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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생존기] 실리콘밸리의 입사 첫 날
Bio통신원(하얀 스니커즈(필명))
실리콘밸리 안의 바이오텍에 지원하고 여러 인터뷰를 거친 뒤에 마지막으로 회사에서는 레퍼런스를 요구하는데 보통 3개 정도를 원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교수님들께 안부 연락을 미리 잘 드리면 편하게 부탁할 수 있는 것 같다. 혹시 담당 교수님이 랩을 떠나거나 은퇴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을 시에는 동료박사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이를 회사 측에 잘 설명하면 된다. 레퍼런스 또한 회사가 옮겨갈 때마다 요구되기 때문에 (적어도 scientist 포지션이라면), 교수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보통은 1-2주 내에 회사로부터 채용 결과를 연락받게 된다. 잡오퍼를 이메일로 받게 되고 HR은 잡오퍼레터와 함께 연봉, 주식옵션, 베네핏 등을 설명해 주며 회사에 따라 이사비 또한 지원받게 된다. 연봉은 협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인을 하기 전에 HR을 통해서 협상도 가능하다. 같은 포지션이라도 해당 지역에 따라 조금씩 연봉이 다른데, 이는 그 지역의 물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높은 물가를 감안하여 같은 포지션이라도 다른 주 또는 지역보다 조금 높은 샐러리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기뻤지만 살면서 왜 더 많이 주는지 그 이유를 뼈저리게 느끼는데 이는 그만큼 렌트비, 고물가, 배로 비싼 기름값 등에 많이 지출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근날짜를 정하게 되면 마무리가 된다. 실리콘밸리 내의 바이오텍을 지원하고 합격통보를 받기까지 2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렇게 나는 오퍼레터에 최종적으로 사인을 하고 HR에 다시 이메일을 보냄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입사를 준비했다.
학교를 떠나 회사로 들어오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회사의 주식옵션이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연봉과 함께 회사의 주식옵션을 받게 되는데, 매년 연봉이 올라가거나 프로모션이 될 경우에도 주식을 더해서 주기도 하기 때문에 주식을 몰랐던 나에겐 정말 신세계 그 자체였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가 잘 되었을 때 주식 또한 그 가치가 올라가게 되어 실리콘 밸리의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집을 산다고 농담을 할 정도이다.
이렇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최종적으로 출근날짜를 정하게 되는데, 나는 한달 뒤로 출근 날짜를 컨펌하고 그 전에 조금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도시에 적응기간을 갖기로 했다. 마치 여행온 것 처럼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지리를 익혀갔고, 출근 전 할 일들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DMV에 가서 차를 캘리포니아주로 등록하는 일과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근처 병원, 레스토랑, 한인마트가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보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DMV는 줄도 길고 예약도 많이 되어 있어서 미리 준비 할 것을 추천한다. 캘리포니아는 따뜻한 날씨 덕에 전기차가 많고 충전할 곳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동부에 비해 두배 이상으로 비싼 기름값을 생각한다면 전기차 소유자들에게는 좋은소식일 듯 하다. 또한 집을 구할 때, 이곳을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일단 회사에서 가까운 집을 구해 회사에 빨리 적응하자는 목표로 집 렌트비를 예상보다 조금 더 지출하게 되었다. 집은 보통 일년마다 계약이 연장 되고 보증금은 렌트비의 2배정도를 미리내게 되며, 사정 상 중간에 나갈 경우는 termination fee라고 하여 렌트비의 2-3배를 물 수 있으니 잘 생각해서 구해야 한다. 또한 주차비는 따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렌트비 + 주차비 전체로 계산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달 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출근을 했다. 출근 며칠 전, 랩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받고 출근 당일날 건물 1층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건물 액세스가 없는 관계로 1층에서 랩매니저를 만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건물 액세스 키와 주차권을 받는 일이었다. 캘리포니아 특성상 차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간단한 프로세스로 키를 받은 후, 매니저를 따라 회사로 들어갔다. 큰 건물 안에 여러 스타트업 회사들이 회사 규모대로 렌트를 해서 쓰는 형태였고, 우리 회사 역시 그곳을 사용하고 있었다. 랩매니저가 랩을 보여주고 또 내 자리를 안내해 주며 먼저 와 있던 동료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함께 일하게 될 내 매니저를 만나 처음 대면으로 인사하며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첫날인지라 일을 바로 시작하기보다, 랩 세이프티등 여러 가지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시작하고, 매니저와 팀원들과의 공식적인 미팅날짜도 잡으며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각 팀마다 지정된 랩의 장소가 있었고, 그 속의 팀별 간의 소통도 원활하며, 각자의 미팅이 있을 시 조용한 콘퍼런스 룸에서 미팅을 할 수도 있었다. 또한 휴식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키친도 있어서 그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가질 수도 있었다. 간식과 음료, 과일 등이 구비되어 있어 간단히 먹으며 일할 수도 있다. 1층에는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샤워도 가능했으며 물론 이 모든 것은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회사를 시작하며 운동을 하리란 큰 목표도 있었지만, 막상 회사를 다니다 보니 퇴근하면 집으로 달려가기 바빴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점심을 지원해 주었고 일정가격 안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일주일 전에 미리 점심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가 유연근무제인 탓에 점심을 지원하는 요일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나오기도 한다.
첫날을 이렇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베이지역 프리웨이 101의 교통체증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어 본다. 평생을 학교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회사는 참으로 다른 세상이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회사이고 또 회사가 처음이라 이 모든 것이 새롭고 참으로 많은 혜택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진작에 이 모든 정보를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살짝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길고 길었던 포닥생활에 후회는 없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의심치 않는다. 여느 회사가 그렇듯 많은 혜택이 있다고 해서 그냥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일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떨리고 긴장되는 하루를 안고 이제 본격적인 실리콘밸리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해 보려 한다. 나의 뉴챕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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