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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 #과즐러] 비만치료제(GLP-1)가 먹지도 않았는데 배부르게 한다고? - 김규식 님
Bio통신원(BRICx과학커뮤니케이터)
"톡톡인터뷰"는 BRIC과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기획인터뷰입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통해 최신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연구경험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생생한 연구자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톡톡인터뷰는 최근 소개된 한빛사 연구자들 중 제1저자분들을 만나보는 인터뷰로 월 1편씩 총 10편의 영상인터뷰를 소개하게 됩니다. (BRIC 운영진) |
BRIC x 과커 <톡톡인터뷰> #과즐러
Q. BRIC과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만났습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 과즐러가 연구자를 모시고 톡톡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여기 서울대에 와 있는데요.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고 계신 김규식 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시스템 신경과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김규식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발표하게 된 논문은 음식이 실제로 우리 뱃속에 들어오기도 전에 우리가 어떻게 배부름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GLP-1이라는 약물이 배에 음식이 들어오기도 전에 배부름을 어떻게 유발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연구한 논문입니다.
Q. 지금 일단 얘기하신 모든 내용이 다 신기한데, GLP-1이라고 하면 비만 치료제인 거죠? 시스템 신경과학이라는 분야는 어떤 연구를 하는 건가요?
뇌 속에 있는 신경 회로들이 어떻게 행동을 만드는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뇌를 볼 때 분자 단위부터 뇌 전체를 보는 스펙트럼이 있는데, 분자 단위가 있고 신경 단위가 있고 신경 회로 단위가 있고 그 다음에 전체 뇌 단위가 있는데, 이 스펙트럼 안에서 신경 회로를 위주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자 단위의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제가 그 분자적인 단위를 연구하는 뇌과학 박사로서 오늘 규식님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하게 돼서 너무나 영광입니다(웃음). 이러한 연구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좀 궁금해요. 왜 시스템 신경과학을 선택하게 되었고, 특히나 이런 비만 치료제 쪽의 연구를 하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원 들어오기 전부터 동물이 어떻게 행동을 만드는지 굉장히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더라고요. (대학원) 들어오고 나서 더 확신을 갖게 됐죠. 실험을 하면서 이 시스템 신경과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되었어요. 이 분야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가 직접 실험할 때 쥐가 눈앞에서 행동하는 걸 보고, 광유전학이라는 기술들로 쥐 행동이 직접 조절이 되는 걸 봐요.
Q. 전문 용어로 좀 들어가자면 임플란트를 해서 실제 행동의 변화를 측정을 해보시는 방식일텐데, 사실 제가 학위 과정 했을 때부터도 핫한 분야였고 그런 방식들이 이제는 실제 적용이 되어서 많은 행동 연구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비만 치료제 관련 연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논문이 하나 더 필요했어요. 그래서 네 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CNS(Cell, Nature, Science)에 논문을 내고 싶어서 가장 재밌고 좀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는 주제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비만 치료제 관련 연구였습니다.
Q. 결과가 잘 나왔었나요?
네. 결과가 재밌게 나왔어요.
Nature 논문들을 보면, 저희 분야가 아닌데도 가끔 제목만 봐도 너무 재밌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도 어쨌든 CNS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저희 실험 결과들을 봤을 때 쥐들이 분명히 배부름 신경인데 얘네들이 밥을 먹기도 전에 반응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배불러진다는 것이 밥을 먹기도 전에 배불러질 수 있나, 이게 이해는 안 되는데 너무 재밌는 것 같았어요.
Q. 그럼 본격적으로 규식 님이 하신 연구 결과를 조금 살펴보려고 해요. 우리가 보통 논문을 보다보면 figure가 여러 개 있는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림 한두 개만 가지고 연구내용을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자가 직접 요약해 주는 figure로 어떤 것을 가져오셨을까요?
이 figure(A, B)는 저희 연구의 스토리 중 맨 처음 시작하는 figure입니다. 그리고 아래 figure(K)는 거의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마무리하게 되는 그런 figure입니다.
