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나의 이직 경험기] 해고(layoff), 짝사랑의 끝!
Bio통신원(쓰레빠)
“지금 내 오피스로 와줄 수 있니?”.
나는 바로 오피스로 찾아갔고 아니나 다를까 침통한 표정의 상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조용히 서류들을 내밀었고 여기 모든 내용이 적혀있고 궁금한 사항은 인사팀에 문의하라고 했다. 그동안 함께 일해서 즐거웠다는 덕담과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아래 사진처럼 짐을 챙겨 바로 회사를 나와야만 했다.
차에 앉아 서류를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이 질문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왜 나를!”.
회사가 나에게 부여한 프로젝트를 난 성실히 주말에도 실험하며 성공시키려고 노력했었는데, 회사 리더십들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나의 노력은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너무 억울했다. 지금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리더십이 그동안 내렸던 수많은 결정들의 결과가 아닌가? 그런데 왜 그 책임을 나라는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가 말이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학회장에 갈 만큼 이 회사를 좋아했는데, 이번 사랑은 나의 씁쓸한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회사와 나의 관계는 법적인 계약으로 맺어진 상당히 드라이한 관계였다. 그렇다. 회사와 나의 고용관계는 “at-will”이라는 단어로 잘 설명이 된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한 개념일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용주는 언제든 사전 고지 없이 고용관계를 해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것만 들으면 미국은 아무 때나 직원을 해고하는 살벌한 곳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t-will은 반대의 경우도 해당하는데, 직원도 언제든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나올 수 있다. 한국처럼 사직서를 들고 상사에게 구구절절 퇴사 이유를 설명하며 재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냥 이메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 끝이다. 보통은 퇴사 2주 전에 상사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관례이지만 법적으로 꼭 그래야 한다고 제약하고 있지는 않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해결되지 않는 불만이 있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참지 말고 이직 준비를 시작해 다음 직장이 정해졌다면 바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추천한다.
미안해하지 말자. 회사도 언제든 당신을 버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불안한? 고용관계는 회사와 직원 간에, 평소에도 잔잔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어 회사가 원하는 인재에게는 연봉 외에도 현금 보너스, 스톡옵션 등의 다양한 benefit을 제공하며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인재를 회사에 오래 잡아두려는 노력을 수시로 열심히 하게 만든다. 반대로 직원은 언제 회사가 자신을 해고할지 모르므로 성과를 내려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항상 이직을 염두에 두고 직장생활을 이어 간다. 이직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job market을 수시로 주시하며 때로는 원하던 자리가 나왔을 때 지원해 보는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job market에서 자기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개인의 발전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항상 이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온 나의 해고는 아름다웠을까?
아니다. 어떤 이별이든 적어도 어느 한쪽은 아프다. 나에게 있어 해고는 연인과의 이별보다 더 지독했다. 법적인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아마 이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날부로 나는 불안과 우울, 불면을 겪었으며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야만 간신히 쪽잠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해고당했다면 당신도 내가 겪은 모든 과정을 거칠 것이다. 괜찮다. 해고자 모두가 겪는 과정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잔인한 말이지만 방법은 하나다. 어떻게 해서든 이직에 성공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고 당일 바로 취업 활동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직 과정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휴식하여도 자기 마음을 돌보며 자신감을 회복하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해고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서서히 이직 준비를 시작하길 바란다. 당장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아쉽고 재정적 압박이 상당할 것이다. 이런 모든 악조건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다른 지원자들과의 경쟁에서 벌써 본인이 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업을 향한 간절함이라는 무기도 얻었기에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해고를 당했다는 건 당신은 이미 적어도 한 번 이상 취업의 관문을 통과했었다는 말이고 이 경험은 이직에 있어 너무너무 소중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직을 위해서는 먼저 퇴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퇴사는 내가 원해서, 또는 회사가 원할 때 이루어진다. 고로 이직이 퇴사고, 퇴사가 이직이며 이 반복의 끝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직은 아마도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끝없이 증명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직장인은 항상 이직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그 준비라는 것에는 개인의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력도 포함된다. 나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직장인 과학자로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이직 이야기가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이직을 고민하시나요? 잘 오셨습니다. 자~ 여기 오셔서 이 글 한번 읽고 가세요. 이직을 위해서는 먼저 퇴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퇴사는 내가 원해서, 또는 회사가 원할 때 이루어진다. 고로 이직이 퇴사고, 퇴사가 이직이며 이 반복의 끝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직은 아마도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끝없이 증명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직장인은 항상 이직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야 간다. 그 준비라는 것에는 개인의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력도 포함된다. 나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직장인 과학자로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이직 이야기가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