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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리포트 동향리포트
보스턴 바이오텍과 신약개발 동향 분석
조영진(Biostar Two Consulting, LLC & WPI)
목 차
1. 서론: 도시와 신약, 신약개발
1.1. 도시 보스턴
1.1.1. 도시 보스턴의 역사와 구성
1.1.2. 도시 보스턴의 위치
1.1.3. 학문의 도시 보스턴
1.1.4. Biotechnology hub, Boston
1.2. 신약개발
1.2.1. Drug Discovery, 약물 발견
1.2.2. Drug Development, 약물 개발
1.2.3. Biotechnology Startups & pharmaceuticals
2. 본론
2.1. 보스턴과 바이오텍
2.1.1.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2.1.2. 보스턴 스타트업의 한계
2.1.3.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의 방향과 전망
2.2. 보스턴 신약개발 동향 분석
2.2.1. 보스턴 바이오텍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돕는 조력자들
2.2.2. Cases
2.2.2.1. Gene Therapy for Sickle cell disease, 겸상 적혈구 질환 유전자 치료
2.2.2.2. SMA (Spinal Muscular Atrophy, 척추 근육 위축증) 치료
3. 결론
4. 참고문헌
1. 서론: 도시와 신약, 신약개발
최근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보스턴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1]. 녹십자, 유한양행,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한국 내 웬만한 제약, 바이오 회사들의 이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격이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보스턴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호기심이 인다. 살펴보면, 보스턴 옆 도시 케임브리지 시의 사무실 공유 공간, Cambridge Innovation Center (CIC)에 입주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1 대략 십오 년 전, 미국의 각 도시들이 바이오산업을 유치하려고 레이스를 펼치던 무렵, 이미 미국 내에서 입지를 다진 바이오 파마 클러스터들 중에서 보스턴/케임브리지 지역은 지리적 이점과 유용성에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매김해 왔다 [2, 3]. 지금도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 지역과 동부의 보스턴/케임브리지 지역은 미국의 동과 서를 대표하는 바이오파마 클러스터 지역들이다. 이는 곧 막대한 연구비 투자와 연구 공간, 연구인력 집중, 특허 등이 집약된 곳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신약개발은 막연히 연구시설만 갖추고는 성공할 수 없는, 생명과학과 그 외 요인들과 함께, 통틀어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악기(분야)에만 대가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며, 각양각색의 악기들이 모여 함께 조화로운 음을 내듯, 신약개발은 튼튼하고 적확한 과학2과 이를 뒷받침하는 모든 편의 시설과 정책 등 모두가 함께 화음을 내는 조화로움을 추구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을 감상하는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대다수의 신약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기 마련이고, 이 역시 대부분 그 성패를 알기까지(에는) 오래 걸리는, 수년 또는 수십 해를 지나며, 가지를 치거나 도려내야 하는, 지독히 오래도록 연주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오케스트라 연주 또는 수십 해가 지나야 비로소 수확을 할 수 있는 인삼 농사에 비유될 수도 있겠다. 이처럼 희박한 성공률과 장기적이고 막대한 지원이 필요한, 도박에(최고 위험, 최고 수익) 가까운 투자 사업인데도, 지금까지 인류는 많은 시간과 투자를 아낌없이 쏟아부어 질병으로부터의 해방과 건강 유지, 수명연장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이는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3
이렇게 투자 실패의 높은 위험성 때문인지, 여러 가지 기술적 제약 때문인지, 신약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해내는 공적 기관이나 거대(다국적) 제약기업은 많지 않다. 대신 다양한 방식의 신약개발 시도로 투자 위험성의 분산을 꾀하고, 투자를 일으키는 수익 기대 모험을 통한 이익 창출 보장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많은 스타트업과 바이오텍 등이 위험을 분산, 감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일반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국가나 다른 공적 기관들이 도전하는 기업들에만 전가하지 않고, 세금 혜택이나 기반 시설 확충과 공공서비스 제공 등의 성장 동력과 가능한 환경을 제공, 신약개발 추진력을 높이고 돕는 방법이 제시, 인정을 받았고, 이에 부응한 몇몇 도시들이 이러한 성과를 내고 있는 현실이다.
