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주요 발표 내용
1.
Caenorhabditis genome project
2. 다른 선충 연구
3.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자연 변이 연구
4. 발생 연구
5. Plenary lecture by Coleen Murphy
6. Plenary lecture by Piali Sengupta
Ⅱ. 총평
Ⅰ. 주요 발표 내용
1. Caenorhabditis genome project
예쁜꼬마선충은 최초로 유전체(genome) 분석을 마친 다세포 생물이다. 또 수많은 연구자들이 전세계에서 다양한 근연종을 채집하였고 지금도 이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진화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지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유전체 분석이다. Caenorhabditis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는 예쁜꼬마선충과 그 근연종 50여 종을 대상으로 유전체 지도 초안(draft genome)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종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완료되었으며, 앞으로 20종의 유전체를 마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더해, 현재까지 분석된 30종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한 번 읽어낼 때 보다 길게 읽은 DNA를 이용해 유전체 정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30종 중 상당수는 일루미나(Illumina) 회사의 HiSeq 등 짧은 리드(short read)를 이용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높지만 아직 염색체(chromosome) 중 정보를 읽어내지 못한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반복 서열(repetitive sequence)이 있는 영역은 긴 리드(long read)를 이용해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팩바이오(PacBio) 회사의 단분자, 실시간(single molecule, real time; SMRT) 염기서열 분석법이나 옥스포드 나노포어(Oxford Nanopore) 회사의 미나이온(MiniON) 등을 이용해 완성도를 더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하이씨(Hi-C) 기법처럼 완성도를 염색체 수준으로 높여주는 방법을 더해 유전체를 보다 완전하게 구성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발행된 정보는 caenorhabditis.org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계통수(phylogenetic tree)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 전사체(transcriptome) 정보 등을 구할 수 있다. 블라스트(BLAST) 및 브라우저(browser) 또한 제공하고 있다.
2. 다른 선충 연구
예쁜꼬마선충이 속하는 선충류는 굉장히 다양한 생활 방식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선충류에서 기생이나 암수한몸 등 독특한 생활 방식이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초로 어떻게 해당 생활 방식이 생겨났고 이후에 어떻게 진화한 것인지 연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단위생식이나 암수한몸의 진화, 그리고 세균과의 공생에 대해 살피는 연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Diploscapter species
크기는 약 0.3mm인 이 벌레는 아주 독특한 생활사(life history)를 따른다. 이들은 단위생식(parthenogenesis, 처녀생식이라고도 함)을 통해 번식하며,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않고도 활성화돼 하나의 개체로 자라게 된다. 1세포기(1-cell)에서 2세포기(2-cell)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극체(polar body)가 갈라지는 모습 등을 통해 감수분열1기(Meiosis I)가 없어진 세포분열을 동반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V. Lahl et al., 2006).
이 연구진은 일루미나 HiSeq, PacBio 등을 이용해 de novo genome assebly를 수행하였으며, 158 Mb 수준의 유전체를 만들었다. 염색체는 1개이며 텔로미어(telomere) 서열이 딱 3회 반복되어 있고, 페어링 센터(pairing center)에 붙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짝짓기를 시키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에 돌연변이 유발물질(mutagen)을 이용한 정유전학(forward genetics)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RNAi는 이 벌레에서 잘 작동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2) Ascaris species
이 속에 속하는 선충은 대부분 감염성 선충(parasitic nematode)이며 돼지나 인간 등에 감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는 상당히 커 암컷 한 마리의 자궁(uterus)에서 수백만 개의 알을 얻을 수 있으며, 발달에 걸리는 시간, 특히 수정란 초기 세포분열(cell division)에 드는 시간이 매우 길어 수정란 초기 연구를 하는 데 중요한 자원(resource)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수정란(zygote)에서 정자와 난자의 핵이 합쳐지는 데(pronuclear fusion) 24시간, 1세포기에서 2세포기로 넘어가는 데 22시간, 다시 3세포기가 되는 데 6시간이 걸리는 등 아주 느린 세포분열을 보인다.
