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리포트 BRIC VIEW 2026-T24
생성형 AI의 바이오·신약개발 혁신 동향: 기술, 사례, 생태계 전망
동향리포트 BRIC VIEW 2026-T24
생성형 AI의 바이오·신약개발 혁신 동향: 기술, 사례, 생태계 전망
김가경(싸이토젠)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바이오·신약개발의 축을 가설과 경험에서 데이터와 모델 기반 설계로 옮기고 있다. 확산모델과 단백질 언어모델을 비롯한 생성형 기법은 단백질과 항체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낸다. 일부 후보는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억 건 규모의 공개 바이오 데이터와 대규모 학습·연산 인프라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본 보고서는 먼저 생성형 AI의 기술적 기반과 바이오 특화 모델을 정리한다. 이어 단백질·항체 설계, de novo 화합물 생성,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단일세포·멀티오믹스 분석, 임상시험 설계에 이르는 신약개발 전주기 활용을 분석한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업의 협력, 생성형 AI 전문기업의 성장, 국내 연구 동향, 오픈소스 모델과 공개 데이터셋 생태계를 살펴본다. 나아가 연구 워크플로 자동화와 데이터 품질, 평가체계, 가치사슬 재편 등 연구·산업 생태계의 변화도 함께 고찰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실증의 성숙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In silico 생성에서 wet-lab 실험, 다시 임상으로 이어질수록 축적의 사례는 줄어들지만, 개별 후보에 요구되는 근거의 강도는 높아진다. 가장 앞선 사례도 3상에 진입했을 뿐 효능은 아직 확증되지 못했다. 생성된 결과는 실험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하나의 가설에 머문다. 그래서 본 보고서는 무엇을 생성할 수 있는가 보다, 생성한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를 핵심 질문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평가체계, 재현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편향, 안전성, 규제, 지식재산권에 대한 대응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기술과 인재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지만, 임상 실증과 대규모 wet-lab 검증의 축적은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향후 경쟁력은 생성 기술 자체보다 검증 인프라와 데이터 거버넌스, 도메인 특화 모델, 전문 인력 양성에 달려 있다. 생성형 AI가 임상과 산업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기술 혁신과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체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기대를 과장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 비판적 낙관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다.
목 차
1. 서론
1.1. 생성형 AI의 바이오 연구 혁신 배경
1.2. 바이오 빅데이터와 생성형 AI의 시너지 효과
2. 본론
2.1. 생성형 AI 기술 기반과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
2.1.1. 주요 생성형 모델
2.1.2. 바이오 데이터 특성과 학습 인프라
2.1.3. 바이오 도메인 특화 모델의 발전
2.2. 바이오 연구와 신약개발 전주기 활용
2.2.1. 단백질·항체 설계 및 구조 최적화
2.2.2. de novo 화합물 생성과 임상 진입
2.2.3.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및 스크리닝
2.2.4. 단일세포·멀티오믹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합성 데이터
2.2.5. 임상시험 설계와 합성 대조군
2.3. 글로벌 주요 사례와 산업 동향
2.3.1. 글로벌 제약사 생성형 AI 플랫폼
2.3.2.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와 AI 전문 기업
2.3.3. 국내 기업·기관 연구 동향과 검증 격차
2.3.4. 오픈소스 모델과 공개 데이터셋 생태계
2.4. 연구·산업 생태계 변화와 국내 경쟁력
2.4.1. 연구 워크플로 자동화와 연구자 역할 변화
2.4.2. 데이터 품질·표준화·평가체계의 중요성
2.4.3. 제약사·플랫폼 기업의 가치사슬 재편
2.4.4. 한국 바이오산업의 전략적 기회와 과제
2.5. 기술·윤리·정책 과제와 대응 방안
2.5.1. 생성 결과의 신뢰성·재현성·검증성 확보
2.5.2. 데이터 편향, 설명가능성, 안전성 이슈
2.5.3. 규제·IP·프라이버시 보호 체계
2.5.4. 인프라·인력 양성·국가 거버넌스 전략
3. 결론
3.1. 생성형 AI가 이끄는 바이오·신약개발의 구조적 전환
3.2.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핵심 전략
3.3. 연구자·산업·정책을 위한 실행 제언
4. 참고문헌
1. 서론
1.1. 생성형 AI의 바이오 연구 혁신 배경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바이오 연구에서 분석과 예측을 넘어 새로운 단백질과 분자를 직접 만들어 내는 단계에 들어섰다. 확산모델(diffusion model) 기반 설계 도구는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해 실험으로 확인했고 [1], 단백질 언어모델(protein language model)은 천연 효소와 유사한 활성을 갖는 인공 서열을 생성했다 [2]. 또한 표적을 예측형 AI로 발굴하고 후보물질을 생성형 AI로 설계한 신약이 무작위 임상 2a상을 거쳐 3상에 진입했다 [3, 4]. de novo 설계는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작업으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이 구조 예측과 더불어 이 분야를 공인했다 [5]. 다만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은 물리 기반 설계에서 출발했으며, 확산모델 같은 생성형 기법으로 본격 확장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생성은 예측과 성격이 달라, 예측 모델은 알려진 구조나 활성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옳고 그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생성 모델이 만드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대상이어서 견줄 기준이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접히지 않는 단백질이나 결합하지 않는 분자가 생성될 수 있고, 따라서 생성된 후보는 실험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하나의 가설로 남는다. 생성형 AI 신약개발의 성패는 생성의 속도보다 그 결과를 얼마나 견고하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Schneider 등은 이 분야의 근본 과제로 데이터 확보, 가설 생성, 다목적 최적화, 연구 사이클 단축, 연구 문화 전환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6]. 그 바탕에는 생성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공통으로 깔려 있었다.
1.2. 바이오 빅데이터와 생성형 AI의 시너지 효과
생성형 모델의 토대는 UniProt(단백질 서열)와 AlphaFold 구조 데이터베이스 같은 대규모 공개 데이터이며(규모는 2.1.2절), 이 데이터는 학습 재료에 그치지 않고 생성과 맞물려 작동한다. AlphaFold2는 서열만으로 원자 수준 구조를 예측해 [7] 실험 구조(발표 당시 약 10만 개)와 알려진 서열(수십억 개) 사이의 간극을 메웠다. 그러자 그 예측 구조는 생성형 설계가 만들어 낸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이게 되었다. de novo 단백질 설계 도구가 구조 예측을 설계물의 판정 잣대로 활용하는 것이 그 예다 [1]. 견줄 정답이 없는 생성에 예측이 대리 기준을 제공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후보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이 대리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구조 생성 모델은 비구조화(disordered) 영역의 구조를 임의로 지어내기도 하고 [8], 생성된 후보의 상당수는 결국 wet-lab 실험으로 걸러내야 한다 [1]. 기계학습 기반 과학 전반에서 데이터 누수(data leakage)로 인한 재현성 위기가 보고된 것도 [9] 근거가 부실하면 성능이 부풀려짐을 드러낸다. 생성형 AI가 신약개발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결과의 신뢰성(reliability), 재현성(reproducibility), 검증성(verifiability)이 전제가 된다. 실제로 AI가 발굴한 신약은 임상 1상에서 업계 평균(40–65%)을 크게 웃도는 성공률(21/24, 약 88%)을 보였다. 그러나 효능을 가르는 임상 2상에서는 업계 평균과 다르지 않은 수준(4/10, 40%)에 머물러 [10], 생성의 속도가 아직 실증의 깊이를 앞서 있음을 보여 준다. 예측과 생성은 이처럼 무엇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느냐에서 갈리므로, 사례마다 근거 수준을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표 1).