신약개발의 가장 씨앗 단계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바이오텍과 스타트업 그리고 이들이 위치한 조건과 환경, 도시 속에 관계를 미력하나마 이야기해 보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침 보스턴이란 도시가 그런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 예로 삼는다.4
신약개발로 필자가 경험한 한국(대구)과 미국(보스턴), 우연히도, 두 도시 모두 신약개발과 관련하여 많은 발전을 거두는 성장기 속에 있었고, 있는 와중이라 간단히 살펴보기에는 다소 거창한 주제이지만, 보스턴 바이오텍과 신약개발 동향 분석이라는 큰 주제 아래 간략히 정리를 해, 다양한 배경지식으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미력하나마 다양하고 풍부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1. 도시 보스턴
1.1.1. 도시 보스턴의 역사와 구성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뉴잉글랜드, New England 지역으로 불림) 매사추세츠 주의 수도인 보스턴은 Greater Boston이라 불리며, 미국 이민과 개척이 시작된, 1630년대부터 미국 내 역사와 정치, 그리고 재정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면적은 232 km2이며4 인구는 칠십만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6 도시 보스턴을 중심으로 여러 작은 타운형 도시들이 분포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케임브리지, 올스턴, 섬머빌, 찰스타운 등이 보스턴과 마주하거나 지근거리에 있으며 이와 같은 도시들을 통틀어 Greater Boston area로 지칭한다. 이렇게 주변 도시들을 모두 포함하여 소위 ‘보스턴 클러스터, Boston Cluster’라 불리는 곳에서 많은 바이오텍들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며, 성공하기와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흔히 보스턴이라고 하는 도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케임브리지를 포함한(요즘은 옆 도시들을 함께 아울러) 보스턴 지역이 우리가 흔히 일컫는 ‘보스턴’(지역) 바이오텍 허브에 해당한다.
1.1.2. 도시 보스턴의 위치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이 있는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 주는 미국의 북동부, 위로는 버몬트 주,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 옆으로는 뉴욕 주, 아래로는 코네티컷 주와 로드아일랜드 주가 위치한다.7
지도로 언뜻 보면 미국 북동쪽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사실 미국 역사의 시작과 중심부라 할 수 있기에(남부와 서쪽 캘리포니아는 비교적 젊은 도시들이다, ‘뉴잉글랜드, New England’라 불리는 동부에 비한다면) 역사적, 실용적 가치가 있으며, 또한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매우 가깝다고 할 수 있다.8
심리적으로 보스턴은 남쪽으로 뉴욕(도시)과 가깝고, 또한 북쪽으로 뉴햄프셔와 메인(자연)과 가까운 작고 깔끔한 도시라는 인상을 준다 (그림 1). 또한 이런 지정학적 특징으로 협력 연구와 사업연계, 일과 삶의 밸런스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음 또한 보스턴이 갖는 기본적 장점이다.
1.1.3. 학문의 도시 보스턴
보스턴 부근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대학들부터, 규모가 다양한, 크고 작은 대학들과 연구소들이 분포해 있다(알려진 바로는 매사추세츠 주에만 120여 개 이상의 대학들이 소재하고 있음, 그림 2). 하버드와 MIT(케임브리지와 보스턴 주변 소재), Tufts University, Boston University, Boston College, Northeastern University, University of Massachusetts(캠퍼스들이 매사추세츠 주에 분포하고 있음) 등과 조금 벗어나면, Brandies University(Waltham 소재)와 브라운(로드아일랜드) 등 이름이 알려진 유수의 많은 학교들이 보스턴과 매사추세츠주와 인접 주들에 다양하게 분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다른 종류의 학문들이 다양하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1.1.4. Biotechnology hub, Boston
현재 보스턴은 전 세계 바이오텍의 가장 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0 매사추세츠주를 통틀어 십만 명이 넘는 고용이 바이오파마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2021년 기준), 이는 2008년에 비해 96.5%가 증가한 수치이다. 2022년 상반기에만 52억 달러 가까이 벤처투자자본이 들어왔고, 이는 주내 바이오 제약 회사 투자 금액 중 네 번째로 높은 금액이라고 한다. 또한 보스턴을 중심으로 이미 오천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밀집해 있으며(이 중 이십 퍼센트가 바이오텍으로 알려짐), 이는 도시 보스턴만이 아닌 인접한 작은 주변 도시들을 아울러 함께하는 그야말로 Greater Boston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제공하며, 전 세계의 혁신과 발전, 도전과 실패를 이곳에서 되풀이하며, 오늘도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의 흥망성쇠가 이뤄지고 있는 혁신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덧붙여, 보스턴에는 많은 연구중심의 병원시설이 분포해 있다. 이 역시 바이오텍의 임상실험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되어 준다. 물론 임상만 하는 병원이 아닌 연구도 활발히 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연구병원들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든 젊고 뛰어난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 바로 보스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장점은 뒤에 더 다루고자 한다.
