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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추적 조사와 프라이버시 (2) - Contact Tracer와 밀접 접촉 추적 앱 -
박미정(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목 차
1. 서론
2. 본론
2.1. 한국의 밀접 접촉 조사
2.1.1 위치 정보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활용
2.1.2 중재의 효과
2.2 영국의 밀접 접촉 조사
2.2.1 접촉 추적 앱(Contact tracing app) 활용
2.2.2 중재의 효과
2.3. 지능형 거리 두기와 데이터 활용
2.3.1 기술은 콘택트 트레이서(Contact tracer)와 함께
2.3.2 근거 중심의 공중보건 조치
3. 결론
4. 참고 문헌
1. 서론
2020년, SARS-CoV-2 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나라의 공통적인 이해는 감염 초기에 증상이 경증이거나 무증상인 상태에서 전염이 가능하고, 감염 초기에도 전염력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감염 후 2일부터 잠복기가 지난 후에도 전염력이 있고, 밀폐된 장소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거리적 분산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반영하여 많은 국가들은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와의 밀접 접촉을 추적하는데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격리 등 공중보건 조치를 신속히 하는 것이 코로나 19의 전파 속도를 늦추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확산 속도가 빠른 SARS-CoV-2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위치 데이터나 스마트 폰의 앱을 활용하고 있다. 역학조사 방법의 디지털화 여부와 상관없이 확진자 혹은 감염자와 접촉하여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의 격리는 필요한 중재이기 때문에 코로나 19가 발생한 국가는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기 위해 용어와 그 구현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여러 유형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1].
감염병의 통제 수단으로서 접촉 추적(Contact tracing)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홍역부터 장티푸스, 결핵 같은 감염병에서부터 AIDS와 같은 성 매개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감염된 사람을 식별하고 감염원의 위치나 발생 장소 추적을 위해 연락처 추적부터 다양한 유형의 접촉 추적 방법을 사용한다. 서아프리카에서는 2014년 에볼라 발병 이후부터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감염원을 찾는 것 외에 중앙 콜센터에서 접촉 추적 조사가 이루어졌다. 역학자가 접촉 추적의 책임자로서 지역 보건시설 직원, 보건 및 사회복지 요원, 자원봉사자 등으로 팀을 구성하여 운영한 바 있다 [2].
코로나 19는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시((武汉市)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여러 사람에게 급속도로 전염되고 있다고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하면서 알려진 신종 감염병이다. 첫 발생 사례가 보고된 이후 2020년 5월 15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78,000명 이상 감염되었고, 302,000명 이상 사망했다 [3]. 180개 이상의 국가와 영토로 확산되었고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확산 중이다. 코로나 19를 피하지 못한 대부분의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국가 봉쇄(national lockdown), 광범위한 국제여행 중단(halts of international travel), 정리해고(layoffs) 또한 피할 수 없었다. 국제 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140개국 이상의 국가가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해 입국 금지를 시행했다 [4](표 1).
3월 12일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유럽의 사망자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에서 급격히 늘어났다.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코로나 19에 의해 가장 타격을 받은 유럽의 국가가 되었고 3월 27일 하루 사망자가 919명으로 이탈리아 내 하루당 사망자 수로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4월 이후, 미국에서 전 세계에서 확인된 총 확진 사례의 약 1/3과 사망자의 약 1/4이 발생했다. 4월 21일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 증가세의 정점을 찍었을 때 미국의 하루 사망자는 2,683명이었다. 총 사망자 수는 인구의 취약성, 검사의 이용 가능성, 병상 및 의료 장비, 확진 날짜와 사망일 간의 차이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 나라별 상황을 파악할 때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SARS-CoV-2 바이러스의 실체는 앞으로 더 밝혀내야 하겠지만,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매우 쉽게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염된 사람이 기침, 재채기 또는 대화할 때 생성되는 비말을 통해 확산된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쉽게 확산되는지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5]. 그래서 사람 간의 접촉과 상호작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접촉 추적은 국가적인 봉쇄를 시행한 나라에서 ‘잠금’을 해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접촉 추적 조사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도가 높은 의심자에게 최대한 빨리 통보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격리하여 다른 사람들은 안전하게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공중보건 수단” 이라고 할 수 있다. 앱을 비약품적 중재 수단으로 선택한다면, 앱의 역할은 수집되는 데이터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사람들에게 감염 위험을 신속하게 알리고, R0 값을 줄이는데 필요한 방역 조치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디자인(privacy by design)은 수집되는 개인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전송되지 않도록 하고, 데이터의 저장 목적과 기간에 대한 명확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악의적인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알림의 정확도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의 수집 방식을 중앙집중형으로 할 것인지 분산형으로 할 것인지, 사용자를 특정 대상자에게만 강제로 시행할 것인지, 전 대상자에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것인지, 기술과 프라이버시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전략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2. 본론
2.1. 한국의 밀접 접촉 조사
2.1.1 위치 정보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활용
2020년 5월 15일 현재 기준, 한국의 코로나 19 감염병 누적 확진 환자는 11,018명이며, 총 사망자는 262명이다.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43.7세이며, 20∼50대가 전체의 69.8%를 차지하며, 20대가 전체 확진자 중 27.6%를 차지하여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분율을 보인다. 누적 검사 수는 726,000 건 이상, 누적 확진률은 1.6%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6].
