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논문 제목 Transcription factor TCF1 binds to RORγt and orchestrates a regulatory network that determines homeostatic Th17 cell state (PMID: 39447575) 논문링크 |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이전에 소개했던 논문들에 비해 조금은 학술적인 내용의 논문으로, Immunity 저널 2024년 11월호에 발표되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로 알려진 Th17 cell의 성질을 결정하는데 전사조절인자인 TCF1이 핵심적인 기여를 한다는 내용의 논문입니다.
Mangani, Davide, et al. "Transcription factor TCF1 binds to RORγt and orchestrates a regulatory network that determines homeostatic Th17 cell state." Immunity 57.11 (2024): 2565-2582.
<배경지식 소개: Th17 cell>
자가면역질환이나 T cell을 연구하지 않는 분들께는 Th17 cell이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사과 정동안 Th17 cell과 자가면역질환을 연구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반가운 세포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Th17 cell은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하고 악화되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염증성 세포입니다. 물론 다른 면역세포들도 염증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세포를 연구하는 분들은 또 본인이 연구하는 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의 병리학적 기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다 조금씩은 자신이 하는 연구에 어느 정도 치우쳐(Biased)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 역시도 그렇지 않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Th17 cell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를 알면 자가면역질환에서 Th17 cell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CD4+ T cell의 종류로는 Th1 cell과 Th2 cell 두 종류만 알려졌었고, 연구자들은 이 두 종류의 T cell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Th1 cell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세포일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설명되지 않는 결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질환 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EAE (Experimental autoimmune encephalomyelitis) 모델(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이 다발성 경화증의 모델로 사용됨)에서 Th1 cell의 싸이토카인인 IFNγ를 주사했을 때 오히려 증상이 완화된다든지, Th1 cell 분화에 관련된 IL-12 수용체나 STAT1이 없는 경우에 오히려 EAE 증상이 더 악화된다든지 하는 결과들은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Th1 cell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염증성 싸이토카인인 IL-23이 발견되고 연구되면서 Th17 cell의 발견도 시작됐습니다.
Th1 cell 분화에 중요한 싸이토카인인 IL-12는 p35와 p40 두 개의 단백질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p40은 p19 와도 결합해 싸이토카인을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싸이토카인이 바로 IL-23입니다. IL-12와 IL-23은 p40 subunit을 공유하지만, p40은 각각 p35와 p19라는 다른 subunit과 결합함으로써 IL-12와 IL-23을 구분 짓게 해줍니다 (그림 1).
그림 1. IL-23과 IL-12의 구조
IL-23과 IL-12는 공통적으로 p40 subunit을 가지며, p40과 p19가 결합되면 IL-23이 되고, p40과 p35가 결합되면 IL-12가 된다. 두 싸이토카인은 각각 IL-23 수용체와 IL-12 수용체에 결합되며, 각각의 수용체도 IL-12Rβ1 수용체를 공통으로 갖는다. IL-23은 STAT3와 STAT4를 활성화시키며, IL-12는 STAT4를 활성화시킨다.
IL-23과 관련된 연구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Daniel Cua가 발표한 논문에서는 p35, p40, p19 각 Subunit에 대한 KO (Knock-out) 마우스를 이용해 EAE 실험을 합니다. IL-23을 만드는 Subunit인 p19와 p40을 발현하지 않는 마우스에서는 모두 EAE가 유도되지 않았지만, IL-12를 구성하는 Subunit인 p35가 KO 된 마우스에서는 오히려 EAE가 더 심하게 유도되었습니다 (Cua, Daniel J., et al. "Interleukin-23 rather than interleukin-12 is the critical cytokine for autoimmune inflammation of the brain." Nature 421.6924 (2003): 744-748.). 이를 통해 EAE 발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싸이토카인은 IL-12가 아니라 IL-23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IL-23이 IL-17을 만드는 CD4+ T cell을 만든다는 연구와 (Aggarwal, Sudeepta, et al. "Interleukin-23 promotes a distinct CD4 T cell activation state characterized by the production of interleukin-17."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78.3 (2003): 1910-1914.) 함께 IL-23이 자가면역질환 유도에 필요한 T cell 형성에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Langrish, Claire L., et al. "IL-23 drives a pathogenic T cell population that induces autoimmune inflammation." 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201.2 (2005): 233-240.), 비로소 퍼즐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즉, IL-23에 의해 유도되는 IL-17을 만드는 CD4+ T cell이 자가면역질환에 결정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세포는 현재 Th17 cell로 불립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은 Th17 cell에 관한 다양한 논문들에서 다루고 있으며, 다음의 논문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Basso, Alexandre S., Hilde Cheroutre, and Daniel Mucida. "More stories on Th17 cells." Cell research 19.4 (2009): 399-411.