1.2. 신약개발
1.2.1. Drug Discovery, 약물 발견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약의 개발은 과학의 진보와 발견을 따라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왔다. 신약의 개발 역시 그러한 궤를 같이 한다. 흔히 ‘개발’이라는 단어로 신약을 만드는 과정을 통틀어 일컫기도 하지만, 보통은 발견을 한다는, discovery와 개발을 하는 development로 나누어 표현함이 일반적이다. 굳이 번역을 붙이자면 약물 발견과 개발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Drug discovery, ‘신약 발견(탐구)’은 연구가 주된 활동이다. 우선 유용한 타깃(표적)을 찾아 검증과, 그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고(potential therapeutic target), 이에 약으로써 작용을 할 약물을 발견하여 인간에게 테스트하기 전까지 단계를 일컫는다.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치료(의) 표적’을 검증하여 선정하는 것이 그 첫째이겠고(target selection & validation), 이 표적을 저해하거나 기전(mechanism)에 의해 의도하는 현상을 일으키는 유효물질(hit)을 찾고, 최적화(optimization)를 거쳐, 선도물질(lead)을 도출하는 것이 대체적인 ‘신약 발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많게는 수년, 짧게는 1-2년이 걸리기도 하는데(pre-discovery 단계는 보통 포함하여 말하지 않아, 기간 산출에서 제외), 완벽한 치료 표적의 선정과 기전은 신약개발의 성공과 기간 단축을 위한 필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가끔은 부실한 약물 발견 연구내용이나 성급한 기간단축으로, 결과적으로 신약개발 실패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확실하고 충분한 약물/신약 발견 단계는 마치 모든 스포츠에도 ‘기본’과 ‘기본기’가 필요한 것처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신약 발견 단계를 통해 신약후보물질(Drug candidate)을 도출해 내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겠다 (그림 3 참조, 신약/약물 개발 단계; 만여 개 이상의 화합물에서(저분자 약물 개발) 수백 개로 거르고, 또다시 4-5개 그리고 최종 1개의 약물 후보를 얻기까지 많은 테스트와 결정을 거친다) [4, 5].
1.2.2. Drug Development, 약물 개발
Drug Development, 신약 개발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임상 단계와 임상 단계이다.
전임상 단계(pre-clinical development)로 인체에 실험하기 전, 동물실험이나 단기 독성실험(toxicology), 약물 동역학 관계(pharmacokinetics)를 조사 및 연구하여, 최상의 조합으로 필요한 약효를 얻을 수 있게 될 제형(formulation)과 그에 따른 대량 생산(scale-up)을 하게 된다. 전임상 단계를 거쳐, 미국 내 승인을 목표로 하는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 Drug Administration)에 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을 요청하여, 승인 시, 인체를 대상으로 약물투여를 시험하는 임상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임상 단계(Clinical development)는 보통 3단계로 나뉘며, phase 1, 2 & 3로 분류된다. 이러한 임상이 많게는 오 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다른 트랙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코로나 백신의 경우 fast track으로 승인을 얻었으며, rare diseases 희귀성 질환들의 경우 임상 이상과 삼상을 합쳐, 함께 하기도 한다). 임상 일 단계, phase 1에서는 보통 약을 투여할 경우 인체에 무해한 지를 보게 되는 경우라 보면 되겠고, 이 단계(임상 이상), phase 2은 약효, 삼 단계(임상 삼상), phase 3은 보다 대규모로 약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과 효과를 보게 된다.
이러한 전임상과 임상단계 개발을 통해 모든 데이터들이 모이면, 최종적으로 신약 승인을 위한 단계(NDA, New Drug Application & FDA review)를 거쳐 신약으로서 출시가 가능하게 된다.
신약개발, Drug development는 위에서 설명한 전임상과 임상 그리고 신약 승인 단계를 포함하여, 최종 상품으로써 신약을 출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겠다. 물론 설명한 바와 같이 각단계의 구분이 확실한 것은 아니어서, 발견과 개발 모두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나 다시 시도되는 경우 등, 모든 단계가 동시성을 갖고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흔히 ‘신약개발’을 일컬어 새로운 약물의 발견과 개발 모두를 지칭하곤 한다. 다만, 신약으로 승인을 받고 제품 출시를 위해선 임상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1.2.3. Biotechnology Startups & pharmaceuticals
미국 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도시들 또는 지자체들이 장소와 인프라를 제공하며, 세금혜택 등 여러 가지 특혜를 마련, 바이오텍 회사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보스턴은 이미 당시에도 널리 알려진 바이오파마의 허브였고, 현재까지도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이는 다시 말해, 바이오텍 허브를 꿈꾸는 다른 세계 도시들이 벤치마킹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2. 본론
보스턴은 어떻게 학문의 도시에서 바이오텍 허브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 성장 저력과 한계, 신약개발과 이를 꿈꾸는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의 태동과 성장의 측면에서, 또 이미 성장한 바이오파마 회사들에게까지, 보스턴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인 이유와 조건, 앞으로의 전망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를 겪으며 변한 것과 전망 그리고 신약개발 동향들을 간단히 살펴본다.
