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t-lab과 Dry-lab 연구자에 대한 이해
연재 두 번째,
“2. 공동 1 저자는 갈등의 시작인가?” 에서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공유해 주신 플라즈마 님, 늘푸른꿈 님, 강시 님, 456 님, YYY 님, Penguin 님, 드로 님, Now4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조금 예상했던 의견도 있었고 새로운 의견도 있었습니다. 의견 주신 모든 분들께서 wet-lab work와 dry-lab work을 하시는 연구자들의 고충과 기여도에 대해 다양하고 좋은 의견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Dry-lab work에 비하여, wet-lab work이 훨씬 어렵고 노동 집약적이고, 결과 도출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 dry-lab work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Wet-lab work이 dry-lab work보다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이유로, 저자 순서에서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Wet-lab work 또는 dry-lab 연구자분들은 가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여, 본 연재 주제와는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세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합니다.
- 첫번째 에피소드: 서로 다른 기술을 갖고 있음을 이해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좀 더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을 텐데요.

[그림 1] Wet-lab 그리고 dry-lab 연구자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
- 두 번째 에피소드: 저는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송유라 님의 연재, [해외 연구실 실전편 36]에서 몇 개의 단어를 조금 가져왔습니다. Dry-lab 연구자들을 조금 미워(?) 하시는 듯하여 가끔은 조금 서글픕니다.
“바이오인포메틱스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을 한다는 핑계로 실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르니 가능하면 western blot이나 qPCR 같은 기본적인 실험부터, 적어도 Mouse care까지 경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실험실 일원이니 실험 물품 주문/수령이나, -80 defrosting 참여시켜야 합니다.”
- 세 번째 에피소드: Dry-lab연구자로서 저는 이런 부탁을 가끔 듣습니다. 화장실 가려 복도를 걷다 보면, 옆 실험실의 PI가 저를 붙잡고 묻습니다.
“Hey, how are you? 당신은 바이오인포메틱스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실험실에 조금 오래된 bulk RNA-seq data가 있는데, 분석을 조금 도와줄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일 겁니다. 물론 논문 투고 시 co-authorship에 포함시켜 드리겠습니다.”
잘 모르는 분일지리도 부탁하면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절하면,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매정하다. 본인에게 어려운 일 아닐 텐데...” 그렇다고, 수락하고 얘기하다 보면, scRNA-seq 얘기도 나오고, 후속 추가 시퀀싱 계획도 나오고 그럽니다.
그럼, 본 연재의 주제, 공동 1 저자 결정에 대한 갈등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현재 많은 실험실에서 어찌하여 공동 1 저자 결정이 갈등이 되고 있는지, 많은 연구자들이 어찌하여 불만을 품게 되는지, 연재 2편에서 받은 의견과 제 의견을 반영하여 연구자 A 그리고 B의 생각을 조금 극단적인 방향으로 서술해 보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의견과 의도를 조금 잘 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에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만일 연구자 A (wet-lab 박사과정) 혹은 연구자 B (dry-lab 포닥)라면, 공동 1 저자 안 받아들입니다. 안 받아들이고 싶은 이유는 여려가지가 있습니다. 연구자 A가 연구자 B의 도움을 받게 되면 반드시 연구자 B에게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를 줘야 하는 원칙이 없듯이, 연구자 B 역시 연구자 A를 반드시 도와줘야 할 원칙도 없고 두 번째 자리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 또한 없습니다. 공동 연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고, 연구자 A와 B 모두 자유롭게 본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연구자 A:
“교수님, 저는 현재 박사 과정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이 논문이 앞으로 나의 경력(career)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고 있습니다. 이 논문을 높은 저널에 발표하고, 이를 실적으로 크고 유명한 실험실에 포닥으로 가고 싶습니다. 공동 1 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면, 이 논문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저의 경력과 실력은 약 50%로 줄어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을 제가 직접 익히든지 외주 업체에 맡겨 결과를 얻고, 논문은 제가 다 완성하겠습니다. 안되면,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 계획을 줄이겠습니다. 교수님, 단독 1 저자로 논문 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지도교수:
“Wet-lab work을 하면서 바이오인포메틱스를 익혀 직접 하는 것은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립니다. 배우는 것도 결국은 경험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외주 업체에 맡겨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쉬운 분석은 아닙니다. 분석의 양이 많아 일 년은 걸릴 듯한데, 비용도 많이 부담될 듯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석 중간중간 논의 과정을 거쳐 분석 방향도 수정하고 추가 분석을 요구할 경우도 많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미팅 잡고 결과 설명 듣고 원하는 방향 이해시키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연구자 B:
“교수님, 저도 공동 1 저자 제안을 따르기가 곤란합니다. 제가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연구자 A의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분석은 절대 단순한 분석 업무가 아닙니다. 연구자 A의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만 매달린다 해도, 중간중간 논의하면서 분석 방향 결정하고, 그림 만들고, 수정하고 결과 작성하려면 제 시간도 많이 뺏기고, 최소 1년 반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될 공동 1 저자의 두 번째 자리는, 제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연구자 A의 분석을 맡게 되어,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현재 제 프로젝트 잘 되고 있으니, 집중해서 좋은 논문 내고, 제 경력을 위해 다음 단계로 어서 가고 싶습니다"
지도교수: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래서 공동 1 저자 자리를 제안하잖아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연구자 B의 연구 경험에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연구자 A:
“설령 연구자 B가 bioinformatics 분석 결과를 만들어 준다 해도, 저는 제가 단독 1 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시작, 가설 및 방향 설정, 지금까지의 wet-lab work 진행,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 모두 제가 제시했습니다. 더군다나 시퀀싱 데이터도 제가 생산하게 될 테니 **제 데이터입니다** 이미 개발된 분석 tool들 돌려서 단순히 분석을 도와주었다는 공로로 공동 1 저자로 논문의 실적을 나눈다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Wet-lab 실험으로 이만큼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시간을 보냈는지 아시잖습니까?”
