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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과학이라니]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도준상
Bio통신원(춘천앓이(필명))
젊은 두 사내가 시한부 판결을 받고 병원에 누워 있다. 한 사내는 골수 암 말기이며, 다른 사내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두 사내는 병명은 다르지만 같은 암 말기 환자로 3달도 남지 않는 시한부 판결을 받는 공통점이 있었다. 절망적으로 병상에 누워있던 그들은 푸른 바다를 한 번도 못 봤던 것을 서로 고백한다. 그리곤 병원을 나선 두 사내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를 향한다. 마침내 바다를 본 두 사내는 서로를 안은 채 어쩌면 그들에겐 천국보다 아름다웠을 바다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Knockin' On Heaven's Door(1998)이다. 영화에서도 나오는 동일한 제목의 밥 딜런의 노래는 누구나 한번 즘 들어봤을 만큼 명곡이다. 영화만큼이나 현대인 삶에서 암은 죽음을 암시하는 소재로 될 만큼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질환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실제로 암은 전체 사망요인의 1위를 차지할 만큼 위협적이다. 그래서 암을 치료하기 위한 항암제 시장은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2011년에 미국 FDA는 처음으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인 여보이(Yervoy, 성분명: Ipilimimab)를 암 치료제로 승인한다. 그리고 면역항암제 개발은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연구분야로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면역항암제를 설명하는 아주 쉽고 통찰력이 가득한 책이 출판되었다. 책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면역학을 전공하지 않은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대 교수님이 쓴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 전공자가 썼다고 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면역항암제 입문서이다. 오히려 자기의 연구분야의 대한 애정이 넘치다 보면 연구 성과를 과장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면역항암제의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실패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막연한 낙담과 허구에 치우치지 않고 면역항암제에 연구 성과를 소개하였다.
관용
2012년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600만 관객이 볼 만큼 대단한 인기와 감동을 선사했다. 잠시 줄거리를 말하자면 장발장은 배고픔을 못 참고 빵을 훔친 죄로 19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한다. 마침내 온갖 고초 끝에 탈옥에 성공한 장발장은 또다시 배고픔 때문에 성당에서 은접시를 도둑질한다. 하지만 성당에 있던 미리엘 주교는 오히려 은촛대마저 주는 따뜻한 선처로 세상에 대한 증오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장발장을 쫒던 경감 자베르에게 체포당하기 직전 프랑스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그동안 시민을 괴롭혀 왔던 경감 자베르가 잡히는 꼴이 된다. 영화는 감동만큼이나 프랑스 시민혁명의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 역사를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200년 전 프랑스 시민혁명을 든다. 이러한 시민혁명에는 자유 평동 우애라는 세 가지 가치를 함께 외친다. 그런 프랑스에서 세 가지 가치를 하나의 단어로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프랑스어로 똘레랑스(tolerance)’이다. 번역하면 관용이라는 뜻이다. 관용은 타인의 사상, 행동, 종교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함께 하기 위해 타인에 대한 연대와 인정은 중요한 가치이다. 놀라운 사실은 면역계에서도 관용은 아주 중요하다.
자기 비자기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착한 성품의 선량한 사람임에도 가난 때문에 저지른 작은 죄로 사회에서 추방당해 감옥에 평생 수감된다. 여기서 장발장을 우리 몸의 세포라고 하고 면역세포를 경감 자베르라고 생각해 보자. 만약 면역세포가 경감 자베르처럼 중요한 몸의 세포들을 잡아서 죽여버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몸의 면역 세포는 선량한 몸의 세포와 정말 악독한 병원균을 잘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서 선량한 몸의 세포는 관용으로 공격하지 않고, 병원균만을 적으로 생각해서 공격하는 구분하는 역할을 면역학에서는 자기 비자기라고 한다. 그래서 외부의 나쁜 병원균을 맞서 싸우는 데 있어 강력한 면역세포의 기능이 중요하다. 한데 내 몸의 건강하지 못한 세포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면역세포는 어떻게 할까?
자기 비자기를 너머
기존까지 자기 비자기로 구분해서 바라보던 면역계에서는 간과한 딜레마가 있었다. 면역계의 역할을 외부의 나쁜 균을 없애고 내부 균은 관용만을 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혀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외부 병원균을 없애는 백신과 같은 개발에만 초점이 있었다. 그래서 몸의 세포가 돌연변이되어 자가 증식하는 암세포를 치료하는데 큰 관심이 없었다. 책은 면역계를 자기 비자기라는 프레임 갇혀버린 결과 항암제 연구를 가로막게 되어버린 안타까운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던 와중에 암에 걸린 환자가 병원균에 감염되어 치료된 후부터 극적으로 암도 줄어드는 증상을 발견한다. 이러한 놀라운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병원균에 대항하면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것 발견한다.