2.1. 보스턴 바이오텍
2.1.1. 보스턴 바이오텍의 성장
1970년대 후반, 역사적으로, 이미 DNA 실험을 허가한 케임브리지 시와 긴밀한 관계인 보스턴은, 바이오텍 허브로 성장하여, 코로나 전후로 비교해도 변함없이 꾸준히 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투자자들의(용감하고 과감한) 투자와 많은 스타트업들의 상장, 그리고 회사별 프로그램 진행 등으로 그 진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문을 닫거나 인력 감축을 실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회사들도 있다(미국에서는 늘 있는 일들 중 하나라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고 있다). 예전과 비교해, 보스턴 기반 스타트업/바이오텍들은 신약을 개발해 제품화한 후에 상장하는 단계를 거치던 기존 바이오텍들의 성장 단계를 거치기보다는11 이미 신약개발 단계에서 바로 상장을 시도, 임상시험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상장 성공이 신약개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장담할 수 없겠지만, 이런 경우를 따르는 보스턴 바이오텍들이 그 가능성(Proof of concept)을 우선 보여준 후, 첫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임상단계 시작과 더불어 또는 전후로 주식시장(나스닥) 상장을 추구해 현금 유동성 확보와 광고 효과, 직원들에 스톡옵션 행사를 통한 혜택을 주곤 하였다. 물론 상장한 경우, 보다 많은 exit 전략과 파이프라인 확보 등 다채로운 진로를 개척하는 것도 일반적이다(상장 전 많게는 네, 다섯 번의 추가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시드머니(seed money, $5-10만 달러)로 시작, 시리즈 A 또는 시리즈 AB 등의 투자를 유치하여($20-100만 달러 또는 그 이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진행시켜, 몸집을 불려 가고, 임상과정에서 보다 큰 대형 제약회사들의 투자나 공동연구를 보장받거나 상장을 추구해 최종 신약 승인에 이르도록 하는 과정을 겪는다.
큰 대형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스타트업의 주식 구입이나 보드(이사회) 멤버십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게도 되어, 일일이 새로운 방식을 직접 실험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겠고, 작은 스타트업으로서는 큰 제약회사의 도움과 협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되기 마련이어서, 서로에게 윈윈, win-win이 되곤 한다. 물론 이러한 협업이 늘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 투자자 입장에선, 어느 투자에서건 열 번 중에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남는 장사 일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는 그만큼 낮은 성공 확률에 비해 큰 이익을 바랄 수 있는, high-risk, high-return investment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신약 개발이 보스턴에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체로 해외 CRO (Contracted Research Organization), CDMO (Contracted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12와 협업하는 경우도 많아서(개발 단계의 대량 생산의 경우 많은 경우가 해외 또는 국내에 위탁 생산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소의 경영진과 연구진으로 구성된 초소형 바이오텍들(2-10인 규모)이 다양한 형태와 더불어 대량으로 설립되기도 하였다.13 이에 발맞추어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시에서는 오피스 공간을 대여하여 회의 공간과 복지를 제공하는(무료 음식료 제공) 공간들이 건설되었으며(CIC, Lab central 등), 많은 기업들이 입주를 하게 되었고, 이뿐 아니라 연구실 공간을 제공하고, 공동연구 기기를 공용으로 사용하게 해 주어 고가 실험 장비 구입 부담을 덜어주는 입주랩 기업제도 유행이었다. 이는 곧, 해당 기업들이 간단한 실험과 중요한 실험(기업들 중에는 분리된 독립 연구 공간을 제공받기도 하며 이에 따른 다양한 렌트비 역시 가능하다.)들을 할 수 있으며, CRO 들과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 및 사무공간 그리고 휴식공간을 다채롭게 제공받아 부수적 운영비용을 아끼며 연구개발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음을 말한다.
이러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시리즈 에이, series A 펀딩을 받게 된 기업들은 보다 확장된 형태로 독립 연구실과 사무실 공간에 탕비실 및 키친 공간을 공유하는 또 다른 공간에서(그들만의 리그 같기도 하다.) 연구 사업을 추진하며, 또 다른 투자 ‘시리즈 비, Series B’ 또는 다음 단계의 재정확충을 통한 지속적 연구사업을 추진하게 된다(회사당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 20-50명까지의 회사 규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황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인원 확충과(‘임상팀들이 붙는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독립된 공간의 확충을 위해 보다 큰 회사만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좁고 비싼 보스턴, 케임브리지를 떠나 보다 렌트비가 저렴한 주변 도시로 이사를 하곤 한다. 한국과 달리 이 단계까지도 회사가 직접 건물을 소유하는 형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이런 경우 회사의 규모는 오십여 명에서 많게는 이, 삼백 명 또는 그 이상의 규모가 되기도 한다.).