한국 정부의 코로나 19 감염병 대응 특징은 다양한 출처의 디지털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직접 면담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에 의존하는 역학조사의 진술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2015년 MERS 발생 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수집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넓히는 등 개인정보 수집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공중보건 위기가 발생한 경우, 질병관리본부는 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CCTV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무선통신 서비스 공급자로부터 기지국(local cell towers)과 네트워크 정보를 포함한 휴대폰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고, 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 거래내역 등의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위치 신호의 정확도는 매우 다양하며 날씨나 물리적 간섭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도시 지역에서는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며 특히 큰 건물 내부의 특정 위치를 감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용 내역, CCTV 정보까지 분석하여 보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2017년 4월 도입된 스마트 검역 정보시스템은 해외 로밍 데이터를 제공받아 고위험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출장 등으로 해당 지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국내 입국을 하는지 식별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나 보건소에 상담 전화를 할 것을 요청한다. 이렇게 능동 감시(Active Surveillance)가 시작되며 잠복기 동안 모니터링 한다 (그림 1).
스마트 검역 정보시스템은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가 코로나 19 발생 이후 역학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다시 한 번 획기적으로 변모된다. 코로나 19 발생 이전까지는 역학조사관이 위치 정보에 액세스하려면 경찰청으로부터 별도의 승인 필요했다. 수집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에 대한 액세스 권한은 일부 공무원에게만 부여되며 해당 액세스 수준은 업무 요구 사항에 따라 다르게 하되 접촉자 추적을 담당하는 질병관리본부 공무원과 지자체 담당자에게만 데이터 접근이 허용되었다. 코로나 19 발생 후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은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자동 연계되는 것으로 변경되어 거의 실시간으로 감염자 정보가 공유된다. 진단 검사와 격리 등 필요한 조치가 완료된 경우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는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에서 삭제된다. 감시 기간 동안 로그 기록은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안조치를 정기적으로 하고있다 [7].
2020년 4월 23일부터 한국에 입국하는 해외입국자는 입국일로부터 만 14일이 되는 날까지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입국한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자 안전 보호 앱’을 다운로드한 후, 이 앱에 격리 기간 동안 정해진 시간에 하루 세 번 매일 스스로 자신의 체온을 기록해야 한다. 만약 자가 격리 중 격리 장소를 이탈하면, 손목형 ‘안심 밴드’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안심 밴드는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며 이미 설치된 자가격리 앱과 연계되어 일정 거리를 이탈하거나 밴드를 훼손하면 담당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통보되는 방식이다. 동의에 대한 문제는 격리 조치 등 공중보건 조치를 거부한 사람에게만 착용하기로 하여 절충점(trade-off)을 찾았다. 이를 거부할 경우 정해진 시설에 격리 조치 되고, 위반자의 자비로 격리 시설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8].
