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리포트 BRIC VIEW 2025-T17
이종 장기이식 기술 동향: 최신 전략과 미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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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장기이식 기술 동향: 최신 전략과 미래 전망
송원문(서울대학교)
이 리포트는 이종 장기이식의 기술적 진보와 임상 적용 현황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장기이식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종이식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실현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종이식은 면역거부반응, 인수공통감염병 전이 위험, 윤리적 논란 등 다양한 기술적 · 사회적 장벽에 부딪혀 왔으나, 이러한 난제들을 꾸준히 극복하며 점진적인 기술 발전을 이루어 왔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형질전환 돼지를 기반으로 한 심장 및 신장 이식에서 수십일 이상 생존한 환자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임상시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종이식은 더 이상 이론적 개념이 아닌 임상 적용 가능한 전략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본 리포트를 통해, 이종이식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기술 개발 현황, 국내외 임상 연구 사례, 법적 ·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향후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를 통합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목 차
1. 서론
1.1. 이종이식의 필요성
1.2. 이종이식 분야의 임상적 진전
2. 이종이식 기술 개발의 주요 장벽
2.1. 면역 거부반응
2.2. 병원체 전이 위험
2.3. 면역억제요법 최적화의 어려움
2.4. 장기 성장 불일치
2.5. 윤리 · 사회적 고려
3. 이종이식 기술 동향
3.1. 형질전환 돼지
3.2. 면역억제제
4. 이종이식 기술의 향후 전망
4.1. 이식 유전체학의 발전
4.2. 면역거부반응 스크리닝 기술의 고도화
4.3. 면역관용 유도기술의 개발
4.4. 인간화 키메라 돼지 생산
5. 결론
1. 서론
1.1. 이종이식의 필요성
1.1.1 장기이식 수요-공급의 불균형
“의공학자들은 앞으로 10년 뒤쯤 자동차 부품처럼 갈아 끼우듯 병든 장기 대신 인공장기를 이식, 난치병의 일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3년, 한 언론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1]. 병든 장기를 자동차 부품 갈아 끼우듯 ’뚝딱‘교체하는 시대는 아쉽게도 아직 오지 않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염원으로 의공학이 발전해왔다. 장기가 망가져도 대신할 수 있게끔 인공심장과 인공신장(투석)이 개발되었고,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위중한 환자들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체 장기의 기능을 인공장기로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예를 들어,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한 인공심장(좌심실보조장치)은 17시간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2]. 그리고 말기 신부전 환자를 위한 투석 역시 일주일에 3회 병원에 방문하여 4시간가량의 처치를 받아야 한다 [3]. 한편 췌장, 간, 장과 같은 장기는 생리적인 기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러한 장기는 기계로 구현할 수가 없다. 망가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식을 받아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말기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있어서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아 망가진 장기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식받을 장기를 구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공여자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한계로 인해, 장기이식 시스템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늘 심각한 수요-공급 불균형을 겪어왔다. 미국 장기조달 및 이식 네트워크(Organ Procurement and Transplantation Network; OPTN) 및 이식수혜자 과학등록부(Scientific Registry of Transplant Recipients; SRTR)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림 1a), 2019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189,607명에 달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180,000명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 반면, 같은 기간 기증자 수는 20,529명, 실제 이식 건수는 41,926건에 머물고 있다. 이는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 중 75% 이상이 적절한 시기에 장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2025년 현재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13명의 환자가 장기를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장기이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그림 1b), 2019년 32,955명이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3년 43,395명을 넘어섰다 [5]. 이는 5년간 약 34% 증가한 수치로, 인구 대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증자 수는 약 3,000명 전후로 크게 변동하지 않았고, 연간 이식 건수 역시 약 4,400건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이러한 수치는 장기이식 대기자의 90%가량이 적기에 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장기이식 수요는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림 1. 장기이식 기증자 수, 이식 건수, 이식 대기자 수 통계자료 2019 – 2023.
1.1.2. 이종이식 기술의 필요성 증대
장기이식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장기 이식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 복잡한 기증절차 등 다양한 문제들이 구조적 · 윤리적 ·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권에서는 유교적 문화와 장기기증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으로 인해 기증 참여율이 서구권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편 Hassanain et al.은 과거에 비해 공여자들이 고령화되어가고, 대사질환 유병률 또한 증가함에 따라 기증 장기가 이식에 부적합한 사례도 늘어났다고 보고하였다 [6]. 즉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장기 공급은 더욱 제한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장기 기증 시스템만으로는 급격히 증가하는 이식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접근법으로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인 개념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달리, ‘이종이식’은 유전자 편집 기술과 면역조절 전략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는 실제 임상을 적용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주요 면역거부 반응 유발 유전자(GGTA1, CMAH, B4GALNT2 등)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들이 개발되었으며 [7-9], PERV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10].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뇌사자 및 실제 생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연이어 진행되면서, 이종이식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림 2. 2024-2034 이종이식 시장규모 전망.
장기이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종장기 기술 및 관련 인프라가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종이식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이종이식 시장 규모는 약 28억 4천만 달러로 추산되며 (그림 2a), 2025년에는 31억 2천만 달러, 2034년에는 약 72억 6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11]. 연평균 성장률은 9.84%로 전망된다. 전체 시장의 약 46%를 미국이 점유하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한 선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이종이식 시장 규모는 약 13억 1천만 달러로 평가되며, 2034년까지 23억 8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9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림 2b).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은 현재 세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서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신속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이식 시장이 발전하려면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2 이종이식 분야의 임상적 진전
1.2.1. 이종이식 모델 동물
이종이식에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공여 동물’로는 크게 NHP (Non-Human Primates; 비인간 영장류)와 돼지가 있다. 과거에는 인간과 유사한 NHP를 중심으로 이종이식 연구가 성행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면역억제제의 도입으로 동종이식의 성공률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NHP를 활용한 이종이식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12]. 그러나 NHP 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나 감염 위험성과 같은 NHP의 근본적 한계점 때문에 현재는 돼지가 이종이식 연구와 장기 생산의 주요 공여 동물로 사실상 일원화된 상황이다. 그리고 NHP는 돼지 장기를 인체에 이식해도 문제가 없는지 평가하기 위해 전임상 이식 모델로 주로 활용된다 [13].
그림 3. 이종이식 모델 동물로의 영장류와 돼지 특징 비교.
NHP는 면역계 구성과 생리학적 대사 패턴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앞서 이종장기의 생존력, 면역 반응, 거부반응 패턴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주로 마카크 원숭이(Macaca Fascularis)와 개코원숭이(Papio anubis 또는 hamadryas)가 실험에 사용되었으며, 특히 돼지-영장류 이식 모델은 심장, 신장, 췌도 등의 이식 연구에서 표준적인 전임상 모델로 자리 잡았다.
반면 NHP를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사용한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14].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번식 속도가 느리고 사육 난이도가 높아 연구 수행에 막대한 사육 비용이 소모된다. 둘째, NHP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기 때문에, NHP 실험은 늘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어왔으며 경제동물인 돼지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윤리적 규제를 받는다. 셋째, 작은 체구로 인해 장기 사이즈가 인간보다 작아 인체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넷째, 인간과의 높은 유전적 유사성으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의 감염 및 전파 위험이 크다 [15]. 다섯째, 유전자 조작 기술 적용이 어려워 이러한 문제들을 돼지처럼 기술적으로 개선하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임상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이종이식 모델 동물로서 돼지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빠른 번식 주기(임신 기간 약 114일, 1회 8~12두 출산)와 낮은 사육 비용 덕분에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그림 2). 둘째, 해부학적으로도 돼지 심장은 인간과 크기와 구조가 유사하고, 신장, 간, 폐, 췌장 역시 인체 이식에 적합한 크기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장기 이식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셋째, 돼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이 용이하며, 실제로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여러 유전자를 편집한 형질전환 돼지가 개발되고 있다. 넷째,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DPF (Designated Pathogen Free; 지정 병원체 무균 제어) 시설 내 사육도 가능해,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에서도 우수한 이점을 제공한다.
1.2.2. 이종이식 연구의 과거 역사
오늘날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승인 절차를 밟으려면 수년간의 전임상 연구를 통해 기술의 타당성을 충분히 입증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절차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종이식을 시도한 역사는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 인간과 이종 동물 간의 면역학적 장벽이 얼마나 높고 복잡한지를 충분히 이해하기 전까지, 그러한 시도는 과학적 접근보다는 생명 연장을 향한 희망에 가까웠다. 그 희망은 반복적으로 현실의 장벽에 부딪혔고, 이종이식은 오랫동안 실패의 역사로 남았다.
이종이식 사례가 처음으로 문서에 기록된 것은 1667년 프랑스의 Jean-Baptiste Denis가 15세 소년에게 양의 혈액을 수혈한 실험이었다 [16]. 첫 수혈은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 수혈 시도에서 사망 사례가 발생하며 Jean-Baptiste Denis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7]. 결과는 무죄 판결이었지만, 이 사건은 1668년 프랑스 내에서 이종 수혈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1905년 프랑스의 Alexis Carrel이 혈관문합술을 개발하면서 ‘장기 혈류 회복이 이식 성공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학계에 자리를 잡았다 [18]. 이렇게 장기이식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면서 이종이식도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1906년 프랑스의 Mathieu Jaboulay는 돼지 신장을 사람의 팔꿈치에 이식하였고 [19], 1909년 독일의 Ernst Unger는 마카크 원숭이의 신장을 사람의 허벅지에 이식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20]. 그러나 두 사례 모두 면역거부반응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실패하였다. 잇따른 실패로 인해,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이종이식 연구는 다시 중단되었다.
