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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리포트 동향리포트
고령화 시대의 진전과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의 변화
김재호(교수신문)
목 차
1. 서론
2. 고령화 시대의 변화 양상
2.1. 인구 증가와 노화
2.2. 노화는 무엇인가: ‘노화는 질병인가’ 논쟁
2.3. 고령화 시대와 질병의 특성
2.3.1. 치매: 기억력과 인지기능의 퇴화
2.3.2. 노인 증후군: 일관성 없고 나이와 느슨하게 연결
2.3.3. 웰다잉
3. 고령화 시대에 맞서는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의 변화
3.1. 20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특성
3.2.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변화
3.2.1.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
3.2.2.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3.2.3. 유전자 표적화의 시대
3.2.4.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특성
4. 고령화 시대의 생명과학 및 의료기술의 문제점
4.1. 과잉 의료와 약물 남용
5. 결론
6. 참고문헌
1. 서론
지구인이 점점 늙어가고 있다. 늙어간다는 것이 부정적 의미만을 표출하는 건 아니다. 갈수록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은 발전하고 기대수명은 늘어가고 있다. 당장 주변에만 보아도 나이 90세를 넘긴 노인들이 많다. 지금은 90세가 나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나 수십 년이 흐르면 90세가 평범하게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버스·지하철을 타거나 식당을 가는 일상에서 노인들을 많이 만난다. 언젠가 나도 그들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2022년 6월 15일, 제1차로 열린 한국시니어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날 한정란 한서대 교수(보건상담복지학과)는 특강에서 인구 고령화의 원인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바로 ‘저사망·저출생’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게 태어나고 적게 죽으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한국노년학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특강을 통해 “인구 고령화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노인의 건강과 수명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면서, 그들의 지혜를 사회에 제대로 수용하면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찌 보면 한편으로 좋은 현상일 수 있다.
포럼에서 들은 바로는 “고령화사회(7% 이상)-고령사회(14% 이상)-초고령사회(20% 이상)”라는 분류가 사실 의미가 없다고 한다. 미디어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없다니 놀라웠다. 한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 고령, 초고령의 구분은 유엔에서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만 사용하는 분류 기준이라고 한다 [1]. 아무튼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로 진입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누구도 고령화를 비껴가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멸과 영생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지만 나와 당신이 죽기 직전까지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젊은 나와 늙은 내가 화해할 수밖에 없다. 손유경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늙어가는 내가 협상해야 할 상대는 바로 나”라며 “나이 듦이란 결국 나와 내가 어떻게 화해하느냐의 문제로 요약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2].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질병과 의료기술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발전하면서 협업·융합연구의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메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나타나는 질병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 특성을 예방하기 위한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고령화 시대의 변화 양상
2.1. 인구 증가와 노화
지구의 인구수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고, 고령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2022년 11월 15일 기준,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 이르렀다. 인류세 이후 최고로 많은 인구수를 기록했다. 1974년 40억 명에서 48년 만에 두 배가 늘었다. 유엔은 2058년에 지구의 인구수가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 중요한 건 최고조에 이른 인구수가 고령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연령을 보면, 1974년 20.6세였다가 2022년에는 30.5세로 10년이 늘었다. 인류의 기대수명은 2019년 72.8세였다가 2050년에는 77.2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3].
미국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 기준 미국의 총인구 수는 3억 3천2백4십만 3천650 명이다 [4]. 그런데 미국에는 현재 5천500만 명의 노인이 간병을 받으며 살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65세를 넘기는 사람들이 하루 건너 1만 명씩 생긴다. 이들 대부분은 세계대전 후 급격히 늘어났던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노인들을 돌보는 무급 간병인만 5천300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자원봉사자 등이다. 미국의 나이 든 사람들은 앞으로 40년이 흐르면 9천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고령인구를 위한 차세대 의료기술의 등장이 필요하다 [5].
합계 출생률은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우리나라 인구수는 2020년 정점을 찍었다가, 조금씩 줄고 있다. 2022년 10월 기준, 주민등록상 한국의 인구수는 5천1백만 4십5만 9천626 명이다 [6]. 특히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2022년 7월 1일 기준 9백1만 8천 명으로 기록됐다. 2021년에 비하면 44만 7천 명(5.2%)이 늘었다. 고령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5%로 높아졌다 [7]. 대략적으로 말하면 한국 사회에서 5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세계경제포럼은 OECD 가입 국가들 중 그리스,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과 더불어 가장 빨리 고령화되는 국가로 규정했다. 특히 한국은 2060년이 되면, 노동 인구 10명 중 9명은 고령 인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
“우리가 노인이 될 시점에는 성인 둘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2022년 10월 7일, 서울대 인문대학 국제회의실에선 제4회 인문대학 심포지엄 ‘나이 듦에 대하여’가 열렸다. 서은용 서울대 교수(간호학과)는 「노인 돌봄의 의미와 본질, 그리고 장기요양정책」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9]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나라와 달리 엄청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3.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연령을 뜻하는 중위연령은 2022년 45세에서 2060년 61.3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 그렇다면 중년을 의미하는 바도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태어나는 이들은 적은데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90년생의 기대수명은 71.7년, 2010년생의 기대수명은 80.3년, 202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5년이다. 2020년에 태어난 남자아이는 80.5년, 여자 아이는 86.5년으로 기대수명이 전망된다. 2021년에 태어난 여자 아이들은 20명 중 1명이 100세까지 장수할 전망이다. 100세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참고로 가임 여성 1인당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 출생률은 2020년 추정치에서 0.8까지 떨어졌다. 2021년도 합계 출생률도 0.8이었다 [9, 10].
한편, ‘1천82억 명’은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다가 죽은 모든 인간의 수에 대한 추정치다. 정말 많은 수가 고령을 맞이해 천명을 다했다. 최근 들어서야 인류는 노화로 인해 사망하는 수가 가장 많아졌다. 특히 고대 문헌을 살펴보면, 한 나라에 약 4∼10% 정도가 노인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비율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는 질병이나 사고로 일찍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노인이 되는 시기를 50세로 보는 시각이 흔했다. 현재 50세는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9].
