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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공학도의 미국 바이오테크 진출기] 바이오테크는 누가 이끌어가는가
Bio통신원(고재경)
바이오테크에 관심이 생긴 후 내가 가진 질문은 누가 현재 바이오테크 분야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가였다.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가장 첫 번째 회사는 일루미나(Illumina)로 현재 DNA 시퀀싱 장비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199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던 과학자 및 기업가 4명(Larry Bock, John Stuelpnagel, Mark Chee, Anthony Czarnik)이 Tufts 대학 David Walt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사업 가능성을 알아보고 사용권(license)을 사면서 시작되었다. 일루미나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DNA를 읽어내는 과정을 병렬화 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위해 광학, 반도체 공정, 분자 생물학 등의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전자공학의 기술들이 바이오 분야에 접목되어 혁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큰 영감을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Stephan Quake 교수의 연구팀은 미세채널에 세포 하나하나를 넣고 유전자 정보를 증폭하여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만들었고 상용화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는데 이 회사가 플루이다임이다. 이렇게 기존에는 불가능한 기술들이 반도체 공정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과 융합하면서 가능해지고 혁신을 이뤄내는 과정이 나에게는 정말 신선하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아쉽게도 단일 세포 분석 분야에서 플루이다임은 훗날 10x Genomics라는 매우 성공적이었던 다른 스타트업에 밀려 큰 회사로 성장하지는 못하였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다른 회사는 플루이다임(Fluidigm)이었다. 이 회사는 단일 세포 (single-cell)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단일 세포로부터 유전정보를 얻게 되면 기존에는 소량이라 검출이 불가능했던 정보들도 얻을 수 있게 되어 더 정확한 연구 및 진단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미세 공정 기술이 발달하고 바이오에 적용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바이오테크 회사들의 경우 R&D 비중은 매출의 약 20%에 달하며 이 비중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8년 전 세계 1000대 기업의 R&D 비용 조사에 따르면 제약 및 바이오테크는 반도체,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R&D 비중이 가장 큰 산업으로 꼽혔다. 미국의 수준 높은 연구 기관 이외에도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려는 기업가들, 그리고 이들에게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의 생태계도 성숙되어 있었다. 실제로 바이오테크 분야의 굵직한 벤처캐피털들은 대부분 미국에 위치해 있고 또 소규모 투자인 앤젤투자까지 생각한다면 미국에서 바이오테크의 투자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이러한 생태계를 가졌기에 성공적인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많이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내가 의미 있게 보았던 위 두 가지 사례 이외에도 제넨텍(Genentech), 길리아드(Gilead) 등 굵직한 바이오테크 회사와 비교적 최근 설립되었던 모더나(Moderna)까지 미국의 바이오테크 회사들은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들로부터 창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연구기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다른 산업보다 더 큰 연구개발 비중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그에 비해 한국의 바이오테크는 아직까지 그 생태계가 무르익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님은 한국이 바이오테크의 불모지임을 강조하시면서 우리가 연구하고 사업화하여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 리더가 되기를 강조하셨다. 그리고 교수님 스스로가 두 회사를 기술 창업을 하면서 선례를 보여주셨다. 당시만 해도 대학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창업이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한국이 뒤처져있다면 직접 미국에 가서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바이오테크에 진출해서 이 분야에 발 담고 경험을 쌓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형성이 되어있었고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 또한 이 지역의 바이오테크에 진출하여 생태계를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도 잘 못하고 바이오도 잘 모르는 이방인이 미국의 바이오테크에 진출할 수 있을까?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내 전공을 버리고 너무 무모한 일을 위해 먼 길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거리는 많았지만 나는 내 특유의 긍정적인 자신감으로 일단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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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자공학도에게 다소 생소한 미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진로에 대한 비전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 생물학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여 미국 바이오엔지니어링 박사 과정으로의 진학, 졸업 후 샌디에이고의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 과정과 직장 생활, 바이오테크의 미래와 저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https://jaekyungkoh.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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