2.1.2 중재의 효과
바이러스의 확산을 저지하는 일은 곧 숙주인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동 제한의 방법은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는데, 하나는 개인의 이동 자유는 보장하되, 감염자 혹은 감염자와 밀접한 접촉이 있어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예외적으로 격리시키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나 특정 인구집단 전체를 일시적으로 봉쇄(lockdown)하고, 위험 상황이 줄어들었다고 판단이 되는 시점에 그 잠금 상태를 해제하는 방식이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오랜 기간 시행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봉쇄 기간 동안의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국민 모두가 불안과 걱정 등 크고 작은 심리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일용직 노동자는 일터로 나갈 수 밖에 없으며,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기업은 파산될 수 있고, 많은 나라에서 실업자가 증가한다. 국가나 지자체도 격리된 사람들을 지원하려면 물적⋅인적 비상 자원을 동원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만 격리 시키는 첫 번째 접근 방법을 선택했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사용 정보,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그 정보 중에서 특정 장소의 방역조치사항을 알리고 경우에 따라 해당 시간에 특정 장소를 방문한 사람은 진단검사 받을 것을 요청하기 위하여 발생장소명이 공개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그 권한을 위임 받은 질병관리본부장의 정보 수집과 공개에 대한 권한이 명시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위임을 받은 경우, 불가피한 사무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민감 정보 및 고유 식별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감염병을 예방하고 감염 전파를 차단하여 생명을 보호하는 법리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 등 특정 지역의 유흥 시설 방문자를 통해 2,3 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시 한번 집단 감염의 위기감이 돌았다. 노래방을 통해 4차 감염으로 이어져 160명 이상 확진 사례가 발생되었다 [9]. 이 집단 감염의 특징은 유흥 시설에 방문한 고객 정보가 거짓, 허위정보가 많았고, 30% 이상이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 밀접 접촉자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노출 후 진단까지의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해당 장소에 있었던 사람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밀접 접촉자 전수조사를 위해서 이 지역에 노출된 사람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익명 검사’가 시행되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익명 검사는 2005년부터 HIV 의심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었던 방법이다 [10]. 치료 가능한 만성 감염병 중의 하나인 HIV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 번호만 기입하고,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는 채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하는 방식이다.
진단검사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익명 검사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11]. 익명 검사 실시 결과 진단검사 참여가 증가하여 5월 16일 현재 기준 46,000명이 검사를 받았다 [12]. 동시에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게 확진 환자가 방문한 장소와 확진 사례를 분리하여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그동안 정보공개 범위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 대한 답변이 제시되었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높은 자발적 진단검사 참여로 이어졌다 [1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바와 같이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는 것은 보건당국의 의무이고, 그런 의미에서 감염이 발생한 특정 장소를 공개하는 것은 공중보건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며, 이러한 공중 보건 조치는 일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핵심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의 위치정보가 어떻게, 어떤 맥락에서 왜 수집되는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동선이 공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접촉자 모두가 파악된 동선은 공개하지 않으며, 확진 환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나면, 공개되었던 정보는 모두 삭제된다.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는 중요한 인권이지만 법률에서 정한 보건 규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은폐하거나, 허위, 거짓 정보로 인해 타인의 생명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이 코로나 19 대응의 또 다른 전략인 셈이다.
2.2. 영국의 밀접 접촉 조사
2.2.1 접촉 추적 앱(Contact tracing app) 활용
2020년 5월 15일 현재 기준, 영국의 코로나 19 누적 확진 환자는 236,711명이며, 총 사망자는 33,998명이다. 이 중에서 병원에서(Deaths in hospitals)의 사망자가 28,555명이다. 확진 사례는 줄어들고 있으나 최근에도 일일 평균 3,500명 이상의 새로운 확진 사례(05.06~05.15)가 보고되고 있다 [14].
영국의 국가 보건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NHS’)는 블루투스 앱을 활용하여 밀접 접촉 추적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국가 봉쇄 상태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서 이 앱을 선택한 이유는 무증상이거나 경증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기 전에 스스로 격리하도록 함으로써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앱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기능을 하고, 이후 전화 면담과 격리 및 광범위한 진단 검사로 보완된다. 시범 지역인 와이트 섬(Isle of Wight)의 14만 명 주민 중 72,300명 이상이 이 앱을 다운로드했다 [15]. 자발적으로 다운로드하는 형식인데 옥스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 앱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주민의 최소 60%가 다운로드해야 한다고 한다 [16].