출처: Kyu Sik Kim et al., GLP-1 increases preingestive satiation via hypothalamic circuits in mice and humans.Science385,438-446(2024). DOI:10.1126/science.adj2537
Q. 맨 처음 figure가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이고 마지막 figure는 정말 간단하게 보이는데요, 첫 번째 figure(A)부터 설명을 한번 들어보죠.
우선 저희가 먹기도 전에 배불러진다라는 것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인간에게도 이런 현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가 설문지를 드립니다. 설문지 내용은 배부름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묻는 설문지인데 약 20문항 정도입니다. 그 다음에는 BBQ 순살 치킨을 접시 가득 담아서 드려요. (순살을 드린 특별한 이유는 없고 먹기 편하시라고 선택하게 되었어요.(웃음)) 그 음식을 보고 냄새만 맡을 수 있고 먹는 것은 안돼요. 그러고 나서 배부름을 얼마나 느끼는지 설문지를 작성하죠. 그 후에 이제 음식을 입에 넣고 씹고 맛볼 수 있지만 삼킬 수는 없어요. 음식을 뱉고 나서 또 얼마나 배부름을 느끼는지 설문을 하는 거죠. 그러고 난 다음에는 드디어 자유롭게 섭취를 하게 하고 다시 설문지를 작성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희가 일상적으로 매일 하는 행동들이에요. 음식을 보고 그다음에 들고 씹고 맛보고 그다음에 삼키잖아요. 이것을 단계별로 다 끊어서 체크를 하는 거죠.
Q.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현상 속에서 설문조사만 들어갈 뿐이군요. 그 아래 그래프(B)를 보면 굉장히 복잡한데 파란색과 빨간색은 어떤 의미일까요?
파란색이 GLP-1을 맞지 않으신 참가자분들이고 빨간색은 GLP-1을 맞고 나서 이 실험을 하신 참가자분들입니다. (빨간색 그래프를) 보시면 이미 배부름 점수가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도 이미 높아져 있어요. 근데 일반분들은 음식을 보기만 하고 냄새만 맡아도 배부름 점수가 내려가고 있어요. 냄새가 나니까 배고파지는게 너무 당연하죠. 근데 GLP-1을 맞으면 배부름 점수가 증가하는 거에요. 음식을 입에 넣고 맛보고 씹을 수 있는 단계에서는 일반분들은 한번 더 배부름 점수가 내려가서 배고픔을 더 느끼는데, GLP-1을 맞으신 분들은 오히려 더 높아졌죠. 그래서 GLP-1 약물이 섭취 전에도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Q. 그러면 마지막 그래프(K)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이 그래프도 빨간색이 GLP-1을 맞은 쥐들, 파란색이 안 맞은 쥐들이에요. 시상하부에 비만 치료제에 반응을 할 수 있는 GLP-1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신경들이 있어요. 저희가 이 부분을 조작했을 때 배부름을 만들어내서 쥐들이 안 먹고 섭취 전에도 신경활성이 반응한다는 것을 밝혔어요. GLP-1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신경들은 섭취 전 배부름을 만드는 배부름 신경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GLP-1 약물이 이 신경에 어떤 변화를 주느냐라는 것이에요. 이 약물이 전달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반응을 해요. 그런데 GLP-1 약물을 맞으면 더 크게 반응을 하게 돼요. 이 현상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에는 차이가 없다가 음식 먹는 행동을 할 때에만 신경활성이 증폭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GLP-1을 맞아도 일상생활은 가능한 거죠.
Q.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도 논문으로 꼭 보시고 인용도 많이 해 주시길 바랍니다. 연구하시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3년 정도 걸렸어요.
Q. 규식 님께서는 이 연구를 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하나 정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이 데이터를 다 모으고 논문을 써야 되는 단계였어요. 때마침 학회에서 섭식 대가들을 모시게 되었는데 우리 연구 결과도 발표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한 분이 같이 논문을 내보자고 하셨어요. 한 논문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연달아서 내자는 거였어요. 주제가 비슷하니까 특집호를 내보자고 해서 그 데드라인을 저희와 같이 정했어요. 근데 그 시기가 아기 출산일이랑 겹치는 거에요. 대가들이랑 같이 낼 수 있는 상상도 못했던 기회가 왔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고 아기 출산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더구나 해외에서 출산을 할 계획이었거든요. 그래서 교수님한테 논문 데드라인 맞출 수 있게 무조건 다 써 놓겠다고 말씀드리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고민도 없이 다녀오라고 허락해 주셨어요. 거의 매일 밤을 샜죠.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 4시에 자고 하던 것을 한 2~3주 동안 계속했어요. 그렇게 마무리를 했어요.