2.1.2. 보스턴 스타트업의 한계
스타트업은 대체로 투자를 받아(엔젤 투자자나 벤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손해를 보며 운영하는 구조이다(이윤 창출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임). 이는 호재가 생기기 전까지 또는 제품을 생산해서 이윤을 창출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자본 잠식 또는 또 다른 투자를 받아야 그 생존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코로나19 전까지는 저금리 환경으로 투자 자금이 넘치는 상황 속에, 손쉽게 많은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코로나와 그 후 그리고 현재까지 꺾이지 않는 고금리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투자는 소극적이거나 선택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제한된 연구시설과(상대적으로) 높은 렌트비 역시 보스턴이어서 갖게 되는 한계가 될 수 있으며, 최근 업무용 부동산 렌트비 하락과 연구 시설 신축과 증축으로 입주 상황은 팬데믹 전보다 나아 보이기도 한다(팬데믹 전에는 연구공간 확보가 보스턴 주변에서 가장 큰 문젯거리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스턴과 주변 도시들 모두 상대적으로 오래된 도시여서 주거문제나 교통혼잡은 언제나 맞닥뜨리기 쉬운 문제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개발해 야는 중장기로 중한 대과제가 있다. 최근 리모트(원격) 근무 등으로 출퇴근 시간대가 탄력적으로 보이나, 팬데믹 전과 후로 주위의 교통체증은 계속해서 심화될 전망이다.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현재 보스턴 시장인 미셸 우, Michel Wu14는 주변 콘도와 아파트 증축을 유도하여 보스턴 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바이오텍 허브라 불리는 보스턴이지만, 보스턴은 바이오텍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바이오텍 또는 바이오 스타트업은 보스턴이란 도시의 성장 동력 중의 하나이다. 이는 이 산업만으로 도시를 책임지지 않음을 말하며, 실패나 해고 등의 부침이 잦은 바이오텍만으로 한 도시를 먹여 살리는 ‘먹거리 몰빵’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생리와 직접적으로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과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빠른 성과주의, 이에 따르는 쉬운 인력 조정과 무한 경쟁주의, 포장 주의, 금전 주의 등 스타트업과 바이오텍의 단점들 또한 간과할 수 없으며, 이는 보다 장기적인 면에서 분석과 비평이 필요할 듯하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사람이 모여 번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바이오텍이 각광을 받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은 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늘 동적인 인력수급과 공급이 가능한 탄력적인 구조일 수도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질이 있다.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한 템포 빠른 상장이 있겠다. 신약 개발 이전에 보다 많은 자금을 수혈받고, 이에 동력을 얻어 자본이 많이 필요한 신약개발 임상단계에 효과적이고, 투명성 확보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분기별로 성과를 발표해야 하는 스스로의 함정(성과지상주의)에 빠져 ‘과학’과 ‘경제’가 충돌할 수 있다. 대체로 주주 또는 보드멤버들(전문가 또는 비전문가)의 요구가 중요하게 작용하여, 경제성과 성장 주의에 중요한(순수) 과학성은 후순위로 몰릴 수 있는 단점도 있다. 과학의 증명과 신약개발연구에 보다 많은 인내와 투자가 필요함에도, 잘못된 경우에는 선도 약물 개발 후 임상 단계에서 비용 절감의 이유로 또는 임상 실패를 모면키 위한 행위로, 신약연구진(신약 발견의 기초연구자들이 대부분)이 레이오프, lay-off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신약 연구와 회사의 상장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음을 말하며, 이로 인해 다른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성급한 신약개발과 신중해야 할 과학 연구와 검증이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스턴의 바이오텍들 역시 이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상황은 전 세계 대부분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만, 의료 기술에 집중된 바이오 스타트업에는 계속해서 이러한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갈 능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스타트업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는 것은 항상 변하지 않는, 변함없는 상수이다. 앞으로 보다 확실히 검증된 기술이나 성과를 요구받을 수는 있겠지만,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계속될 투자와 흥망성쇠가 계속되며 제2, 제3의 모더나 혹은 다른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3.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의 방향과 전망
중장기 전망과 큰 그림으로 보는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 또는 바이오텍의 전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학문의 요람, 보스턴에 막대한 투자 자금과 여러 가지 혜택들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바이오 스타트업과 바이오텍이 전성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공간적 한계와 인적 한계, 그리고 재정적 한계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향후 오십여 년 동안은 새로운 시도와 성장에만 신경 써도 될 듯해 보인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환경오염과 공해를 일으키는 요소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테러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요소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벤처의 근원적인 문제, 수익을 창출하는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떨치는 시도 역시 벤처 환경에서 태동하고 있어 잠시 소개한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자금 조달 방식과 손해를 보고 운영이 되는 스타트업의 구조는 단기간 또는 오래도록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은 물론 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하여 해결하거나, 보다 큰 제약회사 등과 협업, 분할 계약이나 독점 투자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재정적 투자 해결에 더해, 스타트업 스스로가 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새로운 기반기술 플랫폼으로 이윤을 창출하기도 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눈여겨볼 만해 소개한다.