이 앱의 작동원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우편번호의 앞자리를 입력하면, 활성화된 블루투스(Bluetooth LE)를 통해 앱을 설치 한 다른 사람과의 근접성이 15초마다 기록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에 감염된 승객 한 명이 중간 정도 밀집도를 가진 지하철을 타고 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15분 동안 약 2미터 이내의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스마트 폰 앱에 이 정보가 기록된다. 두 기기가 밀접하게 위치된 경우 28일 동안 익명의 근접 정보가 스마트 폰에 저장된다.
모든 승객이 감염될 위험이 있는지, 감염된 승객 옆에 앉아있는 사람만 위험이 있는지 NHS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분석된다. 사용자가 증상이 나타나서 앱에 보고하거나, 확진 검사 결과를 익명으로 기록하면 앱의 로그 기록과 함께 단계별로 분석하여 각 사람들의 감염 위험을 결정한다.
알림은 지난 14일 동안 그 사람과 밀접한 위치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고, 황색, 적색 등 위험 단계를 구분하여 4~6시간 마다 처리되어 경보를 보낸다. 알림 메시지는 발열 등 증상을 물어보고, 검체 진단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제공된다. 진단검사 요청 후 24시간 이내에 지역의 보건 담당자가 해당 가구에 진단검사 키트를 전달하고 다음 날 수거해 간다. 진단검사 결과 양성이면,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17](그림 2).
영국의 밀접 접촉 조사를 위한 앱에 대하여 사용자들의 찬반 논란이 있고, 적용 기술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하여 NHSX가 내놓은 설명은 다음과 같다.
①앱에 저장되는 유일한 개인정보는 사용자의 우편번호 첫 부분이며, 푸시 알림을 활성화해야 한다.
②각 장치에는 임의의 ID가 부여된다. 데이터는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
③다른 데이터는 저장되지 않고, 위치정보는 사용자가 옵트 인(Opt-in) 해야 표시된다.
④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사람은 법적 절차에 따라, 공중보건의 사유가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로나 19의 확산 속도를 늦추었다는 실증 데이터는 없고, 위양성(false positive)에 대한 우려, 사이버 보안, 임상 안전성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여전하다. 영국의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전문가 그룹은 이 앱에 대한 우려를 알리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18]. NHSX는 ‘중앙집중형(Centralized)’ 앱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애플(Apple)과 구글(Google)이 개발하는 ‘분산형(Decentralized)’ 기술을 병렬(in parallel)로 접목하는 두 번째 접촉 추적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19]. 한편 애플과 구글이 개발 중인 앱의 소프트웨어 패치가 5월 21일 배포되기 시작했다.
2.2.2 중재의 효과
사이언스(Science)지에 5월 8일 발표된 논문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진들은 앱을 통한 접촉 조사와 기존의 대면 조사를 비교하여 중재의 효과 추정 결과를 제시했다 [20]. 확진 사례와 접촉자에게 알려주는 행위 간에는 시간적 지연이 없을수록 더 빠른 진단 검사가 가능한데 즉각적인 격리 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앱이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연구의 가설이다. 이 연구에서 활용된 수학적 모델링은 감염 이후의 시간 함수에 따라 감염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는 개인 간의 이질성 및 다른 사람을 거의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과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사람에 대한 평균이 포함되었다.
앱을 사용하는 모든 개인의 연락처는 다른 앱 사용자와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연결되고 추적되는 상황에서, R0 = 2로 가정하고, 증상이 있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감염 비율(θ = 0.54)을 적용하여 한 번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평균 속도를 추론하는 방식이다.
각 전파 경로는 네 가지로 가정하여 ①눈에 띄는 증상을 경험하기 전에 전파시키는 경우(파란색), ②증상이 나타난 후 직접 전파되는 경우(녹색), ③오염된 환경에 노출되어 전파되는 경우(분홍색), ④무증상자로부터 직접 전파되는 경우(주황색)로 구분하였다. R0 값은 모두 1 이하로 가정하되 기여도는 차이가 나도록 모델링 하였다. X축은 매일 새롭게 감염되는 사람의 수이며, Y 축은 시간을 나타낸다. 즉 한 사람이 한 번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평균 속도로 전염력을 정의한 것이다 (그림 3).
