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학회 소개
Ⅱ. 주요 발표 내용
A. Keynote lecture
B. 세션
(1) 후생유전학과 발달 체계(Epigenetics and developmental systems)
(2) 변이와 적응(Variation and adaptation)
(3) 기생성과 병원체(Parasitism and pathogens)
(4) 짝짓기 체계와 성적 상호작용(Mating systems and sexual interactions)
(5) 페로몬과 소통(Pheromones and communication)
(6) 장내미생물(Microbiome)
(7) 돌연변이, 스트레스, 적응(Mutation, stress and adaptation)
C. 포스터 세션
Ⅲ. 총평
학회장으로 가는 길. 멀리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은 생어 연구소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있던
공장터로, 현재는 식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Ⅰ. 학회 소개
이 학회는 선충의 생태와 진화를 다루는 학회로, 지난 7월 5-7일 영국 케임브리지 힝스턴(Hinxton) 지방에 자리 잡은 웰컴 유전체 캠퍼스(Wellcome Genome Campus)에서 개최됐다. 이곳에는 생어연구소(Sanger Institute) 및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EBI) 등이 함께 모여있으며, 이곳은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인간 유전체 사업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유전체 관련 학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선충학회는 그 일환으로 개최됐다.
*참고: 선충학회는 주로 2년에 한번 전세계 선충 연구자가 모이는 국제선충학회(C. elegans International Meeting)과 그 다음해에 열리는 주제별 학회(topic meeting)으로 나뉜다.
참가인원이 100~200명 남짓 되는 작은 학회지만, 작은 대신 서로 친밀감이 매우 높으며 돕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히 크다. 예를 들어 나는 이번 학회에서 몇몇 연구자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짧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선충 자원을 내게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서슴지 않고 해줬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는 선을 지키고 가능한 겹치지 않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연구진은 프랑스 연구자 Marie-Anne Felix가 이끄는 그룹으로, 이들은 야생에서 새로운
C. elegans를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형질을 지닌 선충을 수십 년 간 채집해왔다. 이들이 제공한 선충은 그 자체로 학계의 자원이 되고 있으며 수많은 연구진이 이들에게 제공 받은 선충이나 자신들이 직접 채집한 흥미로운 선충을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연구진이 오래된 연구방법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선충 연구는 기본적으로 연구비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전세계 공통인 데다가 생태나 진화 연구는 더더욱 연구비 구하기가 고달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눈앞에 쌓인 선충, 진화를 연구하기에 가장 적절한 소재 중 하나인 이 선충을 연구하는 데에 비싼 실험기법을 도입하기가 어렵고, 그 때문에 연구 발전이 상당히 더딘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러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과 유전체 이어붙이기(genome assembly) 관련해서는 다른 연구 분야보다 훨씬 앞서 있다. 예쁜꼬마선충만이 표준 유전체가 확보되어있던 시절은 이미 수 년 전에 끝났고, 현재는 새로운 선충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연구진이 유전체 이어붙이기를 통한 표준 유전체 확보를 기본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체 정보는 새로운 선충이 지닌 중요한 정보 중 하나로 기술되며, 뿐만 아니라 이후 돌연변이 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학 기법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한 발판으로 작동한다. 이에 관해서는 Mark Blaxter 연구진이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세션은 (1) 후생유전학과 발달 체계(Epigenetics and developmental systems) (2) 변이와 적응(Variation and adaptation) (3) 기생성과 병원체(Parasitism and pathogens) (4) 짝짓기 체계와 성적 상호작용(Mating systems and sexual interactions) (5) 페로몬과 소통(Pheromones and communication) (6) 장내미생물(Microbiome) (7) 돌연변이, 스트레스, 적응(Mutation, stress and adaptation)으로 나뉘었다.
Ⅱ. 주요 발표 내용
A. Keynote lecture
• 진화하는 선충 유전체(Evolving nematode genomes) - Mark Blaxter
마크 블랙스터는 1998년에 선충의 계통수를 그려냈고 이후로도 수많은 선충 유전체를 분석해냈다. 이 발표에서는 선충 유전체 분석 현황과 새롭게 채집해 분석하고 있는 선충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했다.