잘못된 관용
영화 레미제라블로 다시 돌아가보자. 레미제라블에서 경감 자베르는 가난하고 선량한 민중을 체포한다. 이처럼 병리적으로 무작위로 선량한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경우 면역학적으로 면역세포가 몸의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인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면역세포는 관용을 통해서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해야만 건강한 면역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당시 프랑스 민중들은 왕과 귀족들의 횡포와 착취가 심각했다. 경감 자베르는 약한 민중에게는 엄벌로 다스리지만 온갖 부정부패를 가득한 왕과 귀족에게는 어떤 법의 잣대에도 처벌하지 않고 관용을 베풀어 면죄부를 주었다. 바로 이러한 경우를 병리적으로 설명하면 원래는 죽어야 할 정상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여 몸의 영양분을 빼앗아가고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종양이 되어 몸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우린 이를 암이라고 말한다. 바로 면역항암제는 면역계가 경감 자베르와 같이 권력자의 횡포를 침묵했던 면역세포들을 일깨워서 암과 싸우게 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의 발달은 마치 프랑스 시민혁명군을 탄생시키듯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일깨워서 함께 단결한 강력한 면역 세포가 암과 싸우는 것이다.
내 몸의 면역으로 암과 싸운다고?
경감 자베르는 만나는 사람마다 신분증을 확인하면서 장발장을 찾아내곤 한다. 실제로 면역세포도 모든 세포에 일일이 인식표를 확인하여 문제 되는 병원균과 문제 되는 몸의 세포들을 찾아낸다. 그런데 암세포는 노련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회피한다. 대표적으로 암 세포는 면역세포를 회피하기 위해 표면에 속이는 인식표를 발현한다. 이를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은 PD-1 (programmed death 1)과 CTLA-4 (cytotoxic T lymphocyte antigen-4)이다. 이러한 면역관문은 활성화된 면역세포(T세포)에 발현되며 종양 표면(PD-1은PD-L1, CTLA-4는CD80/86)에 결합하여 면역(T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그래서 이러한 면역 관문을 차단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하여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면역 관문 억제제이며 이를 면역 항암제라고 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CTLA-4나PD-1/PD-L1에 대항하여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항체를 사용해 차단할 수 있으며, 면역(T세포) 세포를 다시 활성화하여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무기인 사이토카인과 세포독성과립을 분비하여 종양세포를 제거하게 한다.
강력한 면역세포를 육성하라
착취와 빈곤을 참지 못했던 프랑스 시민들은 장발장과 같은 억울하게 갇힌 시민들을 감옥에서 구해내고 마침내 왕과 귀족들을 참수대에 심판하고 혁명을 일으켰다. 경감 자베르도 예외가 아니다. 시민혁명의 전야에 장발장을 쫒던 자베르는 오히려 시민군에게 잡혀 생명을 구걸하게 된다. 강력한 시민군이 썩어버린 왕과 귀족을 도려내고 민주주의 시작을 알렸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시민혁명군처럼 강력한 면역세포는 암을 제거하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할 수 있다. 최근 면역 항암제 개발진은 강력한 면역세포를 만드는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변화하여 회피 기전을 피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이러한 면역세포를 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라고 한다. 면역관문을 억제하도록 돌연변이 항원을 발현하는 면역 T세포이다. 이렇게 탄생된 강력한 면역 T세포는 면역 관문을 회피하고 암세포를 공격한다. 실제로 임상에서도 혈액에 있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추출하여 강력한 면역 T세포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환자에 주입하여 암을 억제한 연구결과가 나타났다. 드디어 스스로의 면역을 강화시켜서 암을 없애는 항암제가 탄생하였다.
항암제의 역사
실제로 항암제 연구는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암세포에 한정하도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책은 이러한 면역항암제로 향했던 항암제의 역사를 간략히 서술한다. 첫 번째는 암세포에 강력한 화합물을 투여하는 1차 화학항암제ㅌ(chemotherapy)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화학항암제는 손톱과 머리카락 등의 새로운 세포들의 분열과 생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부작용으로 머리와 손톱이 빠지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두 번째는 암에서 특징적인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2세대 표적항암제(targeted drugs therapy)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세대 항암제로 알려진 것이 면역항암제이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대표적으로 여보이, 옵디보, 키트루다, 티쎈트릭 등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다. 유명한 사건으로 2015년 8월 흑색종을 앓던 지미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투약한 지 4개월 만에 완치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면역 항암제가 대중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면역세포 자체를 강화시키는 CAR-T는 새로운 면역항암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건강한 면역세포를 유지하는 것이 암의 예방의 지름길
레미제라블에서 경감 자베르는 중세 신권정치제에 따라 왕과 귀족은 신과 같은 권력자로서 충실하게 명령에 따른다. 그래서 왕과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횡포엔 어떤 죄도 묻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암세포는 자신이 건강한 몸의 세포이며 공격하지 못하게 강력하게 인식시킨다. 그러면서 그동안 암은 자기 증식을 하면서 끊임없이 크기를 늘려나가며 몸의 영양분을 모두 흡수하고 건강한 몸의 세포와 장기들을 전부 훼손하더라도 면역세포는 전혀 눈치 못 채고 만다.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될 때까지 말이다.
제국주의는 근대화를 빌미로 침략해 왔다. 일본도 근대화를 빌미 삼아 조선을 침략하여 일제강점기를 자행한다. 이처럼 외부 힘을 잘못 빌리면 결국 제국주의 세력에 다시 지배된 아픈 역사가 일어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학항암제는 강력한 작용을 하지만 건강한 몸의 세포와 장기마저 훼손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 자력으로 암을 치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은 이러한 면역항암제가 스스로 몸의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역사를 설명하고, 아직까지 비싼 비용과 부작용이 한계에 부딪힌 단점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소에 식습관 및 생활습관부터 건강한 면역세포로 발돋음 날 수 있는 방안을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명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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