또 이 종에서는 예정된 DNA 제거(programmed DNA elimination)라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체세포(somatic cell)에서 특정 DNA가 제거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자 PacBio, Fosmid, BioNano 등을 이용해 de novo genome assembly를 수행했으며(유전체 크기 약 300 Mb) 이렇게 제거되는 DNA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반복 서열이었으나 약 2000개 정도되는 특수한 유전자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특수한 유전자 중 상당수는 생식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라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해 예정된 DNA 제거가 아마도 체세포에서 발현되어선 안 되는 유전자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고로 DNA가 제거된 뒤 남은 DNA에는 새로운 텔로미어 서열이 붙어 회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잘리는 DNA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DNA가 선택되는지, 또 텔로미어는 어떻게 복제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알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Oscheius tipulae
선충 중에서는 유달리 암수한몸(hermaphrodite, 자웅동체)으로 번식하는 종이 많다. 선충 내에서만 여섯 번 이상 독립적으로 암수한몸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예쁜꼬마선충과
Oscheius tipulae도 독립적으로 암수한몸이 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연구진은 암수한몸이 어떻게 이 종에서 진화했을지, 또 예쁜꼬마선충과 어떤 점이 다를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paired sequencing으로 genome assembly를 수행하였으며(염색체 6개, 60 Mb, 15000 유전자), 동시에 다양한 돌연변이를 얻었다. 이 중 대부분은 음문 발달(vulva development)에 이상이 생긴 돌연변이이며, 각각에 해당하는 핵산(nucleotide) 변이를 확인하고자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같은 종이지만 유전 배경(genetic background)가 다른 야생형(wild isolate)과 표준 야생형을 교배시키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방법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다. 이후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mapping-by-sequencing을 도입하여 어떤 DNA가 바뀌어 음문 발달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 한다.
(4) Caenorhabditis inopinata
이 선충은 예쁜꼬마선충 연구자들이 마침내 찾아낸 예쁜꼬마선충과 가장 가까운 새로운 종이다. 지금껏 전세계에서 다양한 선충이 채집됐지만 예쁜꼬마선충은 여전히 독립된 계통수에 속해 있었는데, 약 2년 전 드디어 예쁜꼬마선충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을 찾아냈다. 앞으로 해당 종과 예쁜꼬마선충을 비교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보존되어(conserved) 있는지 분석해 진화 연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종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라는 무화과(fig)인
Ficus septica에서 채집되었다. 무화과 꽃이 발달하면서 채집되는 벌레 stage가 다르며, 이 무화과에서는
Caenorhabditis inopinata 외에도 3-4종 정도의 선충이 채집된다고 한다. 이 종은 예쁜꼬마선충(암수한몸/수컷, 20도씨 성장)과 달리 암컷/수컷 종이며 27도씨에서 자라고 성장속도가 더 느리다고 한다.
현재 일루미나, PacBio, Bionano 등을 이용해 de novo genome assembly를 수행해 염색체 수준으로 유전체를 완성했으며, 그 크기는 약 123 Mb라고 한다.
(5) Caenorhabditis nigoni와 Caenorhabditis briggsae
C. briggsae는 예쁜꼬마선충과 근연종이면서 독립적으로 암수한몸을 진화시킨 것으로 알려진 선충이다. 이 때문에 이 선충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C. briggsae (암수한몸/수컷)와 그 근연종인
C. nigoni (암컷/수컷)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해 실험을 진행하였다. 먼저
C. nigoni의 유전체를 염기서열 분석으로 완성하였고, 두 종을 비교해보니 암컷/수컷 종인
C. nigoni에서 길이가 짧은 유전자가 특히 많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수컷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male secreted peptide)였으며, 실제로 정자(sperm) 표면에 붙어 정자의 경쟁력(competitiveness)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즉, 암컷/수컷일 때에는 암컷 몸 속에서 다양한 수컷의 정자가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정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펩타이드 유전자가 많아진 상태였으나, 암수한몸이 된
C. briggsae에서는 거의 자신의 정자만 쓰기 때문에 정자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어 해당 유전자를 빠르게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6) Caenorhabditis tropicalis
이 선충도 마찬가지로 예쁜꼬마선충처럼
Caenorhabditis 속에 속하면서 독립적으로 암수한몸을 진화시킨 종이다.