본 보고서는 생성형 AI의 기술적 기반(2.1절)과 신약개발 전주기에서의 활용(2.2절)을 살핀 뒤, 글로벌과 국내 산업의 사업화 동향(2.3절)과 생태계 변화와 국내 경쟁력(2.4절), 신뢰성·규제·정책 과제(2.5절)를 검토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생성형 AI 기술 기반과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
2.1.1. 주요 생성형 모델
오늘날 바이오 분야에서 쓰이는 생성형 모델은 대부분 범용 인공지능 연구에서 확립된 네 가지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다. 첫째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로, 어텐션(attention) 기제만으로 시퀀스의 장거리 의존성을 포착해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의 토대가 되었다. 모델과 데이터의 규모를 키울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스케일링(scaling) 효과가 핵심이며, 1,750억 개 매개변수의 GPT-3가 이를 보여 주었다. 같은 원리가 단백질과 유전체 서열을 ‘생물학의 언어’처럼 학습하는 서열 기반 모델로 옮겨졌다 [11]. 둘째는 확산모델(diffusion model)로, 데이터에 노이즈를 점진적으로 더했다가 역으로 제거하며 표본을 생성한다. 잠재 공간(latent space)에서의 확산과 교차 어텐션 조건화로 고해상도 이미지 생성으로 확장되었고, 지금은 단백질 구조 생성과 분자 설계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12]. 본 보고서가 다루는 de novo 단백질·분자 생성 사례의 상당수가 이 계열에 속한다.
셋째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GAN)으로, 생성자와 판별자를 경쟁적으로 학습시켜 데이터 분포를 모사한다. 바이오에서는 신약 후보 물질이나 단백질·항체 서열, 합성 분자 구조 같은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고 증강하는 데 주로 쓰인다 [13]. 넷째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로, 4억 쌍의 이미지–텍스트를 대조 학습해 제로샷(zero-shot) 분류를 달성한 CLIP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양식의 데이터를 공동 표현 공간에 정렬하는 이러한 접근은 서열, 구조, 발현, 영상 등 이질적 바이오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법론적 기초가 된다 (표 2).

2.1.2. 바이오 데이터 특성과 학습 인프라
생성형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규모와 품질에 크게 좌우되며, 바이오 데이터는 이 점에서 다른 도메인과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 학습을 뒷받침하는 공개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는 이미 방대하다. 단백질 서열 지식베이스 UniProt는 2억 2,700만 개 이상의 서열을 [14], AlphaFold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는 2억 1,400만 개 이상의 예측 구조를 제공한다 [15]. 생체활성 데이터를 모은 ChEMBL은 고유 화합물 240만 종과 생체활성 측정값 2,030만 건 이상을 담고 있다 [16]. 화학 정보 데이터베이스 PubChem은 1억 개가 넘는 화합물 구조를 [17], 실험으로 결정된 단백질 구조 저장소 RCSB PDB는 25만 개 이상의 실험 구조와 100만 개 이상의 계산 예측 구조를 제공한다 [18]. 단일세포 영역에서는 CZ CELLxGENE이 1억 6,900만 세포(고유 9,360만)의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해 공개했다 [19]. 주요 공개 인프라의 규모는 그림 1과 같다.
그림 1. 공개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의 규모
이러한 개방형 자원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재현성을 생태계 차원에서 제기한다. 다만 바이오 데이터는 서열, 구조, 단일세포, 영상, 임상 기록 등으로 양식이 이질적이고, 정답에 해당하는 레이블(label)을 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희귀 질환이나 희귀 세포처럼 중요한 사례일수록 표본이 적은 분포 불균형이 흔하다. 검출 한계 이하의 값이나 보고되지 않은 실패처럼, 결측이 무작위로 생기지 않고 값 자체에 좌우되는(missing not at random) 경우도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 누수 같은 현상이 생기면, 성능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고 재현성도 떨어지기 쉽다 [9]. 그래서 데이터를 기계가 찾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갖춰야 한다는 FAIR (Findable, Accessible, Interoperable, Reusable) 원칙이 데이터 자산의 가치와 재현성의 토대가 된다 [20]. 즉 바이오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되어 있지는 않다.
학습 인프라 측면에서는 모델 규모의 확장이 연산 수요를 결정한다. 동일한 연산 예산에서는 모델 크기와 학습 토큰 수를 균형 있게 키우는 것이 최적이라는 컴퓨트-최적(compute-optimal) 스케일링 법칙이 제시되었고, 바이오 도메인 특화 모델도 매개변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언어모델은 최대 150억 개 규모이며 [11], 범용 LLM 수준의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이런 대규모 학습은 고성능 컴퓨팅(high-performance computing, HPC)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며, 결국 데이터와 연산, 모델이 함께 갖춰질 때 생성형 모델이 제 성능을 낸다.
2.1.3. 바이오 도메인 특화 모델의 발전
도메인 특화 모델은 크게 예측 계열과 생성 계열로 나뉘며, 이 둘은 검증을 매개로 서로 연결된다. 예측 계열의 AlphaFold2는 서열만으로 원자 수준 구조를 예측해 [7] 생성된 단백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했다. 단백질 언어모델 ESM (Evolutionary Scale Modeling)은 2억 5,000만 개 서열을 비지도 학습해 구조와 기능 표현을 포착했다 [21]. 그 확장판 ESMFold는 다중서열정렬(multiple sequence alignment, MSA) 없이 6억 개가 넘는 메타게놈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11]. 후속 모델 AlphaFold3는 확산 기반 생성 모듈을 도입해 단백질, 핵산, 리간드 복합체 예측으로 확장했다 [8]. 다만 원래 고정된 형태가 없는 비구조화 영역에까지 그럴듯한 구조를 만들어 내는 환각이 함께 보고되어, 예측 모델이라도 생성적 요소가 끼어들면 그만큼 실험 확인이 다시 필요해진다.