- 현재까지 160여 종의 선충 유전체가 분석되었고 그 총합은 20 Gb를 넘어선다. 그 중 가장 작은 유전체는 20 Mb, 가장 큰 유전체는 700 Mb에 이르며, 평균은 148 Mb 수준이다.
- 모델생물인 예쁜꼬마선충(
C. elegans)이 속하는
Caenorhabditis에서는 32종 정도의 유전체가 분석됐으며 가장 작은 유전체는 50 Mb, 가장 큰 유전체는 160 Mb 수준이다.
Caenorhabditis 바깥에 있는 계통군과 비교했을 때는 인트론(intron)이 40% 정도 줄어들어 크기가 작은 것으로 보인다.
- 대부분의 선충 염색체는 가운데(center)에 유전자 밀도가 높고 양끝(arms)은 반복서열 밀도가 높은 arm-center 구조를 띠는데, 일부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Pristionchus pacificus와
Strongyloides ratti의 염색체는 안쪽에 높은 반복서열 밀도가 나타나는데, 이는 두 염색체가 합쳐지면서 반복서열 밀도가 높은 부분이 염색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B. 세션
(1) 후생유전학과 발달 체계(Epigenetics and developmental systems)
• Many C. elegans wild isolates show a temperature-sensitive mortal germline phenotype
Marie-Anne Felix 연구진은
C. elegans를 비롯한 다양한 자유생활(free-living) 선충을 채집하고, 그 중 흥미로운 선충을 다양하게 보고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 중 하나로, 야생형
C. elegans 중 일부가 25도씨에서 세대를 보냈을 때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는 mortal germline 표현형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 이들은 genome-wide association (GWA) 방식과 recombinant inbred 방식을 이용해 각각 RNAi inheritance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histone modification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이 표현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만 다른 유전형으로 바뀌어도 25도씨에서 점점 새끼가 줄어들며 세대를 보낼 수 없는 표현형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왜 야생형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야생에서 25도씨는 그리 높은 온도가 아닌데도 이런 표현형을 나타내는 야생형 선충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은 동료과학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확인하는 연구도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한 세대라도 15도씨를 겪거나 특정 병원체에 감염되면 이 mortal germline 현상이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두 조건 모두 야생에서는 흔하게 겪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형이 야생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Epimutation in C. elegans mediated by small RNAs
이 연구진은 후생유전학적 변이가 진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후생돌연변이(epimutation)가 세대를 지나면서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DNA 상에 생긴 돌연변이만큼이나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이들은 세대 간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진 22G-RNA를 대상으로 삼았으며, 100세대 가량 세대를 보내 후생돌연변이의 안정성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22G-RNA의 양상은 짧은 세대에서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같은 line에서도 긴 세대를 보낼 때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확인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기여만으로도 수백 수천 세대 영향을 줄 수 있는 DNA 상의 돌연변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변이이며, 이것만으로는 진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의 확실하게 negative result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학회장 내에서 반응이 뜨거워진 발표 중 하나였다.)