신체의 노화와 세포의 노화는 다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필자와 당신의 신체는 늙어가고 있다. 인간은 오직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대략 200종의 37조 개 세포로 분화해 신체를 형성한다 [11]. 그런데 정우현 덕성여대 교수(약학과)의 『생명을 묻다』에 따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90퍼센트 이상은 6개월 정도 지나면 완전히 다른 물질로 치환된다”라고 한다 [12]. 젊었던 나는 늙은 나로 대체되는 것이다. 노화는 신체의 차원에서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세포의 차원으로 들어가면 양상이 조금은 달라진다. 신체의 차원에서는 노화가 끝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면 소생할 기회는 사라진다. 이 우주에서 먼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또 다른 나란 없다. 의식은 소멸되고, 나였던 사람은 누군가의 희미한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관점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세포는 노화하면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
윤태진 유한양행 글로벌 BD 팀장이 쓴 『신약의 개발』을 보면 “세포의 노화가 곧 개체의 노화”는 아니라고 한다. 세포 각각마다 수명이 있기에 노인의 신체에는 노화한 세포의 개수가 더욱 많을 뿐이다. 사람의 경우, 피부 세포는 수명이 2∼4주, 혈액 세포는 3∼4개월, 근육 세포는 15년, 심장 세포는 약 60년이다. 윤 팀장은 “젊은 개체에서 세포 노화는 손상된 세포의 증식을 막아 암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조직의 항상성에 기여한다”라며 “하지만 늙은 개체에서는 전반적인 손상과 노화 세포의 제거 부족으로 인해 손상된 세포가 축적되기 시작하며, 이로 인해 조직 항상성이 무너지며 노화가 일어난다”라고 한다 [13].
세포가 적절하게 노화하면 수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종양 억제 경로를 유도함으로써 생명을 보존시켜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화된 세포가 늘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조로증을 앓고 있던 개체는 노화세포를 없애자 노화와 관련 있던 병리적인 증상들이 더디게 나타났다. 그래서 윤 팀장은 “세포 노화는 해로운 손상을 막는 반응으로 생애 초기에는 이로운 측면이 있지만, 만성이 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13].
2.2 노화는 무엇인가: ‘노화는 질병인가’ 논쟁
‘노인이 독립적으로 사는 것(AIP: Aging in Place)’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AIP’는 ‘내 집에서 나이 들기’ 혹은 ‘요양(병)원에 들어가지 않고 지내던 곳에서 나이 들기’ 등으로도 번역된다. 그렇다고 AIP가 집에서 홀로 늙어가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노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소원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수하는 마을이 있는 것”이라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교수는 가족이나 공공기관 등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AIP는 환경의 어려움과 개인의 능력 간 균형을 조화 있게 맞추는 것이다. 특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이 들기는 물리적인 거주뿐 아니라 정신적 연대도 포괄한다. 즉, 이웃과 사회적 커뮤니티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14].
AIP는 고령 인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의학기술 변화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등 의료기술의 접근성 차원에서도 AIP는 중요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도구, 주변 감지 기술, 대화형 인공지능 등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고령 인구는 디지털 격차로 인해 의료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 결과 제때에 질병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거나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레드 버튼 혹은 디지털 알람이나 평상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 더 나아가 원격 의료를 도와주는 TV용 앱 등은 노화를 대비하는 데 유용한 기술이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 격차 줄이기 교육도 필요하다.
연령 차별주의와 부적절한 치료 남용
노화는 과연 무엇일까? 벅 노화 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사이먼 멜로프(Simon Melov) 교수는 노화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15]. 윤태진 팀장도 “간단히 말해, 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노화의 일반적인 원인은 ‘시간에 따른 세포 손상의 축적’으로 간주된다”라고 정의했다 [16]. 특히 정희진 의사는 노화를 “유전자와 환경이 시간의 흐름과 상호작용하여 세포, 조직, 기관과 개체에 일으키는 구조와 기능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17].
그런데 일각에서는 ‘노화는 질병인가’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에선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면 노년 차별이 발생하고, 의사가 특정 현상을 노화로 인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임의로 부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한편에선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해야만 대처법을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2년 10월 19일,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노화가 질병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라는 내용을 게재했다. 노년(혹은 노화)을 ‘병리학적으로’ 질병코드에 포함시키려는 시도와 이에 대한 논쟁을 분석한 것이다 [15].
2019년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전 세계 질병 진단에 표준으로 사용되는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상태 목록인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 개정판 ‘ICD-11’을 채택했다. 올해 1월 1일, ICD가 공표됐다. ICD는 사망자 수와 사망률, 사망진단서 등의 비교 가능한 통계의 기초로 100년 이상 활용되고 있다 [18].
ICD가 공표되기 전 세계보건기구는 ‘노쇠(senility)’ 진단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용어 대신에 좀 더 광범위한 ‘노년(old age)’으로 대체하려고 계획했다가 철회했다. 별도로 분류되기 어려운 증상이나 징후 혹은 임상 소견 등을 ‘노년’의 진단 범주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신약과 치료법을 등록하는 데 필요한 ‘노화’ 진단과 관련된 질병코드에 ‘병리학적으로’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년 자체가 질병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15].
일부 연구자들은 개정판을 노화 방지 치료법을 만들고 보급하는 과정의 일부로 보고 기대했다. 하지만 라베루(Kiran Rabheru)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이자 오타와병원의 노인 정신과 의사는 이러한 변화가 노인 차별(ageism)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나이만 가지고 질병으로 간주한다면 의사의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해야 하는데, 단순히 노년의 결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베루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노년을 진단으로 합법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ICD 11판은 ‘노년’ 혹은 ‘노화는 질병이라고 제안하는 언어’ 없이 공개됐다. 대신 “노화와 관련한 고유한 능력의 감소”로 대체했다 [15].