생성 계열에서는 결과를 실험으로 얼마나 뒷받침했는지가 핵심이다. 확산모델 기반 RFdiffusion은 결합 단백질이나 효소 활성부위 스캐폴드를 처음부터 설계했고, 그 설계 구조는 저온전자현미경(cryo-EM)으로 실측 확인되었다. 다만 결합 단백질 후보를 많이 생성해도 실제로 관문을 통과하는 비율은 그만큼 낮다. 역접힘(inverse folding) 모델 ProteinMPNN은 생성된 구조에 맞는 서열을 입혀 천연 서열 회복률을 끌어올렸다 [22]. 두 모델의 실증 수치는 2.2.1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단백질 언어모델 ProGen은 19,000개가 넘는 패밀리를 학습해 기능성 인공 서열을 생성했지만,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일부 효소에 불과했다 [2]. 한편 단일세포 영역의 scGPT [23]와 Geneformer [24]는 생성형 사전학습을 쓰면서도 검증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들은 새로운 단백질이나 분자를 설계하기보다, 이미 측정된 세포 데이터에서 세포 유형을 주석하거나 유전자 교란 효과와 조절 네트워크를 예측하는 데 주로 쓰인다. 이런 출력은 알려진 생물학에 대조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관측되지 않은 교란 반응을 시뮬레이션하거나 합성 세포 데이터를 만들어 낼 때는(2.2.4절) 정답이 없어, 앞의 생성 계열과 같은 실험 확인 과제를 안는다. 유전체 전체로 모달리티를 넓힌 유전체 파운데이션 모델도 등장했다. Evo 2는 모든 생명 영역의 DNA를 9조 개가 넘는 염기로 학습한 대규모 모델이다. 변이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동시에, 유전자와 염색체 규모의 서열을 새로 설계하는 생성까지 한 모델에 담았다 [25]. 변이효과 예측은 알려진 데이터로 정확도를 잴 수 있지만 생성된 유전체 서열은 합성과 세포 도입을 거쳐 실측해야 하므로, Evo 2는 예측과 생성의 검증 성격 차이를 한 모델 안에서 드러낸다. 구체적 생성 사례와 실측 결과는 2.2.4절에서 다룬다 (표 3).

다만 이러한 모델의 역량을 실제 성과로 옮길 때는 신중해야 한다. 구조 예측이 기능 규명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생성된 후보의 상당수는 여전히 wet-lab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좌우되며, 희귀 세포 유형처럼 데이터가 적은 경우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26]. 이처럼 생성형 모델 아키텍처와 바이오 데이터·연산 인프라, 그리고 도메인 특화 모델이라는 기술적 토대는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그 위에서 무엇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게 만들어 내는지는 다음 절들에서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2. 바이오 연구와 신약개발 전주기 활용
생성형 AI는 신약개발의 특정 단계에 그치지 않고, 단백질 설계부터 임상시험 설계까지 전주기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다만 단계마다 근거의 수준이 달라, 각 단계에서 실험으로 확인된 것과 아직 모델 수준의 가능성에 머문 것을 구분해 살펴보고자 한다. 생성에서 실험, 임상으로 갈수록 통과하는 후보는 줄어들고 근거 강도는 높아진다 (그림 2).
그림 2. 생성에서 검증, 임상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근거의 깔때기
2.2.1. 단백질·항체 설계 및 구조 최적화
단백질 설계는 생성형 AI가 가장 뚜렷한 실험적 성과를 낸 영역이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 예측(Hassabis, Jumper)과 계산 설계(Baker)에 수여되어 이 분야의 과학적 기여를 주류로 공인했다 [5]. 확산모델 기반의 RFdiffusion은 결합 단백질(binder), 대칭 올리고머, 효소 활성부위 스캐폴드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cryo-EM으로 설계물의 구조를 확인했다. 설계한 인플루엔자 헤마글루티닌 결합 단백질–표적 복합체의 실측 구조는 설계 모델과 주쇄 원자 RMSD 0.63 Å 수준으로 일치했다. 결합 단백질 실험 성공률은 약 19%로 기존 물리 기반 방법보다 크게 높아졌고, 생성된 후보의 친화도는 나노몰(nM) 수준이었다 [1]. 생성된 구조에 맞는 서열을 입히는 단계에서 역접힘(inverse folding) 모델 ProteinMPNN은 천연 서열 회복률을 기존 물리 기반 설계의 32.9%에서 52.4%까지 향상시켰다 [22]. 이로써 구조 생성과 서열 설계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결합되었다. 나아가 같은 확산 설계 방법을 항체로 확장해, 지정한 에피토프를 표적하는 단일도메인 항체(VHH)와 단일사슬 항체(scFv)를 설계하고 cryo-EM으로 결합을 확인한 연구도 보고되었다 [27].
다만 이러한 성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결합 단백질 실험 성공률은 크게 높아졌으나 여전히 다수의 설계가 실패하며, 평가도 주로 발현과 정제가 쉬운 표적에서 이루어졌다 [1]. 이러한 생성형 단백질 설계 도구는 실험으로 뒷받침된 강력한 수단이지만, 최종 후보 선별과 확인은 여전히 wet-lab 실험을 거쳐야 한다.
2.2.2. de novo 화합물 생성과 임상 진입
저분자 영역에서는 새로운 화합물을 처음부터 생성하는 시도가 임상 단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기 개념증명(proof-of-concept, PoC)은 GENTRL이 보여 주었다. VAE (variational autoencoder)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텐서분해(tensor decomposition)를 결합한 이 생성모델은 DDR1 인산화효소 저해제를 21일 만에 설계했다. 설계부터 합성과 실험 확인까지 전 과정은 46일 만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합성한 6개 화합물 중 4개는 효소 수준에서 활성을 보였고 최저 IC50가 10 nM였으며, 2개는 세포 수준에서 활성을 보였고, 1개는 마우스에서 약동학(pharmacokinetics) 데이터가 확인되었다 [28]. 다만 이는 단일 표적(DDR1)에 대한 개념증명이다. 표적 자체도 생성형 AI가 발굴한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인 WuXi AppTec이 선정한 것이어서 그 가치는 제한적이다. 또한 후보 도출까지 46일이 걸렸다고 해서 신약개발 전주기가 단축되었거나 효능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마우스 실험에서 확인된 것도 화합물이 몸 안에서 흡수되어 혈중에 유지되는 정도를 본 약동학 데이터였고, 질환 모델에서 병을 실제로 개선하는 효능까지는 평가하지 않았다 [28].
최근에는 표적 단백질의 결합 포켓에 맞춰 분자를 직접 생성하는 구조 기반 약물설계(structure-based drug design)에 확산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Pocket2Mol, DiffSBDD, TargetDiff 같은 모델은 포켓의 3차원 구조를 조건으로 원자와 결합을 함께 생성해, 도킹 점수(Vina score)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결합 친화도를 보고했다 [12]. 다만 이 성능은 대부분 계산 지표로 평가되고, 실험으로 측정된 결합력과 짝지어진 학습·평가 데이터는 많지 않다. 그 결과 계산상 우수해 보여도 실제로는 결합하지 않는 허위 양성이 흔해, 합성 가능성과 실험 확인을 함께 보지 않으면 성능이 과대평가되기 쉽다 [12].
