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을 위한 연구 생활 가이드] 3. AI 올바르게 활용하기

📌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 생활 가이드: AI 올바르게 활용하기
1. 대학원에서의 AI 사용에 대하여
최근 AI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으며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의 무분별한 사용은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나 문제 풀이 같은 과제를 스스로의 노력 없이 AI에 의존해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해 버리거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들었던 논문 세미나 발표 수업 때의 일입니다. 한 학생이 논문 본문을 그대로 AI 번역기에 돌려 한글로 번역한 뒤에, 그 내용을 그대로 읽으며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이끌어야 할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동은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AI 사용은 당장의 과제나 발표 등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지의 늪에 빠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I 사용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활용한다면 연구와 학습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AI를 현명하게 활용하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저만의 가이드라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 AI를 활용한 연구실 초반 적응
AI를 통한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습의 주체는 자기 자신’ 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저널 미팅을 위해 논문을 읽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논문 전체를 AI에 입력하고 요약본만 받아 그대로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이러한 방식은 학습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나의 이해를 돕는 '보조 수단'일뿐이며, 생각의 주체는 항상 나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연구실에 갓 들어온 신입생이라면 전공 용어나 배경지식이 부족해 랩미팅을 이해하거나 논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AI를 활용하면 보다 편하게 배경지식의 기초 뼈대를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poptosis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이 분야가 처음인 사람도 알기 쉽게 설명해 줘’라고 요청하면 apoptosis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역할, 예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도 AI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논문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abstract나 introduction 전체를 입력하고 핵심 흐름을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해 보시면 좋습니다. 전반적인 맥락을 먼저 인지하고 읽기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래프나 데이터를 분석할 때도 바로 답을 구하기보다는 각 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 본 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AI에게 물어보면 좋습니다. 이처럼 초반에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생소한 분야의 논문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3. 대학원에서 AI의 다양한 활용처
논문 읽기 외에도 AI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실험 결과를 다각도로 해석하고 추가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AI는 훌륭한 가상의 동료가 되어줍니다. ‘이 데이터를 이런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디스커션을 하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관련 논문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학회 발표를 준비할 때도 AI는 큰 도움이 됩니다. 발표 스크립트를 작성한 후 AI에게 어색한 표현에 대한 피드백이나 예상 질문을 요청하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영어로 글을 쓸 때도 AI에게 교정을 요청하고 올바른 문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영작 실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영문 이메일을 작성할 때, 적절한 단어와 문장들을 사용했는지 확인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Bioinformatics 전공자나 데이터 분석 비중이 높은 연구자에게 AI는 매우 유용합니다. 원하는 기능을 입력해 빠르게 코드를 얻을 수 있고, 직접 작성한 코드의 오류를 찾거나 복잡한 코드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AI를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4. AI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
AI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이를 방지하면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AI가 준 정보를 직접 검색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때, 단순히 답변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 나서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터넷이나 관련 문헌을 통해 사실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보는 더욱 깊게 뇌에 각인됩니다.
영어로 작성된 논문을 그대로 AI에 입력해 한국어로 번역하여 읽는 행위 또한 지양해야 합니다. 독해에 숙달되기만 하면 영어 본문을 직접 읽는 것이 이해도와 속도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 연구 환경에서는 대부분 영어로 된 전문 용어로 소통하므로, 번역에만 의존하면 소통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AI나 인터넷에 나오는 실험 프로토콜보다 연구실 고유의 프로토콜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프로토콜은 연구실의 특수한 상황과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실험을 세팅하는 상황이라면 공개된 프로토콜을 참고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이 나중에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할 때도 좋고 결과가 더 잘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AI는 만능이 아닌 하나의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합니다. AI의 답변은 때로 편향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사용자의 생각의 틀을 제한할 위험도 있습니다. AI를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 실수도 하는 동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AI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자들의 의견을 참고하며 스스로 연구를 주도해 나가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맺음말
마거릿 보든(Margaret A. Boden)은 저서 '창조적인 마음(The Creative Mind)'에서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결합하여 낯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조합적 창의성(Combinational Creativity)'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본인의 배경지식과 연결하려 끊임없이 노력할 때, 비로소 독창적인 연구 아이디어가 탄생합니다. AI의 발달로 정보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 연구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주체는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AI 시대에 든든한 조력자를 옆에 두고, 여러분만의 길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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