• Rapid evolutionary change in the endoderm gene regulatory network, fidelity of left/right handedness, and stochastic programmed cell death in C. elegans
사람 중에서도 일부는 신체의 좌우가 뒤바뀐 표현형을 보이는데, 이 연구진은
C. elegans 집단의 일부가 생식샘(gonad)에서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것을 이용해 해당 표현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이들은 수컷의 생식샘과 암수한몸의 생식샘의 좌우대칭 또는 모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으며, 수컷 생식샘의 좌우대칭에 lin-1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것을 GWAS를 통해 밝혀냈다. 암수한몸의 생식샘은 좌우대칭인 것, 생식샘이 ㄹ 모양이 아니라 일자형을 띠는 것, 일자형을 띠면서 좌우대칭인 것 4가지 양상을 띠었는데, 이에 관해서도 GWAS를 수행했으나 안타깝게도 관련 유전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이들은 수컷 꼬리의 구조가 바뀌는 표현형을 이용해 마찬가지로 GWAS를 수행했으며, 여기서는 염색체 1번 왼쪽에 후보유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렸다. 현재는 GWAS 외에도 서로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 두 야생형을 골라 자세히 분석하는 recombinant inbred 방식을 이용해 꼬리 구조가 바뀌는 표현형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를 찾고자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2) 변이와 적응(Variation and adaptation)
• Inter- and trans-generational epigenetic memory
Ben Lehner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C. elegans들이 왜 거의 같은 실험 조건에서도 서로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팀이다. 다만 stochastic 영향을 살핀다기 보다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또는 간과하고 있던 실험 조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최근 논문에서는 선충 새끼의 크기가 어미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혔고, 이것이 알에 포함된 난황(yolk) 단백질의 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즉 나이가 어린 어미는 알에 난황 단백질을 덜 축적시키기 때문에 그때 낳은 알에서 깬 새끼는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열충격단백질(heatshock protein) 중 하나의 프로모터에 녹색형광단백질(GFP)을 달아두었을 때(
hsp-90p::gfp), 이를 single copy로 선충에 주입했을 때는 열충격에 의한 효과가 1세대밖에 전달되지 않지만 multi copy로 주입했을 때는 14세대까지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미에게 25도씨에서 열충격을 줘서 GFP가 발현되게 하고, 이 GFP 발현이 20도씨에서 키운 자손에게서도 나타나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또한 어미가 열충격을 받지 않았을 때에도 수컷이 열충격을 받는다면 그 현상이 자손에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에, 해당 효과는 난황 단백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판단되고 있다. 이 현상에는 다양한 후생유전학적 변화 중 H3K27me3나 H3K4me2는 해당 현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H3K9me3만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 Conditionally functional variation and the evolution of complex traits
이 연구진은 생식계열(germline)세포에서 나타나는 RNAi 반응의 다양성을 연구한다. 생식계열세포에서 나타나는 RNAi 반응의 다양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유전자는 argonaute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ppw-1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다른 argonaute 유전자인
sago-2 또한 이런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effect size는
ppw-1의 그것에 비해 훨씬 작음). 다른 유전자를 추가로 확보하고자 RNAi 반응이 확연하게 나타나는 개체를 고르며 세대를 보내는 진화실험을 진행했으나 여기서는 후보유전자를 발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 C. elegans natural niche preferences and diversity
Erik C. Andersen 연구진은 전세계에서 채집된 예쁜꼬마선충을 한데 모아 GWA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팀이다. 이들은 새로운 유전형을 지닌 예쁜꼬마선충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하와이(Hawaii) 섬을 돌아다니며 채집을 수행했고 동시에 채집장소의 온도 습도 고도 물질유형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예쁜꼬마선충을 수 백 종류 확보했는데, 기록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예쁜꼬마선충은 근연종에 비해 보다 높은 고도, 보다 낮은 온도를 나타내는 지역에서 채집되었다고 한다. 이 연구진은 새롭게 채집된 야생형에 대해서 모두 전장유전체 염기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마찬가지로 chromosome arm에 변이가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새롭게 채집한 선충과 그 정보를 CeNDR 홈페이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3) 기생성과 병원체(Parasitism and pathogens)
• Host-seeking behaviors of skin-penetrating nematodes
해당 연구진은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에 기생하는 선충인
Strongyloides를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사람에 감염하는 기생충인
S. stercoralis를 자세히 연구하였으며, 사람 체온보다 더 높은 40도씨 가량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처럼 높은 온도를 선호하는 현상은 포유류에 기생하는 상당수의 기생충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확인하고자 CRISPR/Cas9을 이용해 돌연변이를 만들었는데, 예쁜꼬마선충과 마찬가지로
tax-4 유전자가 중요했다고 하며, AT가 많은 유전체 특성상 많은 돌연변이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Cas9은 NGG 염기서열이 있어야 유전체를 자를 수 있기 때문에 AT-rich 유전체에 대해서는 돌연변이 생성에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차와 컵케이크. 영국에서 진행되는 학회답게 쉬는 시간마다
차와 간식이 깔리고 간이 티타임이 열린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4) 짝짓기 체계와 성적 상호작용(Mating systems and sexual interactions)
• Loss of male reproductive genes in selfing lineages: drift or adaptation?