이러한 초기 사례를 바탕으로 생성형 AI로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신약개발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회사 자체 집계에 따르면 Insilico Medicine은 30여 개 분자를 파이프라인에 올렸고, 이 중 10개가 IND(Investigational New Drug), 7개가 임상 단계에 있다 [29]. 또한 여러 생성형 신약기업이 빅파마와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을 잇따라 맺고 있다. 다만 이들 계약 총액은 대부분 마일스톤 달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최대 규모이므로, 구체적인 사업화 사례와 근거 수준은 2.3절에서 따로 다루고자 한다. 국내에서도 스탠다임과 신테카바이오 등이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앞선 사례에서는 표적을 예측형 AI로 찾고 후보물질을 생성형 모델로 설계한 신약 후보가 무작위 임상 2a상을 마치고 3상에 진입했다. TNIK 저해제 렌토서팁(rentosertib)은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환자 71명을 대상으로 중국 21개 기관에서 12주간 진행된 무작위 2a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안전성과 내약성을 충족했다. 2차 유효성 지표인 강제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은 60 mg 1일 1회 투여군에서 12주간 +98.4 mL(95% 신뢰구간 10.9–185.9)로, 위약군의 −20.3 mL 대비 개선 경향을 보였다 [3]. 그러나 이 FVC 개선은 2차 지표에서 나온 데다 신뢰구간이 넓고 하한이 10.9 mL로 낮아, 실제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군당 표본이 약 18명으로 작고 단일 국가에서 수행된 한계도 있었다 [3]. 이후 렌토서팁은 2026년 7월 회사 발표 기준 임상 3상에 진입했으며, 후기 임상에서의 효능 확증 여부가 생성형 AI 신약개발의 임상적 가치를 판단할 다음 관문이 되었다 [4].
한편 임상에 진입한 AI 설계 후보가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Exscientia와 Sumitomo Pharma가 함께 개발한 DSP-1181은 2020년 임상 1상을 개시했으나 이후 중단되었다. 역시 Exscientia와 Evotec이 개발한 EXS-21546은 2022년 1a상을 시작했으나 2023년 개발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실패는 생성형 모델이 후보물질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음에도 임상 진행으로 가는 경로가 여전히 다층적 확인을 요구함을 보여 준다.
2.2.3.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및 스크리닝
생성형 모델이 쏟아 내는 방대한 후보를 추리려면 빠른 평가가 필요하고, 약물–표적 상호작용(drug–target interaction, DTI) 예측이 그 스크리닝과 우선순위 결정을 맡는다. 단백질 서열과 화합물의 SMILES 표현을 합성곱 신경망으로 학습해 결합 친화도를 예측하는 DeepDTA가 이 접근의 기초를 제시했다 [30]. 구조 기반에서는 AlphaFold3가 PoseBusters 벤치마크 428건의 단백질–리간드 복합체 예측에서 기존 도킹 도구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8]. 이런 예측은 ChEMBL, PubChem, PDB(2.1.2절) 같은 공개 데이터 인프라를 토대로 삼는다.
다만 이러한 예측 모델은 학습–평가 데이터의 분리가 부적절할 경우 성능이 부풀려질 수 있다. 여러 분야의 머신러닝 연구에서 데이터 누수로 성능이 과대평가된 사례가 폭넓게 보고되었고(2.5.1절), 약물–표적 친화도 예측도 이러한 누수에 취약하다 [9]. 따라서 적용 범위(applicability domain)와 독립적 외부 검증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2.2.4. 단일세포·멀티오믹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합성 데이터
생성형 모델은 단일세포 생물학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이자,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패러다임, 즉 “세포=문장, 유전자=단어” 개념으로 대규모 단일세포 데이터를 사전학습한 뒤 다양한 과제에 적응시키는 접근이 이 영역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6].
이러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scGPT와 Geneformer가 있다. scGPT는 3,300만 개 이상의 세포로 사전학습되어 RNA와 단백질 측정값 등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세포 유형 주석과 유전자 교란(perturbation) 시뮬레이션, 특히 측정 양식 간 상호작용 예측에 활용된다 [23]. 2.1.1절에서 본 멀티모달 모델이 서로 다른 양식을 공동 표현 공간에 정렬하듯, scGPT도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측정을 한 표현 공간에서 다뤄 양식 사이의 관계를 학습한다 [23]. 이로써 면역세포의 발달 추적이나 약물 반응 메커니즘 규명 같은 다양한 세포 표현형 분석(cell phenotyping)이 가능해진다. Geneformer는 약 3,000만 개 단일세포로 사전학습되어,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질병 관련 유전자 네트워크를 예측하는 전이학습에 활용된다 [24]. 이처럼 멀티오믹스를 AI와 통합해 표적 발굴과 약물 재창출까지 잇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31].
이러한 접근은 단일세포를 넘어 유전체 전체로도 넓어지고 있다. 유전체 파운데이션 모델 Evo 2는 모든 생명 영역의 DNA를 단일 모델로 학습해, 약 580 kb 규모의 미생물 최소 유전체나 효모 염색체 규모의 서열을 생성한다. 생성한 유전자의 약 70%는 알려진 단백질 도메인과 일치했다 [25]. 나아가 염색질 접근성을 직접 설계한 뒤 합성과 세포 도입을 거쳐 ATAC-seq로 실측 확인해, 설계 의도와 AUROC 0.92–0.95 수준으로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25]. 다만 염색체 규모로 생성한 유전체 서열은 합성이나 복제로 확인하지 않은 in silico 결과이고, 실험으로 확인한 것은 염색질 접근성 설계 같은 일부에 그친다. 생성 범위는 넓어도 실측으로 뒷받침된 부분은 좁다는 간극이 유전체 수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런 대규모 사전학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오픈 데이터 저장소의 확대다. CZ CELLxGENE 같은 대규모 단일세포 데이터 저장소는 1억 6,900만 개 세포의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해 공개했으며 [19], 이는 학습 데이터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였다. 한편, 표본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생성형 모델이 합성 데이터를 생산한다. 확산모델 기반의 scDiffusion은 희귀 세포 유형을 포함한 고품질 합성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조건부로 생성하며 [32], 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활용한 모델은 현실적인 단일세포 데이터를 in silico로 생성하고 증강한다 [13]. 이는 대규모 공개 데이터와 함께 희귀 조건, 개인맞춤형 모델링, 표본 증강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성 데이터는 실제 데이터와 대조해 타당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모델이 학습한 인공적 편향을 그대로 전파할 위험이 있다. 또한 세포 희소성(cell sparsity)과 기술적 배치효과(batch effects) 같은 데이터 품질 문제는 파운데이션 모델로 풀어야 할 근본 과제다 [26].
2.2.5. 임상시험 설계와 합성 대조군
생성형 AI는 임상시험 설계에도 들어와, 환자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들어 가상의 대조군을 구성하는 데 쓰인다. 조건부 제한 볼츠만 머신 기반 생성모델은 6,736명의 과거 임상·관찰 데이터를 학습해,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참가자마다 치료받지 않았을 때의 경과를 담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냈다. 이를 예후 공변량으로 활용하자 대조군 표본을 17–26%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되었다 [33]. 다만 이런 합성 대조군과 디지털 트윈은 아직 후향적 모델링이 주된 근거여서, 전향적 임상에서의 실제 효과와 규제 수용은 근거가 쌓이는 단계다. 규제 동향은 2.5.3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전주기를 관통해 보면, 생성형 AI는 실험으로 확인된 단백질, 임상에 진입한 분자, 임상시험 설계 도구까지 구체적 산물을 냈다. 그러나 단계를 넘어갈수록 통과하는 후보와 축적된 성공 사례는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개별 후보에 요구되는 근거의 강도는 그만큼 높아진다. 예를 들어 가장 앞선 저분자 사례도 2a상에서 안전성을 1차로 확인한 뒤 3상에서 효능 확증을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3, 4]. 단계별 대표 사례와 근거 수준, 핵심 한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4).