1962년에는 미국의 Thomas Starzl이 Azathioprine, Prednisone, Actinomycin C를 병용한 면역억제 요법을 통해 동종 장기이식에서 거부반응 억제에 성공하며 이식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21]. 이 성공은 이종이식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1963년 미국의 Keith Reemtsma는 마카크 원숭이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하였다 [22]. 면역억제제 및 방사선 요법을 병행한 결과, 환자는 63일간 생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Reemtsma는 연구를 확장해 침팬지 신장을 13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환자들은 최대 9개월까지 생존하는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1964년, 미국의 James Hardy가 시행한 침팬지 심장 이종이식이 실패하면서 환자가 사망했고, 이 사건은 대중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16]. 이후 1983년, 미국의 Leonard Bailey는 심장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유아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하는 시도를 하였고, 해당 유아는 ‘Baby Fae’라는 이름으로 미국 내에서 전국민적인 주목을 받았다 [23]. 그러나 유아는 수술 20일 만에 사망했고, 이종이식은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이종이식의 임상적 적용은 다시 중단되었다.
이종이식 연구는 면역억제제 Tacrolimus가 개발된 이후 재개되었다. Starzl은 1992년과 1993년, Tacrolimus를 병용한 면역억제 전략을 통해 개코원숭이의 간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수행하였고, 각각 70일 및 26일간의 생존기간을 기록하였다 [24-25]. 이어서 1996년, 인도의 Dhaniram Baruah는 돼지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하여 7일간 생존한 사례를 보고하였다 [26]. 그간 수많은 이종이식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면역억제제만으로는 이종이식의 장벽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16]. 여기에 더해 PERV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나 윤리적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보다 안전한 이식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이종이식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게 되었다.
1.2.3. 국내외 형질전환 돼지 연구기관 현황
‘돼지’를 공여동물로 한 전임상 모델에서 임상적 타당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이종이식은 오랫동안 제한적인 연구 주제로 머물러 있었다. 현대 이종이식의 핵심 전략은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도록 유전자를 정밀하게 편집한 ‘형질전환 돼지’의 장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수한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뿐만 아니라, 병원체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청정 사육 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단일 연구기관의 자원만으로는 전체 과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첨단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는 학계의 연구 역량,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산업계의 추진력,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 재정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협력 구조 속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기업들은 형질전환 돼지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왔으며, 현재는 10개 이상의 유전자가 편집된 형질전환 돼지 모델들이 확보되고 있다. 긴 시간 축적된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이종이식은 다시 임상 적용을 향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형질전환 돼지 개발을 주도하는 주요 기관들과 그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 1).
미국은 형질전환 돼지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중 Revivicor는 복제 돼지를 개발한 David Ayares 박사가 2003년 설립한 기업으로, 현대 이종장기 시대의 서막을 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α-Gal 항원이 제거된 돼지를 상용화했고(GalSafe™) [27], FDA의 첫 공식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식용 및 의약용 돼지 유전자 편집 명목) [28]. 또한, FDA로부터 이종이식에 대한 첫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을 받아 2022년 임상시험을 수행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형질전환 돼지를 기반으로 한 이종이식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실증한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또 다른 미국 기업인 eGenesis는 2015년 설립된 기업으로, 유전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George Church 교수와 Luhan Yang 박사가 공동 설립했으며, 현재 Michael Curtis 박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29]. Revivicor와 마찬가지로 이종이식의 임상적용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TKO를 포함하여 10개의 유전자와 59개의 PERV 유전자를 제거하는 뛰어난 기술력과 전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30-31], eGenesis는 지난해 12월 신부전 환자에 대한 신장 이종이식 3건에 대해 미국 FDA의 임상 승인을 획득했으며, 올해 1월에는 그중 첫 번째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32]. 이처럼 미국은 FDA를 중심으로 한 규제체계의 정비와 민간 기업 주도의 기술 상용화가 잘 맞물려 발전하고 있으며, 임상 적용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일본은 글로벌 선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PorMedTec은 2017년 설립된 기업으로, 일본 메이지대학교 나가시마 히로시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2023년 eGenesis로부터 공여세포를 수입받아 2024년 자국 내에서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하였다 [33]. 또한 같은 해, 메이지 대학교, 가고시마 대학교, 교토 부립 의과대학교, eGenesis와 공동으로 NHP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신장이식 실험을 수행했다 [34].
중국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이종이식 연구가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심장 및 신장 이식 연구가 전임상뿐만 아니라 임상 수준에서도 수행되고 있다. 중국의 ClonOrgan Biotechnology는 쓰촨 의과학원 및 인민병원 교수 Dengke Pan이 설립한 기업으로, 2018년 TKO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였다 [35]. 이후 TKO를 포함하여 총 6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했으며 [36], 자사 형질전환 돼지들을 활용한 뇌사자 대상 신장 이식 [37] 및 간 이식 임상시험 [38]을 수행한 바 있다. 한편, Qihan Biotech는 eGenesis 설립자인 Luhan Yang 박사가 2017년 중국에 설립한 기업이다 [39]. eGenesis에서의 연구 경험으로 축적된 다중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바탕으로 13개 유전자를 편집한 형질전환돼지 생산에 성공하였다 [40].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형질전환 돼지를 활용한 이종이식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국가기관과 민간기업 주도로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을 출범한 이후, 이종이식 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왔다. 구체적으로는 2003-2020년 700억 원, 2020-2023년 82.5억 원, 2023-2027년 380억 원이 각각 투입되었으며, '이종장기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임상 전환을 목표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41]. 국립축산과학원은 2009년 국내 최초로 GGTA1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 ‘지노(Xeno)’ 제작에 성공하였다. 이어 2013년 Kim et al.의 보고에 따르면, 이 돼지의 심장을 NHP에 이식한 결과 최대 24일 생존하며 초급성 거부반응이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입증하였다 [42]. 이후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노’를 포함하여 2019년까지 총 5종의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였으며, 최대 4개의 유전자를 편집하였다 [43].
옵티팜은 2000년 설립된 민간 기업으로, 현재 김현일 박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TKO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한 데 이어 [44], 2023년에는 PERV 유전자 제거와 함께 CD39, CD46, CD55, THBD 등 4개 인간 유전자를 삽입하여 총 8종의 유전자가 편집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였다 [45]. 또한 2024년에는 기존 8종 편집 모델에 CD47과 CD59 유전자를 추가 삽입하여 총 10종 유전자 편집 모델을 개발하는 등 단기간 내 기술 고도화를 실현하였다. 안정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옵티팜의 형질전환 돼지는 우수한 전임상 성과를 달성하였는데, 2023년에는 NHP 대상 신장 이식에서 221일 생존 [46], 2024년에는 심장 이식에서 217일 생존 [47]이라는 국내 최장 생존기록을 경신하였다.
1.2.4. 임상 연구 현황(뇌사자)
이종이식이 실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임상적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실증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어야만 한다. 현재는 말기 장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생존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면역거부반응에 따른 실패율이 높고, 효과적인 면역억제 요법 또한 완전히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이종장기 이식의 임상적 안전성과 생리적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식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48]. 현재까지 수행된 뇌사자 이종이식 임상 연구 현황은 아래와 같다 (표 2). 발표 연도는 수술 날짜가 아닌, 학술지 또는 보도자료 발표일을 의미한다.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최초의 임상 시도는 2021년 9월과 11월,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헬스 이식센터의 Robert Montgomery 교수 연구팀에 의해 이루어졌다 [49]. 연구팀은 Revivi-cor 사에서 개발한 α-Gal 제거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 2명에게 각각 이식하였으며, 면역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돼지의 흉선 조직도 함께 이식하였다. 이식된 돼지 신장은 초급성 거부반응의 징후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였고, 재관류 후 수분 내에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는 수혜자 1의 경우 1.97mg/dL에서 0.82mg/dL로, 수혜자 2의 경우 1.10mg/dL에서 0.57mg/dL로 감소하였다.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는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일반적으로 정상 범위는 0.50~1.40mg/dL이다 [54]. 한편, 이후 보도자료에 따르면, Montgomery 연구팀은 2023년 7월 추가로 시행한 뇌사자 대상 신장 이종이식에서 61일간의 장기 경과 관찰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55].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 버밍엄 캠퍼스의 Jayme Locke 교수 연구팀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세 차례의 뇌사자 대상 돼지 신장 이종이식 수술을 수행하였으며 [56], 이들 중 두 건의 이식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50-51, 57]. 세 차례 모두 Revivicor 사의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를 공여 동물로 사용했다. 2022년 1월에 시행된 첫 수술 사례 [50]에서는 초급성 거부반응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이식된 신장이 생리학적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양측 신장 중 우측 신장에서만 소변이 생성되었으며, 이식 후 첫 24시간 동안 총 배뇨량이 0.7L에 불과했다. 뇌사자는 항이뇨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일일 배뇨량이 2.4L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58] 일반 성인의 평균 배뇨량인 1–1.5L/일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던 점을 보면 이식 신장의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도 이식 1일 차에 4.9mg/dL로 매우 높았던 데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2023년 2월에 시행된 두 번째 사례 [51, 57]에서는 이식된 돼지 신장이 실제로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첫 24시간 동안은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했다. 첫 24시간 동안 수혜자의 배뇨량은 무려 총 37L에 달했고, 단백뇨 수치는 8.9g/일로 매우 높았다. 신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기능을 회복했다. 이식 6일 차 배뇨량은 6L까지 줄어들었다. 단백뇨 또한 3.2g/일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역시 이식 초기에는 3.9mg/dL로 다소 높은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이식 7일 차에는 0.9mg/dL로 정상 범위에 도달하였다.