이 연구진은
Caenorhabditis를 이용해 암수한몸(hermaphroditism)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하고 있다. 최근 논문에서는 암컷/수컷 종인
C. nigoni와 암수한몸/수컷 종인
C. briggsae를 비교하여, 수컷 정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전자가 암수한몸/수컷 종이 되면서 사라졌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 후속연구로 이렇게 유전자가 사라진 것이 우연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해당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게 해로웠기 때문에 선택압을 받아 잃어버린 것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자 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집단 내에 수컷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보인 뒤, 연구진은
C. briggsae에 해당 유전자를 삽입하고 세대를 보내 몇몇 조건에서 이 유전자를 잃어버릴지 아닐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정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집단, 즉 암수한몸 비율이 보다 높은 집단의 비율이 세대가 지날수록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정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리는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 적응에 가까운 현상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렸다.
• Reproductive state mediates resistance and sensitivity to male-induced demise
다른 많은 생물처럼 예쁜꼬마선충의 암수한몸은 수컷과 짝짓기를 한 뒤에 급격한 노화를 겪어 빠르게 죽는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수컷과 접촉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저하게 나타나지만, 나이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암수한몸이 자신의 몸 속에서 정자를 만드는 동안에는 수컷과의 짝짓기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자신이 만든 정자가 이런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5) 페로몬과 소통(Pheromones and communication)
• Metabolomics for C. elegans: uncovering a universe of signaling molecules
Frank C. Schroeder 연구진은 Rebecca A. Butcher 연구진과 함께 예쁜꼬마선충의 페로몬(pheromone) 관련 연구를 이끌어왔다. 초기에는 선충의 온갖 페로몬이 섞여 있는 액체를 특정 조건에 따라 분류하여 표현형에 영향을 주는 페로몬을 찾곤 하였으나(activity-guided fractionation), 이 방법을 실제로 적용했을 때에는 특정 농도 미만으로 희석시켰을 때 표현형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페로몬 분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에는 HPLC-MS-based comparative metabolomics를 이용해 페로몬 합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돌연변이들을 비교해 해당 유전자가 어떤 페로몬 합성에 기여하는지를 확정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서로 다른 종을 비교하거나 서로 다른 발달 단계를 비교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P. pacificus의 페로몬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 Natural genetics variation in C. elegans sperm size and sperm competitive ability
이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의 97개 야생형을 이용해 정자 크기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으나, GWAS를 통해선 해당 유전자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고체배양(정자 크기 큼)과 액체배양(정자 크기 작음)으로 각각 기른 두 예쁜꼬마선충을 비교함으로써 유전자를 특정할 수 있었으며, 해당 유전자가 암수한몸과 수컷의 정자 크기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외에 기존에는 정자 크기가 클수록 짝짓기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하였으나(암수한몸과 수컷을 비교하면 수컷 정자가 더 크고 짝짓기 성공률 높음) 야생형끼리 비교했을 때 이는 큰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며, 같은 조건에서는 1회 사정에 주입되는 정자 숫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6) 장내미생물(Microbiome)
• Worms, bugs and drugs: a tale of metabolism, gene expression and physiology
연구실에서 키우는 예쁜꼬마선충은 주로
E. coli 대장균 중 하나인 OP50를 먹이곤 하는데, 이 연구진은 어떤 세균을 먹이느냐에 따라 약물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DNA 합성 과정 중 DNA에 끼어들어 성장을 방해하는 FUdR은 OP50를 먹일 때는 높은 효과를 보였으나 다른 세균을 먹였을 때는 거의 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다른 화학약품은 반대로 OP50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특정 세균을 먹였을 때에는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세균마다 달라지는 효과의 원인을 확인하고자 이들은 현재 다양한 세균 돌연변이를 이용해 이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screening하고 있다고 한다.
• The interaction of C. elegans with naturally associated microbes
Hinrich Schulenburg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장내미생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야생 예쁜꼬마선충에서 추출한 세균 12종을 이용하여 최소 장내미생물 조합을 만들었으며, 이들의 유전체 정보, 물질대사 정보, 예쁜꼬마선충 내 분포 정보 등을 CeMBio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이를 표준으로 삼아 예쁜꼬마선충의 장내미생물이 병원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외에도 이들은 민달팽이(slug)의 장 속에서 살아있는 예쁜꼬마선충을 찾아냈다고 밝히며, 예쁜꼬마선충도 장내미생물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기생충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하는 듯하다.