Q. 연구생활이 당시에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추억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이렇게 논문이 나와서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 많은 분들이 비만 치료제에 대해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이것만큼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짤막한 토막 상식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비만 치료제를 맞으면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부작용보다는 효과와 이득이 더 크긴 하지만 매스꺼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는 발표들이 좀 있어요. 그리고 삭센다라는 약은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몇 달 후에 나오게 되는 위고비, 오젬픽 같은 약물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맞으면 됩니다. 매일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거죠. 또 한 가지는 본인이 GLP-1에 대해서 반응이 없을 수도 있어요. 실제 그런 분들이 좀 있어요. 그 이유는 아직 잘 몰라요. 이게 다음 Nature, Science 논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비만 치료제를 맞는 동안에는 효과가 있는데 ‘살이 많이 빠졌네’ 하고 이 약물을 맞지 않기 시작하면 요요현상이 좀 찾아와요. 맞으신 분들이 5년, 10년 이후에는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없어요.
Q. 연구자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규식 님께서 생각하시는 꿈이나 앞으로의 미래가 궁금한데요, 한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좀 추상적일 수도 있는데 아이를 낳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아이한테 어떤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지, 내가 어떤 올바른 가치관을 줄 수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좀더 현명해지고 좀더 올바른 사람으로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저도 지금 이제 아이가 15개월이에요, 비슷한 생각을 매일같이 하면서 사는 거 같아요. 너무 공감이 가고, 아이 아빠로서 동료로서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과학자로서도 그런 마인드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향후에 계속 누군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과연 올바르게 연구를 하고 있는가, 방향성이 옳은가 등을 끊임없이 되뇌이게 되는 것이겠죠.
지금까지 박사과정을 쭉 해 오시면서 이거 하나만큼은 완전 꿀팁이다 라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실험이든 시간을 많이 들이면 결과는 잘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실험이 내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혹은 내가 이 실험을 왜 해야되는지, 혹은 그다음 실험은 뭘 해야 이 주제에 맞을 건지, 이런 고민들을 실험하는 사람이 스스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실험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과 토론도 많이 하고 이게 재밌는지 아닌지 이런 얘기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실험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실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더 많이 고민한다면 더 좋은 결과나 논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시스템 신경과학을 전공하셨는데, 뇌에 대해서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하신 분이라 그런지 연구꿀팁, 실험꿀팁도 구체적으로 자세한 방식 보다는 왜 실험을 해야 하는지 말씀을 해 주시는 게 본인의 전공분야대로 이 꿀팁마저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는 것 같아 놀랐습니다.
영상 편지를 한번 찍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2~3년 뒤 미래 자신에게 전하는 영상 편지 부탁드려요.
(20:57 궁금하신 분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
Q. 향후 박사학위 받고 나서 진로를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하네요.
미국을 갈 예정인데 가고 싶은 곳은 있지만 아직 어디갈지 확정은 안 되었어요. 초등학생한테 얘기해줘도 신기하다 재밌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연구를 똑똑한 사람들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포닥을 나가서도 배고픔이란 무엇인지 우리 뇌가 배고픔 혹은 배부름을 어떻게 만드는지 지금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다면 이번에는 좀 더 미시적인(분자적인) 관점에서도 보고 싶어요.
[사진제공 : 과즐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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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김규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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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과즐러(백정엽)
- 경희대 신경과학 박사
- 안전성평가연구소 기술정책협력본부 연구원
- 유튜브 과학 코너 다수 출연(안될과학, 지식의낭비, 매불쇼 등)
- 인스타(scienjoyer), 유튜브채널(@scienjoyer), 페북(yeobe88)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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