반면,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과대 교수는 트윗에서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정의하려는 세계보건기구의 흥미로운 움직임이 슬프게도 되돌려졌다”라고 밝혔다. 국내에 번역된 『노화의 종말』(부키, 2020)의 공저자이기도 한 싱클레어 교수는 건강 상태 목록에 노년기를 포함하는 것에 과학자, 의사들이 왜 반대하는지, 무엇이 그렇게 위협적인지 그 동기를 묻는다. “노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현재의 견해는 그 자체로 연령 차별주의다”라고 싱클레어 교수는 말한다. 그는 고령화를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화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노년을 질병과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주장한다. 장수 연구 분야는 규제 장애물을 극복하면 노화를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 [15].
노화는 정면으로 표적화 될 수 있을까
미국 식품의약국은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식품의약국은 당뇨병 약물인 메트포르민이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의 발병이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노화가 정면으로 표적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임상 실험인 ‘TAME (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연구를 승인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15].
멜로프 교수는 경력이 오래된 연구자들조차 노화의 정의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멜로프 교수는 “예산과 함께 연구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라고 말한다. “노화 연구 분야를 가로막는 건 질병도 아니고, 예산 부족이나 질병으로서 노화에 대한 의미론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분야가 앞으로 나아갈 때 요구되는 건 “예리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다. 멜로프 교수는 치료에 필요한 기술이 아직 개발 중일 때 관련 주제를 연구, 분석할 수 있는 조사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
연구실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조사하는 멜로프 교수. 그는 과학자들이 세포 수준에서 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현미경 및 단일 세포 시퀀싱과 같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해 기뻐한다. 멜로프 교수는 “앞으로 2~5년 동안 동물 모델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식이요법과 운동만큼 효과적인 노화 방지 치료제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우려한다 [15].
노화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질병의 원인 아닐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물학적 관점에서 노화는 결국 신체의 온전함과 탄력성을 훼손하는 분자 변화의 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공보건대학원(Columbia 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대니얼 벨스키(Daniel Belsky) 교수는 “노화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벨스키 교수는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그는 “노화를 늦추고 싶다면 우리가 모두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물과 공기를 접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데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는 것이다 [15].
생물학의 관점에서 노화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을까? 과연 무엇을 노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나이는 인간 관점에서의 기준일 뿐이다. 세포, DNA 차원으로 나아가면 노화를 정의 내리기가 더욱 어렵다. 치료가 가능하면 노화일까? 질병 중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것들도 많다. 또한 의학적으로 질병이 아니더라도 치료하는 것들이 있다. 현재 치료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는 치료법이 나타날 수 있다 [15].
UCLA의 노화 연구센터(Aging Center) 밍 구오(Ming Guo) 소장은 노화 역전 전략을 연구한다. 구오 소장은 “ICD의 개정판이 노화를 인정하면서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그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15]. 구오 소장은 노화 과정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주요 초점은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여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녀가 5년 전 자신의 계획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기 했을 때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노화의 영향을 멈추는 것은 물론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구오 소장의 팀은 이미 초파리에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최대 95%를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 소기관은 나이가 들면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게 되어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개인의 감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구 오 소장은 “이러한 일들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라며 “모든 것이 손이 닿을 만큼 가능하다”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15].
실리콘 밸리는 노화 방지 연구에 오랜 투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장수 관련 신생 기업으로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스(Turn Biotechnologies), 알토스 연구소(Altos Labs) 등이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생존하는 기간 동안 건강한 상태로 있기 위한 연구에 연간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과학자들에게 나이와 관련된 연구 자금 지원에 응모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ICD의 변화에 대해 묻자,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과학 책임자인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는 “노화에는 기능적 결과가 있다”라는 생각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15]. 노화 관련 기능적 원인과 결과들을 잘 제어하면 노화를 늦추거나 막을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만약 노화를 질병으로, 젊음을 질병이 아닌 것으로 규정한다면 노화는 젊음과 동일한 선 위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1813∼1878)는 “정상과 병적인 상태가 하나의 연속한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라며 “정상과 병리는 서로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고 양이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19]. 인구가 늘어나고 점점 늙어가는 가운데, 노화에 대한 정의부터 대응법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3. 고령화 시대와 질병의 특성
2.3.1. 치매: 기억력과 인지기능의 퇴화
지인 중에 한 명은 아버지의 치매로 2년을 힘들게 보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던 아버지는 일생 동안 습관적으로 하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지난날에 대한 기억도 문제이지만, 운동신경이 퇴화하면서 간병인 없이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었고, 나중엔 인공호흡으로 연명해야 했다. 우리 주변에 치매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고령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한다.
해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치매가 990만 건이라고 한다. 특히 아시아인이 치매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85세 이상에서는 37.5%가 치매를 앓았다. 2024년이 되면 치매 인구가 1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중요한 건 치매가 고령화에 접어든 현대 산업사회의 질병이라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40세 정도였던 때는 치매가 흔하지 않았다. 치매는 질병보다는 대뇌 신경세포가 나빠지면서 나타나는 총체적인 인지 기능의 상실이다. 치매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이다 [20].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치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7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5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약 4분이 1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11월 1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2022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이 열렸다. 이날 김연정 한국고령친화식품연구소 소장의 ‘일본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와 식생활관리’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 치매 고령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치매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전체 고령자의 4분의 1이 치매 환자일 것으로 예측된다 [21].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약 5천만 명인데,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에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 약 50∼80%) △혈관성 치매(중풍 등으로 발생, 약 10∼25%) △루이소체 치매(뇌의 피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생겨서 발생)가 있다. 치매는 되돌릴 수 없다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뇌혈관 질환이나 두부의 손상, 파킨슨병, 에이즈 등이 있다 [22].
알츠하이머에 대한 과학적 분석으로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있다. 병원성 아밀로이드 섬유 응집체가 연쇄적인 작용으로 인해 뇌혈관 주위에 축적되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섬유 응집을 막기 위한 치료제가 사용되지만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다 [22].
하지만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대체 어떻게 발병하는지 모른다. 병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서 응집되는 것이 보일 뿐이다. 뇌 세포 사이에서 침전돼 플라크(plaque)가 끼면 신경 조직이 망가질 수 있다. 그런데 플라크가 많이 쌓여 있어도 치매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인류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아직 모른다 [23].