이렇게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Th17 cell이라는 또 다른 CD4+ T cell의 존재가 알려졌고, 2006년에 Cell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Th17 cell을 결정짓는 핵심 전사조절인자가 RORγt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Th17 cell의 정체가 비로소 밝혀졌습니다 (Ivanov, Ivaylo I., et al. "The orphan nuclear receptor RORγt directs the differentiation program of proinflammatory IL-17+ T helper cells." Cell 126.6 (2006): 1121-1133.). 이후 수많은 연구들 덕분에 20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Th17 cell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 RORγt와 Th17 cell에 대한 논문은 뉴욕대에 있는 Dan Littman 교수 연구팀에서 발표했는데, Dan Littman 교수는 Th17 cell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해당 연구팀은 현재도 Th17 cell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도 이곳에서 포닥 연구를 했고, 그 덕분에 저도 학위 과정동안 Th17 cell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Th17 cell과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Th17 cell은 그 시작부터 자가면역질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세포로 발견되었을 만큼 실제로 자가면역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IL-23이나 IL-17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법이 건선 (Psoriasis) 치료에 쓰이고 IL-23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법이 염증성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록 Th17 cell이 자가면역질환의 발병에 있어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염증성 세포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자가면역질환은 정복을 하지 못했고, Th17 cell에 대한 이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물론 자가면역질환이 오직 Th17 cell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원인과 다양한 면역세포들의 활성화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Th17 cell 하나 해결한다고 자가면역질환이 완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Th17 cell이 자가면역질환에서 갖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자가면역질환에 원인이 되는 다른 연결고리들을 알아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도 많은 연구팀들이 Th17 cell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논문 소개>
Th17 cell은 위에서 소개했듯이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을 악화시키는 세포입니다. 물론 항상 나쁜 역할만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박테리아나 진균에 대한 점막에서의 면역반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Th17 cell은 평상시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세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좋고 나쁜 역할이 어떻게 결정될까요? 평상시에는 좋은 세포로 우리 몸에 있던 Th17 cell이 왜 갑자기 돌변해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염증성 세포가 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Th17 cell이 염증성 세포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에서는 건강한 상태에서 평소 존재하는 항상성 (Homeostatic) Th17 cell이 병원성 (Pathogenic) 또는 염증성 (Inflammatory) 세포가 되는 하나의 기전으로 TCF1 전사조절인자조절을 설명합니다 (그림 2).
그림 2. TCF1에 의한 Th17 cell 운명 결정
IL-23 신호를 받은 Th17 cell에서는 TCF1 발현이 낮아지며, 이에 따라 RORγT 전사조절인자는 염증성 유전자들의 발현을 일으킴으로써 Th17 cell이 염증성 세포가 되도록 한다. 반면 TCF1이 높게 유지될 때 Th17 cell은 비염증성 항상성 (homeostatic) 세포의 성질을 유지한다.
논문의 첫 번째 Figure에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데이터를 배열합니다. 논문의 첫 시작에서부터 보여주는 데이터는 Homeostatic Th17 cell (Th17hom) 과 Inflammatory Th17 cell (Th17inf) TCF1의 발현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IL-23을 처리해서 분화시킨 Th17inf에서는 TCF1의 발현이 낮게 유지되지만, Th17hom에서는 TCF1 발현이 다시 올라와서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저자들은 IL-23이 TCF1 발현을 낮춘다는 것을 확인하고, TCF1 발현 정도에 따라 염증성 Th17 cell이 EAE를 유도하는 정도의 차이가 남을 보임으로써 TCF1이 염증성 Th17 cell 분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습니다.
EAE 모델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Th17hom cell에서 TCF1을 제거하면 IL-23에 의해 분화된 Th17inf cell과 유사한 유전자 발현을 보이는 것을 통해 Th17hom cell에서 TCF1이 염증성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Th17 cell이 염증성 세포가 되지 않도록 조절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전적으로는 TCF1이 RORγt의 기능을 억제해서 염증성 유전자들의 발현이 되지 않도록 억제함으로써 Th17 cell이 Th17hom 이 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논문에서는 EAE를 통한 동물실험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의 유전자 분석법들을 활용해 가설을 입증했습니다. 관련 연구를 하는 분이라면 논문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논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해당 연구의 중요성과 의미>
IL-23이 자가면역질환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염증성 싸이토카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IL-23 중화항체는 현재 건선이나 염증성장질환(IBD)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IBD의 경우 IL-23 중화항체에 의해 40% 정도의 관해율(Remission rate)에 도달할 만큼 IL-23을 차단하는 치료방법은 Th17 cell을 타깃으로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IL-23 중화항체에 여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IL-23 중화항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서는 Th17 cell이 아닌 다른 세포들이 염증에 더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환자의 몸에 있는 Th17 cell이 IL-23에 의존하지 않고도 병원성을 충분히 갖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TCF1을 없앤 Th17hom의 경우 IL-23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한 병원성을 보이며 쥐에서 높은 수준의 EAE를 유발했다는 점입니다 (논문의 Figure 5). 그리고 TCF1을 발현하는 유전자인 TCF7의 SNP은 다발성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논문에서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TCF7의 SNP이 TCF1 발현을 낮추는 쪽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까지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만일 이런 이유로 환자의 세포에서 TCF1 발현이 기본적으로 낮다면, Th17 cell이 병원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IL-23에 대한 의존도가 낮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TCF1 발현이 낮은 환자들이라면 IL-23에 대한 적은 의존도로도 충분히 염증성 Th17 cell이 만들어지고, 이런 이유로 IL-23 중화항체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 안에서 좋은 기능을 갖던 Th17 cell이 병원성을 획득하는 기전에 대해 밝히 이번 논문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IL-23 중화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실제로 이 가설이 맞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논문에서 다양한 유전자변형 쥐를 이용해 수행한 EAE 실험들을 통해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고 ATACseq과 RNAseq을 통해 TCF1이 어떻게 Th17 cell의 전사네트워크(Transcriptional network)를 조절하는지를 분석한 논문의 내용도 ATACseq과 RNAseq을 통한 Bioinformatics를 정석대로 잘 사용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연구 기법 자체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은 논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