(7) 돌연변이, 스트레스, 적응(Mutation, stress and adaptation)
• Mutation as a lens on natural selection in C. elegans
Charles F. Baer 연구진은 돌연변이 축적 계통(mutation accumulation lines)을 이용해 돌연변이나 유전적 부동(drift)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왔다. 돌연변이 축적 계통은 예쁜꼬마선충 1마리에서 시작해 100개 계통에서 매 세대 1마리씩만 골라내 세대를 보내는 과정을 250세대 정도 반복해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선택압은 최소로 유지한 채 돌연변이가 계속해서 쌓인 계통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돌연변이 생성 속도, 그 돌연변이가 적응도에 미치는 정도 등이 연구된 바 있다. 현재는 다양한 야생형을 이용해 돌연변이 축적 계통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돌연변이가 genetic background에 따라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한다.
• A major locus for ivermectin resistance in a parasitic nematode
기생충 제거용으로 사용되는 구충약 이버멕틴(ivermectin)에 저항성을 보이는 선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연구진은 그 저항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이 저항성의 유전적 원인을 연구하고자 지금까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구충약 저항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여럿 확보한 바 있으나, 안타깝게도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는 실제 기생충이 보이는 구충약 저항성과는 관련이 없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양에 감염되는 기생충인 Haemonchus contortus를 직접 이용해 구충약 저항성을 연구했다. 이 기생충 중 일부는 구충약 저항성을 보이고 다른 일부는 저항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둘을 교배시키고 구충약 저항성을 보이는 기생충을 계속해서 추적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저항성을 보이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자리(locus)가 염색체 5번 오른쪽에 위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질 높은 유전체가 필요해 유전체도 새로 만들었으며, 현재는 다른 다양한 구충약을 대상으로 각각에 대한 저항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C. 포스터 세션
• A gain-of-function mutation modulating ion channel activity underlies the genetic assimilation of C. elegans internal hatching
Christian Braendle은 Marie-Anne Felix 연구실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현재는 당시에 채집한 다양하고 독특한 선충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된 선충은 예쁜꼬마선충에 속하지만 독특한 표현형을 보이는 경우에 속한다. 예쁜꼬마선충은 평소에는 알을 낳지만 굶으면 알이 뱃속에서 부화해 어미를 먹어 성장하는 현상(wormbag 또는 internal hatching)을 보이는데, 이번에 채집한 예쁜꼬마선충은 먹이를 잘 먹였을 때에도 internal hatching 표현형을 80% 가량 보였다고 한다(표준 예쁜꼬마선충은 잘 먹으면 0%이고 굶었을 떄에만 100% 수준으로 높아짐). 세로토닌을 처리하면 알을 낳는 표준 예쁜꼬마선충과 달리 이 야생형은 세로토닌 조건에서도 알을 낳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자주 굶는 조건에서는 오히려 internal hatching이 높은 야생형이 더 잘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potassium ion channel이었으며, 현재는 다른 스트레스에서도 internal hatching이 높은 야생형이 더 잘 견디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 Repeated evolution in rhabditid male tails
선충의 꼬리 모양은 종마다 그 변이가 커서 진화 연구의 좋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David H. A. Fitch 연구진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는 그룹으로, 현재는 이 꼬리 모양 변화에 관여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꼬리로 발생하는 세포의 기원은 Rhabditid에서 보존되어 있었지만 세포가 옮겨가는 양상이나 극성(polarity)가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Phasmid의 위치는 4회 바뀌었고, ray 숫자는 4회 줄어들었으며, 꼬리 끝에 있는 독특한 모양은 2회 이상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어떤 유전자가 이에 관여하는지, 그 유전자의 어떤 부분에 변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 Dissecting the sources of phenotypic variation among genetically identical individuals growing in the same environment