2.3.2. 노인 증후군: 일관성 없고 나이와 느슨하게 연결
세계보건기구는 노화를 생물학적 수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분자 및 세포 손상 축적의 영향으로 발생한다고 정의한다. 앞에서 살펴본 노화의 정의와 부합한다. 노화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점진적인 감소이며, 질병의 위험이 계속 늘어나면서 궁극적으로 사망을 일으킨다. 그런데 노화로 인한 변화는 비선형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나이와 느슨하게 연관돼 있을 뿐이다. 분명한 건 노년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가 무작위적으로 발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생물학적 변화 외에도 노화는 종종 은퇴, 더 좋은 집으로 이사, 친구나 가족의 사망 등 또 다른 양상의 삶의 전환과 관련이 있다 [24].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일반적인 건강 상태와 질병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난청 △백내장 및 굴절 이상(시력이 안 좋아졌을 때 보이는 증상) △허리와 목의 통증 및 골관절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병 △우울증 △치매 등이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조건을 동시에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4].
특히 노년기는 흔히 ‘노인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몇 가지 복잡한 건강 상태의 출현으로 특징지어진다. 그것들은 종종 여러 근본적인 요인의 결과이며 허약, 요실금, 낙상, 섬망(과다행동, 환각, 초조함, 떨림), 압박성 궤양(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서 조직이 괴사함으로써 발생하는 궤양)을 포함한다 [24]. 최근 화제를 일으켰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JTBC)에서 주인공 진양철 회장은 섬망 증상을 보였다. 그는 뇌에 이상이 생겼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노인 증후군을 연기한 것이다.
노인들의 건강이 변화하는 이유 중 일부는 유전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집, 이웃, 공동체를 포함한 사람들의 신체적, 사회적 환경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별, 민족성,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개인적 특성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렸을 때 또는 심지어 태아로 성장하는 환경은 그들의 개인적 특성과 결합하여 그들이 어떻게 나이를 먹는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24].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진전에 따른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의 대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일반적인 노인 증후군에 대응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 맞춤형 진료를 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의 발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미국노인병학회는 수많은 것들 중 흔한 노인증후군으로 13가지를 제시한다. △치매 △부적절한 처방 △실금 △우울 △섬망 △의인성(醫因性) 문제 △낙상 △골다공증 △청각 시각 포함한 감각변화 △번성 실패(failure to thrive) △거동과 보행 장애 △압창 △수면장애. 유형준 한림의대 명예교수는 「노년기 질환의 특징 - 노인증후군」에서 노인증후군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급성질환에 수반되는 징후다. 둘째,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조금씩 늘어나는, 만성질환에 수반되는 증후다. 셋째, 7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증가하는 증후로써 일상생활의 저하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증후군이다 [25].
유 명예교수는 노화의 원칙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2.3.3. 웰다잉
평상시에 죽음을 논하는 것이 좋은 삶과 사회를 위한 조건이 된다. 이러한 사실은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26]. 태어남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이 없었지만,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자살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듦만이 줄 수 있는 노년의 성숙함을 통해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준비된 죽음을 맞이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나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도록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살아있을 때 웰다잉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경청할 만한다. 예를 들어, 유품정리나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 원하는 장례 방식 등에 대한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다 [27].
‘60세 이상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률은 세계 1위다. OECD 가입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에 더해 노인 자살률까지 1위인 셈이다. 「노인의 인지와 우울에 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노인 자살 관련 “자살 생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자살 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우울로 확인”된다며 “자살 시도자의 80%가 우울 증세가 있고 우울증 환자의 10∼15%가 자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한다. 그래서 노인을 위한 의료기술의 차원에서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과 햅틱기술을 접목한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운동 및 음악 치료(드럼악기를 연주하는 게임) 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28].
그렇다면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구체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바로 국립노화연구원 설립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국립노화연구원 설립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갖춰지지 않았다.
「생애주기별 웰에이징과 건강」을 발표했던 임효남 건양대 웰다잉 융합연구소 교수(간호학과)는 “웰에이징은 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한 것으로, 삶을 통합하는 인생 후반기에 갈수록 더 중요하다”라며 “생애주기는 청년기(19∼34세), 중년기(35∼49세), 장년기(50∼64세), 노년기(65세 이상)로 구분된다 [29].
웰에이징 교육 프로그램은 신체적·정신적·사회경제적 측면으로 나뉜다. 그중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신적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1. 죽음의 공포 극복과 상처치유 2. 웰다잉 문화사업 3. 현대장례와 장례문화사업 4. 존엄한 삶과 연명의료결정법 5. 유언과 상속 6. 호스피스 및 완화 의료 7. 자전적 글쓰기 8. 미술테라피와 마음 다스리기 9.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감성 음악 10. 마음 챙김 프로그램 [29].
특히 우리나라 만성질환은 전체 사망의 79.9%를 차지한다. 사망원인 상위 10개 중 8개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간질환 △만성하기도질환 △고혈압성 질환이다.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편이다. 노인인구 증가로 만성질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29].
3. 고령화 시대에 맞서는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의 변화
3.1. 20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특성
20세기의 인류는 세계대전과 경제불황, 전염병의 창궐 등으로 생존의 위기에 수시로 직면했다. 세계 정치는 불안했고, 당장 먹고 살 수단이 없는 가운데 밝혀내지 못한 무수한 질병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전염병에 대응하면서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영국의 20세기 초 기대수명을 보면 그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1901년 영국의 출생 시 기대 수명은 남성 48세, 여성 51.6세였다. 기대 수명은 단지 의학적 기준으로만 따지지 않는다. 당연히 그 당시 의료서비스, 보건교육, 주거 상태, 영양 공급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나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 남성은 71.4세, 여성은 77.2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다. 다른 산업국가들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다 [30].