다른 암수한몸 선충을 야생에서 채집하면 대부분 수컷의 비율이 매우 적거나 수컷이 아예 채집이 안 될 정도인데,
C. tropicalis는 상당히 손쉽게 수컷을 채집할 수 있는 종이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수컷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서로 다른 야생형 다섯 종류를 비교해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다섯 종류 모두 암수한몸이 수컷을 낳는 비율은 매우 낮았지만, 다섯 중 셋은 수컷을 넣어주었을 때 계속해서 수컷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암수한몸 3마리에 수컷 5마리로 짝짓기 시킨 후 10세대 보냄)
연구진은 야생형의 차이, 즉 자연 변이가 생겨난 원인 유전자를 찾고자 먼저 PacBio로 de novo genome assembly를 수행하고, 수컷을 유지 못하는 야생형과 수컷을 잘 유지하는 야생형을 교배시켜 두 유전체를 잘 섞어주었다. 이후 이 벌레를 잘 조합시켜 재조합 근친교배 라인(recombinant inbred lines; RILs)을 만들고, 이들의 짝짓기 성공률과 유전형(genotype)을 비교분석해 양적 유전 형질 유전자 자리(quantitative trait loci; QTLs)를 찾아냈다고 한다. 현재는 이 유전자 자리를 좁혀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7) Steinernema carpocapsae
이 선충은 세균
Xenorhabdus nematophila와 공생한다. 이 선충은 곤충을 해당 세균으로 감염시키고, 곤충이 죽으면 거기에서 자란 세균을 먹어치우며 세대를 유지시킨다. 세균은 선충의 입에 해당하는 인두(pharynx)에 보관되어 있다가 곤충에 감염된 뒤에 급격히 성장하게 된다.
현재는 선충보다는 세균이 어떻게 선충 몸 속에서는 얌전한 상태로 있다가 곤충 몸 속에서 격렬한 상태로 바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충 유전체는 PacBio를 이용해 de novo assembly를 수행해 완성하려고 하고 있다.
3.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자연 변이 연구
예쁜꼬마선충은 전세계 곳곳에서 채집되었으며, 현재까지 서로 다른 자연 변이를 지닌 야생형이 250여 종류 채집되었다. 이를 이용해, 돌연변이 유발물질로 만들어낸 표현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형 변이와 그로 인한 표현형 변이를 연구한다. 또 최근에는 에릭 앤더슨(Erik Andersen) 연구실에서 이 야생형의 스트레인(strain) 이름과 표현형 값만 대입하면 자동으로 Genome-wide association (GWA)을 이용해 유전형 차이를 찾아내주는(mapping) 웹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계나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더라도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많은 연구실에서 자연 변이를 이용해 기존에 연구하던 표현형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대개 2년 이내에 급격히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이번 학회에서는 대부분 어떤 새로운 표현형을 연구하고 있는지 정도만 간략히 소개한 발표가 대부분이었다.
(1) Bulk segregant assay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QTL 찾기는 주로 앞에서 설명한 다양한 야생형을 이용한 GWA 분석 또는 표현형 차이가 큰 두 야생형의 유전체를 섞은 뒤 자가교배시켜 얻은 RIL를 이용한 분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두 분석법은 각각 표현형 측정과 RIL 만들기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에선 잘 쓰지 않던 QTL 분석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에는 표현형 차이가 큰 두 야생형이 있어야 하고, 이 표현형은 선택(selection)이 쉬운 것이어야 한다. 먼저 두 야생형에
fog-2(-) 돌연변이를 집어넣어준다(CRISPR/Cas9 또는 돌연변이 벌레와 짝짓기).
fog-2(-) 돌연변이는 예쁜꼬마선충을 암수한몸/수컷에서 암컷/수컷 성결정 체계로 바꿔주기 때문에,
fog-2(-) 돌연변이를 지닌 두 야생형을 교배시키면 그 뒤로도 계속 암컷/수컷 새끼만 태어나면서 유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섞이게 된다. 그 뒤에 한 야생형의 표현형이 집단 내에 많아지도록 선택압을 걸어주고(주로 벌레를 골라내서 다시 키우기) 이 벌레를 모두 녹여 DNA를 뽑은 뒤 전체 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수행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두 야생형의 대립유전자가 잘 섞여 50%에 가까운 비율을 띄게 될 것이나, 일부는 한쪽 야생형의 대립유전자(allele)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유전자 또는 그 유전자 자리(locus)는 아마도 해당 표현형에 관여하는 유전자일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이 자리를 더 분석하면 된다.
