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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원 합격기] 영국에서 박사 과정 중인 사람인데 수기 읽어보실래요? - 어디에 지원하지
Bio통신원(빙뱅봉쓰(필명))
저번 글 말미에서 지원한 어떠한 프로그램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했지만 다행히 난 무사히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다니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영국 박사 학위 과정을 위해 어떠한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크게 1년의 랩 로테이션 (lab rotation)과 3년의 박사 과정을 합한 1+3 Mphil/PhD 혹은 0+4년의 풀펀드(fully-funded, 학비와 생활비 제공) 박사 과정 프로그램과 전통적인 방식의 셀프 펀드(self-funded, 자비로 학위 과정 진학)로 단과대나 특정 전공 과에 직접 지원하는 3년의 박사 과정이 존재한다.
1. 풀펀드 박사 과정 프로그램
영국 정부와 재단에서 제공하는 박사 과정 프로그램(DTP, Doctoral Training Programme)은 이미 연구 세부 주제가 정해져 있고 프로포절까지 나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랩 로테이션(Rotation) 1년 과정을 실제 3년 학위 과정 이전에 추가해서(총 4년 과정) 수많은 연구 주제 중에서 2~3개를 골라서 각각 ‘맛보기’를 한 후 최종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물론 나는 관심 있는 교수님과 세부적인 관심 연구 주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연구 주제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서 DTP로 꼭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원하기 위해 검색하던 중 여러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었다.
영국 정부 기관 중 UKRI (United Kingdom Research and Innovation)에서 담당해서 다양한 분야의 박사 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바이오 분야는 대다수 BBSRC (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와 MRC (Medical Research Council)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단적인 예로 MRC가 붙은 프로그램은 정말 다양한데 프리온 단백질 연구하는 프로그램만 따로 있거나 특정 면역 질환만 연구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든가 하는 식으로 골라서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프로그램이 천년만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에 학생을 선발하던 프로그램이 올해 갑자기 홀연 사라질 수도 있다.
맞다. 내 이야기다. 정말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지원하려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2년 전에 중단됐다고 했다…
그렇게 홀연히 사라진 프로그램을 대체하기 위해 찾아본 또 다른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재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바이오 분야로 가장 유명한 Wellcome PhD 펠로우십이었다.
Henry Wellcome이라는 제약업계의 거물이 설립한 Wellcome Trust라는 재단에서 제공하는데 이 재단에서는 주로 포닥(PostDoc) 펠로십이나 랩을 처음 시작한 그룹 리더들을 위한 과제비를 책정하고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정말 소수다. 그마저도 정부 박사 과정 프로그램처럼 몇 년 후에 특정 주제에 관한 박사 과정 프로그램이 사라지기도 한다. 생활비를 많이 주기로 유명하고 한 해에 소수의 학생만을 선발하기에 경쟁률도 엄청 높다.
안타깝게도 당시에 Wellcome 박사 과정 펠로우십 중에서는 나의 관심 연구 주제 혹은 그동안의 연구 경험과 딱 맞는 펠로우십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관심 있는 교수님께서 faculty로 계시는 펠로우십을 선택해서 최대한 나의 관심 연구 주제와 연결해서 서류를 작성하여 지원했다. 지금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당시 내가 지원했던 펠로우십은 펀드 지원이 끝나서 사라졌고 대신 다른 분야의 펠로우십이 생겼다.
CRUK (Cancer Research UK)와 ARUK (Alzheimer’s Research UK)와 같은 연구소 겸 연구 재단에서도 박사 과정 studentship(학생 장학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좀 다르게 학생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슈퍼바이저가 재단에 지원해서 성공적으로 지원받게 되면 슈퍼바이저가 그 studentship에 대한 과제를 보통 FindAPhD와 같은 플랫폼에 올려서 학생을 뽑는다.
이 모두와 다르게 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뽑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Francis Crick Institute이라는 유명한 연구소는 포닥뿐만 아니라 박사 과정 학생도 선발한다.
크릭 연구소의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주변 학교와 연계해서 학위를 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 연구소의 박사 과정 프로그램 선발 과정은 체계적으로 3차까지 단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합격한 사람은 주위에서 한 명밖에 못 봤을 정도로 경쟁률도 높고 선발 단계마다 꽤 난도가 높은 것으로 들었다.
나는 크릭 연구소 박사 과정 선발 시기를 놓치기도 했고, 당시에는 특정 교수님만을 고집했었기에 그분이 계시지 않는 크릭 연구소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2. 셀프 펀드 박사 과정
만약 원하는 연구 주제가 명확해서 프로포절까지 작성할 수 있고 자비로 학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면 과에 직접 지원해서 3년짜리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예비 슈퍼바이저와 사전에 연락을 해서 암묵적인 동의를 받고 프로포절을 함께 작성해서 원서를 지원하기도 한다. 같은 과 유학생 친구는 본인 나라의 정부 장학금을 받아서 석사 과정을 마친 동일한 랩으로 다시 3년짜리 박사 과정을 지원해서 학위 과정을 지내고 있다.
이렇게 지원하는 방법이 다양함에도 나는 그 당시 관심 연구 주제와 교수님에만 집중해서 주변 시야를 모두 가린 경주마처럼 한 곳 만을 바라보며 박사 과정을 지원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현재 있는 실험실과 연구 주제는 완전히 다르다.
어떻게 갑자기 결론이 이렇게 되었는가. 여기부터는 보편적이지 않은 나의 행보이다.
원서 접수를 하던 당시는 COVID-19의 기세가 점차 줄어들고 있던 때였지만 앞서 말했듯이 찾아본 프로그램들 중에서 Wellcome 박사 과정 프로그램 외에는 모두 지원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작스럽게 중단된 것들이 많았다. 지원할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고 당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계속해서 유학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고 그러다 보니 엉성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해는 합격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내년을 기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대다수 풀펀딩 DTP들은 12월 안에 원서 접수가 끝나는데 무심코 발견한 한 4년짜리 프로그램이 1월 말까지 원서 접수를 했다. 그때가 이미 1월 마지막 주였고 마감 며칠 전이었는데 ‘어차피 돈도 안 들고(영국은 미국과 달리 원서비를 받지 않는다!) 괜히 아쉬우니까 여기도 지원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던 서류들을 약간 수정하고 추천서를 급하게 요청해서 접수했다. 마지막에 지원한 프로그램은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그 후 빠르게 기억에서 잊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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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과정 유학은 가고 싶은데 어느 나라로 가야 할지 몰라 고민 중이시라고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영국 박사 과정 나쁘지 않은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런 사람도 있구나, 영국 박사 과정은 이렇구나 하시면서 제가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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