20세기 전반기에는 감염 퇴치에 계속 중점을 두었고 내분비학, 영양학 및 기타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이정표를 달성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몇 년 동안 세포 생물학에서 파생된 통찰력은 질병 과정의 기본 개념을 변경했다. 생화학 및 생리학의 새로운 발견은 보다 정확한 진단 테스트와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위한 길을 열었다. 특히 생체 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의사와 외과 의사는 초음파(음파 탐지기)와 같은 비침습적 이미징 기술을 통해 신체의 구조와 기능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축 단층 촬영(CAT) 및 핵자기 공명(NMR) 등이 있다. 각각의 새로운 과학 발전으로 불과 몇 년 전의 의료 행위는 구식이 되었다 [30]. 이제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명의 뇌나 배를 가르지 않고도 생명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염병에 대응하는 화학 요법도 계속 발전했다. 20세기에 진행했던 연구는 전염병의 특성과 전파 수단에 집중되었다. 점점 더 많은 수의 병원성 유기체가 발견되고 분류되었다. 예를 들어, 발진티푸스 등의 병원체인 리케차는 박테리아보다 작다거나 말라리아 등의 열대 질병의 병원체인 원생동물(protozoans)은 박테리아보다 크다는 것 등을 알아냈다 [30].
20세기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페니실린의 발견이 아닐까 한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년)이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St. Mary's Hospital)에 있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포도상구균 배양액에 떠다니는 곰팡이의 억제 작용을 발견했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이 강력한 항균제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 또는 충분히 순수한 형태로 페니실린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연구를 상용화하기 힘들었다. 10년이 지나서야 옥스포드대 연구진들이 그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순수한 형태로 페니실린을 분리했다. 특히 그 효능은 상대적으로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무렵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는데, 페니실린의 상업적 생산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1944년이 되어서야 전쟁 중 필요한 양의 페니실린을 공급할 수 있었다 [30].
컴퓨터와 전자 매체 그리고 환원주의
20세기 의학의 급속한 발전은 전 세계 과학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가능했다. 컴퓨터와 전자 매체를 통한 아이디어 교환은 연구자가 홀로 연구하는 것을 일반적이지 않도록 했다. 전문화가 증가하면서 팀워크는 표준이 되었다. 그 결과 특정 개인에게 의학적 성취를 부여하는 건 힘들어졌다 [30].
19세기 후반 지속적인 발견이 이루어지면서 전염병 패러다임은 환원주의적으로 바뀌어 갔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까지 지배적인 역할을 계속한다. 식별이 가능한 모든 특정 인자(agent)는 잘 설명된 일련의 생리학적, 병리학적 소견을 일으켰다. 장티푸스, 콜레라, 매독 같은 질병에 대한 인자를 찾는 것은 전염 사슬을 끊기 위한 개입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전염병 감소의 성공은 20세기 전반기에 전례 없는 수명의 증가로 이어졌다 [31].
3.2.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변화
3.2.1.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
21세기 들어 인터넷과 반도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급격한 진화로 인해 데이터 폭발의 시대가 왔다. 전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 실험 장면이 송출되고, 거기에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다. 과학기술, 특히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좋은 수단을 이용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에 있다.
제일 처음 살펴볼 건 바로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다. 2016년 런던에 모인 일군의 과학자들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진행했다. 인체의 37조 개의 세포를 분류함으로써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세포를 샘플링하고 각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는지 결정하고자 한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세포 유형, 상태, 신체 내 위치, 진행되는 전이 및 계통에 따라 세포를 분류한다 [32].
2018년 4월까지 이 프로젝트에는 185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480명 이상의 연구원이 합류했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의 모든 결과는 무료로 공개된다. 2018년 4월, 골수 및 제대혈에서 수집한 53만 개의 면역 체계 세포를 나타내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데이터 세트가 공개되었다. 막스 플랑크 면역생물학 후생유전학 연구소의 연구 프로그램은 9명의 기증자로부터 얻은 1만 개의 정상 세포에 대한 단일 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분석)을 사용하여 간세포의 아틀라스 결과를 발표했다 [32].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대한 우리의 지식, 그리고 세포들이 사람마다, 또는 발달 과정과 건강이나 질병을 통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위해 생물학자, 전산 과학자, 기술자, 임상의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건 바로 정상적인 기능을 확립하기 위해 인간 세포, 조직 또는 기관을 교체, 엔지니어링 또는 재생하는 과정인 재생 의학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33]. 세포의 노화와 암의 발병과 진단, 면역세포 등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면 개방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여러 수준에서 공개 리소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샘플의 출처와 기증자에 대한 개인 정보와 동의 등 데이터 축적의 시대에 오픈소스를 강조한 것이다 [33].
지난해 6월 27일부터 사흘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 2022 총회가 열렸다. 세부 세션의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기(臟器) 수준의 지도를 만들기 위한 모범 사례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의 컴퓨팅 쿼리 △세포 온톨로지, 주석과 메타데이터 △유전적 변이 모델링: 사례 연구로서의 면역 체계 △데이터 및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에 대한 사용자 친화적 액세스 △유전병 및 게놈 위험 요인 △재생 의학 △세포 기반 면역 요법 △정밀 종양학 △신경 장애 [34].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코로나19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코로나19의 전파, 감염 위험, 신체 장기에 미치는 영향, 면역 반응, 다양한 변종의 영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메타데이터에 대한 리소스 개요,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단일 세포 접근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들의 등록부를 만드는 등 데이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35].
3.2.2.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인간 뇌 속의 신경세포들을 지도화하는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의 목표는 건강한 인간 뇌 내의 해부학적 및 기능적 연결성을 조명하는 ‘네트워크 맵(커넥톰)’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로써 난독증,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정신분열증과 같은 뇌 질환에 대한 연구를 용이하게 하는 데이터 본문을 생성하는 것이다 [36].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16개 분과가 후원하는 5개년 프로젝트였다. 2010년 9월 15일, 국립보건원은 워싱턴대와 미네소타대, 옥스퍼드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5년간 3천만 달러(약 391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UCLA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3년간 850만 달러(약 111억 원)를 지급한다고 공표했다. 이를 통해 1천200명의 건강한 성인(300 가구의 쌍둥이 쌍 및 형제자매)에 대한 대량의 MRI 및 행동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1천1백 명의 건강한 청년의 뇌 연결에 대한 데이터를 과학계에 제공했다. 연구진들은 뇌의 어떤 영역이 서로 통신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 데이터를 사용했다 [36].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의 연구그룹 중 4개는 알츠하이머병 혹은 치매에 중점을 둔다. 뇌의 신경연결망 지도를 통해 기억 상실 및 인지 장애를 치료하는 데 주력하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불안과 우울증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36].