2.3. 글로벌 주요 사례와 산업 동향
생성형 AI 신약개발은 연구실을 넘어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본 절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업의 대형 제휴부터 단백질·세포를 직접 생성하는 신흥 전문기업의 약진, 국내 기업·기관의 연구 동향,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오픈소스 모델과 공개 데이터셋 생태계까지 사업화의 지형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기업 발표 수치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동료심사(peer review) 논문이나 공시, 임상 등록으로 확인되는 성과와 회사 발표에 기댄 주장은 구분해 읽는다.
2.3.1. 글로벌 제약사 생성형 AI 플랫폼
연구 성과는 빅파마와의 대형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Insilico Medicine은 생성형 화학 플랫폼으로 도출한 TNIK 저해제 렌토서팁을 임상 2a상까지 진전시킨 뒤 최근 3상에 진입시켰다 [3, 4]. 이어 2026년 3월 일라이릴리와 선급금 1억 1,500만 달러에 총 최대 2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경구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34], 2025년 12월에는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약 2.9억 달러를 조달했다 [29]. Alphabet 산하 Isomorphic Labs는 원하는 물성을 지정하면 분자 구조를 생성하는 AlphaFold 계열 접근으로, 2024년 일라이릴리·노바티스와 합계 약 30억 달러 규모의 협약을 맺었다 [35].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2024년 표현체(phenomics) 기반 플랫폼에 생성형 화학의 Exscientia를 약 6.88억 달러에 인수·합병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39].
그러나 사업화의 이면에는 실패도 존재한다. 세계 최초로 임상에 진입한 AI 설계 분자로 알려진 DSP-1181은 2020년 1상을 개시했다고 발표됐으나 이후 파이프라인에서 제외되며 중단되었고, Exscientia의 자체 후보 EXS-21546도 1a상 이후 중단되었다. 대형 계약과 상장이 곧 임상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 AI 우선(AI-first) 바이오텍과 제약사 파트너가 2015년 이후 임상에 진입시킨 분자는 75개인데, 이 가운데 67개가 2023년 시점에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10] 이들의 효능이 후기 임상에서 입증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편 계약 총액의 상당 부분은 마일스톤 달성을 전제로 한 최대 잠재 규모로, 선급금과 구분해 읽어야 한다.
2.3.2.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와 AI 전문 기업
단일세포 영역에서도 기업화 움직임이 빠르다. 앞서 살펴본 단일세포 파운데이션 모델 패러다임(2.2.4절)은 이제 학계를 넘어 산업에도 적용되어, 약물 반응 예측과 면역세포 표현형 분석 등 다층 세포 수준의 응용에 쓰인다.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도 빠르게 성장한다. NVIDIA의 BioNeMo는 신약개발용 AI 모델 개발을 위한 모듈형 라이브러리로, 256개 GPU에서 30억 매개변수 단백질 언어모델을 1조 토큰으로 약 4.2일에 학습한다 [40]. 또한 단백질과 항체를 직접 생성하는 전문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Generate:Biomedicines는 단백질 생성 모델 Chroma로 신규 구조를 샘플링해 310개 단백질을 실험으로 확인했고 [41], AI 설계 항체 GB-0669를 임상 1상에 진입시켰다 [42]. 2024년 9월에는 노바티스와 선급금 6,500만 달러 규모의 다중표적 단백질 치료제 협업을 맺었다 [36]. de novo 항체 설계에 특화한 Nabla Bio는 막단백질처럼 표적 하기 어려운 단백질을 겨냥한 항체를 생성해, 다케다와 누적 최대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두 번째 협업을 체결했다 [37]. Chai Discovery는 항체를 처음부터 생성하는 모델로 2025년 시리즈 B 1억 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43]. Profluent는 단백질 언어모델로 완전히 생성한 유전자가위 OpenCRISPR-1을 Nature에 발표하고 [44] 약 1억 6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단백질 생성 기반모델 ESM3의 EvolutionaryScale, 생성형 단백질 엔지니어링 플랫폼 Cradle Bio 등도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이들 계약과 투자 수치는 대부분 마일스톤 조건부 최대 규모이거나 회사 발표 기준이고, 신흥 기업의 핵심 성능은 아직 동료심사 전인 경우가 많아 사업화의 활발함과 근거의 성숙도는 구분해 보아야 한다. 발표된 계약·투자 규모와 검증 수준을 함께 놓고 보면 이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림 3). 주요 기업의 생성 대상과 사업화·검증 수준은 표 5에 정리했다.
그림 3. 생성형 AI 신약개발 사업화 지형: 발표 규모와 검증 수준
2.3.3. 국내 기업·기관 연구 동향과 검증 격차
국내에서도 생성형 AI 신약개발이 활발하다. 학계에서는 KAIST 연구진이 표적 단백질 결합 부위 기반의 3차원 분자 생성 프레임워크를 [45], 또한 결합 분자와 상호작용을 동시에 생성하는 확산모델 BInD를 Advanced Science에 보고했으며 [46], 이는 국내 생성형 분자설계의 초기 연구가 축적됐음을 뜻한다. 기업에서도 보도와 발표로 성과가 알려지고 있다. 히츠(HITS)는 생성형 소분자 설계 플랫폼을 [47], 스탠다임은 생성형 모델로 신규 소분자를 설계하는 모듈을 운영하며 [48], 갤럭스(Galux)는 de novo 항체 설계 플랫폼으로 구조 정보가 없는 표적에 대한 항체 설계를 보고했다 [49]. 이는 국내에서도 독자적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PHI-101은 AI 플랫폼에서 도출된 FLT3 저해제로,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1상이 등록·진행되었다(NCT04842370) [50]. AI 플랫폼 유래 후보가 임상에 진입한 국내 사례지만, 효능 수치는 회사와 언론 발표 기준이라 신중을 요한다. 이 밖에 온코크로스, 스탠다임, 신테카바이오 등이 플랫폼 기반 후보를 추진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전임상 또는 보도 단계에 있고 임상 단계 자산은 공식 확인이 제한적이다. 출처로 확인되는 국내 주요 기관과 기업의 생성 대상, 진전 단계, 근거는 표 6에 정리했다.