Ginkgo Bioworks(나스닥 상장명: DNA)는 2008년 설립되어 물론 아직까지 이익 분기점은 넘기지 못하는 스타트업, 바이오텍이다. Synthetic Biology 분야로 생물학과 로봇 그리고 컴퓨터를 함께해 새로운 대량 방식으로, 마치 반도체업에서 파운드리가 칩을 만들 듯, 생물체인 효소, DNA와 RNA를 만들어 내서 여러 분야에 쓰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플랫폼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모더나의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해 효소 최적화를 위해 이 회사와 함께 일했으며, 효소나 단백질 대량생산 외에도 차단방역과 독자적인 프로젝트들을 가지고 다양한 방면의 합성 생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바이오텍이다. 설립한 지 십 년이 채 안 되는 2014년부터 Ginkgo는 유료 고객을 갖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열 곳이 넘는 다양한 분야에 고객 회사를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단순히 CRO 업무가 주가 아님에 주목하길 바란다. 자타칭, ‘자동화된 생물학 파운드리, automated biology foundry’로 불리고 있다 [6].
이와 같이 고정적인 관념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새로움으로 혁신해 내는 교과서를 쓰고 있는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바이오텍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 귀감과 모델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2 보스턴 신약개발 동향 분석
워낙 많은 숫자와 다양성으로 점철되는 보스턴의 신약개발 환경에서 주된 방향을 꼽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비슷한 방법이나 타깃을 가지고 경쟁을 하거나 협력을 하는 흐름에 맥을 짚을 수 있다면, 아직은 따라가는 입장인 국내의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도 싶다. 이에 몇 가지 예를 소개하며 짤막한 동향 분석을 갈음한다. 하나는 gene therapy, 유전자 치료 방식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질병을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경우이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이 자유로운 가운데 한 곳에 모아져 있다고 가능한 것 또한 아닐 테지만, 정부 주도는 아니어도 바이오 스타트업/바이오텍을 중심으로 모아진 단체가 돕고 있어서 보스턴 스타트업 생태계 환경도 짧게 소개한다.
신약개발에는 물론 다양한 기전, mechanism과 modality를 가지고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는 경제성이다. 그래야만 약제 상품으로 신약을 출품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는 고전적인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저분자 화합물, small molecule로 중요한 효소인 KRAS를 타깃으로 한다든지, mRNA를 타깃으로 하는 연구와 mRNA를 백신 및 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시도, 단백질로 만들어지지 않는 lncRNA를 공략하는 방법, lysosome mechanism을 이용한 PROTAC approaches, siRNA와 ASO, CRISPR gene editing, GLP-1을 이용한 당뇨와 체중 감소제 개발, ADC 등의 antibody 치료제 개발, CAR-T/CAR-NK cells 등,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소개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오히려 보스턴에서 시도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이나 후에 신약개발이 어느 한 도시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은 거짓에 가깝겠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위탁과 협업이 만개하였고 전문성과 신속성에 기반하여 보다 많이 발전하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역시 한자리에 쉽게 만나 토의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보스턴이라는 지역이 주는 이점과 장점은 과소평가될 수 없는 귀한 가치다. 셀 수 없이 많은 공식, 비공식 모임들과 회의, 세미나 등이 보스턴에서 이뤄지며 서로의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단 학문적 교류만이 아닌 지역사회 특히 환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들 과의 협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신약 살롱’ 등 다양한 행사로 신약개발자들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좋은 시도이겠다. 신약개발은 외톨이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2.2.1. 보스턴 바이오텍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돕는 조력자들
1600곳 이상의 회원사로 이루어진 MassBio (massbio.org)는 매사추세츠 주, 특히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과 바이오텍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회원사들의 긴밀한 협조와 네트워킹 행사 등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여 복잡하기만 해 보이는 바이오텍 생태계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벤처자본 등으로 이루어진, 실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도와주는 샌드박스 같은 역할을 하는 곳들도 많다. Lab Central (labcentral.org)로 알려진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기관은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등 사이트에 사무 및 실험실 공간(렌탈 랩과 공유 랩)을 제공한다. 아울러 비즈니스 형태로 창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Third Rock Ventures (thirdrockventures.com)나 실험실 공간을 제공하는 랩쉐어(thelabshare.com), 스마트랩스(smartlabs.com)와 바이오랩스(biolabs.io) 등 다양하게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조력 기관들이 함께 바이오텍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만들어가고 있다.
