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이후의 진로 고민] 9년 대학원 과정 동안의 자기 고찰-못난 연구자의 자기 갈 길 찾기
대학원 이후에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나의 연구 역량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거 같다. 대학원을 시작하고 내재되어 있는 성실함에 물량적으로 실험을 많이 했었다. 매주 랩 미팅이 있었는데 일단 다른 동기들과 비교해도 나의 실험 데이터양은 많았었다. 연구 주제 자체도 계속 실험해야 하고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그런 것들이었다. 이런 모습이 지도 교수의 눈에는 좋게 보였는지 신뢰를 좀 받았던 거 같다. 대학원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제 학회에 포스터 발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뒤 이어 국내 학회에서도 참가하여 포스터 발표상을 받았다.
사진 출처: Pixabay 석박통합 과정 3년 차 일 때 그것을 깨닫고 연구 역량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며 석사로 전환하고자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도 부족했고 결정적으로 지도교수가 붙잡았다. 그때까지도 지도 교수는 나의 연구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셨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냥 여전히 성실함만 봤던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석사 전환은 물 건너갔으니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연구를 열심히 했다. 아니 또 실험만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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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되면 목표는 논문 게재였다. 결국 대학원에 들어오면 그 끝은 졸업 아니겠는가. 당시 내가 다닌 학교에는 일정 개수의 논문이 졸업 요건으로 있었기 때문에 매년 목표가 논문이었던 거 같다. 아마 연구 잘하는 연구자는 자기가 열심히 연구해서 난 좋은 결과물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들에게 논문은 목표가 아니라 그냥 마지막 결과물인 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졸업이라는 목적에 논문 게재가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하는 연구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더 받았던 거 같았다. 그렇게 논문을 바라고 바랬건만 역량이 부족했던 나는 7년 차까지 논문이 나오지 않았다.
석박통합 학위를 선택하면 5~6년 졸업을 생각하게 되는데 논문이 한 편도 없었던 나는 졸업을 할 수 없었다. 졸업을 할 수 없었는데 졸업은 하고 싶었다. 졸업하면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마냥 졸업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던 것 같다. 연구자의 끝판왕인 교수는 못되겠구나.
사진 출처: Pixabay 박사 졸업 후 포닥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 연구에 대한 자신감과 아직 연구에 대한 흥미가 계속 남아 있어서 그런 거 같다. 그래서 그 연구가 잘되면 아주 저명한 기관으로 가든지 교직으로 가게 되는 것일 것이다. 나는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듯 연구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상실되었기 때문에 포닥 갈 생각은 전혀 하지 말라는 이 박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마음을 굳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이 박사도 나와 직접적으로 같이 연구하니 나의 연구 역량과 흥미도를 파악하셔서 더욱 그런 말씀을 하신 거 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30대 중반에 외국 나가서 3~4년 포닥하면 거의 나이가 40일 것이고 교수가 되지 못하면 취업을 해야 할 텐데 많은 나이가 걸림 돌이 될 수 있는 한국 직장 문화에서 신입으로 취업하긴 힘들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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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의 길을 가고 싶지 않은 박사들의 또 다른 선택지는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일 수 있다. 기업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 원하는 연구와 학계에서 원하는 연구는 큰 차이가 있는 거 같다. 학계에선 새로운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주목적이 있는 반면에 회사에선 돈이 되고 써먹을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가령 어류 세포주를 연구한다고 해보자. 학계에선 어류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세포주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에 반해 배양육을 만드는 회사에선 어떠한 어류의 어떤 기관의 세포를 선택해야 미래 소비자로부터 거부감이 들지 않으며 상업성이 있고, 어떠한 방식으로 세포주를 만들고 관리해야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 등 상업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업에선 연구 직무로 박사를 뽑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무 적합도를 많이 본다. 해당 기업에서 딱 필요로 하는 직무에 매우 가까운 박사를 원한다. 그래서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가 실제 산업 현장에 쓰이는 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그동안 대학원 과정 동안 연구한 내용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그럼 내 길은 없는가' 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업에는 박사 학위를 받고 바로 취업하는 프레시 박사들이 갈 수 있는 직무 들은 연구 외에도 많다. 연구, 개발, 기획, 사업개발, 임상, 학술, 기술영업 등. 나의 연구 분야가 현재 산업계 연구와 핏이 맞지 않다면 이렇게 다른 직무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나도 취업해야지 결심이 섰을 때는 연구 밖에 알지 못했다. 현재 현직에 있으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박사가 여러 직무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렇게 나는 학계 연구자가 아니라 산업계의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졸업을 위해 올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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