이 방법은 시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으나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표현형에 대해선 적용할 수가 없다. 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만으로는 분해능(resolution)이 좋지 않아 특정 유전자 자리로 좁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 온도에 의한 생식계열 세포(germline cell) 죽음
예쁜꼬마선충은 보통 20도씨에서 키우는데, 야생형 중 일부는 25도씨에서 10세대 이상 보내면 급격하게 불임 표현형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자 100개 야생형이 몇 세대만에 불임 표현형을 보이는지 측정해 GWAS를 수행하고, 가장 차이가 큰 두 야생형을 교배시켜 만든 RIL을 이용해 GWAS에서 찾은 것과는 다른 유전자 자리를 찾아냈다고 한다. 이 중 한 유전자 자리에서는 DNA 결손(deletion)이 큰 유전자가 있었으며, 해당 유전자는 기존에 생식계열 불임 현상을 보이던 다른 유전자와 유사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돼 연구 중이라 한다.
(3) 수컷 꼬리에서 일어나는 확률적인 세포사멸
예쁜꼬마선충의 수컷은 꼬리쪽에 생식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배쪽(또는 등쪽)에서 바라봤을 때 부채처럼 펼쳐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부챗살처럼 생긴 세포가 꼬리의 부채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 연구진은 여러 야생형에서 이 부챗살이 확률적으로(stochastic)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들은 GWAS와 RIL을 이용한 QTL 분석을 수행해 현재 특정 유전자 자리를 확인했다고 한다.
(4)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이용한 QTL 분석
연구진은 기계 학습 방법을 도입해 GWAS와 RIL을 이용한 QTL 분석의 분해능을 높이고자 했다. 이들은 이 방법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다양한 야생형에 skn-1 RNAi를 처리했을 때 나타나는 표현형 차이를 이용하였다. skn-1 RNAi를 처리하면 초기 발달에서 장(gut)이 형성되지 않게 되는데, 야생형에 따라 0~60%까지 그 효과가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ElasticNet 기계 학습 방법을 이용해 유전자 자리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다만 아직 그 유전자 자리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한 건 아니라서 효용성이 증명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임)
(5) 예쁜꼬마선충의 자기장 감지
예쁜꼬마선충은 전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채집되었는데, 연구진의 보고에 따르면 자신이 성장한 위치의 자기장 세기 등을 예쁜꼬마선충이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런 자기장 감지 표현형에 자연 변이가 있다는 걸 이용해 다양한 야생형의 자기장 감지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GWA 분석을 진행해 해당 유전자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 한다.