심장 이종이식의 경우에서도 뇌사자 대상의 연구들이 이루어진 바 있다 [52]. 앞서 신장 이종이식과 마찬가지로,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 이식센터의 Robert Montgomery 교수 연구팀이 해당 수술을 수행하였으며, 두 건 모두 Revivicor 사의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를 공여 동물로 사용하였다. 이식 결과는 수혜자 간 차이를 보였는데, 수혜자 1은 심장 크기 불일치로 인해 좌심실 박출률이 66시간 후 40~45%까지 저하되었으며, 반면 수혜자 2는 75% 이상의 안정적인 박출률을 유지하였다. 항체 매개 반응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면역학적 부작용은 두 사례 모두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신장과 심장에 비해 간 이종이식은 난이도가 더 높은 축에 속한다 [59]. 신장과 심장이 주로 물리적 기능(여과, 펌프 기능)을 수행하는 데 반해, 간은 복잡한 대사 기능을 담당하며, 쿠퍼 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선천면역 활성화로 인해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이식연구소의 Abraham Shaked 교수 연구팀은 뇌사자의 혈액과 유전자 편집 돼지의 혈액을 72시간 동안 체외 순환시키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53]. 공여 장기로는 eGenesis 사의 69종 유전자 편집 돼지가 사용되었으며, OrganOx 사의 간 체외순환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정식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72시간 동안 돼지 간에서 담즙이 생성되었고, 혈류량, 혈압, pH 등의 생리학적 지표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의 체내 이식 사례는 2024년 3월, 중국 시징 병원의 Ke-Feng Dou 교수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수행되었다 [38]. 이 연구에서는 ClonOrgan Biotechnology 사의 6종 유전자 편집 돼지를 공여 동물로 사용하였고, 이식된 간의 기능과 면역 반응을 10일 동안 관찰하였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면역 거부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식 2시간 후부터 담즙 생성이 시작되었고, 10일 차까지 총 66.5mL가 생성되었으나, 생리학적으로 충분한 수준의 담즙 생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뇌사자 대상 이종이식 연구는, “인간 생리 환경에서 이종장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체내 면역계는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그 기전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형질전환 돼지가 실제로 면역거부반응을 억제시켜 주는지(항원-항체 반응, 보체 활성화 억제, 내피세포 반응성 평가 등)에 대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뇌사자는 뇌사로 인해 전신적인 변화를 겪기 때문에 생존 환자와는 생리학적 특징이 크게 다르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뇌사 초기에는 혈압 저하에 대한 보상기전으로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관 수축과 고혈압이 유발되며, 뇌하수체 기능 소실로 인해 항상성 호르몬의 결핍이 발생해 전신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60]. 또한, 뇌조직 괴사에 따른 전신 염증 반응과 응고계 이상도 장기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61]. 이처럼 뇌사자는 생존 환자와 비교해 생리학적 · 면역학적 조건이 상이하므로, 생존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 이러한 차이점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종이식 연구 목적의 뇌사자 활용’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62]. 장기 기증 및 이식과 관련된 경우에 한해서만 뇌사자의 기증이 인정된다. 해당 법률은 2000년에 시행되었으며, 뇌사 판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지만, 뇌사는 어디까지나 장기 기증을 위한 전제로만 인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종이식 연구는 현행 법률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뇌사자 이종이식 연구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도 낮은 편이다. 권복규 교수 연구팀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007명을 대상으로 ‘이종장기이식을 위한 뇌사자 대상 실험’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32.7%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63].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뇌사자를 활용한 이종이식 연구의 법적 ·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률의 재검토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윤리적 · 정책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1.2.5. 임상 연구 현황(생존 환자)
2021년 12월 31일, 돼지 심장 이종이식 수술이 최초로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말기 심부전 환자 David Bennett을 위한 이식 수술이었다. 당시 Bennett은 심실보조장치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중증의 심부전 상태였으며, 치료 순응도가 낮았던 병력 때문에 동종 심장이식의 수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대기자 리스트에도 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64]. 승인받은 돼지 심장은 Revivicor사에서 개발한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심장이었다. FDA의 승인 일주일 후인 2022년 1월 7일, Bennett은 메릴랜드 대학병원의 Bartley Griffith 교수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 이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65]. 이식 후 좌심실 박출률은 수술 전 10%에서 55% 이상으로 회복되었으며, 이식 후 34일까지는 조직학적으로 거부반응의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35일 차부터 트로포닌Ⅰ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43일 차에는 IgG 농도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49일 차에는 심장 이완기 기능 부전이 발생하며 의식을 잃었고, 재삽관과 함께 ECMO를 통한 연명치료가 시작되었다. 이후 56일 차 조직검사에서는 보체(C4d)의 침착과 함께 항체매개 거부반응이 확인되었으며, 당시 심근의 약 40%가 괴사 된 상태였다. 2022년 3월 8일, 이식 후 60일째 되는 날, 가족의 동의 하에 연명치료가 중단되었고 Bennett은 사망하였다. 사후 해부 결과, 이식된 심장은 심비대증으로 인해 초기 328g에서 600g으로 비대된 상태였다. 또한 심장 조직에서 PCMV가 검출되어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거론되었다. 비록 최종적으로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지만, 형질전환돼지의 심장이 사람에게 이식되어 초급성 거부반응 없이 7주간 생명유지에 기여했다는 점은 이종이식 분야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남았다 [59]
2023년 9월 15일, FDA는 두 번째 심장 이종이식 수술에 대해서도 긴급사용승인을 내렸다. 이번에도 대상자는 말기 심부전 환자(Lawrence Faucette)였으며, 대기자 리스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66]. 이식에 사용된 심장은 Bennett의 사례와 동일하게 Revivicor사에서 개발한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심장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메릴랜드 대학병원의 Bartley Griffith 교수에 의해 수술이 시행되었다 (2023년 9월 20일). 수술 후 14일까지는 좌심실 박출률이 60% 이상으로 유지되는 등 심장이 안정적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30일 차부터 트로포닌Ⅰ 수치가 급상승하고, 항체매개 거부반응이 나타나면서 급격한 심장 이완기 기능 부전이 발생했다. 이후 환자는 의식을 잃어 ECMO를 통한 연명치료가 시작되었다. 이식 후 40일째 되는 날, 가족과 논의 끝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고, Faucette은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억제 가능함을 다시 한번 입증한 동시에, Bennett의 사례와는 달리 바이러스 개입이 전혀 없었음에도 항체매개 거부반응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면역반응의 메커니즘 연구와 면역억제요법 최적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건의 심장 이종이식이 종료된 이후, 신장 이종이식에 대한 임상적 시도가 이어졌다. 신장이식은 장기 생존과 기능 유지 측면에서 심장이식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최초의 신장 이종이식 대상자는 말기 신부전 환자 Richard Slayman으로, 그는 2018년 인체 신장을 이식받았으나, 이식편의 기능 상실로 인해 다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eGenesis 사에서 개발한 69종 유전자 편집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이 사용되었으며, 2024년 3월 16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이식센터의 Tatsuo Kawai 교수의 집도 하에 수술이 시행되었다 [67]. 수술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고, Slayman은 수술 후 약 2주 만에 퇴원하여 일상생활로 복귀하였다. 그러나 약 2개월 만에 예기치 못한 심장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사망 시점까지 이식된 신장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이 이식 신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신장 이종이식 대상자는 Lisa Pisano로, 심장과 신장 기능이 동시에 부전 상태에 있는 중증 환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Pisano는 좌심실보조장치 이식 수술과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병행해야만 했다. 이식에 사용된 장기는 Revivicor에서 개발한 10종 유전자 편집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이었다. 면역거부반응을 완화하기 위해 흉선이 함께 이식되었다. 수술은 2024년 4월 12일, 뉴욕대 랑곤헬스의 Robert Montgomery 교수팀에 의해 집도되었으며, 수술 직후 초기에는 이식된 신장이 안정적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심실보조장치의 혈류 공급 이상으로 인해 이식 신장으로의 관류가 감소하였고, 이로 인해 신장 기능이 점차 저하되었다. 결국 이식 47일째인 2024년 5월 29일, 신장은 제거되었고, Pisano는 다시 투석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2024년 7월 7일 사망하였다.