그중 알츠하이머병 커넥톰 프로젝트는 인지적으로 건강한 사람부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환자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목표는 각각의 개인에 기초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의 전체 스펙트럼에 걸쳐 정확하게 단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뇌 안에서의 신경연결망의 종적 변화, 질병의 단계적 발달, 인지적 변화 등을 측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6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진행됐다 [37].
2016년 6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는 뇌 노화 및 치매의 커넥톰 프로젝트가 수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MRI, fMRI, MEG 및 생체 내 베타아밀로이드 이미징의 차별적 이점을 활용했다. 다중 모드 연구로 노화 및 혈관 질환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다뤘다 [38].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는 2021년 8월 19일 초기 정신병 관련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39].
3.2.3. 유전자 표적화의 시대
20세기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이 사후 대응에 머물렀다면 21세기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은 예측 가능한 사전 대응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회복과 재생의학의 시대가 코앞에 왔다. 특정 유전자를 표적화 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노화 관련 유전자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함으로써 신세계가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지만 말이다.
인류는 이제 실험실에서 특정 게놈을 식별하고 기능성 유전자를 합성하고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는 DNA의 구조를 밝힌 이래 비약적인 도약이다. 예를 들어, 1984년에 영국의 한 유전학 교수가 DNA에서 염기서열 패턴의 개별화된 특성을 발견했다. 각각의 사람이 완전히 고유한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1986년에 법의학 과학자들은 이 발견을 이용했다. DNA 기술을 사용해 최초의 살인범을 유죄 판결한 것이다 [40].
오늘날 우리는 생물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명공학을 통해 우리는 세포 내의 구성 요소를 활용하고 작물을 위한 방부제(식품보존료)를 추출할 수 있다. 의사는 태아가 아직 자궁 안에 있는 동안 태아의 장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유전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의사는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누군가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은 돌연변이 BRCA1과 BRCA2로 표시된다. 이 유전자 패턴을 가진 여성과 남성은 유방암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이 때문에 유방을 절제했다 [40].
유전적으로 관련된 모든 질병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심장병,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병, 겸상 적혈구 빈혈 등 모두 증상이 나타나거나 일상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생활 습관을 변화하거나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더욱이 SIRT6 유전자는 평소보다 오래 사는 쥐에서 과발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동일한 유전자가 인간에게 과도하게 발현된다면 우리도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40].
유전자 요법과 줄기세포 연구조차도 아프거나 손상된 세포를 건강한 기능 세포로 대체할 수 있는 요법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한때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질병에 대해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한다. 하지만 유전자 주입 요법은 해당 유전자의 추가 사본을 혈류에 도입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놈을 영구적으로 변경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40].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는 성공한 경우가 있다. 생쥐의 노화와 만성질환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화세포를 제거한 것이다. 표적으로 삼은 건 단백질 ‘P16Ink4a’이었다. 이 노화세포를 선별적으로 제거했더니, 생쥐는 제거하지 않은 다른 쥐들에 비해 신체 기능이 더욱 좋아졌다. 이러한 내용은 2011년 <네이처>에 소개됐다 [41].
2022년 9월 14일, 메릴랜드대 의과대학은 「나이가 들면서 상호작용의 기억력은 어떻게 감소하는가」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같은 달 8일, <에이징 셀>에 실린 논문은 특정 유전자를 표적화 해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방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연구진들은 나이 든 쥐를 사용하여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기억을 연구했다. 그러한 기억을 감소시키는 뉴런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확인한 것이다. 게다가, 연구진들은 실험실에서 기억 상실을 되돌릴 수 있었다 [42].
연구진들은 뇌의 특정 표적을 식별했다고 보고했다. 그들의 발견이 언젠가 전형적인 노화로 인한 기억 상실을 예방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화 기억 문제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와 같은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구별된다. 현재로서는 전형적인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약물은 없다 [42]. ”노인이 칵테일파티에 참석하면 나중에 다른 참석자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이름이 어떤 얼굴과 연결되는지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라고 연구 책임자인 미치 켈리 메릴랜드대 의과대학 해부학 및 신경 생물학과 교수는 말했다 [42].
사회적 연관 기억은 개인적인 상호 작용 내에서 여러 정보 조각을 연관시킨다. 이러한 종류의 기억은 삶의 경험과 관련된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에서 PDE11A로 알려진 효소를 필요로 한다. PDE11A는 PDE11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버전이다 [42].
생쥐는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죽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생쥐의 숨결에서 특정한 음식 냄새를 맡으면 생쥐는 음식 냄새와 다른 생쥐의 페로몬 냄새를 연관 짓는다. 그 기억은 그 냄새가 나는 음식은 미래에 먹어도 안전하다는 안전 신호 역할을 한다. 캘리 교수 연구팀은 늙은 쥐가 음식 냄새와 사회적 냄새를 따로따로 인식할 수 있지만 둘 사이의 연관성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노인이 이름과 얼굴을 매칭해 기억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인지 기능 저하와 유사한 셈이다 [42].
연구진들은 사람과 생쥐 모두에서 나이가 들며 PDE11A 수치가 해마에서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마는 많은 유형의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어린 쥐한테서는 해마에 있는 이 여분의 PDE11A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뉴런을 구획 짓는 곳에 작은 필라멘트들처럼 축적돼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 필라멘트에 너무 많은 PDE11A가 있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즉 나이 든 쥐가 사회적 연상 기억을 잊어버리고, 다른 쥐의 숨결에서 냄새를 맡은 안전한 음식을 더 이상 먹지 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쥐에 있는 PDE11A 유전자를 제거했다. 특히 PDE11A의 화학적 변형을 방지했을 때 PDE11 수준을 감소시켰고, 필라멘트로 축적되는 것도 방지했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은 PDE11A로 인해 사회적 연상 기억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42].