(6) 선충잡이 곰팡이가 내뿜는 페로몬(pheromone)에 대한 선호도
선충을 잡아먹는
Arthrobotrys oligospora 곰팡이는 성 페로몬(sex pheromone)과 유사한 물질을 분비해 선충을 유도한다. 예쁜꼬마선충의 다양한 야생형은 이 페로몬에 대한 반응성을 다르게 보이는데, 연구진은 이를 GWAS로 분석하여 관련 유전자를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해당 페로몬에 반응하는 수용체(receptor)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 발생 연구
(1) 생식선의 접힌 상피(folded epithelium)
예쁜꼬마선충의 생식선(gonad)은 단순한 원통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생식선 세포에서 발현되는 F-액틴(F-actin)을 표지(labeling)하고 이로부터 얻은 결과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여 생식선이 접힌 형태라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 모형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웠던 몇 가지 실험 결과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GLD-1 단백질은 생식선 한쪽 끝에서 멀어질수록 연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데, 실제로 형광 표지로 관찰하면 불규칙하게 보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접힌 생식선 모형을 통해 해석하면 훨씬 그럴 듯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더해 바로 옆에 있는 생식세포라도 실제론 접힌 모양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것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 3배체 교정(trisomy correction)
예쁜꼬마선충의 암수한몸은 성염색체만 따졌을 때 XX인데, 간혹 XXX인 암수한몸도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XXX 암수한몸 벌레는 XXX 새끼를 낳는 비율이 50%가 아니라 35%수준이었고, 감수분열2기(meiosis II)에서 X 염색체 하나가 사라지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4배체인 벌레와 다른 야생형 2배체 벌레(SNP로 염색체를 표지하기 위해 다른 야생형 이용)를 교배시켜 모든 염색체를 3개씩 지닌 3배체 벌레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다시 또 다른 2배체 야생형과 교배시켜 각 염색체마다 3배체 교정이 일어나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염색체에서 3배체가 아닌 2배체처럼 분열하는 양상이 확인되었고, 더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극체(polar body)쪽으로 염색체들이 쏠린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3) 확률 모형을 이용한 세포 확인(cell identification)
예쁜꼬마선충은 투명한 몸을 지니고 있고 신경세포가 300여 개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몇몇 연구진은 모든 신경세포에서 칼슘 이미징(calcium imaging)을 하는 전체 뇌 이미징(whole brain imaging) 기법을 이용해 신경세포 활성을 관찰하곤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사진(또는 영상)에서 보이는 신호가 어떤 신경세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확인(identification)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장하는 바로는, 기존 확인 알고리즘(algorithm)은 한 세포를 확실히 지정한 뒤 그로부터 다른 세포의 상대 위치 등을 정해 세포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첫 세포를 잘못 지정하면 다른 모든 세포를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확률 추정(probabilistic guess)을 이용해 각 세포가 어떤 신경세포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대략 추정하고, 여기에 위치, 모양, 크기, 색깔 등 여러 정보를 합쳐 정확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에 더해 온라인 기반 기계 학습(wormID.org)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한다.
(4) 생식선의 성적 이형성과 이에 관여하는 bHLH 암호
예쁜꼬마선충의 암수한몸과 수컷은 서로 다른 생식선 모양을 지니고 있다. 암수한몸의 생식선은 지팡이 두 개를 합쳐 좌우대칭을 만들어놓은 것처럼 생겼으며, 수컷의 그것은 물음표에서 점을 뺀 것처럼 생겼다. 이런 모양을 결정하는 데에는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연구진은 이 세포의 전구체(precursor)에서 어떤 hlh 관련 유전자 조합이 발현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세포로 발달되는지를 밝혔다. 또 각 유전자 조합을 바꿔줌으로써 해당 세포를 다른 세포로 만드는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5) 발생에 존재하는 확률적 성질(stochasticity)
예쁜꼬마선충은 수정란부터 성체까지 세포계보가 거의 결정되어(determined) 있는 종으로, 대부분 똑같은 세포계보를 따라 분열하고 분화한다. 그러나 일부 세포는 확률적으로 두 세포 유형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Z1.ppp 세포와 Z1.aaa 세포가 각각 AC 세포 또는 VU 세포로 분화하는 예이다. Z1.ppp와 Z1.aaa는 분화 전에는 모두
lin-12 유전자와
lag-2 유전자(각각 Notch 수용체와 라이간드ligand)를 발현시키다가, 특정 순간 이후부터 한 세포에서는
lin-12 유전자만, 다른 세포에서는
lag-2 유전자만 발현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lin-12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세포는 VU 세포로,
lag-2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세포는 AC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해당 연구진은
lag-2::YFP 세기,
lag-2 mRNA 개수(smFISH로 측정) 등을 측정한 뒤 계산을 통해 다양한 noise source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가 만들어지는 순서(Z1.ppp와 Z1.aaa 두 세포 중 어떤 게 먼저 태어났는가?)가 가장 중요한 noise source로 작용하고, 그 외에는
lag-2 mRNA 개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쉬는 시간에는 모두 야외로 나와 커피나 시원한 물을 마시며 활발히 토론한다.