앞선 두 차례의 신장 이종이식 사례가 심장이식보다 더 양호한 생존 기간과 이식편 기능 유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신장 이종이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Towana Looney는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는 세 번째 신장 이종이식 사례로, 신장 이종이식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68]. Looney는 9년동안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아왔으며, 높은 항체 수치로 인해 인체 신장 이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식편은 Revivicor 사의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이 사용되었고, 2024년 11월 25일, 뉴욕대 랑곤헬스에서 Robert Montgomery 교수와 Jayme Locke 교수의 집도로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식 후 초기 경과는 매우 양호하여, 신장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투석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수술 약 3개월 후에는 자택으로 복귀할 정도로 회복되었으나, 이후 감염 치료를 위해 면역억제제 복용량을 감소시킨 것이 계기가 되어 급성 거부반응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2025년 4월 4일, 이식된 신장은 제거되었고 환자는 다시 투석 치료를 재개하게 되었다. 2025년 6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Looney에게 이식된 신장은 총 130일 동안 기능을 유지하였으며, 이는 현재까지 이종 신장이 인간에서 생존한 최장 기록으로, 향후 이종이식 임상 적용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현재 진행 중인 신장 이종이식 사례로는 Tim Andrews가 있다. Andrews는 말기 신부전으로 2년간 투석을 받아왔으며, 심장마비 병력과 혈액형 문제로 장기 기증이 어려운 환자였다. 2025년 1월 25일, eGenesis의 69종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이 사용되어 MGH 이식센터에서 Tatsuo Kawai 교수 집도로 수술이 시행되었고 [69], 수술 직후 신장은 정상적으로 소변을 생성하며 안정적인 기능을 보였다. Andrews는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한 뒤 현재까지 투석 없이 생활하고 있다. 신장 이종이식 사례 전반에서의 연속적인 성공에 힘입어, 2025년 2월 3일, Revivicor의 모회사인 United Therapeutics는 신장 이종이식에 대한 FDA의 세계 최초 임상시험 정식 승인을 획득했다고 발표하였다 [70]. 해당 임상은 최대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첫 투여는 2025년 중반에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2025년 3월 6일 중국 시징 병원에서도 Dou Ke-Feng 교수의 집도로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현재 해당 수술의 구체적인 경과는 알려져 있지 않다 [71].
생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 이종이식’은 2024년 4월 26일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되었다. 이 수술은 안후이 의과대학 제1부속병원의 Beicheng Sun 교수 집도로 진행되었으며, 간암 환자의 우엽을 절제한 후,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의 간을 이식하였다 [72]. 이식된 간은 수술 직후부터 담즙 분비를 시작했으며, 첫날 10mL였던 담즙량은 13일째 200~300mL로 증가하였다. 이는 이식 간이 일정 수준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환자는 수술 후 상태가 악화되어 2개월 후 사망하였다. 한편, 2023년 뇌사자 간 이종이식을 진행했던 미국의 eGenesis와 OrganOx는 2025년 4월 15일, 간 이종이식에 대한 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다고 발표하였다 [73]. 해당 임상은 초기 참가자의 안전성을 확보한 후, 최대 20명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74].
2. 이종이식 기술 개발의 주요 장벽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종이식 분야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면역 거부반응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했지만, 그 외에도 임상적 타당성 확보와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며 마침내 임상시험 승인을 얻기까지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 왔다. 이번 단락에서는 이종이식 기술 개발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직면했던 주요 장벽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2.1. 면역 거부반응
2.1.1. 초급성 거부반응
그림 4. 면역거부반응 진행 단계. (a) 초급성 거부반응, (b) 지연성 거부반응, (c) 만성 거부반응.
초급성 거부반응은 이종장기 이식 후 수 분 내에 발생하는 가장 빠른 형태의 면역 거부반응으로, 이종이식 초기 시도들이 번번이 실패한 주된 원인이었다. 이 반응의 병태생리는 1993년 인간 혈액 내에 존재하는 자연항체가 α-Gal 항원을 인식해 보체 활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체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했다 [75-76]. 수혜자의 혈관과 이식편의 혈관이 연결되고, 혈액이 순환되기 시작하면서 수혜자의 혈중을 떠돌아다니는 항체가 이식편의 혈관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림 4a).
항체는 이식편 내피세포에 발현된 항원에 결합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항원-항체 복합체에 보체 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77]. 항체의 Fc 영역에는 C1q가 결합하고, C1q에 의해 연쇄적으로 보체들이 활성화되는 일련의 고전적 경로에 의해, 최종적으로 MAC(Membrane Attack Complex; 막공격복합체)이 형성된다. MAC는 이식편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혈관 내피세포막에 천공을 형성해 파괴한다.
손상된 내피세포에서는 조직 인자(Tissue Factor)의 발현이 증가하여 응고 연쇄 반응이 촉진된다. 혈액이 응고하면서 만들어진 혈전은 이식편 내 혈류를 차단한다. 혈류가 차단됨에 따라 장기가 창백해지고 부종이 발생한다. 혈류가 차단된 이식편 조직은 빠른 속도로 괴사 된다.
괴사된 조직은 염증 반응을 유도하며, 보체 활성 과정에서 생성된 C3a와 C5a 역시 강력한 염증 유발 인자로 작용한다. 염증에 의해 혈관 투과성이 높아지면 호중구나 단핵구들이 이식편 혈관으로 침투하기 시작하고, 유입된 면역세포들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ROS)를 분비하여 내피세포 손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특히, 보체 조절 단백질(CD46, CD55 등)이 결핍될 경우 이러한 손상은 훨씬 심화된다. 이종이식에서는 돼지 내피세포의 보체 조절 단백질들이 인체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체 매개 공격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된다.
2.1.2. 지연성 거부반응
초급성 거부반응에서 보체 활성의 중요성이 밝혀지면서, 보체를 제거하거나 보체 조절 단백질을 처리하여 이를 억제하려는 다양한 전략들이 시도되었다 [78]. 그러나 초급성 반응이 억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식 수일 내에 장기 괴사가 발생하는 ‘정체불명의’ 거부반응이 관찰되면서, 이를 새로운 유형으로 분류하게 되었고, 그 발생 시점의 지연성을 반영해 ‘지연성 거부반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79]. 지연성 거부반응은 이종이식에서 대개 ‘이식 후 24시간에서 수 주 이내에 발생하는 중간 시기의 면역 반응’으로 정의된다. 이 시기는 T세포나 항체에 의한 적응면역 반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 즉 선천면역계가 중심이 되는 과도기적 단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80].
돼지 유래 세포는 NK세포의 KIR 및 NKG2D 수용체에 의해 강하게 인식된다. 인간 세포는 보통 HLA-E, HLA-G 등 NK세포 억제 리간드를 발현하여 공격을 회피하지만, 돼지 세포는 이러한 분자들을 발현하지 않기 때문에 NK세포의 직접적 공격 대상이 된다. NK세포는 이식편 내피세포를 적대 세포로 인식하여 그랜자임과 퍼포린을 방출하고, 내피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81]. 이식편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NK세포는 추가적으로 IFN-γ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국소 염증 반응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염증 환경은 수지상세포 및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적응면역의 개시로 이어진다.
NK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가 지속적으로 내피세포를 파괴하면서 내피세포는 조직인자를 발현을 하고, 응고 경로를 따라 혈관 내 미세혈전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이식편으로의 혈류 공급이 차츰 감소하게 된다. 혈류 공급이 감소하면서, 이식편이 점점 괴사 하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 발생한다. 이식편의 혈관이 반복적으로 손상됨에 따라 혈관 내피는 점점 섬유화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2.1.3. 만성 거부반응
만성 거부반응은 장기 이식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급성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면역 반응 때문에 점진적으로 이식편의 구조와 기능이 손상된다. 이종이식에서의 만성 거부반응은 다른 면역 거부반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 데이터가 덜 축적된 편이다. 수혜 동물을 장기간 생존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8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서는 면역억제요법이 발전한 덕분에 장기간 생존에 성공한 전임상 모델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었다 [83].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성 거부반응 연구가 이루어졌다.
만성 거부반응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지속적인 저강도 면역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다. 이식편 내피세포가 반복적으로 손상되면서, 손상된 내피가 조직 인자의 발현을 유도하고 응고 경로를 활성화시켜, 혈관 내 미세혈전 형성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이로 인해 혈류가 점차 감소하고,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식편의 허혈성 손상이 축적된다. 이 과정에서 혈관 평활근 세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성장인자의 자극을 받아 과도하게 증식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로 인해 혈관 내강이 점점 좁아져 협착되게 만든다 [82]. 이러한 일련의 변화로 인해 혈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조직이 괴사 하면서 이식 장기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그림 4c).
2.2. 병원체 전이 위험
2.2.1. 공중보건적 위험성
이종장기 이식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동물 유래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이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이다. 병원체에 감염된 돼지 장기를 이식받게 되면 수혜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무해한 병원체조차 심각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체가 전염된다면 단순히 개인 건강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 위기로 확대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종이식 상용화를 위해서는 병원체 관리, 철저한 검역 절차,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병원체 제거 전략이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2.2.2. 주요 병원체 (1) PERV
PERV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돼지 지놈 내에 통합되어 있는 내인성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 품종이 730종 이상 존재하는데, 품종에 따라 PERV의 복제 수는 1-100개 이상으로 다양하게 분포한다 [84]. 현재까지 PERV가 실제 인간을 감염시킨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특정 조건에서 인체 유래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 있지만, 감염을 위해서는 높은 역가의 PERV를 인간 세포주에 노출해야 한다 [85].
