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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인공자궁
Bio통신원(여원 (필명))
SF 소설의 거장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Lois McMaster Bujold)의 대표작은 보르코시건 시리즈(Vorkosigan Saga)입니다. 1986년에 첫 권이 출판되었지만 2018년에도 작품이 발표되는 등 아직도 진행 중인 작품이지요. 성간 이동이 가능한 미래를 다루다 보니 아직 우리에게는 없는 온갖 과학기술이 등장하는데요, 가장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인공자궁 기술입니다. 작중에서 인공자궁 기술은 이미 완성 단계이기 때문에 인공자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 일이 대단히 원시적이고 미개한 행동으로 취급받습니다.
한편 인공자궁에서 아이들이 ‘생산’되는 광경은 디스토피아 문학에서도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 어머니 없이 100% 인공자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립니다. 2022년 연말에는 예멘의 과학 유튜버 하셈 알가일리(Hashem Al-Ghaili)가 300개 규모의 인공자궁 공장이 준비 중이라는 영상을 업로드했는데요, 댓글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입니다. (별개로 이 영상은 실제 기술적인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었지만[1] 일부 언론에서 팩트체크 없이 보도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오늘날 인공자궁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와 기업도 분명 존재합니다. 실제 인공자궁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을까요? 아직까지의 인공자궁은 수정란을 완전한 아이로 키워내는 것보다는 인큐베이터에도 들어갈 수 없는 극미숙아를 살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재태 37주 미만에 출산된 아이를 미숙아로 정의하는데요, 특히 28주 전에 아이가 분만되는 상황을 극조기분만(extreme prematurity)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미숙아의 생존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료에 의하면 2013~2018년 미국의 극조기분만 생존률은 약 78% 수준[2]으로 과거에 비해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임신 24주에 288g의 체중으로 분만된 극조산아가 인큐베이터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끝에 무사히 퇴원한 사례[3]도 있었지요.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태아의 생존 한계(cusp of fetal viability)를 23~24주[4]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인공자궁은 22~23주 만에 태어난 아이의 생명을 4주 정도 연장하여 추가적인 치료를 받을 시간을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임상에 가장 근접한 인공자궁은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개발 중인 EXTEND 시스템(EXTrauterine Environment for Newborn Development)입니다. 당연히 인간 태아를 이용한 임상은 아직 준비 중입니다만, 양의 태아를 이용한 시험이 300건 정도 있었고 2017년에 이미 양을 4주간 생존[5]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극조산아를 생존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여럿 있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폐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EXTEND에서는 자궁 내 환경을 최대한 흉내내기 위해 인공 양수가 담긴 주머니에 태아를 통째로 넣어두는 방식을 취합니다.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탯줄은 모체에서 분리된 즉시 외부의 산소공급기에 연결해야 하고요. 탯줄의 제동맥은 출산 이후 빠르게 닫히기 때문에 수 분 내에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EXTEND 이외에도 여러 연구진이 인공자궁 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만, 대체로 생존 기간이 EXTEND보다는 아직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인공태반 시스템은 태아를 양수에 통째로 투입하는 대신 폐만 양수액으로 채우고, 제동맥 대신 목정맥을 산소공급기에 연결합니다.[6] 폐 이외의 부분이 양수에 담기지 않기 때문에 기존 미숙아용 집중치료시설을 개조하여 사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다만 태아의 심장 출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펌프에 의존하여 혈액을 순환시키는 탓에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수준의 인공자궁 치료를 임상시험하는 데 반대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미숙아 집중치료에 특화된 병원에서는 생존한계로 알려진 23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도 상당수 살려내기도 합니다. 예컨대 아이오와 대학의 스테드 가족아동병원에서 치료받은 22주 차 미숙아의 생존율은 64% 정도이고, 21주 차에 분만한 미숙아를 살려낸 경험도 있다고 해요.[7] 이들은 현재 단계의 인공자궁 기술이 잘 숙달된 기존 치료법에 비해 갖는 이익이 제한적이기에, 환자에게 인공자궁 치료를 권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기술적 함의를 넘어서, 인공자궁 치료는 생명윤리 관점에서 복잡한 질문을 여럿 던지기도 합니다. 2022년 미국에서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어 낙태 허용 여부를 개별 주에서 결정하게 되었는데요, 낙태권을 둘러싼 격론이 여전히 미국 내의 “문화 전쟁”의 주요 전선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인공자궁 치료가 발전하며 태아의 생존한계가 갈수록 앞당겨진다면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에 생명윤리 관점에서 이들 기술의 함의를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 자료
[1] USA Today/Kate S. Petersen, Fact check: Artificial womb facility animation is a 'concept,' technology doesn't yet exist (Jan. 18, 2023).
[2] E. F. Bell et al., J. Am. Med. Assoc. 327, 248 (2022).
[3] 연합뉴스/김잔디, '288g' 건우가 만든 기적…국내 첫 200g대 초미숙아 무사히 퇴원 (Sep. 06, 2021).
[4] L. Mahgoub et al., Pediatrics 134, e1405 (2014).
[5] E. A. Partridge et al., Nat. Commun. 8, 15112 (2017).
[6] Nature News/Max Kozlov, Human trials of artificial wombs could start soon. Here’s what you need to know (Sep. 14, 2023).
[7] MIT Technology Review/Cassandra Willyard,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artificial wombs (Sep.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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