다만 검증의 격차가 분명하다. 갤럭스 등 신흥 기업의 핵심 성능은 아직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나 기업 발표 단계에 머물고, 임상에 진입한 생성형 설계 후보의 공개 트랙레코드도 제한적이다. 이 격차가 글로벌 최전선과 비교했을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과제는 무엇인지는 2.4.4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2.3.4. 오픈소스 모델과 공개 데이터셋 생태계
생성형 바이오 AI의 빠른 확산에는 개방형 생태계가 크게 기여했다. 핵심 생성·예측 모델의 상당수가 코드와 함께 공개되어 누구나 활용하고 재현할 수 있다. de novo 단백질 설계 모델 RFdiffusion과 단백질 언어모델 ESM/ESMFold가 대표적이다. 다만 AlphaFold3는 연구용으로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완전한 오픈소스는 아니므로, “공개 모델”과 “오픈소스”를 구분해야 한다 [8]. 데이터 측면에서도 AlphaFold 구조 데이터베이스, ChEMBL, PubChem, PDB, CELLxGENE 같은 공개 인프라(2.1.2절)가 학습의 토대를 이룬다. 이러한 개방성이 함께 제기하는 데이터 품질과 재현성 과제는 2.5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2.4. 연구·산업 생태계 변화와 국내 경쟁력
2.4.1. 연구 워크플로 자동화와 연구자 역할 변화
생성형 AI는 가설 생성과 후보 설계를 자동화함으로써 연구의 사이클을 압축한다. 신약 연구의 전형적 순환인 설계–합성–시험–분석(design–make–test–analyze, DMTA)에서 ‘합성(make)’ 단계가 흔히 병목이 된다. Schneider 등은 이 사이클 시간의 단축을 생성형 AI 신약개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6]. 이 병목을 줄이려고, 다음에 확인할 후보를 능동학습(active learning)으로 골라 DMTA를 폐루프로 잇는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 접근이 신약개발에서 부상하고 있다 [51]. 분석 단계에서도 단일세포 파운데이션 모델처럼 대규모 사전학습 모델이 기존 워크플로를 바꾸고 있다 [26]. 이에 따라 연구자의 역할은 후보를 직접 만들어 내는 일에서, 모델이 생성한 결과를 확인하고 해석하며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일로 옮겨 간다. 다만 Schneider 등이 지적했듯 AI는 연구자를 대체하기보다 보강(augment)하는 협력 파트너로 보는 관점이 적절하며 [6], 생성물의 타당성을 가리는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전체 속도를 좌우하는 율속 단계로 남는다. 생성이 값싸지고 빨라질수록,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지 가려내는 역량이 연구 생산성과 경쟁력을 가른다. 이어지는 데이터·평가체계(2.4.2절)와 가치사슬(2.4.3절) 논의도 이 역량 위에 있다.
2.4.2. 데이터 품질·표준화·평가체계의 중요성
생성형 모델의 성능과 신뢰성은 데이터와 평가체계의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 데이터가 기계가 찾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갖춰져야 한다는 FAIR 원칙은 데이터 자산의 가치와 재현성의 토대이며 [20], 이 토대가 부실하면 데이터 누수와 같은 함정이 성능을 부풀리고 재현성을 훼손한다 [9].
평가체계는 생성형 AI에서 특히 중요하다. 예측 모델은 알려진 정답에 맞추어 정확도를 잴 수 있지만, 생성 모델의 출력은 견줄 기준이 없어 정확도라는 잣대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가의 기준은 정답과의 일치가 아니라, 설계물이 실제로 기능하는 적중률과 실험 통과율로 옮겨 간다. 이때 공개 벤치마크를 그대로 쓰면 학습 데이터와 평가 데이터가 겹쳐 성능이 부풀려질 수 있어 [9], 골격(scaffold), 시점, 단백질 패밀리를 기준으로 둘을 분리하는 누수 인식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 자체가 신뢰를 잃으면 그 위에서 내린 비교와 의사결정마저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모델을 평가하고 보고하는 표준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 예컨대 임상 예측모델의 보고 표준인 TRIPOD+AI는 데이터·코드 공개와 공정성(fairness)까지 포괄하는 체크리스트로 검증 가능성을 제도화한다 [38]. 이러한 표준은 결과를 제3자가 재현하고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게 하여, 일회성 주장과 입증된 성과를 구분하는 장치가 된다. 멀티오믹스를 AI와 결합한 최근 리뷰도 데이터 조화(harmonization)와 재현성, 계산 예측과 실험 확인의 반복을 정밀 신약개발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 [31]. 결국 경쟁력의 원천은 모델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모델을 떠받치는 데이터의 품질과 표준화, 그리고 결과를 가려내는 평가체계에 있다.
2.4.3. 제약사·플랫폼 기업의 가치사슬 재편
AI 플랫폼 기업의 부상은 신약개발 가치사슬을 재편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와 AI 기업의 제휴가 늘고, 플랫폼 기업 간 통합도 일어난다. 표현체 기반의 Recursion이 생성형 화학의 Exscientia를 인수·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39]. 다만 가치사슬 효율을 가르는 궁극의 질문은 임상 성공률에 있다. AI가 발굴한 신약은 임상 1상에서 24건 중 21건(약 88%)이 성공해 업계 평균(40–65%)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효능을 가르는 임상 2상에서는 10건 중 4건(40%)으로, 같은 분석의 2상 평균 30–40%와 다르지 않았다 (그림 4) [10]. 게다가 이 분석에서 ‘성공’은 효능 종점 달성이 아니라 다음 단계 진입 이벤트로 정의되며, 중단 사례의 상당수는 효능 부족이 아니라 사업적·재정적 사유였다 [10]. 즉 생성형 AI는 가치사슬의 초기 단계인 발굴 효율을 끌어올렸으나, 후기 임상의 가치 창출은 아직 입증 단계에 있다. 기간과 비용 측면의 절감 효과도 거론되나, 발굴–개념증명 기간 35–50%와 비용 25–50% 절감 같은 수치는 시나리오 기반 추정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52].
그림 4. AI 발굴 신약의 임상 성공률(Jayatunga et al., 2024 [10])
2.4.4. 한국 바이오산업의 전략적 기회와 과제
국내에도 생성형 AI에 직접 닿는 플레이어가 늘고 있다. 앞서 2.3.3절에서 본 KAIST의 생성형 분자설계 연구와 히츠, 스탠다임, 갤럭스 같은 기업이 독자적 기술과 실증 데이터를 쌓아 왔다. 다만 산업 경쟁력의 관점에서 한국의 위치를 정직하게 보면, 기술과 인재는 글로벌 수준에 근접하되 근거의 성숙도에서 격차가 남는다. 임상에 진입한 생성형 설계 후보의 공개 트랙레코드와 수백 규모의 wet-lab 실험 누적이, de novo 단백질 설계의 RFdiffusion 계열 같은 글로벌 최전선에 견주면 가장 큰 공백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AI 신약개발 설문도 국내 기업의 도입 현황과 함께 이러한 과제를 짚었다 [53].
이 격차는 기술 자체보다 검증 인프라의 문제에 가깝다. 정부의 기존 AI 신약 지원은 주로 신약개발 일반(KDDF)이나 예측 모델(K-MELLODDY)에 맞춰져 있었다 [54, 55]. 반면 2026년 과기정통부가 신설한 「AI-네이티브 첨단바이오 자율실험실 사업」은 실험 설계부터 수행·분석까지 AI·로보틱스로 자동화·표준화해 첨단바이오 실험의 병목을 줄이고 연구실 단위의 AI 전환(AX)을 실현하려 한다 [56]. 이는 한국의 최대 공백인 대규모 wet-lab 검증을 정조준한 인프라 투자다. 해외에서는 정부도 생성형 설계에 직접 투자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AI 기반 단백질 설계를 가속하는 4,000만 달러 규모의 사업(USPRD)을 공모했다 [57]. 한국은 생성형 설계의 연구 저변을 학계와 스타트업(KAIST, 갤럭스 등)이 이미 만들어 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우선순위는 생성형 직접 지원보다 최대 공백인 검증 인프라에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국내외 정부 지원사업이 어느 지점을 겨냥해 왔는지는 표 7에 정리했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적 과제는 동료심사 출판, 임상 실증, 실험 스케일의 격차를 메우는 데 있고, 임상 유전체와 의료 도메인의 깊이를 생성형 설계 역량 및 검증 문화와 결합하는 데 기회가 있다. 기회의 자리는 더 구체적으로도 짚을 수 있다. 국내 산업이 강점을 가진 항체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반은 생성형 항체 설계가 쏟아 내는 후보를 실제로 만들어 시험해 볼 수 있는 접점이 된다. 다만 대규모 학습과 실증에 드는 연산 자원을 중소 바이오텍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은 wet-lab 검증 인프라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처럼 연구자의 역할에서 데이터와 평가체계, 가치사슬, 국내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생성형 AI는 연구와 산업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다만 그 변화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네 영역 모두에서 무엇을 믿고 검증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공통으로 놓여 있다 (표 8).

