들어 내었던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제약회사, 바이오 기업 또는 CRO에서 임상관리자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표 2.] 연구실 경험을 임상시험 관리자 역량으로 확장 가능성
[연재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연재를 시작하면서,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연구실을 나와 기업으로: 좌충우돌 이직 노하우”의 첫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읽어 주신 시간만큼에 부응할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당시 산업자원부의 국책사업을 기반으로 바이오테크 분야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전국에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던 지역 바이오클러스트를 연결을 목표했던 ‘코리아 바이오허브 센터’에서 연구실을 나와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국내 제약회사(현, GC녹십자, JW중외제약)에서 약 6년간 업무를 한 경력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에서 지금까지 약 12년간 임상시험 모니터요원 및 관리자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CRO에서 일하면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서 각각 임상시험 관리자(Project Manager, PM) 또는 BD(Business Development)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외 환경에서의 실무경험도 쌓았습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BK21 사업단에서 CRO 산업 및 관련 직무 현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석·박사 과정생들이 학교와 연구실을 넘어 산업 내 다양한 커리어 경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다양한 이직 경험과 산업 현장, 그리고 교육 및 강연 활동을 바탕으로, 본 연재에서는 연구실 밖에서 연구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 내 커리어 경로와 각 직무의 실제 역할, 요구 역량, 그리고 이직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시행착오를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용어설명]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제약회사 또는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신약 또는 의료기기 개발의 과정을 일부 또는 전체를 위탁받아서, 임상시험의 설계,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 규제관리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 임상시험 모니터요원):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에서 해당 임상시험이 계획서와 규정에 따라서 안전하고 정확하게 진행되는지를 모니터링(주기적으로 임상시험실시기관을 방문하여 계획서대로 임상시험이 진행되는지를 점검)을 통해서 확인하는 담당자.
PM(Project Manager): 업체에 따라서는 Project Leader(PL)로 부르기도 하며, 임상시험에 대한 예산, 일정, 인력 및 품질 전체를 총괄 운영하는 관리자.
[참고문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양성 방안’, KPBMA Focus 제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