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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의 책장] 망하는 바이오텍의 조건
Bio통신원(탐구생활(필명))
2022년 11월 18일 테라노스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는 사기죄로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스탠퍼드 출신이며 한때 기업가치 90억 달러 (한화 12조 원)에 달하는 테라노스의 창업자이자 포브스, 포츈지 등 최고의 저널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녀는 어쩌다 몰락했을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이오텍 창업자를 포함하여 바이오산업에서 종사하는 모두에게 각각에게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에게는 욕망과 열정이 어떻게 타락의 길로 이끄는지를 모여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직원에게는 자신이 헌신해야 하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알아보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창업의 요람이자 구글 등 수많은 거대 기업이 탄생한 스탠퍼드에 입학했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아주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많은 질병을 지난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많은 양의 혈액을 뽑아 환자를 괴롭게 할 일도, 여러 검사를 위해 비싼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녀의 아이디어 자체는 나쁠 게 없었다. 다만 그것을 구현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있어도 투자와 지원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미국에서 홈즈는 그녀의 아이디어는 환영을 받았고 그것을 더욱더 크게 부풀렸다. 거기서부터가 그녀가 삐끗했던 순간이었을까? 홈즈는 그녀의 꿈을 이뤄줄 기술 개발에 힘쓰지 않았다. 그녀의 아이디어에 감명을 받은 최고의 회사로부터 최고의 인재들을 모집했지만 그런 기술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듣거나 탐구하는 과정 없이 결과만 강요했다. 기밀이라는 미명하에 팀 간의 교류도 없었다. 모든 게 비밀리에 이루어졌고 그 비밀 속에는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곧 꺼져버릴 꿈의 현실이 있었다.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걸 혐오했고 자신의 꿈에 들어온 투자자에게 보여주기식 데이터만 만들기를 좋아했다.
홈즈는 진정으로 자기가 원했던 길을 갔던 선구자를 따라 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이룩한 기술이 아니라 이미지만 차용했다. 실리콘 밸리의 리더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백인 남성의 모습이 되기 위해 그녀는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폴라티와 청바지만 착용했으며 일부러 만들어낸 저음으로 남성성을 흉내 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가 만나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한화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포브스 등
각종 언론의 표지를 장식했었다
우리 주변에는 테라노스가 없는가?
지난 수년간 이루어진 바이오 벤처 붐이 이와 같았을지도 모른다. 막대한 자금이 흘러넘쳐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었던 몇 년, 모든 사람이 환상의 신약을 찾아 나섰던 시기다. 그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모두가 힘든 시기가 왔다. 하루하루 바이오텍들의 인원 감축 소식이 들리고 심지어 최근에는 폐업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잠잠하다. 공시 기준이 느슨하고 쉬쉬하는 분위기에 소문으로만 모든 게 들려온다.
수많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 한 프라이머의 창업자인 권도균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조차 속아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투자를 받기 위해 기술과 실적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숫자를 고치고 예외적인 사례로 꾸며나가다 보면 본인조차 속게 되고 부풀려진 실적과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그렇게 된다는 현상이 “함정”이라는 말속이 들어있다. 홈스 역시 그랬을지도 모른다 홈즈의 목표인 환자들을 위한 성공적인 진단 장비 개발에서 개발이 아닌 성공에 집착을 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받은 조명과 찬사에 스스로 취해 본질을 잊어버렸다.
바이오텍도 마찬가지다. 신약 개발이나 환자를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혹은 남이 하니 해보고 싶어서 창업을 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투자자에게는 손해를, 직원에게는 바이오텍의 자부심이 아니라 영세한 업체의 직원을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된다.
홈즈의 방식과 우리의 방식
홈즈는 기밀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걸 비밀리 했고 부서 간 교류도 철저히 차단했다. 덕분에 각 부서는 다른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고 테라노스가 사실 빈 깡통이라는 사실조차 한참 뒤에나 알았다.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권오현 전 부회장은 그의 책 "초격차"에서 사일로 현상을 시종일관 경고하였다. 사일로 현상이란 각 부서나 조직이 다른 조직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체 발전을 하지 못하고 결국 매몰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나 역시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기밀을 유지한다면서 각 팀들을 철저히 분리하였고 심지어 장비와 공간까지 분리한 탓에 회사 운영비가 심각하게 낭비되었다. 그 결과 기밀은 잘 유지되었냐고? 아니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바이오텍의 부서 간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로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도 같이 고민을 하지 못해서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서로 경계하고 깎아내리는 건 덤으로 얻는 부작용이다.
유명인을 믿지 마라
테라노스의 거품에는 보드 멤버로 합류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한몫을 했다. 수많은 언론들이 홈스를 띄우기 바빴고 그의 인기에 힘입어 테라 노스에는 전설적인 인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 전 국방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같은 사람이 이사진으로 합류하였다. 당연히 그들의 명성을 믿고 "권위의 함정"에 빠져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홈즈를 칭송하고 투자금을 내놓았다.
지금의 바이오텍도 어쩌면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 유명 대학교 교수 출신, 제약회사에서 수십 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내세우며 자본과 인력을 끌어들인다. 그들의 사업 계획은 무엇인지 기술력이 있는지 경쟁력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험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유명한 사람은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배드 블러드를 읽으며 수많은 공감이 갔던 이유는 바이오텍에서의 나의 경험도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머나먼 미국의 회사이기만 하거나 책에서나 볼만한 회사도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있지만 어쩌면 모른 척할 뿐이지도 모른다. 과연 테라노스의 유명세 뒤에 감춰진 진실을 다들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의 엄청난 파장 그리고 스스로가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워서 거품을 계속 키웠을지도 모른다. 제약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이 책을 읽고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제약 산업에 근무하면서 느낀 회사생활, 신약 개발 그리고 책에 대한 내용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에서 다른 글들도 보시고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expl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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