접촉 추적의 효과는 앱을 사용하는 인구 비율, 앱이 감염자를 감지할 확률, 접촉자가 알림을 받아 발생하는 감염률의 부분적 감소 값에 따라 달라진다. 성공적인 접촉 추적을 위한 요건으로서 R0 을 1 미만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주요 매개변수의 조합은 접촉 후 격리 성공률과 검역 성공률이다. 아래 그림에서 X축은 접촉자 격리 성공율(% success in isolating contacts) 이며, Y축은 접촉자 검역 성공율(% success in quarantining contacts)을 나타낸다. R0 = 2로 가정했을 때 그림의 붉은색은 증가하는 감염 사례에 해당하고, 녹색은 감소하는 감염 사례에 해당한다 (그림 4).
중재 요소는 자가 격리로서 접촉의 비율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중재의 효과는 접촉 추적 앱의 경보 전송 후 ①지체 없이 중재한 경우, ②24시간 후 중재한 경우, ③48시간 후 중재한 경우, ④72시간 후 중재한 경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이다. 검은 선은 감염병 통제의 임계 값 r = 0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중재 성공률이다. 즉 중재가 지연될수록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
전통적인 역학조사 방식은 감염 발생 후 접촉자 추적에 72시간 정도 지연되어 접촉자에 대한 격리 조치가 시행된다. 발생 사례를 접수하고, 접촉자를 분류하여 연락한 후 중재에 들어가는 것 사이의 시간적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접촉 추적 앱을 활용할 경우, 개인 간 밀접 접촉에 대한 임시 기록이 잘 유지되고, 밀접 접촉자에게 신속하게 경보가 된다면, 초기 전염력이 강한 SARS-CoV-2 바이러스 전파를 저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수학적 모델링은 보여준다.
2.3. 지능형 거리 두기와 데이터의 활용
2.3.1 기술은 콘택트 트레이서(Contact tracer)와 함께
국가 봉쇄(lockdown) 정책을 시행한 나라들은 봉쇄 상태 해지를 결정하기 전에 향후 사람들 간의 이동과 이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모색하고 있다. 그 도구 중의 하나로서 접촉 추적 조사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스스로는 격리 조치와 같은 중재를 할 수 없다. 앱을 통해 감지된 정보는 근접성이나 노출 시간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SARS-CoV-2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고 예상되는 대상자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방역 조치 사항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사람이 배치되어야 한다. 이들은 특정한 공중보건의 목적을 위해 훈련된 사람으로서 본 리포트에서는 편의상 ‘콘택트 트레이서(contact tracer)’라고 칭한다.
콘택트 트레이서가 하는 일은 정해진 교육을 받은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지만, 기존의 공중보건 역학조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콘택트 트레이서가 기존의 역학조사관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공동업무인가를 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재난 대응 체계와 감염병 대응 체계에 따라 상이하게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핵심 기술과 직무 자격도 나라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밀접 접촉 추적 앱의 활용 범위 내에서 정해지고, 보완된다고 할 수 있다.
콘택트 트레이서의 업무는 대상자들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치료가 필요한지 대상자와 전화를 통해 체크하는 것이다. 업무는 SARS-CoV-2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전화 연락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음성 반응을 보이면 방역 당국이 정한 기간 동안 자가 격리를 요청하고, 최소 72시간이 지날 때까지 계속하여 연락을 취하고,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진단에 대한 설명과 추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진단 검사 후 양성인 경우 대상자에게 추가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요청하고, 매일 문자 알림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모니터링한다. 이 과정 동안 동선 이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즉 앱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부터 신원이 밝혀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감염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한 업무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보건당국 홈페이지(NHS England & NHS Improvement and Cabinet Office)에는 콘택트 트레이서 구인게시물이 등장했다. 보건사회부(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장관은 NHS 앱이 출시되기 전까지 18,000명의 콘택트 트레이서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21]. 구인 요건은 다음과 같다. 보건의료 관련 학위를 가졌거나 실무자로서 공중보건 또는 건강 및 사회복지 서비스와 관련된 분야에서의 경험, 건강 및 사회복지법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사례관리 능력 등이다 [22]. 5월 15일 현재 자격 인정을 받은 1,500명이 고용되었다 [23].