보스턴 스타트업들을 돕는 환경 중 또 다른 축은 다양한 투자자들이다. Third Rock ventures, ATLAS VENTURE, 5AM ventures 등 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투자회사들과 다른 그룹들이 보스턴에는 다양하게 존재한다.15
2.2.2. Cases
2.2.2.1. Gene Therapy for Sickle cell disease, 겸상 적혈구 질환 유전자 치료
지난해 말 ‘캐스재비, Casgevy’란 이름의 신약 승인이 있었다. 겸상 적혈구 질환(Sickle cell disease)과 베타 지중해 빈혈(β-thalassemia)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미국 보스턴 소재 버텍스, Vertex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사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유전자 가위 편집 기술(CRISPR Gene-Editing Therapy)이 최초로 사용되었다 [7]. 조금 더 살펴보면, 질환의 원인인 실재 돌연변이가 일어난 곳(hemoglobin beta gene (HBB) in chromosome 11)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인즉, 바로 보스턴 아동 병원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기초연구들(BCL11A gene(태아 헤모글로빈 생산을 방지함)을 표적 삼아, 태아 적혈구, fetal hemoglobin 생산을 증가시켜 겸상 적혈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선행 기초연구들이 있었음)에 중요한 단초를 삼아, 결과적으로 타깃을 70% 효율로 감소시켜, 정상 적혈구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었던, 두 회사와 아동 병원 기초연구가 함께 협력하여 이루어 낸 쾌거였다. 부언하자면, 단연코 노벨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 편집 기술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곳이 아닌 다른 표적에 유전자 편집을 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보스턴 아동 병원의 Stuart Orkin 교수는 이러한 그의 발견 공로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100인에 선정되었다 [8]. 이 모두가 보스턴이라는 바이오텍의 용광로와 같은 생태계에서 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경우라 하겠다.
한편 이 치료법은 (그림 4), 유전자 가위 편집 기술을 위해 캐스, Cas 단백질과 알엔에이를 몸 안에 넣어주는 방법으로 CAR-T Cell 치료 [9]와 유사하게 환자의 골수를 추출해서 처리와 치료 후 다시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10]. 고가인 치료비와 골수이식, 화학요법 입원치료(치료 전 myeloablative conditioning, 골수 파괴 조절이 필요함)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현실에 치료가 가능한 장소마저 십여 군데가 채 되지 못한다는 여건은, 또 다른 혁신 치료법을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역시 함께 신약 승인을 받은 보스턴 소재 블루버드 바이오의 리프재니아, Lyfgenia도 겸상 적혈구 질환을 타깃으로 신약 승인을 받았다.
2.2.2.2. SMA (Spinal Muscular Atrophy, 척추 근육 위축증) 치료
척추 근육 위축증(SMA)은 신경근육계 유전희귀질환으로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유전자의 손상이나 소실(SMN1 gene)로 SMN (survival motor neuron) 단백질 부족으로 발병, 근육이 위축되는 병으로(움직이는데 불편하고 어려움을 주게 됨), 주로 영아나 유아기에 진단된다. 2016년까지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이었다 [11]. Antisense oligonucleotide (ASO) 방식으로 알려진 아이오니스, IONIS(캘리포니아 소재)에서(이미 보스턴 지역에 경쟁관계인 Alnylam과 Wave Life Sciences가 소재해 있음) 처음 그 치료책을 내놓고(SMN을 만드는 또 다른 대체 유전자(backup gene)인 SMN2 gene을 표적으로 ASO가 splicing pattern을 바꿔 SMN 단백질을 만들게 됨), 보스턴 소재의 Biogen과 협력하여 Spinraza (nusinersen (18-mer), 그림 5(좌); SMN2 pre-mRNA를 표적으로 삼음, 그림 6)로 FDA에 신약 승인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넉 달마다 척수강 내 전달, intrathecal delivery을 해야 하는 단점은 치료가 가능해도 매우 번거롭고 환자에게 힘든 경우였고, 매년 비싼 치료비 또한 문제였다.17 이에 유전자 치료 방법으로 2019년 노바티스(다국적 제약 기업이며 보스턴에도 소재, 실재 약을 개발하던 AveXis라는 바이오텍을 2018년 노바티스가 병합하여 약을 출시한다) 개발된 Zolgensma (onasemnogene abeparvovec)는 단 한 번의 정맥주입, intravenous infusion으로 한 시간 정도만 치료를 받으면 되는 혁신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림 7(중앙) 참조; SMN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체를 AAV9(adenovirus-associated virus serotype 9)로 만든 벡터를 통해 전달하여 필요한 SMN (survival motor neuron) 단백질을 직접 만들어 냄). 보다 간편한 치료법이어도 비싼 약값($2.125 million)이 역시 큰 문제였다. 계속된 바이오텍과 제약회사의 연구들을 통해, 결국 2020년 연간 $93,000 - $350,000으로 경구 복용이 가능한 저분자 화합물, small molecule로 Risdiplam (Evrysdi)의 승인과 발매로 이 질병 치료의 새장이 열렸다. 무엇보다 RNA를 타깃으로 하는 첫 저분자 약물로 알려지기도 해(엄밀히 이야기하면 RNA splicing pattern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림 5(우)와 그림 6), 이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응용하려는 새로운 스타트업들(보스턴 근방 Waltham 소재 Arrakis Therapeutics와 Skyhawks 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같은 질병에도 다른 방식과 방법, 다른 기전으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은 또 다른 신약개발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경쟁과 협력을 통한 최대의 효과와 신속한 해결을 위한 무한동력이 되고 있음이다.