(사진 제공: 임성희)
5. Plenary lecture by Coleen Murphy
콜린 머피 연구진은 노화 연구 분야에서 꾸준히 좋은 연구 성과를 내오던 그룹이다. 이들은 다른 예쁜꼬마선충 노화 연구진과 마찬가지로
daf-2 돌연변이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daf-2 돌연변이는 표준 야생형보다 높은 학습 능력과 단기/장기 기억력을 보였다.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자 신경세포만 골라내 전사체 분석을 시행했고(neuron-specific RNA sequencing) 그 결과로부터 G 단백질 α소단위체(G protein alpha subunit)인
egl-30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EGL-30 단백질 기능이 높아져 있는
egl-30(gf) 돌연변이에서는 CRE 단백질에 의존적으로(CRE-dependent) 학습 능력이 높아졌으며, 이는 AIM, SIA 신경세포 등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에 관련된 유전자를 연구하기 위해, 인간 파킨슨병 환자 유전체로부터 얻은 GWAS 결과와 예쁜꼬마선충 신경세포 특이적 전사체 분석에서 얻어낸 결과를 비교해 질병 유전자 후보를 골라냈다. 흥미롭게도 예쁜꼬마선충에서 해당 유전자의 활성을 RNAi로 억제시켰을 경우 나이를 먹음에 따라 동그랗게 말리는 표현형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중 bcat-1 유전자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흘 동안 매일 포스터 300여 개가 새로 걸렸고 모두들 관련 연구 분야를 살피며 공부했다.
(사진 제공: 임성희)
6. Plenary lecture by Piali Sengupta
신경세포는 역할에 따라 그 모양새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다. 예쁜꼬마선충의 앰피드(amphid) 신경세포는 총 24개로, 머리에서 입 쪽을 향해 뻗은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들은 신경세포 끝부분에 섬모(cilia)가 앞으로 뻗어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많은 수용체 단백질은 이 섬모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로부터 외부 환경을 인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 6마리를 모두 70nm 두께로 자른 뒤 전자현미경으로 찍고, 60개 신경세포 중 50개에서 감각 말단(sensory ending) 부분만 모델링한 뒤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이로부터 모양이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과 반대로, 감각 활동도 신경세포의 모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AWB 신경세포는 먹이인 세균(주로 대장균인 OP50)을 더해준 배양액에서 키웠을 때는 끝부분이 얇게 갈라지지만, 세균을 넣지 않은 무균 상태의 배양액에선 그 끝부분이 넓게 펼쳐져 표면적이 넓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에 관여하는 돌연변이로
tub-1(-) 돌연변이 벌레를 찾았으며, 이 벌레는 다양한 수용체를 섬모 쪽이 아니라 신경세포 몸통 쪽에 위치시킨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신경세포 모양은 감도(sensitivity)와 작동 범위(dynamic range)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SH는 통각 신경세포인데, 이 신경세포의 섬모가 망가지면 높은 농도의 글리세롤 등은 피하지 않고 습관화(habituation)나 불감지화(desensitization)에 이상이 생기지만, 세균에서 나는 냄새인 다이아세틸(diacetyl)을 감지하는 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Ⅱ. 총평
예쁜꼬마선충은 지난 40여 년 동안 활발하게 연구되며 인류가 지닌 지식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복지를 증진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생쥐나 초파리 같은 모델 생물에 비해 단순하다 보니 그만큼 빠르게 새로운 발견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시간이 훌쩍 지나 많은 것이 밝혀진 오늘 날에는 예쁜꼬마선충으로 생물학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됐던 것이 사실이다. 예쁜꼬마선충 학회, 좀 더 넓게 선충학회라 부를 수 있을 이 학회의 구성원 중 일부는 이제 이 작은 벌레가 생태계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본문에서는 많이 다루지 못함), 또 예쁜꼬마선충의 근연종이 지닌 독특한 표현형은 어떻게 진화한 것인지 연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넓히고 있다. 나도 비슷한 연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학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으며 학회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선충 학계에서 많은 발견을 이룩할 수 있기를, 또 연구비가 마르지 않기를 기원한다.
학회 마지막 밤에는 다 같이 야외에 둘러 앉아 저녁 만찬을 즐겼다.
(사진 제공: 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