**제 데이터,** 본인이 실험한 cell line이나 mouse에서 시퀀싱 데이터를 얻었으니, 본인 테이터라고 생각하시는 분을 본 적 있습니다. 저는 그 시퀀싱 테이터가 실험실 데이터이지 본인 데이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면 의견 남겨주세요.
지도교수:
“연구자 A는 공동 1 저자 첫 번째 저자가 됩니다. 그리고 단순히 분석을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많은 연구 결과를 담은 좋은 논문은 혼자의 힘으로 완성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연구자 B의 공로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연구자 B: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일이 wet-lab 실험에 비해 조금 쉬운 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개발된 분석 tool들 돌려서 단순히 분석을 도와준다.’라고 얘기하는 건 서운합니다. 그렇게 단순한 일 같으면 wet-lab 하시는 분들도 코딩 간략히 배우고 분석 tool 사용하는 방법 직접 익히셔서 바이오인포메틱스 일도 동시에 하면 되겠습니다. Public WGS 테이터를 dbGaP에서 다운 받으려면, IRB, 데이터 사용 신청서 (Data use agreement) 작성 등의 행정업무부터, 슈퍼컴퓨터 (리눅스), 아마존 AWS S3, 구글 클라우드 다 사용해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WGS, bulk RNA-seq, scRNA-seq, scATAC-seq, Cut&Tag-seq, 서로 다른 multi-omics 데이터 전부 분석해야 하는데, 이 많은 시퀀싱 데이터 분석하고 그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코딩을 해야 하는지 상상이 안 갑니다. 이 많은 시퀀싱 데이터 분석, 절대 1년 반에 마칠 수 없습니다. 이 많은 일을 하고 ‘겨우' 공동 1 저자 얻는다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 공동 1 저자는 50% vs 50%라 말하기 어려움
연재 1편에서 설명하였듯이, 공동 1 저자 첫 번째와 두 번째 자리는 동등하게 대우받는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가 기분상 조금 밀리는 느낌을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일반 2 저자가 될 연구자가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로 투고 전 갑자기 올라온다면 감사할 일지만, 단독 1 저자에서 공동 1 저자의 첫 번째 저자가 된 연구자에게는 절대 행복한 일이 아닙니다.
- Wet-lab 그리고 dry-lab연구자는 서로 이해해야
Wet-lab 실험, 저도 해 보았기에 결과 얻는 과정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web-lab 실험 연구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dry-lab work에 비하여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인정을 받고 싶어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연구자 A의 입장에서는 연구자 B에게 공동 1 저자의 두번째 자리를 갑자기(?) 내주는 게 아닌가, 본인이 쌓아올린 연구 업적을 뒤늦게 승차한 연구자 B와 나눠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만이 분명 생길 수 있습니다.
연구자 B 입장에서, 만일 bulk RNA-seq, scRNA-seq 정도의 분석 요청이 들어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web-lab 연구자가 도움 청하면 한 번 정도는 기꺼이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재 2편에서 소개한 공동 연구의 예는 dry-lab work 분석량이 예상보다 너무 많습니다. 연구자 B는 현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연구자 A와 지도교수의 여러 가지 시퀀싱 데이터 분석 요청을 받아들이면 1.5년 정도를 소요해야 하는데,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 연구자 A와 연구자 B는 서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야
연구자 A와 B의 사이가 돈독하고 지도교수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연구자 A는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를 연구자 B에게 기꺼이 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 B는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몇 개월 분석 일을 하다 보면 업무량이 너무 많아 분명 불만이 생기고, 공동 1 저자의 두번 째 자리가 주어지는 대가로 작아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연구자 A입장에서는 연구자 B가 얼마나 고생(?)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처음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다음 글, 연구자A가 공동 1저자 첫번째로 연구를 계속할 때
다음 이야기에서는 연구자 A와 연구자 B가 잘 협력하여 공동 1 저자로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상황이라는 가정에서, 연구자 A가 두려워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혹시 어떤 상황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짐작이 간다면 댓글에 작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의 시작을 연구자 A가 했다 하여, 끝맺음 혹은 결정권이 연구자 A에게 모두 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