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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의 책장] 내 연구가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요
Bio통신원(탐구생활(필명))
Vertex사와 Crispr therapeutics사의 exa-cel은 crispr-cas9이 적용된 최초의 치료제로서 2023년 FDA에 BLA를 제출하였으며 심사와 승인을 앞두고 있다. 겸형적혈구병을 대상으로 한 exa-cel은 환자의 hematopoietic stem cell을 추출하고 Crispr-cas9 기술로 BCL11A 유전자를 없애 HBf 발현을 올리게 만든다. 이후 다시 환자에게 엔지니어링 된 세포를 주입, 증식하게 하여 이제는 산소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세포가 만들어지게 된다.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Andrew Fire와 Craig Mello는 RNAi를 통해 mRNA 레벨을 낮출 수 있는 사실을 1998년에 Science 지를 통해 발표하였다. 이 둘은 그 발견의 공로로 2006년에 노벨상을 받게 된다. 이 즈음에서 RNAi를 이용한 약물 개발이 활발히 시작되었지만 2018년이 되어서야 Alnylam의 patisiran이 첫 RNAi 첫 신약으로 FDA승인을 받게 된다. 기술 발견 후 22년이 흘러서야 첫 약으로 이어졌다.
CRISPR-Cas9의 경우에는 훨씬 더 빨랐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공동으로 발표한 2012년 사이언스 논문은 2020년에 노벨상 공동 수상을 이끌었다. 샤르팡티에가 창업자로 참여한 크리스퍼 테러퓨틱틱스와 거대 바이오텍인 버텍스가 공동 개발한 겸형 적혈구 치료제는 crispr-cas9이 사용된 첫 번째 치료제로 2023년 승인을 앞두고 있다 발견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1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제니퍼 다우드나를 중심으로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엠마뉴엘 샤르팡티에, 특허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는 MIT의 장 펑 교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물들이 출연한 crispr-cas9의 발견과 응용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다룬다.
과학적 발견이 새로운 치료제 기술과 실제 사용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를 다룬 책은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1980년 노벨상을 수여한 재조합 단백질 기술은 1972년 첫 발표되었으며 이후 1973년 같은 발표를 한 스탠퍼드의 허버트 보이어는 1976년 제넨텍을 설립하고 1978년 첫 번째 재조합 인슐린 치료제를 출시한다. 이 이야기는 ‘ recombinant universe’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한국어판은 번역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드브레이커는 한국어 번역이 되었을 뿐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집필로 유명한 윌터 아이작슨이 책을 썼기에 대중에게도 쉽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때문에 700쪽에 다라는 방대한 이야기만 지루함 없이 빨리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성취를 이끈 사람들, 특히 과학계에서 끊임없는 발경을 해 나가는 사람들의 자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의 중심인 다우드나는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이 과학자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남이 보지 못한 사실을 보게 하고 다른 이가 생각지 못한 질문을 하게 한다.
산업과 기초과학은 생각보다 훨씬 상호 유기적이다. 학계에 있다가 산업계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다수는 그 이유를 자신이 하는 일이 기초과학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쓰이는 곳에서 그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호기심이 어떻게 기술산업화되는지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여자들의 탐욕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도 보여준다. 실제 다우드나는 인텔리아를 샤르팡티에는 크리스퍼테라퓨틱스를 장은 빔테라퓨틱스등을 설립했으며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의 최전선에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특허 전쟁은 과학 기술의 개발이 선의와 호기심에 출발하였더라도 그 무엇보다 차가운 세계임을 보여준다. 과학계 종사자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학적 호기심과 순수함뿐 아니라 무섭도록 차갑고 빠르고 자기중심적 태도를 가져야 함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기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 과학은 혼자 방안에 들어앉아 몰두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현대 과학에서 비연속적 발견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하나의 발견 이전에는 변화를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여러 발견들과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이외에도 크리스퍼 발견의 시초가 될 반복서열을 박테리아에서 발견하여 크리스퍼란 이름을 붙인 모히카,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유제품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박테리아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크리스퍼를 사용한 바랑구와 오르바트,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의 랩에서 엄청난 연구를 한 연구원들의 서사가 나열된다. 이 중첩되고 연속적인 일련의 발견 속에서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 서로가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하여 발견을 가속하는 내용도 나온다. 노벨상은 두 명이 받았지만 그 두 명이 모든 걸 만든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오히려 서로가 믿고 협력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발견-협력-경쟁-산업화등의 모든 모습들이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큰 과학적 발전과 그것이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되는지를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나온 내용들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나와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 실제 산업계에서 마주치는 일들이기에 미리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약 산업에 근무하면서 느낀 회사생활, 신약 개발 그리고 책에 대한 내용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에서 다른 글들도 보시고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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