이러한 점에서 PERV는 인체 내에서 병원성을 발현할 가능성이 낮으며, 이종이식 관점에서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병원체로 평가된다. 그러나 돼지 내에서는 PERV가 면역결핍 및 종양 유발과 관련이 있으며 [86], 돌연변이나 재조합을 통해 인간 병원성을 획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종이식 시 PERV의 발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외인성 병원체는 사육 환경의 멸균화 및 위생 관리로 제거할 수 있으나, PERV는 숙주 유전체에 통합되어 있으며, 생식세포를 통해 자손에게 수직 전파된다는 점에서 외인성 병원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87]. 즉, 사육 조건 개선만으로는 PERV 감염 위험을 차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유전자 편집을 통한 PERV 제거 전략이 필요하며, 실제로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돼지 유전체 내 62개 PERV 사본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연구가 보고되었다 [88]. 이 기술은 현재 eGenesis사에서 상용화된 PERV-음성 돼지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2.2.3. 주요 병원체 (2) PCMV
PCMV (Porcine Cytomegalovirus;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는 이식된 장기의 생존 기간을 현저히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PCMV가 면역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정확한 분자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원인으로는 응고 이상이 지목되고 있다 [89]. 2014년 Yamada et al.은 PCMV에 감염된 GTKO 돼지의 신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한 결과, 평균 생존 기간이 14.1일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90]. 반면, PCMV 음성 신장의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48.3일로, 약 3배 이상 연장되었다. 같은 해 Sekijima et al.의 마카크 원숭이 대상 신장이식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PCMV 음성 신장은 평균 28.7일 생존한 반면, 감염된 신장은 9.2일로 급격히 생존 기간이 줄어들었다 [91]. 2020년 Denner et al.의 개코원숭이 심장이식 실험에서도 PCMV의 영향이 확인되었다. PCMV 음성 심장은 최대 192일까지 기능을 유지한 반면, 감염된 심장은 30일 이내에 기능을 상실했다 [92].
한편, PCMV의 병리적 위험성에 대해 반론도 제기되었다. 2023년 Zhang et al.은 공여 돼지의 PCMV 보유 여부가 개코원숭이 대상 심장이식 생존 기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93]. 이에 대해 Joachim Denner는 “그러한 결과들은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모순되며, PCMV의 병원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94]. PCMV가 면역 거부반응 및 이식 실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정밀한 기전 규명이 향후 연구에서 요구된다.
2.2.4. 청정 사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이종이식제제 품질, 비임상 및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종이식용 돼지는 일반적인 축산용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위생적이고 통제된 환경에서 사육되어야 한다 [95]. 이른바 DPF (Designated Pathogen Free; 지정 병원체 무균 제어) 시설이 필요한데, 이 시설은 감염성 인자로부터 동물을 차단하고, 초기 감염 검사 및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무균 상태를 유지한다. 감염병 검출 여부는 SOP(표준운영절차)에 따라 철저히 수행되어야 한다.
DPF 시설에서는 원료동물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면밀하게’ 관리한다. 설사나 피부병 같은 초기 증상을 포함하여, 갑작스러운 폐사, 기생충 감염, 체중 감소 등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러한 이상 사례는 개체별로 문서화되어 질병 발생 추이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관리된다. 또한 정기적인 혈청학적 검사나 기생충 검사를 통해 외견상 건강해 보이는 개체에서도 무증상 감염 여부를 선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채혈이나 생검처럼 감염 위험이 있는 비경구적 처치는 멸균된 도구로 무균 상태에서 시행되고, 처치 전 · 후에는 병원체 전파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검역 절차가 따른다.
DPF 시설로의 병원체 유입을 막기 위해서, DPF 시설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 번식군을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동물을 도입할 경우에도 출처 지역의 질병 이력과 잠복 감염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한 후 수주 간의 격리 및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DPF 검사 항목에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병원체가 포함되며, 국내 발생 사례가 없거나 돼지 특이 병원체인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이상소견이 없을 시 연 1회로 검사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병원체가 보고될 경우 즉시 검사 항목을 추가하여 정밀 검사를 수행하는 등, 검사 체계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2.3. 면역억제요법 최적화의 어려움
2.3.1. 면역억제제 사용에 따른 감염 위험 증가
모든 면역억제제는 수혜자의 면역 체계를 과도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96]. 이러한 과도한 면역억제는 병원체 감염의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킨다. 세계 최초로 심장 이종이식 수술을 받았던 David Bennett의 사례를 살펴보면, PCMV의 활성화가 주요 임상 증상 중 하나였다. 면역억제제의 과량 투여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이 환자의 최종적인 사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신장 이종이식을 받고 나서 4개월 이상 이식편을 생존시켰던 Towana Looney 사례에서도, 감염 때문에 면역억제제 복용을 줄였던 것이 거부반응 발생의 원인이었다.
2.3.2. 면역억제요법의 최적 조합 부재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이종이식에 특화된 최적의 약물 조합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종이식과 이종이식은 면역거부반응의 기전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체계적인 면역억제 전략 수립에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종이식은 임상 적용 사례가 극히 제한적이며, 장기간에 걸친 추적 관찰 사례는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이종이식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초기 국면에 있다. 이식에 최적화된 면역억제요법이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4. 장기 성장 불일치
돼지 장기는 체내에 이식되면 성장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비정상적인 크기 증가를 보인다 [97]. 2000년, Tanabe et al. 은 GTKO 돼지 신장이 개코원숭이에게 이식되고 나서 4-5개월 동안 1.5배에서 2배가량 커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98]. 신장은 복부 공간이 넓기 때문에 비교적 덜 위험할 수 있으나, 심장 이식의 경우 심장이 비대해지면 흉부 압박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전임상 실험 중 면역 억제 목적의 스테로이드에 의해 비후성 심근병증이 발생한 사례가 존재한다 [99].
장기 크기가 증가하는 문제는 돼지의 GHR (Growth Hormone Receptor; 성장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100]. 한편, GHR KO 돼지의 경우 오히려 심장의 크기가 작아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52]. 실제로 Moazami et al.이 수행한 뇌사자 대상의 심장 이종이식 연구에서, 이식한 심장이 뇌사자의 신체에 비해 작아 관류에 문제가 생겼고, 혈관수축제 투여로 인해 심근 손상을 입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2.5. 윤리·사회적 고려
2.5.1. 불완전한 임상시험 동의 절차
이종이식은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종이식에 따른 면역거부반응, 바이러스 감염 등과 같은 부작용들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위험과 이익에 관한 정보를 기존의 임상 연구 수준만큼 명확하게 제공하기가 어렵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할 경우, 피험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밀접 접촉자에게까지 평생에 걸친 추적 관찰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종이식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기가 어렵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2.5.2. 사회적 합의와 규제 부재
앞서 살펴보았듯 NHP의 사용은 윤리적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현재는 돼지가 이종이식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돼지는 세계적으로 식용으로 널리 이용되는 대표적인 경제동물 중 하나이므로,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NHP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 종교계,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 차이가 존재하며, 이에 따른 문화적 · 윤리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메릴랜드대 의대의 이종이식 연구팀에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의사가 포함된 사실이 파키스탄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101]. 이슬람 교리에서는 돼지고기의 섭취와 접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연구 과정 전반에 걸쳐 투명한 정보 제공과 지속적인 사회적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뇌사자 대상의 이종이식 실험 또한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필요로 한다. 현재 뇌사자 이종이식 실험에서는 이식 장기 후의 상태를 수시간 내지 수일에 걸쳐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관찰 기간이 짧다면 실질적인 과학적 정보를 얻는 데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뇌사자 이종이식 후 더욱 장기간 추적 관찰할 수 있도록 이식 장기의 생존 기간, 관찰 목표, 데이터 수집 범위, 실험 종료 시점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절차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윤리적 검토와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말기 질환 환자의 이종이식은 기존 치료법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생명 연장이나 증상 완화, 가족과의 시간 확보 등 환자에게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의료적 · 윤리적 타당성으로 타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함께, 환자와 가족의 자발적이고 명확한 동의를 전제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2.5.3. 감염병 통제 문제
이종 바이러스(PCMV, PERV 등)의 전이 가능성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중요한 윤리적 문제이다. 단순히 개별 환자 보호를 넘어, 공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고감도 진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감염 시 격리 및 확산 방지 전략까지 포함하는 사전 대비책을 갖추어야 한다.
3. 이종이식 기술 동향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전임상 연구 덕분에 이종이식 분야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하나는 면역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의 개발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종이식에 적합한 면역억제제의 적용이다 [102].
