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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시간을 넘어 돌아온 매머드 버거
Bio통신원(여원)
현대 인류가 잡아먹는 동물의 종류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습니다. 미국 농무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돼지, 닭, 소의 소비량이 전체 육고기 소비량의 93%를 차지한다고 해요. 양이나 칠면조, 오리 같은 동물들도 어느 정도는 소비되지만 돼지와 닭과 소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토끼나 말, 고래 고기도 구할 수는 있지만 이제 별식이나 괴식 취급을 받지요.
이처럼 육고기를 ‘편식’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축산업의 효율화 덕일 겁니다. 식량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소처럼 노동력을 제공하는 동물은 잡아먹기 어려웠고 돼지처럼 고기 외의 생산물이 없는 동물을 키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개나 쥐, 개구리처럼 알아서 잘 자라고 잡기도 쉬운 동물도 널리 잡아먹었겠지요. 하지만 품종 개량과 농장 시설의 최적화 끝에 현대 축산업은 상당한 효율을 자랑합니다. 가축의 살을 찌우는 데 필요한 사료의 무게 비율을 사료요구율(feed conversion ratio)이라고 하는데요, 닭의 사료요구율은 1.7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료 2kg을 먹이면 닭의 체중이 1kg 이상 늘어나는 거죠. 돼지는 3~5, 소는 6~10 정도라고 하고요.[1] 몇 가지 종을 선택하고 개발 역량을 집중하여 전 인구를 먹이는 셈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효율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은 기후 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비판받습니다. 추산 방식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는 하지만,[2] 가장 널리 인용되는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의하면 인류의 전체 탄소 배출량 중 18%가 축산업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운송업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자료이지요. 때문에 단백질 공급원의 축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고, 특히 사람들이 육식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고기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접근이 늘어나고 있지요. 콩고기를 비롯한 대체육, 동물의 근육 조직을 세포 단위에서 키워내는 배양육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대체육과 배양육 사업에 조금 특이한 요소가 추가되었습니다. 소나 돼지나 닭이 아닌 진기한 동물이나 더 나아가 이미 멸종한 동물의 고기를 선보이겠다는 겁니다. 특히 매머드 고기를 되살려냈다는 기업들이 최근 1년 사이에 여럿 등장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게요.
벨기에의 스타트업인 팔레오(Paleo)는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대체육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기본적인 사업 모델은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와 비슷합니다. 콩이나 감자 등 식물성 재료를 메인으로 하고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기름을 섞은 다음, 미오글로빈 등의 헴(heme) 단백질을 추가하는 거죠. 대부분의 콩고기는 진짜 고기를 흉내 냈다기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육고기의 맛과 색과 식감을 결정하는 요소가 헴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들은 헴 단백질을 추가하여 진짜 고기 같은 맛을 내는 채식 패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임파서블 푸드에서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서 합성되는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을 이용하지요.
팔레오의 특이한 점은 유전자 조작 효모를 사용한 정밀발효(precision fermentation)를 이용하여 다양한 동물의 헴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데 있습니다. 팔레오 웹 페이지에 따르면 소, 닭, 양, 돼지, 참치의 헴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 이 포트폴리오에 매머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약 120만 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털매머드(woolly mammoth)의 이빨에서 매머드 DNA의 절편을 뽑아냈고 이를 현생 코끼리의 DNA와 조합하여 매머드 미오글로빈의 염기서열을 되살려냈다는 주장이지요.[3]
팔레오 측에서는 매머드 버거가 쇠고기보다 고기 맛이 강해서 맛있다고 주장하지만 홍보 효과를 노린 발언일 테니 어느 정도는 걸러 들어야 하겠습니다. 굳이 매머드 버거를 먹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실제 사업은 앞서 언급한 소, 돼지, 참치 등의 헴 단백질 위주로 진행하고 매머드는 홍보용 아이템으로 볼 수도 있겠고요.
매머드 버거도 의외로 시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빙하기를 컨셉으로 잡은 테마파크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디즈니월드의 판도라 구역은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배경인 판도라 행성을 테마로 했는데요, 이곳의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인 나비(Na’Vi) 족의 식문화를 컨셉으로 잡고 있습니다. 빙하기 컨셉의 테마파크라면 ‘진짜’ 매머드 고기를 판다고 홍보할 만한 이유는 충분히 되는 셈이지요.
팔레오의 매머드 버거는 대부분 식물성 재료로 만든 다음 미오글로빈을 첨가하는 형태입니다만, 정말 매머드 DNA로부터 배양육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2023년 3월, 호주의 배양육 기업인 바우(Vow)에서는 털매머드와 아프리카코끼리의 DNA를 조합한 다음 이를 양의 근육세포에 삽입하여 배양하는 방식으로 400그램 무게의 매머드 미트볼을 만들었습니다. 매머드 유래 단백질이 약간 섞여 있긴 하겠지만 실제로는 양고기 미트볼에 가깝겠습니다.[4]
바우의 매머드 미트볼은 실제 식용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깝습니다. 제작자들도 이 미트볼을 시식해 보지 않았어요. 선사시대 인류가 털매머드를 잡아먹긴 했지만 지난 5천 년 동안 매머드를 섭취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매머드 단백질에 인체의 면역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매머드 미트볼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skmuseum)에 기증되었다고 해요.
시식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매머드 미트볼 역시 바우의 주력 사업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배양육 연구가 빠르게 발전 중이지만 아직 생산 단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섭취 안전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최초로 배양육의 식용을 허가한 곳은 싱가포르인데, 이곳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의 이벤트 메뉴 정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와중에 시식조차 해보지 않은 매머드 고기가 널리 팔리는 사업 아이템이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역시 배양육 사업에 이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참고 자료
[1] TABLE, Feed conversion efficiency in aquaculture: do we measure it correctly? (Feb. 20, 2018)
[2] 시사IN/김다은, ‘육식=기후악당?’ 근거가 왜 이렇게 다른가 봤더니 (May. 23, 2022).
[3] The Economist, A Belgian company wants to create woolly-mammoth burgers (Jul. 5, 2023).
[4] CNN/Katie Hunt, Meatballs made with mammoth DNA created by Australian food startup (Mar.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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