제약 업계도 표적화를 통한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기법으로 특정 세포나 분자의 노화 과정을 더디게 하는 자연 발생 화합물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제약 업계는 약물의 표적이 되는 하나 혹은 두 개의 단백질에만 결합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2017년 3월 1일, 라이프 익스텐션 재단은 ‘에이지리스 셀(Ageless cell)’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에이지리스 셀은 세포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특징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연구결과로 만들어진 화합물의 ‘노화 관련 신호 전달에 미치는 강도’를 평가해 서열을 매겼다. 그 후 인간 세포에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에이지리스 셀은 미리세틴(Myricetin), N-아세틸시스테인(N-acetylcysteine), 감마-토코트리에놀(gamma-tocotrienol),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Epigal-locatechin gallate)를 선택해 만든 제품이다. 이 네 가지 성분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을 만큼 안전하다. 윤태진 유한양행 글로벌 BD팀장은 ”연구진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선택된 네 가지 물질이 핵심적인 노화 방지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다“라며 “비록 이 제품은 신약이라기보다는 영양보조제로 분류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얻어내기 힘든 결과라는 점에서 신약 개발에서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라고 적었다 [43].
한편, 우리 몸에서 더 이상 분화하지 않지만 죽지도 않는 이른바 ‘좀비 세포’를 표적화 해 제거하는 백신이 개발된 바 있다. 이러한 좀비 세포는 체내에 쌓이면 만성적 염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 동맥경화,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 좀비 세포 백신은 노화 관련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44].
3.2.4.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특성
21세기의 인간은 불멸에 진지하게 도전할 것이다. 노화와 죽음과의 싸움은 인간이 그동안 해온 기아와 질병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고, 이 시대의 문화가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 유발 하라리 [45].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고 신의 경지에 이르는 미래를 예측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의 특성이 있다.
첫째, 앞서 살펴본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터의 폭발과 오픈소스의 지향이다. 이제 더 이상 기초 데이터가 부족해 연구가 어려워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21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극단적 환원주의를 지양한다.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원인이 혼재할 수 있다. 좀 더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건 데이터에 대한 접근 가능성 때문이다.
20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극단적 환원주의에 빠진 경향이 있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1859)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노화가 하나의 원인으로 촉발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하나의 치료법으로 노화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생식샘의 퇴화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성분에 의한 중독(자가중독) △동맥의 경화 △대사의 저하 등을 원인으로 생각했다 [46].
정희원 의사는 노화가 한 가지 약물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주도적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일부 암과는 달리, 사람의 노화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구조, 기능 이상이 오랜 시간 동안 섞이고 상호작용한 최종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생물학적 경로에 개입하는 한 가지 약물이 ‘이미 노화의 결과물인 노쇠가 나타난 사람’에게서 눈부신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47].”
2010년에 이르러 유전체(게놈)를 해독하는 과학기술이 급성장했다. 유전체와 더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오믹스가 발전하고 있다. 오믹스는 전사체, 단백질, 대사체, 외유전체의 발현체 해독에 대한 총칭이다. 발현체는 RNA가 전사되고 이에 따라 번역된 단백질들의 발현정보의 전부를 뜻한다. 오믹스는 생명정보학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특히 발현체의 상호작용을 파헤치는 다중오믹스는 유전체 위주에서 전통적 생물학을 넘어서고자 한다. 암, 심장병 등에 다중오믹스는 조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48].
실제 수백만 명 이상의 사람 유전체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국가 단위에서 등장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통해 100만 명의 유전체 분석을 계획한 적이 있다. 중국 역시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로 2030년까지 1억 명의 유전체 분석을 하려고 추진 중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이미 생물정보학 혁명은 시작됐다. 개인유전정보 분석 회사 23andMe 같은 경우, 2019년 3월 1천만 명의 유전정보 분석을 해냈다 [49].
둘째, 대규모 재원을 가진 장기 프로젝트의 출현이다. 21세기를 준비하던 1990년, 미국에선 ‘뇌의 10년’을 공표했다. 대규모 뇌 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노화에 따른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치매 등을 극복하려는 목표였다 [50]. 20세기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이 주로 개인적인 노력에 따른 성과였다면, 21세기는 시스템과 협업에 의존한다. 물론 시스템은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30억 달러(3조 9,180억 원)’ 알토스(Altos) 연구소는 실리콘밸리의 초부유층과 페르시아만의 오일 머니로부터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 받았다. 리차드 클라우스너와 투자자들은 100만 달러(약 13억 4천만 원)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는 수십 명의 최고 과학자들을 고용해 현재 ‘회춘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클라우스너는 아픈 쥐들이 실험 치료를 받은 후 건강으로 되돌아오는 미발표 실험의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다름 아닌 ‘의학적 회춘’, 즉 늙은 동물을 젊게 만드는 수단을 홍보한 것이다. 그는 알토스 연구소의 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이다 [51].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과학자들은 당신을 어떻게 다시 젊게 만들고 싶어 하는가」라는 소식을 통해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연구를 설명했다. 노화된 신체를 젊음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는 것이다. 약 15년 전, 일본 교토 대학의 과학자들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피부 세포에 단 4개의 단백질을 추가하고 약 2주를 기다리자 일부 세포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다시 젊어진 것이다. 세포들은 삶의 여정을 막 시작한 지 며칠 된 배아에서 발견된 종류와 거의 동일한 줄기세포로 변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결과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실험실에서 쓰는 둥글고 넓적한 페트리 접시에 국한된다 [51].
이제 실험은 101세 노인의 시든 피부 세포를 통해 이루어진다. 회춘 프로그래밍은 DNA의 화학적 표식들(chemical marks)인 후성유전체(epigenome)를 재설정함으로써 시도된다. 즉,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지를 제어하는 것이다. 노화 과정에서 이러한 표식자(marker) 중 일부는 잘못된 상태로 뒤집힌다. 리프로그래밍은 뒤집혀버린 잘못된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위험한 방식으로 세포를 변화시켜 심지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51].