3.1 형질전환 돼지
3.1.1. 형질전환 돼지 개발의 배경
돼지 이종이식 전임상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일반 돼지’의 장기를 NHP에 이식해 면역 거부반응과 이식 장기의 생존 양상을 관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종간 이식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면역학적 장벽, 특히 초급성 거부반응으로 인해 이식 장기가 빠르게 괴사 했다. 예를 들어 일반 돼지의 심장을 개코 원숭이에게 이식하면 이식된 심장은 수 분에서 길어야 8시간 정도만 생존할 수 있었다 [103]. 일반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경우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Alexandre et al.이 수행한 실험의 경우, 개코원숭이 다섯 마리 중 세 마리에서는 신장이 24시간 이상을 생존했으나, 면역 거부반응으로 인해 조직 손상이 발생했고, 이식된 장기는 결국 제 기능을 유지하지 못했다 [104].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면역 거부반응 기전을 완화하는 형질전환 돼지 장기를 생산하고자 네 가지 전략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림 5).
그림 5.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의 편집 유전자 리스트.
3.1.2. 형질전환 돼지 개발 전략 (1) 항원 제거
1985년 인체 내에 α-Gal 항원에 대한 자연 항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보고되었고 [105], 이어서 1993년에는 이 α-Gal 항원-항체 반응이 초급성 거부반응의 주요 매개 기전임이 밝혀졌다 [75-76]. 이후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돼지 장기 표면의 α-Gal 항원을 제거함으로써 면역 반응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2002년에는 α-Gal 유전자(GGTA1)가 제거된 형질전환 돼지(GTKO)가 개발되었고 [7, 106-107], GTKO 돼지 심장은 개코원숭이 이식 모델에서 초급성거부반응의 발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결과적으로 GTKO 돼지 심장의 생존 기간은 약 78일로 비약적으로 연장되는 성과를 보였다 [108]. 그러나 초급성거부반응을 개선했음에도 이식 장기는 체내에서 장기 생착에 실패하고 면역거부반응에 의해 괴사 했다. 이는 혈전 형성을 동반한 이른바 지연성 거부반응이 원인이었다 [109]. α-Gal 항원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Neu5GC나 Sda와 같은 비 Gal 항원 역시 면역 반응을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하나의 항원이 아닌 다수의 Gal 및 비-Gal 항원을 동시에 제거하는 방향으로 유전자 편집 전략이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3.1.3. 형질전환 돼지 개발 전략 (2) 보체 활성화 방지
이식된 장기의 내피세포에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면 보체계가 활성화된다. 그리고 보체 활성화는 초급성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경로로 작용한다. 돼지 조직 표면에 보체 활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이는 인간 면역계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1991년 인간의 CD55 단백질이 돼지 혈관 내피세포에 작용할 경우, 보체 활성화를 억제해 면역 반응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110]. 1995년 인간 CD55와 CD59 유전자가 삽입된 형질전환 돼지가 만들어졌다 [111]. 인간 CD55와 CD59을 발현하는 돼지 심장은 개코원숭이에게 이식되어 약 8일가량을 생존하는 결과를 보였다. 사실 위에 살펴본 GGTA1 유전자 제거 돼지보다 인간 CD55/CD59 유전자 삽입 돼지가 더 먼저 개발이 이루어진 셈인데, 개발 당시 유전자 제거의 기술적 허들이 유전자 삽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112].
3.1.4. 형질전환 돼지 개발 전략 (3) 세포 보호
보체 활성화와 면역세포의 공격은 이식편의 세포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세포 스트레스는 세포 사멸로 이어지고, 결국 조직 손상이 가속화된다.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함으로써 이식된 장기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1998년 HO-1 단백질의 발현이 항염증 작용을 해 이종이식 면역반응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13], 2009년 A20 단백질도 마찬가지로 이종이식 과정에서 세포 사멸을 억제하여 세포를 보호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114-115]. 한편, 대식세포의 포식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도 이식편 내 세포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CD47은 대식세포의 SIRPα 수용체와 결합하여 포식 작용을 억제하는 신호를 전달한다. 돼지 유전자에 인간 CD47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대식세포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다.
3.1.5. 형질전환 돼지 개발 전략 (4) 혈액 응고 방지
면역거부반응에 따른 혈전 형성으로 인해 이식 실패가 발생하므로,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기전을 활성화시켜 이식률을 개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 응고 조절 단백질인 트롬보모듈린이나 내피세포 단백질 C 수용체를 타깃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트롬보모듈린은 트롬빈을 항응고 효소로 전환시키고, 트롬보모듈린-트롬빈 복합체는 단백질 C를 활성화시킨다. 내피세포 단백질 C 수용체에 단백질 C가 결합하면 활성이 더욱 증가한다. 활성화된 단백질 C는 응고 인자인 Va와 VIIIa를 분해해 혈전 생성을 막는다. 그러나 돼지 트롬보모듈린은 사람의 혈액 응고 기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116]. 따라서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자 2009년에는 인체 유래 트롬보모듈린을 도입한 형질전환 돼지가 개발된 바 있다 [117]. 흥미롭게도 이런 트롬보모듈린이 도입된 돼지의 후속 연구에서, 트롬보모듈린이 혈액 응고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보체계 활성을 조절하거나 [118] 염증을 완화시킨다는 [119]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기도 했다. 한편, 내피세포 단백질 C 수용체의 경우 마우스-랫트 이종이식 모델에서 이식 효율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120], 돼지 내피세포 단백질 C 수용체는 사람에서도 정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체 트롬보모듈린만 존재한다면 문제없이 혈액 응고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121].
3.1.6. 형질전환 돼지의 개발
면역거부반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항원 유전자의 제거와 면역조절 유전자의 삽입을 비롯한 많은 유전체 조작을 필요로 했다. 여기에는 크리스퍼 기반 다중 유전자 편집 기술이 큰 공헌을 했다. 크리스퍼를 활용한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기존의 유전자 삽입 방식과는 차별화된 고효율, 고정밀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 2015년에 Yang et al.은 크리스퍼 기술로 돼지 지놈 내 62개의 PERV 유전자를 한꺼번에 제거했고 [88], 2017년에 Niu et al.이 PERV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돼지 생산에 성공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122]. 이것을 계기로 다중 유전자 편집을 한 번에 구현하는 '다중형질전환 돼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한 마리의 돼지에서 10개 이상의 유전자를 동시 편집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항원 제거, 보체 조절, 면역억제 인자 발현, 항염증 인자 발현을 동시에 달성하는 복합적 면역조절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형 유전자 조작 돼지는 기존의 단일 기능 조작 돼지에 비해 이식 성공률과 장기 생존율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3.2. 면역억제제
3.2.1. 이종이식과 동종이식에서의 면역거부반응 차이점
앞서 ‘1.2.2. 이종이식 연구의 과거 역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Azathioprine, Prednisone, Tac-rolimus 등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동종이식의 성공률이 현저히 올라갔고, 이종이식에서 동일한 요법이 시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종이식에서의 면역억제요법은 동종이식의 사례들만큼 좋지 못했다. 그간 개발되었던 면역억제제들은 주로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예를 들어, Cyclosporine이나 Tacrolimus 같은 CNI (Calcineurin Inhibitor; 칼시뉴린 억제제)들은 T세포의 칼시뉴린 인산화효소를 억제해 IL-2를 비롯한 주요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의 활성과 증식을 억제한다 [123]. 그러나 이종이식은 T세포 매개 거부반응보다도 B세포에 의한 항체 매개 거부반응이 더 주요하게 작용한다 [102]. 따라서, B세포를 타깃하는 면역억제요법이 발전하면서 이종이식 성공률도 함께 발전하게 되었다.
3.2.2. Anti-CD40 항체의 개발과 임상 적용
CD40/CD154 (CD40L)는 이종이식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면역억제 타깃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CD154는 주로 활성화된 CD4+ T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단백질로, APC (Antigen Presenting Cell; 항원제시세포)의 CD40과 결합함으로써 면역 반응의 증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CD154는 1992년 Noelle et al.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으며, 같은 해 anti-CD154 항체도 함께 개발되었다 [124]. 이후 1995년 Parker et al.은 이 항체를 마우스 췌도 동종이식에 적용하였고 [125], 1999년에는 Kirk et al.이 NHP 신장 동종이식에서 anti-CD154 항체가 최대 2년간 이식 생존을 유지시킬 수 있음을 보고했다 [126]. 이처럼 CD154 타기팅은 면역억제효과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임상 적용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1999년 Anti-CD154 항체가 혈소판 응집을 유도하여 혈전증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그 결과로 인해, Anti-CD154 항체 상용화를 주도하던 Biogen 사는 Anti-CD154 항체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하게 되었다 [127]. 2000년 Kawai et al.은 항체의 Fc 영역이 혈소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이 부작용의 원인을 제시하였다 [128].
Anti-CD154 항체에 대한 대안으로 CD40을 직접 차단하는 Anti-CD40 항체가 개발되었다. 그리고 2002년 Pearson et al.이 이를 처음으로 적용하였다 [129]. 이후 Mohiuddin et al.은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하고 Anti-CD40 항체를 사용해 900일 이상 생존 시킨 사례를 보고하였다 [130]. 이렇게 전임상 시험에서 면역억제 효과를 입증한 Anti-Cd40 항체는 2022년 Da-vid Bennett의 임상 사례에 적용되기도 했다 [65].