2.5. 기술·윤리·정책 과제와 대응 방안
생성형 AI의 성과가 쌓일수록, 그것을 신뢰하고 확인하며 규율하는 과제가 전면에 떠오른다. 이 절에서는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신뢰성과 재현성, 편향, 규제 과제를 다루고자 한다.
2.5.1. 생성 결과의 신뢰성·재현성·검증성 확보
생성형 모델의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결과가 그럴듯하되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 생성 모델은 비구조화 영역의 구조를 임의로 지어내기도 하고 [8], 생성된 후보의 상당수는 실제로는 기능하지 않아 wet-lab 실험으로 걸러내야 한다 [1]. 더 넓게 보면 이는 기계학습 기반 과학 전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데이터 누수는 17개 분야 최소 294편의 논문에서 확인되었고, 학습–평가 분리 실패부터 부적절한 특징 사용, 평가 표본의 비대표성까지 8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9]. 단백질 패밀리의 비독립적 분할이나 시간 누수처럼 바이오 데이터 특유의 누수도 여기에 해당하며, 이런 누수가 끼면 벤치마크 성적이 부풀려지고 독립 검증에서 재현되지 않는다.
다만 신뢰성 문제는 측정과 통제가 가능한 공학적 대상이기도 하다. 예컨대 거대언어모델의 환각 중 임의적 작화(confabulation)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들의 의미적 불확실성을 정량화하는 ‘시맨틱 엔트로피(semantic entropy)’로 탐지할 수 있다. 여러 질의응답 데이터셋과 모델에서 평균 AUROC 약 0.79의 탐지 성능이 보고되었다 [58]. 다만 이 방법은 임의적 작화에 한정되며 일관되게 틀리는 체계적 오류는 잡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58]. 결과를 낸 뒤에 신뢰성을 점검해서는 늦고, 설계 단계부터 검증을 내장해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성 결과의 근거를 추적 가능하게 남기고, 불확실하면 답을 보류(abstention)하며, 보고 표준으로 재현성을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그 예로 임상 예측모델의 보고 표준인 TRIPOD+AI는 데이터·코드 공개와 검증 절차를 요구하고 [38], 생명과학 ML의 재현성 표준은 제3자 재현 가능성을 신뢰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59].
2.5.2. 데이터 편향, 설명가능성, 안전성 이슈
신뢰성과 맞물린 세 가지 윤리적 과제가 있다. 첫째는 데이터 편향이다. 학습 데이터의 불균형과 대표성 부족은 생성·예측 결과에 그대로 전파되어, 특정 표적군이나 환자 집단에 치우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데이터를 찾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FAIR 원칙과 표준화가 이를 완화하는 토대가 된다 [20]. 둘째는 설명가능성이다. 신약개발 AI의 ‘블랙박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 XAI)가 사후 설명(post-hoc)과 자기 설명(self-explaining) 접근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는 규제 수용과 임상 신뢰 확보에 필수적이다 [60]. 셋째는 안전성이다. 분자를 생성하는 모델은 본질적으로 이중용도(dual-use) 위험을 안고 있다. 신약개발용 생성 모델의 독성 회피 목표를 정반대로 뒤집기만 하자, 6시간이 안 되어 알려진 신경작용제 VX를 비롯해 그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후보까지 약 4만 개의 독성 분자가 설계되었다. 실제로 합성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in silico 결과다 [61]. 생성 역량이 강력할수록 오용 가능성도 함께 커지므로, 모델 접근 통제와 합성 스크리닝, 사용 기록 같은 안전장치가 기술 자체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반대로 학습 단계에서 위험을 미리 차단한 사례도 있다. 유전체 생성 모델 Evo 2는 진핵생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유전체를 학습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해, 모델이 이런 바이러스 서열을 잘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설계 단계에서 안전장치를 내장했다 [25]. 국내에서도 합성 서열 스크리닝처럼 설계와 합성 사이에 두는 안전장치를 제도로 갖출 필요가 있다.
2.5.3. 규제·IP·프라이버시 보호 체계
제도적 장치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I 모델로 생성된 데이터가 규제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때 적용할 위험 기반 신뢰성(credibility) 평가 프레임워크를 초안으로 제시했다 [62]. 유럽연합은 포괄적 AI 규제인 AI Act로 규제 제품의 안전 구성요소와 특정 용도의 AI를 고위험으로 분류한다 [63]. 2026년 개정법은 주요 고위험 AI 의무의 적용 시점을 Annex III 해당 시스템은 2027년 12월 2일, Annex I 해당 시스템은 2028년 8월 2일로 연기했다 [64]. 지식재산 측면에서는 미국 특허청(USPTO)이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으며 자연인의 ‘상당한 기여’가 있는 AI 보조 발명만 특허 대상이라고 명확히 해 [65], 생성형 AI가 설계한 분자와 서열의 권리 귀속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던졌다.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바이오와 의료 데이터의 가명화와 적법한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데이터 활용과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남긴다. 국내에서도 규제 정비가 이미 시작되었다. 식약처는 2025년 1월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낸 데 이어, 2026년 6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디지털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66]. 후자는 환각과 임상 정보의 누락, 입력 맥락 오인식, 사용자 과신뢰, 데이터 편향, 장기 대화의 맥락 누락, 출력 비결정성까지 일곱 가지 위해요인을 짚고 각각에 위험통제와 성능 검증 지표를 붙였으며, 파운데이션 모델 교체나 프롬프트 재구성 같은 변경이 중요한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아홉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한다 [66]. 다만 이 기준이 다루는 것은 의료기기이고, 생성형 모델이 만들어 낸 근거를 신약 심사에서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별도의 기준이 없다. 보건의료 데이터를 가명처리해 활용하는 현행 제도가 대규모 학습 데이터 구축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모델을 쓰는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공개된 모델이라도 상업적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2.3.4절), 국내 기업은 파이프라인에 올리기 전에 라이선스를 확인해야 한다. 데이터, 보고, 재현성, 규제, 지식재산 층위의 주요 프레임은 표 9에 정리했다.

2.5.4 인프라·인력 양성·국가 거버넌스 전략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려면 기술을 넘어선 체계가 필요하다. 인프라에서는 생성 결과를 걸러 낼 대규모 wet-lab 검증 역량을 가장 먼저 채워야 한다. 2.4.4절에서 짚었듯 기술과 인재는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으나 실험 근거의 누적에서 격차가 남아 있고, 2026년 신설된 자율실험실 사업이 이 지점을 겨냥한다 [56]. 실험을 표준화해 자동화하면 처리량이 늘고, 실패한 실험까지 표준 형식으로 남아 다음 모델의 학습 자산이 될 수 있다. 연산과 데이터 기반도 함께 가야 하며, 공개 저장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국내 임상 유전체와 의료 데이터를 FAIR 원칙에 맞춰 정비하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20].