셋째,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의 시대이다. 데이터가 축적되고, 대규모 재원으로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개인별 맞춤형 정밀의료가 가능해졌다. 개인에게 정말 좋은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부 정보인 가족력, 유전자 검사만 활용됐다. 이제는 한 개인의 수면, 식습관, 음주와 흡연 여부 등 생활습관과 사회적 위상과 스트레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52].
당신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는지 건강지표들은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기들이 필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스마트 주택을 통해 개인별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개인별 질병을 분석한다. 그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 즉 신약들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콘택트렌즈형 센서는 안압과 포도당을 측정함으로써 대사질환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스마트 브래지어는 초기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연구 중에 있다 [52].
특히 비용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는 문자로 이루어진 약 32억 3천4백만 개의 염기쌍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유전체 하나를 분석하는 데 10년 동안 30억 달러가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100달러가 채 안 되는 비용과 조그만 DNA 서열 분석기로 24시간 안에 분석이 가능하다 [53].
넷째, 합성생물학을 사용하는 바이오경제의 일상화이다. 예를 들어, △물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새로운 플라스틱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생물학적 중립 시멘트 △비료 사용을 줄이는 토양 미생물 △도시의 열을 줄이는 콩으로 만든 지붕 덮개 △식용 포크와 같은 퇴비화 가능한 식기류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54].
분자들은 새로운 마이크로칩이 된다. 우리가 마이크로칩을 재프로그래밍한 방법으로 분자들은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그래서 합성생물학은 “코드는 디지털 또는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이 아니라 4개의 문자(AGTC)를 갖는다”라고 표현된다. 물론 생물정보학이 토대가 되어 합성생물학을 이끈다. 오랫동안 지연된 생명과학의 혁명이 인공지능의 적용으로 가속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 과학자들이 이제 DNA의 코드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54].
4. 고령화 시대의 생명과학 및 의료기술의 문제점
4.1. 과잉 의료와 약물 남용
노화의 원인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연구에 따라 DNA·세포·개체 수준에서 9가지로 요약된다 [55].
△DNA: ①유전체(게놈)의 불안정성 ②텔로미어의 감소 ③후성유전학적 변형 ④단백질 균형의 상실
△세포: ⑤영양소 감수성 감소 ⑥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⑦세포 노화
△개체: ⑧줄기 세포 고갈 ⑨세포 간의 소통 변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의료서비스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건강하게 늙는 건 절대 아니다. 『나이듦의 반전: 몸과 마음의 회복력에 관한 30년 노화 연구 보고서』의 공저자들은 건강한 노화는 “오히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법, 즉 병이나 부상 혹은 손상처럼 인생에 차질이 되는 것들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에 집중되어 있다”라며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회복력이다. 광고에 현혹되지 마라. 회복력은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56].
하지만 현대사회는 과잉 의료와 약물 남용이 문제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가장 높다. 의료비 과다 사용은 2012년 의료비 지출 2조6천억 달러 중 7천5백억 달러, 즉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치료의 남용으로 인해 환자는 불필요하게 합병증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57]. 환자의 입장에서 과잉 의료는 공공의료의 사각지대를 악용한다는 문제점을 낳는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과잉 의료의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 “기술적 데이터에 대한 집착은 오늘날 기술적으로 전문화된 진단 기술을 갖춰야만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현상의 일부다.” 간단한 상담 진료만으로도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의료비 문제 등 여러 사안들이 얽히면서 과잉 진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소화성 궤양을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배 위쪽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내시경을 하도록 한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진단한다. 치료 후에도 다시 한 번 내시경을 통해 확인한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과잉 의료가 빈번하다. “‘과잉 진단’, 즉 문제가 명확한데도 많은 검사를 하는 현상은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만남에 이질적 요소를 도입하여 지혜와 경험의 중요성을 떨어뜨리고 헛된 객관성을 조장한다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58].”
약물 남용은 독성 상태나 사망에 이르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자본에 종속된 제약사들은 죽음을 방지하려는 약이 아니라 ‘삶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약’만 개발하려고 한다. 고령화 시대에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약 등은 계속 수요가 있기에 제약사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텐 드럭스』의 저자는 약 권하는 사회, 유병장수시대, 뭐든 약으로 해결하는 사회를 비판했다 [59].
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2019년 2월까지 77만명 이상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2021년 1월 31일부터 이후 1년 동안 약 10만7천300명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해, 하루에 294명이 죽었다. 이러한 약물 과다복용에는 진통제와 마약류 같은 중독 약물이 포함돼 있다 [60].
5. 결론
최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건강한 노화 연구소(Institute of Healthy Aging)는 복합 약물 치료로 초파리의 수명을 48% 연장했다. 이곳에선 인간의 수명 연장 관련 유전자를 확인하고자 한다. 노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UCL 건강한 노화 연구소는 유전자 발현 ‘기억’이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노년기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즉, 어린 시절의 경험이 평생의 절반 이상 후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61].
노년기의 건강은 젊었을 때 또는 자궁에서 경험한 것으로도 일부 좌우된다. 어린 시절 유전자 발현 ‘기억’이 내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전 연구에 따르면 어릴 때 고당분 식단을 먹은 어린 초파리는 나이가 먹고 나서 식단이 개선된 후에도 수명이 더 짧았다. UCL 건강한 노화 연구소는 이에 대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늙기 전에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61].
앞으로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에 따른 생명과학과 의학기술은 지식과 데이터를 축적해 난관을 하나씩 극복해 갈 것이다. 모든 생물학 정보는 더 많이 공유되고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장수를 꿈꾸는 개인, 기업, 국가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을 오랫동안 투자해 시스템 안에서 협업한다. 그 결과,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저렴한 비용과 생활습관에 기반 한 건강지표로 가능해질 것이다. DNA의 코드의 해석·편집으로 합성생물학과 바이오경제는 일상에 점점 더 파고들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의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노화는 회복력을 토대로 한 균형 찾기에 있다. 여기서 균형 찾기란 △세포의 적절한 노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조화로움 △식이요법과 운동 △깨끗한 물과 공기 섭취 △일상에서 적절한 노동과 취미 갖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적당량의 약물 사용 △적정선의 치료 △노화에 대한 수용과 정신적 극복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상처 치유하기 등을 의미한다.
6.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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