3.2.3. Anti-CD154 항체 개발과 임상 적용
CD154 차단은 CD40 차단보다 더 넓은 면역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CD154는 다양한 면역세포에 작용하여 수혜자의 면역계 내에서 조절 T세포 유도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면역 관용을 일으킨다 [131]. CD154 타기팅의 우수한 면역억제 효과를 부작용 없이 활용하기 위해, Fc 영역을 개조하여 혈전 유발 위험을 낮춘 새로운 세대의 Anti-CD154 항체들이 개발 중이다. 대표적으로 Eladon Pharmaceuticals 사의 AT-1501 (Tegoprubart), Horizon Therapeutics 사의 VIB4920, Tonix Pharmaceuticals 사의 TNX-1500, Progen 사의 PG-405 등이 있다. 이 중 Tegoprubart가 2023년 Lawrence Faucette 사례에서 시험적으로 투여되었다 [132].
3.2.4. Anti-C5 항체 개발과 임상 적용
CD40/CD154 경로와 더불어 보체계 차단도 이종이식에서 중요한 전략이다. Jayme Locke은 이종 신장이식을 수행할 때 기존 면역억제제 조합과 함께 C5 억제제인 Eculizumab을 병용 투여하였다 [56]. 동일한 약물은 2023년 Lawrence Faucette의 신장 이종이식 사례에서도 활용되었다 [132]. 2024년 Richard Slayman 사례에서는 또 다른 C5 억제제인 Razulizumab이 사용되었다 [133].
4. 이종이식 기술의 향후 전망
4.1. 이식 유전체학의 발전
4.1.1. 새로운 항원의 발굴
면역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항원 유전자를 제거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면서 이종이식의 성과는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 없이는 아직 면역거부반응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며, Towana Looney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 면역억제제 복용을 중단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재발한다. 즉, 이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항원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새로운 항원과 보호기전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타깃으로 하는 유전자를 선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유망한 표적 후보는 다음과 같다.
SLA (Swine Leukocyte Antigen; 돼지 백혈구 항원)은 HLA (Human Leukocyte Antigen; 인간 백혈구 항원)에 상응하는 돼지의 조직적합성 항원으로, 두 항원은 서열의 약 70%를 공유한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및 유전학적 유사성으로 인해 HLA에 대한 항체가 SLA와 교차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134]. 예를 들어, 수혜자가 HLA-A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경우, 이 항체는 SLA class I도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SLA 발현을 억제한 형질전환 돼지 생산이 시도되었다. 2019년 Sake et al. 은 SLA class I의 중쇄와 짝을 이루는 β2m (β2-microglobulin) 유전자를 제거하여 SLA class I 형성을 차단했으나, 결과적으로 돼지의 생존 기간이 4주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생존력이 크게 저하되었다 [135]. 한편, 2013년 Hara et al.은 돼지에 hCIITA-DN (human dominant-negative class II transactivator) 유전자를 도입하여 SLA class II의 발현을 억제하고자 했고, 실제로 CD4+ T 세포의 반응이 약 40–50%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하였다 [136]. SLA를 제거하는 방식 외에도, SLA를 인간의 HLA로 대체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HLA 대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성공 사례는 없다.
HMGB1 (High Mobility Group Box 1)은 면역세포 또는 내피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하면서 방출되는 DAMP (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의 일종으로, TLR (Toll-like Receptor; Toll 유사 수용체)와 결합하여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대식세포의 TLR과 HMGB1이 결합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케모카인의 분비가 촉진되어, 이종이식 과정에서 급성 거부반응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137]. SD 랫트의 심장을 BALB/c 마우스에 이소성 이식한 실험에서 Anti-HMGB1 항체를 투여했을 때 항체 매개 면역반응이 억제되었으며, 생존 기간이 5-9일 연장되는 효과를 관찰하였다. 따라서 HMGB1의 발현이나 활성을 억제하는 전략은 이종이식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4.1.2. 유전체 분석 기술의 고도화
인간과 돼지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면역학적 차이를 하나하나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어느 부위에서 어떤 세포가 어떤 유전자들을 발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종장기의 면역학적 적합성에 대한 이해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 Cheung et al.은 10종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후, 3일간 공간전사체 분석을 수행하였다 [138]. 이 연구에서는 이식 초기 단계에서 인간 유래 대식세포가 돼지 신장 조직으로 침윤하는 양상이 확인되었으며, 이들 대식세포가 면역억제제의 영향을 받아 항염증성 표현형을 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임상적으로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례에 대한 임상 데이터 축적과 보다 장기적인 관찰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이식 전 어떤 유전자를 편집할지 선별하여 이식 후 면역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분석하는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4.2. 면역거부반응 스크리닝 기술의 고도화
4.2.1. 스크리닝 플랫폼의 필요성
이종이식에서는 면역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역조절 메커니즘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임상 사례들에서 나타났던 면역 반응들은 대체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했고,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식 후 나타나는 각종 면역반응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관찰 기간과 반복 실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면역억제제의 종류와 용량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최적의 면역억제 요법을 스크리닝 하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임상 적용에 필요한 정량적 데이터와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한다.
한편 NHP 등 동물 모델을 활용한 전임상 시험들은 실제 임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NHP는 비-Gal 항원을 발현하는 양상이 사람과 다르며, 이에 따라 유도되는 면역반응의 특성 또한 사람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139].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사람에게서 발생할 면역 거부반응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윤리적 ·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면역억제제의 다양한 조합과 용량을 반복적으로 시험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인간 면역계의 반응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체외 기반의 고정밀 모사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4.2.2. 면역 거부반응 예측 기술
앞서 설명한 이유를 배경으로, 면역 거부반응 모사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Kim et al.은 형질전환 돼지 혈관 내피세포를 콜라겐 및 피브린 하이드로겔 튜브에 배양한 뒤, 인체 혈액을 순환시켜 혈액응고 등 면역반응 징후를 모사하고 예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140]. 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장기 보존 후 재관류 상황을 모사하는 혈관 칩 모델도 개발되어, 재관류 손상 가능성 또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141].
향후 이러한 고정밀 면역 모사 기술이 표준화되면 새로운 유전자 조작 전략이나 면역억제제 조합을 사전에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분석이나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과 연계될 경우, 미세한 면역 반응의 양상까지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이식 전후 환자 맞춤형 면역억제 전략을 설계하는 정밀의학 기반 임상 의사결정 도구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4.3. 면역관용 유도기술의 개발
4.3.1. 장기 이식에서의 면역관용 유도
이식한 장기를 면역억제제 없이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식의 장기 이식이 될 것이다. 우리 몸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한다. 비자기를 인식해 면역계가 공격함으로써 위험을 없애야 하고, 자기를 인식해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후자의 상태를 면역 관용이라고 한다. 이식한 장기는 우리 면역계 내에서 비자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식편에 대한 면역계의 공격적 반응을 억제하고, 자가 조직처럼 인식하도록 면역 관용을 유도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면역관용을 획득하기 위한 방식은 크게 중심 관용을 유도하는 방식과 말초 관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142]. ‘중심 관용’을 통해 흉선에서는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T세포를 양성한다. 여기에 착안하여 흉선을 우리 몸에 함께 이식해 주거나, 조혈모세포 등을 흉선에 이식하면 면역관용을 유도할 수 있다. 외부 항원에 반응성이 높은 T 세포는 흉선의 음성 선택 과정에 의해 제거되는 것이다. 한편, 중심 관용 과정에서 제거되지 못한 자기반응성 T세포는 조절 T세포가 매개하는 ‘말초 관용’에 의해 면역성이 억제된다. 말초 관용에 착안하여 조절 T세포를 늘리거나 오래 유지하여 면역 관용을 획득할 수 있다.
4.3.2. 면역 관용 연구 (1) 중심 관용
중심 면역관용을 유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1) 혼합 조혈모세포 키메라(Mixed Hematopoietic Chimerism)와 (2) 흉선 이식(Thymic Transplantation)이 있다. 먼저, 혼합 조혈모세포 키메라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조혈계가 공존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수혜자의 흉선 내 T 세포를 고갈시킨 다음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수혜자에게 이식해 준다. 이식받은 조혈모세포가 생착하면서 공여자 항원은 ‘자기’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수혜자 T 세포 중 이식편을 공격하는 T 세포가 만들어지더라도 흉선 내 음성 선택에 의해 제거된다. 이처럼 공여자 항원에 대한 중심 면역관용이 형성되면, 특정 장기뿐만 아니라 공여자 유래 세포 전반에 대한 면역 관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크다.
혼합 조혈모세포 키메라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 설치류 이종이식 연구 사례들이 여럿 존재한다. 예를 들어, Waffarn et al.은 랫트-마우스 이종이식 모델에 혼합 조혈모세포 키메라를 유도했을 때 T 세포뿐 아니라 B 세포 관용까지 유도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143]. ‘자연항체’가 이종이식 면역 거부반응의 핵심 요인인 점을 생각해 보면, B세포 면역관용까지 유도하는 이러한 전략은 이종이식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Ohdan et al.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여기서는 GGTA1 유전자가 제거된 마우스에 T 세포가 제거된 랫트 유래 골수세포(GGTA1 유전자 발현)를 이식하여 혼합 키메라를 유도하였다 [144]. 그 결과 수혜자의 혈청 내에서 α-Gal 항원에 대한 자연항체가 사라졌으며, 해당 항원을 인식하는 B 세포도 검출되지 않았다. 즉, 이는 B 세포 수준에서의 항원 특이적 면역관용이 유도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흉선 이식은 이종이식 시 공여자의 흉선을 함께 이식하여, 수혜자 T세포가 공여자 항원을 흉선 내에서 접촉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자기’를 공격하는 T세포를 음성 선택으로 제거하고 체내 조절 T세포를 증가시켜 면역 관용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Yamada et al.이 1999년에 개발한 복합 흉선–신장 이식(Thymokidney) 방식이 있다. 이는 혈관화된 흉선 조직을 신장 피막 하에 함께 이식하는 방식으로, 동종이식에서 그 효과가 먼저 입증되었다 [145]. 그러나 이종이식에서는 α-Gal 항원에 대한 강력한 항체 매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초기에는 관용 유도에 실패하였으며, 이후 GTKO 돼지가 개발된 후에야 이 전략의 이종이식 적용이 가능해졌다 [146]. 임상에서는 Lisa Pi-sano의 사례에서 복합 흉선-신장 이식법이 사용된 바 있다 [49].