미국의 전국 도시건강관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unty & City Health Officials: NACCHO)는 미국 전체 인구에 대해 최소 100,000명의 콘택트 트레이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SARS-CoV-2 바이러스 감염자 한 명이 2~3명을 감염시킬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인구 10만 명당 30명 또는 미국 전체인구 대비 십만 명이 훈련 받아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4]. 이에 뉴욕주는 발 빠르게 17,000명의 콘택트 트레이서를 계약직으로 고용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인당 연간 57,000 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게시했다. 다른 주는 지원자의 배경, 경험 및 기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시간당 17~22 달러의 급여를 제시했다 [25]. 매사추세츠주는 약 1,000명의 콘택트 트레이서를 훈련하는 일을 시작했고 [26], 캘리포니아주는 20,000명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약 3,000명이 일하기 시작했다 [27].
미국의 콘택트 트레이서 훈련은 코세라(Coursera)를 통해 온라인 무료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28]. 6시간 온라인 코스는 누구든지 등록이 가능하며, 입문 수준의 과정으로서 6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①코로나 19의 기초, ②코로나 19의 밀접 추적 기본 사항, ③사례를 조사와 추적하는 방법, ④접촉 추적 도구 활용에 대한 윤리, ⑤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⑥최종 평가 등이다. 이들은 동기 부여 인터뷰 기술, 문화적 역량 및 문화적 민감성과 같은 교육을 받는다. 지역보건부에서 신규 확진자로 통보를 받은 감염자나 혹은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전화로 대화하기 때문에 대중을 이해하는 방법과 공감 능력,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소통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공중보건에 필요한 중요한 윤리적 고려 사항도 습득하게 된다.
뉴욕주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뉴저지, 코네티컷 등과 협력하여 국가 모델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모델링을 위해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Bloomberg School of School of Health)가 온라인 커리큘럼 및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뉴욕주는 주 보건부 직원, 주 정부 기관의 여러 조사 담당자, 카운티의 조사 담당자, 보건전문가와 보건의료 분야의 학생들 중에서 콘택트 트레이서에 지원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9].
우리나라 경우라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전문상담사와 각 보건소 담당자의 역할이 콘택트 트레이서가 하는 업무와 유사하다. 코로나 19로 감염이 의심되는 누구나 1339나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방역 당국에서 제공하는 감염 발생 장소 정보와 지자체가 전송하는 확진자 동선 메시지가 상담을 시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보건소는 전국의 각 시⋅군⋅구 지자체에 소속되어있다. 효율적인 접촉 추적은 지역사회와의 신뢰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역에 대한 관습과 네트워크 및 지역자원을 잘 알고 있는 보건소 담당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건소의 질병 관리 업무는 질병관리본부와 공동 업무인 것도 있지만 각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도록 업무가 조정되어 있어 평상시에는 다른 업무를 주로 한다. 팬데믹 감염병 대응은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지침에 따라 수행한다. 접촉 추적을 통해 진행 중인 감염의 전파를 차단하여 감염 확산을 줄이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리고 감염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예방 상담 또는 예방 조치를 제공한다. 이미 감염된 사람에게는 진단검사, 상담 및 치료를 제공한다. 치료 가능한 경우에도 환자의 재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도 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집단에서 질병의 역학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까지 보건소의 감염병 관리 업무이다.
감염되었을까 염려하고 신고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타인의 감염위험을 줄이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도 보건소 담당자이다. 개인적인 선택으로 코로나 19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서 윤리적 문제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염될 가능성까지 알고 있으면서 본인 스스로 감염원이 되고 노출자가 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코로나 19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통 질문이 될 수 있다. 14일 동안 모든 사람과 사회로부터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결정을 망설일 수 있고, 평소 자신의 사생활과 정치적·성적 성향까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진단 검사를 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을 망설이고 헤매는 동안 기술은 숨어 있는 접촉자를 찾아내는 시간을 더욱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거나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 전화를 하는 보건소 담당자는 공동체 모두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코로나 19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맡고있다. 이러한 설명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와 자율성의 제한이나 공동체의 안전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개념과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공중보건 윤리 교육은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중요한 주제이다 [30]. 공중보건 위기를 견디고 회복하는 능력은 평상시의 훈련과 평가를 얼마나 견고히 쌓아 두는가에 달려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하는 ‘현장 관리 교육과정(field management training program : FMTP)’이 보건소의 밀접 접촉 상담영역으로 확대되어서 팬데믹을 감당할 수준으로 평상시에 준비되고, 전문인력도 증가되기를 기대한다.