Ben Lehner 연구실에서 진행된 연구로, 난황 단백질 외에 어미가 감지한 페로몬 또한 손자의 수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페로몬 합성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선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페로몬 신호전달의 하위에 있는 유전자 중 하나인 핵 호르몬 수용체(nuclear hormone receptor)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 Males influence hermaphrodite physiology to impact progeny phenotypes
이 또한 Ben Lehner 연구실에서 진행된 연구로, 어미가 수컷과 짝짓기를 하고 나면 낳는 알의 크기가 더 커진다는 보고이다. 암수한몸 혼자서 낳은 새끼와 수컷과 짝짓기 해서 낳은 새끼를 비교하면 후자의 크기가 더 큰데, 이런 경향은 수컷과 짝짓기를 많이 할수록 더 강해졌다고 한다. 이는 수컷이 내뿜는 페로몬과는 관련이 없었으며(수컷만 페로몬 돌연변이일 경우에도 결과 동일), 짝짓기 후 어미의 몸통이 쭈글쭈글해지는 현상과 관련 있는 인슐린 수용체 유전자나 핵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와도 무관했다고 한다. 예쁜꼬마선충의 근연종인
C. briggsae와 짝짓기를 했을 때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종 내에서 특이적인 반응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짝짓기 후에 세포사멸(apoptosis)이 늘어 난자의 크기가 커지고, 이 커진 난자 때문에 정자와 접합된 뒤의 알이나 새끼의 크기가 더 커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Deciphering the unusually small genomes of hermaphroditic C. tropicallis versus male-female C. wallacei with chromosomally contiguous genome assemblies
Erich M. Schwarz는
Caenorhabditis 속에 포함되는 선충의 유전체를 이어 붙이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로, 이미
C. nigoni의 유전체를 확립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까운 근연종이면서 각각 암수한몸/수컷 또는 암컷/수컷으로 성이 다른
C. tropicallis와
C. wallacei를 연구했다. 두 종의 유전체 크기는 근연종의 그것(암수한몸/수컷 ~100 Mb, 암컷/수컷 ~120 Mb)에 비해 20 Mb 가량 작았다(암수한몸/수컷 ~83 Mb, 암컷/수컷 ~85 Mb). 특이한 점은 암수한몸/수컷이 되면서 사라진다는 것이 잘 알려진 정자 능력 관련 유전자를 비롯해 수컷의 짝짓기 능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
C. tropicallis의 유전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점으로, 연구진은
C. tropicallis는 어떤 종이 암수한몸/수컷 종이 된 뒤에
C. wallacei와 짝짓기를 해서 새롭게 태어난 종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야생에서 근연종끼리 짝짓기가 가능한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 Evolution of genome organisation in Caenorhabditis
Mark Blaxter 연구진의 연구로, Caenorhabditis 속에 포함된 새로운 선충 종의 유전체를 Nanopore 사의 MinION을 이용해 저렴하게 완성했다는 보고이다. 유전체 크기는 118 Mb, 컨티그(contig) 수는 239개였으며 컨티그 길이의 중간값과 유사한 N50은 1.5 Mb 수준이었다고 한다. 기존 PacBio사의 SMRT 염기서열 분석을 이용했을 때 N50이 약 2.5 Mb 수준으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싼값(~100만 원)에 매우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소라를 비롯한 근연종의 껍데기로 보는 진화 이야기. 학회장 옆에 자그마한 전시관이 있는데, 그곳에 인간 유전체 사업 이야기와 함께 진화에 관한 전시물이 몇 개 깔려있다. 다윈이 살아온 나라답게 생활에서 쉽게 진화에 대해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Ⅲ. 총평
선충의 생태와 진화, 유전체에 대한 이 학회는 여전히 수십 년 전 과학계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논문으로 나올 만큼 정리가 안 된 연구라도 학계에 빠르게 보고해 과학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쉽게 제공 받을 수 있다. 이 덕분에 적은 연구비로도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발전, 특히 유전체 연구 분야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분위기가 다른 학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면 학계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열린 모든 선충 학회에서는 예쁜꼬마선충의 세포계보(cell lineage)를 확립하고 유전체를 작성하였으며 인간 유전체 작성에도 막대한 기여를 한 John Sulston을 기리는 추모가 줄을 잇고 있다. 그는 모든 정보를 빠르게 공개하려고 노력했고 선충 연구자들은 그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각자의 연구를 더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그가 작성한 선충 유전체는 조만간 대대적인 발전을 거친 다른 유전체로 대체될 예정이지만, 그가 남긴 다른 유산, 공유와 과학 발전에 대한 갈망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학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