4.3.3. 면역 관용 연구 (2) 말초 관용
이종이식에서 말초 면역관용의 핵심은 조절 T 세포 유도에 달려 있다. 조절 T 세포는 면역계가 ‘자기’를 공격하지 않도록 과도한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조절 T 세포의 면역 억제 메커니즘으로는 다양한 기전이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세 가지 주요 억제 메커니즘이 잘 규명되어 있다 [147]. (1) 항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TGF-β, IL-10, IL-35 등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면역 환경을 억제적으로 조성한다. (2) T 세포 대사 저해. T세포가 제대로 대사 할 수 없도록 IL-2를 고갈시키거나 T세포에게 아데노신 및 cAMP를 전달한다. (3) 수지상세포 억제. CTLA-4나 LAG3를 통해 수지상세포의 공자극 분자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수지상세포가 다른 T세포들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게 막는다. 이처럼 조절 T세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력한 면역 억제 기능을 발휘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장기이식 관용 유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 면역억제제를 통해서도 조절 T세포가 유도된다. 대표적인 mTOR 억제제인 Rapamycin은 조절 T세포의 선택적 증식을 촉진하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48], 이종이식 모델에서도 유의미한 면역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149]. 또 다른 면역억제제인 MMF (Mycophenolate Mofetil)은 림프구 내 퓨린 합성을 억제하여 증식을 차단하는데, 2001년 Gregori et al.은 MMF와 Calcitriol 병용 투여를 통해 조절 T세포를 유도하고 마우스 췌도 동종이식 생존율을 향상시킨 바 있다 [150]. 따라서 기존 면역억제제들 중 조절 T세포 유도를 촉진하는 약물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거나 합병증을 최소화한 신규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 것도 면역관용 유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RapaLink-1과 같은 차세대 mTOR 억제제들도 개발되고 있으며 [151], Rapamycin을 리포좀 등 약물전달체에 탑재하여 국소 작용을 유도하려는 전략도 시도되고 있다 [152].
또한, 수지상세포를 매개로 하여 조절 T세포를 유도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면역관용 수지상세포’를 만드는 방법이다. 수지상세포는 항원제시를 통해 T세포를 활성화시키지만, 1990년대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미성숙 상태일 경우 오히려 T세포의 관용을 유도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153-154].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면역관용 수지상세포를 활용해 이식 성적을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2011년 Jung et al.은 ICAM-1 항체를 통해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억제하고, 이로써 NHP 췌도 이식 환경에서 면역관용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였다 [155]. 2016년 Madelon et al.은 Rapamycin이나 IL-10으로 면역관용 수지상세포를 유도시키면 인간 NK 세포가 돼지 내피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156].
직접적으로 조절 T세포를 체외에서 대량 배양한 후 환자에게 주입하는 전략도 개발되고 있다. 단, 체내 조절 T세포는 말초혈액 내에서 극소량만 존재하기 때문에 고순도의 조절 T세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확장시키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Fraser et al.은 말초혈액에서 CD8⁻/CD25+ 세포를 선별하고, Rapamycin을 첨가하여 효과기 T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조절 T세포를 선택적으로 확장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157]. 이 과정을 통해 조절 T세포는 최대 300-6,000배까지 확장 가능하며, 임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세포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다클론 조절 T세포를 이용한 동종이식 임상시험들이 수차례 진행되었으나, 현재까지는 기존 면역억제 요법에 비해 뚜렷한 임상적 우월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58]. 이는 투여된 조절 T세포가 공여자 항원에 특이적이지 않아 효율성이 낮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DarTreg (Donor-alloantigen-reactive Regulatory T cells; 공여자 항원 특이적 조절 T세포) 또는 유전자 조작 기반의 CAR-Treg (Chimeric Antigen Receptor Regulatory T cells; 키메라 항원 수용체 조절 T세포) 개발이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159-160].
4.4. 인간화 키메라 돼지 생산
4.4.1. 종간 배반포 보완법
앞서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적합하도록 유전적으로 개질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살펴보았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돼지 체내에서 인간 장기를 자라게 하는 접근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 방식은 장기의 면역학적 기원을 인간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이식 시 면역억제제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간과 같이 대사 · 면역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장기는 이종이식 시 면역거부반응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므로, 인간 유래 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할 것이다.
종간 배반포 보완법(Interspecies Blastocyst Complementation)은 돼지의 배반포 단계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사람-돼지 키메라 개체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초기 발생 단계에서부터 인간 세포 중심으로 조직이 형성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돼지 장기 내에 인간 세포로 구성된 조직이 자라게 하는 전략으로, 자연스러운 면역 관용 유도 또한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Wu et al.은 인간 iPSC를 돼지 배반포에 주입하여 키메라 배아를 제작하였고, 이를 대리 모돈 자궁에 착상시켜 수정 후 28일까지의 배아 발달을 관찰하였다 [161]. Maeng et al.은 2021년 골격근 발생 유전자(MYOD, MYF5, MYF6)를 제거한 돼지 배반포에 인간 iPSC를 주입하여 인간 골격근을 가진 돼지 배아(28일 차)를 제작하였다 [162]. 2023년 Want et al.은 신장 발생 유전자(SIX1, SALL1 등)가 결핍된 돼지 배반포에 인간 iPSC를 주입해 인간 중기 신장을 가진 돼지 배아(28일 차)를 제작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163].
4.4.2. 면역결핍 돼지 인간화
SCID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중증복합면역결핍증)는 림프구 계통(T, B, NK 세포 등)의 주요 면역세포들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 유전자로는 RAG1/RAG2 (Recombination Activating Gene; 재조합 활성화 유전자), IL2RG (Interleukin-2 Recep-tor Gamma; 인터루킨-2 수용체 감마), JAK3 (Janus Kinase 3; 야누스 키나제 3) 등이 있다. 이들 유전자는 면역세포의 유전자 재조합 또는 신호전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돌연변이가 생기면 면역세포 생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164]. SCID 연구를 위해 유전자 편집 동물모델도 다양하게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예시로는 RAG1 유전자를 결핍시켜 SCID를 유도한 마우스 모델이 있다.
같은 메커니즘은 돼지에도 적용 가능하다. SCID 돼지는 면역 기능이 결여되어 있어, 외부에서 주입된 인간 세포나 조직에 대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조건은 돼지 내부에서 인간 세포를 생착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14년 Lee et al.은 RAG2 유전자를 제거해 SCID를 유도한 돼지에게 인간 iPSC를 이식해 생착시키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165]. 2022년 Zhao et al.은 돼지 유전체에서 RAG2와 IL2RG 유전자를 제거하여 면역결핍을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간세포의 생착을 돕도록 FAH (Fumarylacetoacetate Hydrolase; 푸마릴아세토아세트산 가수분해효소) 유전자를 추가로 제거한 돼지를 제작하였다 [166].
이러한 SCID 돼지를 활용한 인간화 장기 생산 플랫폼은 장기 이식 및 질환 모델링에서 중요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 세포와 돼지 세포의 키메라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일부 돼지 세포에 의한 면역 거부반응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이종이식의 고질적인 한계점인 윤리적 문제와 인수공통 감염 위험성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5. 결론
장기이식은 의학 기술의 꽃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학문 분야가 융합되는 분야이다. 이식의학-유전체학-생화학-면역학 등 현대 생명과학과 현대 의학의 첨단 기술들 뿐만 아니라 산업적 · 국가 정책적 인프라 구축사업과 맞물려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기존 장기이식의 한계였던 공여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종이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면역억제요법의 발전은 형질전환 돼지를 활용한 이종이식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특히 심장과 신장 등 일부 장기에서는 임상 적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면역관용 유도 전략과 인간-돼지 키메라 생산기술 등 면역거부반응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접근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 이종이식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종이식이 실제 임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면역학적 장벽, 인수공통감염병의 전이 위험, 윤리적·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간 협력, 지속적인 연구 개발, 엄격한 안전성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의 안정적인 생산과 관리에는 대규모 인프라와 장기적인 운영 기반이 요구되므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6.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 | 저자 송원문(서울대학교) 저자 송원문은 바이오엔지니어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면역조절 생체재료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협동과정 바이오엔지니어링전공 박사과정(2018-2025) 주 연구 분야 (2) 의공학 (3) 면역조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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