2.3.2 근거 중심의 공중보건 조치
코로나 19의 확산 차단 전략은 변화하는 병원체의 특성에 대해 밝혀내고 이해한 만큼 그 특성에 맞추어 대응하는 것이다. 감염을 줄이는 개인 위생 행동이 최선이고,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충분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감염자와 밀접한 거리에 있었던 접촉 사례를 신속히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근접성과 시간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경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도구가 스마트폰 앱이다. 현재로서는 앱을 사용하는 것이 사람들의 자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앱이 그러한 기능을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도 있다.
첫째, 접촉 추적 기술은 공중보건 시스템에서 하나의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정확하고 신속한 검체 진단검사 시스템이 갖추어 있지 않은 국가라면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일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검사이기 때문이다 [31].
둘째, 이상적인 상황은 앱 사용이 자발적이어야 하며, 그 수용의 규모가 상당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지만,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와 메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가 실시한 앱 설치 및 옵트 인(opt-in)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스마트 폰을 소유한 사람들 중 41% 만이 앱을 다운로드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32]. 대중의 낮은 신뢰가 난관이지만, 밀접 접촉의 변수로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환기가 잘 되었는지, 비말(飛沫)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와 같은 다른 실마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방안 또한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셋째, 이주 노동자, 노숙자, 불법 체류 및 집단생활 이민자 등 바이러스에 취약한 집단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동통신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자기 보고식 앱의 효과는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이 밖에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인프라와 통신시스템이 없는 국가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나라에서 특정한 장소의 위험요소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시에 전체적인 봉쇄 조치를 선택한다면, 그 영향은 훨씬 파괴적일 것이다 [33].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근거 중심의 공중보건 조치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비약품적 중재로써 다른 공중보건 조치의 상대적인 이점과 해악을 비교분석해보아야 한다. 밀접 접촉의 결과 감염 사망률이 어떠한지, 각 중재의 효과성은 어떠한지, 같은 환경(밀집도)에서 왜 어떤 사람은 슈퍼 전파자가 되는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대응의 비례성을 생각할 때,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는 중재와 개인의 자유 간의 균형 이외에 감염병 유행 시기의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발생하는 특수한 사람들에 대한 지표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정신보건, 일자리, 생계 등의 영역 이외에 다른 영역에서의 사회적 비용과 효과성의 지표도 필요하다. 국가 전체적 봉쇄 혹은 주기적 봉쇄, 선별적 검역, 집단 면역이 통제 또는 확산 지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중재 요소와 SARS-CoV-2 바이러스 특성이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밀접 접촉 조사데이터에서 공중보건 전략 개발과 현재 대응 방식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미래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 예측, 이동 경로에 따른 시공간의 접촉자 발생, 집단 발생 위험도가 높은 이동의 특성 추출 등 의미 있는 역학적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를 이해하고 데이터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와 데이터 세트가 공개되어 있기도 하다 [34]. 밀접 추적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활용한다면, 우선 연구용 데이터로 사용해도 되는지 윤리적⋅기술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추적 조사 데이터를 머신 러닝의 학습데이터로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데이터 유지에 필요한 데이터 보안, 책임감 있는 감독기관에 의한 연구윤리 감독과 같은 질문에 명확하고 시행 가능한 답변이 마련되어야 한다. 밀접 추적 도구의 기술적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 재식별될 경우에 데이터처리와 관리방안은 무엇인지, 일부 사용자의 앱과 데이터가 삭제되어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알고리즘은 누가 어떻게 감사(audit)할 것인지, 이러한 조건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35]. 감염병 관련 데이터는 애초부터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별도의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까다로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공중보건 조치를 위해 개인정보의 수집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국가가 봉쇄되고 국민이 모두 이동의 제한이 있는 것보다는 권리침해가 덜하다고 합의한 경우이다. 