3. 결론
지금까지 간략하게 보스턴 바이오텍과 신약개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신약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도시 보스턴에, 단답형 정답은 없다. 역시 다채롭고 놀라운 시도와 답들로 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도시의 역사적, 지리적 이점으로부터 꾸준히 전 세계의 용감한 벤처과학자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이 보스턴이란 도시를 다른 도시와 비교해 특색 있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세상의 모든 도시들이 보스턴과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도시가 제공할 수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편의성 등 도시 기본 요건에 연구환경(연구실 공간과 사무실 공간) 및 사회기반시설, infrastructures 이 알맞게 충분히 제공될 수 있으며, 사회적 연결을 해주는 공간과 모임이 충분하여, 공동 협업 연구가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신약개발 친화적 도시의 기본 요건이 될 것이다. 물론 이에 더해 충분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재정환경, 자본의 공급과 세제혜택, 무엇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수한 연구 아이디어를 실재 신약개발에 이끌 수 있는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가 그 성공의 열쇠이겠다 (그림 7 참조).
새로운 해답과 방식을 추구하는 바이오텍 채용면접에서 묻는 구태연한 질문 중 하나가 ‘이런 것들’ 해 본 적 있냐는 질문이다. 조금 아이러니라고 여겨진다. 지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것들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 또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경험과 연륜 그리고 도전하는 용기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더해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때론 더 풍족한 재정 지원으로 신약개발의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물론 어디에도 실패는 감수해야 하고 넘어야 할 도전의 하나이다. 아울러 도시가 더 커져 갈수록 피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되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신약개발의 모든 프로세스들을 이 도시 하나가 감당 치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각 도시별로 자신들의 특색과 장점을 결부하여 서로들 협력과 협조를 하게 된다면, 그들 나름의 독특한 색과 멋으로, 멋진 앙상블이 연출되어 나오리라는 생각과 바람이다.
4.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1 이와는 달리 보스턴 지역에 연구시설과 함께 신약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내 스타트업 회사이거나 한국에 자매회사를 둔 경우 등 그 경우는 다양하다.
2 과학 역시 많은 분야가 그 안에 있다.
3보다 자세한 설명은 본 보고서의 범위를 넘어서므로, 생략한다.
4 참고로 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신약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다. 한국에서는 2012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으며, 2015년부터 보스턴 지역의 여러 바이오텍에서 근무를 해왔다.
5 참고로 서울 면적은 605 km2, 대구광역시 면적은 1499 km2이다(https://namu.wiki/).
6 https://www.census.gov/quickfacts/fact/table/bostoncitymassachusetts/PST045223
7 보스턴은 매사추세츠 주의 동쪽 끝 항구 도시라 뉴햄프셔, 메인, 로드아일랜드 주가 상대적으로 가깝다.
8 ‘환태평양’으로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구상이 있지만, 실제, 보스턴 입장에서는 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북)아프리카를 엮는 구상이 보다 친밀한(!) 감이 있다.
9 재가공 소스: https://mycollegeselection.com/maps/colleges-in-massachusetts-map/
10 https://www.epmscientific.com/blog/2023/02/boston-is-now-the-largest-biotech-hub
11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임상단계에 이르기까지 상장을 미루는 회사들 또한 많다. 이는 회사 운영의 측면이나 각 회사 별 상황에 따라 다르며, 규모가 커져도 계속해서 유한회사나 개인회사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12 삼성바이로직스는 대표적인 CDMO 중 하나이다.
13 한때 수많은 CRO 실험들이 중국의 몇 개 회사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 세계 중요 연구들의 비밀이 중국계 한 회사 안에서 칸막이 너머로 비밀이 지켜지거나 공유된다는 우스개 소문도 있었다.
14 2021년 보스턴 시장에 당선, 11월부터 시정을 맡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Michelle_Wu
15 https://www.startupbos.org/post/navigating-the-boston-biotech-startup-scene-who-to-know-where-to-go
16 재가공 소스: https://crisprtx.com/gene-editing 갈무리 ⓒ CRISPR Therapeutics; https://www.cdc.gov/ncbddd/sicklecell/features/what-is-scd.html
17 $125,00/injection; 첫해 비용 $750,000; 그 후 매년 $375,000.
18 재가공 소스: en.wikipedia.org/wiki/Nusinersen; zolgensma-hcp.com/about-zolgensma/moa; Drugs (2020) 80:185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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