합의와 지지에 의해 근접성을 찾기 위해 앱을 사용한다면,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은 데이터가 수집되는 시점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저장되거나 공유할 때 그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프라이버시는 누가 어떻게 재활용하는지 까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중보건 위기 대응 시 수집된 개인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 영향 평가(Privacy Impact Assessment) 방법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동의, 앱 소스 코드 공개, 암호화, 비식별화 조치, 데이터 최소화와 같은 개인정보보호 요구사항에 국한되는 영향평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사무실, 식당, 실내 종교 모임, 체육관, 엔터테인먼트 등 장소와 환경에 따라 적용되는 상이한 기술 적용의 유형과 모델을 찾아내고, 이들의 특징으로 인해 예상되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한 영향평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거리 두기에 지능적인 도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개인적 생활의 다양한 모습과 활동에 따라 지금까지 없었던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3. 결론
코로나 19는 출현과 재출현을 반복하는 감염병 발생 역사에서 이제까지 없었던 기술의 분수령을 만드는 공중보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올바른 도구를 사용하면 감염병 통제(control of infection) 또는 감염병 제거(elimination of infection)를 할 수 있다. 감염병 통제나 제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중재의 효과적인 지표와 실질적인 진단 도구의 가용성과 병원체의 수명에 따라 달라진다 [36]. 도구의 사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기술 및 인프라의 비용과 편익, 이환율과 사망률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이로 인한 국민들과 보건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결과 등을 모두 고려해야 된다.
접촉 추적 앱과 같은 도구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리, 공개와 재활용 측면에서 프라이버시 논쟁을 피해 갈 수 없다. 디지털 도구 사용의 성공은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 국가의 정책적⋅정치적 헌신의 수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제기되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수집되는 정보가 감염병의 발생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지, 정보 주체가 개인적으로 감염병이 얼마나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례에서 보듯이 신체 이동의 자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장소 정보를 공개하는 방역 당국의 전략을 국민이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한편으로 ‘코로나 19 역학조사 정부합동지원단’을 통해 협력했던 것처럼 집단감염 발생 장소 출입기록확인, 집합금지명령 처분 가능성, 손목 안심 밴드 도입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법령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중보건 대응 전략은 완벽할 수 없고,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건강 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필요한 사람에게 흘러가야 한다고 공감하는 것이다. 면담으로 이루어지는 역학조사 때 밝힌 정보가 불분명할 경우에 다른 출처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확인한다는 점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중 조치가 한시적인 것처럼 이러한 공감도 예외적인 특수한 상황에서의 정서이다.
팬데믹 동안에 광범위한 위치 데이터 수집과 공개가 불가피하다면, 개별 위치 데이터나 데이터 세트를 완전히 ‘익명화(data anonymization)’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삭제, 소송이나 법 집행의 목적으로 재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누가 접근할 수 있고,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 처리가 제한될 수 있는지, 관리 주체는 누구인지 법적 요건을 만들어야 한다.
위치 데이터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 사생활에 관한 정보이다. 정확한 위치 데이터 혹은 고유한 위치 데이터에는 특정 지역의 취약성, 사용자가 속한 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크의 성격 등에 대한 대표성이 드러내고,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되는 편향성도 나타나기 때문에 윤리적인 요건도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위치 데이터가 어떤 맥락에서 수집되는지, 다양하고 취약한 인구집단을 고려하고 있는지, 개별 집단에서의 발생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확산 경로를 보여주는지, 평등과 공정성, 비례성, 효과성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보건 위기를 정의하고, 공중보건의 이익과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개인의 손실을 저울질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사회권은 공동체의 보편적 권리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건강권이고, 나의 건강이 동시에 이웃의 안전이 되는 특수한 상황이 바로 코로나 19로 인해 변한 새로운 일상이다. 이 새로운 가치의 균형을 위해서 기술, 위기 소통, 법률, 거버넌스, 공중보건 윤리가 모두 필요하다.
4.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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