인력에서는 도메인 지식과 AI 역량에 더해 결과를 비판적으로 가려내는 능력까지 갖춘 인재를 길러 내야 한다. 생성 모델이 후보를 값싸게 쏟아 내면서 병목이 걸러 내는 단계로 옮겨 갔고, 연구자의 일도 확인과 해석, 우선순위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6]. 그러므로 교육과 훈련도 모델을 다루는 기술에 머물지 말고, 데이터 누수를 알아보고 [9] 벤치마크 성적과 실험으로 확인된 결과를 구분하는 역량까지 담아야 한다.
거버넌스에서는 흩어진 표준과 규제를 국가 차원에서 하나로 엮는 일이 남는다. 보고 표준 TRIPOD+AI [38], 재현성 표준 [59], FDA의 신뢰성 평가 프레임 [62]과 EU AI Act [63]는 각각 다른 층위를 다루는데, 이를 따로 도입하면 같은 근거를 기관마다 다른 형식으로 다시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연구비 산출물 요건과 규제 심사 기준이 같은 검증 언어를 쓰도록 맞출 때, 인프라와 인력, 거버넌스가 하나의 목표로 맞물린다.
3. 결론
3.1. 생성형 AI가 이끄는 바이오·신약개발의 구조적 전환
생성형 AI는 바이오·신약개발을 가설·경험 중심에서 데이터·모델 기반의 설계 중심으로 옮기는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단백질과 항체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새로운 화합물을 생성하며, 그 결과가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본 보고서가 단계마다 확인했듯, 이 전환의 성숙도는 균일하지 않다. in silico 생성에서 wet-lab 실험, 다시 임상으로 갈수록 관문을 통과하는 사례는 줄어들고 요구되는 근거의 강도는 높아지며, 가장 앞선 사례도 2a상에서 안전성을 우선 확인한 뒤 3상에 진입했으며, 효능 확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3, 4]. 즉 생성형 AI는 발굴의 속도와 규모를 확실히 바꾸었으나, 그 결과의 가치를 끝까지 증명하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과제는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생성이 후보를 값싸게 쏟아 낼수록 이를 실험 전에 걸러 낼 in silico 시뮬레이션의 가치가 커지는데, 세포의 거동과 섭동 반응을 예측하는 AI 가상세포(virtual cell) 구상이 그 방향이다 [67]. 나아가 생성·시뮬레이션·실험을 스스로 잇는 에이전트형 AI는 앞서 본 자율실험실을 한 단계 확장한다 [68]. 다만 가상세포는 그 예측이 실제와 맞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에이전트는 환각과 오류 통제라는 과제를 새로 안는다. 생성에서 시뮬레이션, 자율 실행으로 나아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은 넓어지지만, 무엇을 신뢰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한 층 더 깊어진다 (그림 5).
그림 5. 생성에서 시뮬레이션, 자율 실행으로: 넓어지는 능력과 깊어지는 검증
3.2.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핵심 전략
따라서 지속 가능한 혁신의 관건은 생성한 것을 얼마나 신뢰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검증을 사후 점검에 그치지 말고 설계 단계에 내장해야 한다. 근거를 추적 가능하게 남기고, 불확실하면 보류하며, 보고 표준으로 재현성을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38]. 둘째, 모델 못지않게 데이터의 품질·표준화와 평가체계에 투자해야 한다. 셋째, 성과를 정직하게 평가해 과장과 입증된 사실을 구분하는 규율이 생태계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신뢰성은 혁신의 제약이 아니라, 혁신이 임상과 시장에서 실제 가치로 전환되기 위한 전제다.
이 세 가지 규율은 다음 국면에서 더 중요해진다. 생성형 AI는 단백질과 분자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했으며, 다음 단계는 생성·시뮬레이션·실험을 연결하는 자율 에이전트 기반 연구 플랫폼이다 [68]. 에이전트는 문헌 조사와 후보 설계, 실험 계획과 결과 해석을 스스로 잇는 폐루프를 지향하며, 자율실험실은 그 물리적 실행부에 해당한다 [51]. 다만 이 국면에서도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은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수행한 의사결정을 신뢰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와 평가체계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과 근거를 남기는 방식을 함께 설계할 때, 자율성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
3.3. 연구자·산업·정책을 위한 실행 제언
앞선 논의를 독자군별 실행 과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연구자: 생성 결과를 반드시 wet-lab 실험과 외부 데이터로 확인하고, 데이터 누수를 차단하며, TRIPOD+AI와 같은 보고 표준에 따라 데이터와 코드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38]. 인용과 근거의 확인을 워크플로에 내장해 신뢰를 기본값으로 삼는다.
• 산업계: 회사 발표 수치를 과장 없이 투명하게 보고하고, 초기 발굴 효율을 넘어 후기 임상에서의 효능과 가치를 입증하는 데 집중한다. 데이터 품질과 검증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는다.
• 정책 입안자: 데이터 거버넌스와 평가체계를 제도화하고, 규제와 지식재산 체계를 국제 동향(FDA의 신뢰성 평가 프레임 [62], EU AI Act, AI 발명자성 지침)에 맞춰 정비하되, 식약처의 평가 기준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제도를 함께 손보며 도메인·AI·검증 역량을 겸비한 융합 인재 양성을 지원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생성형 설계 역량의 동료심사 출판, 임상 실증, 실험 스케일 격차를 메우는 지원이 필요하다.
생성형 AI 시대 바이오의 경쟁력은 결국 무엇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 내는가가 아니라, 만들어 낸 것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입증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대를 과장하지도, 가능성을 폄하하지도 않는 비판적 낙관이야말로 생성형 AI를 바이오의 지속 가능한 동력으로 만드는 길이다.
[AI 도구 활용 내역] Anthropic. (2026), Claude (Claude Opus 4·Claude Code, 활용일자 2026.05. ~ 2026.07.), 문헌 검색과 참고문헌의 DOI·서지 교차검증, 문단 구조 재정렬, 중복 표현 정리, 학술적 문체 교정, 그림의 개념 구성 및 시각화 초안 작성에 활용하였습니다. 생성된 초안은 저자가 사실관계와 출처의 정확성, 주장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직접 검증·검토하고 전면 재구성하여 본 보고서에 수록하였으며, AI 생성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4.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저자 김가경(Bioinformatics·임상데이터·AI 융합 전문가) 약력 싸이토젠 진단사업부 수석연구원 (2025년~현재) 테라젠바이오 생정보부 및 임상분석팀 부장 마크로젠 임상분석 및 사업개발 책임연구원/차장 연세대학교·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후연구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국립보건연구원 연구원 학력 성균관대학교 분자의과학 박사(2011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 석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학·경영학, 동국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사 주 연구 분야 및 관심사 임상 바이오마커 발굴 및 검증: NGS 기반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활용한 질환별 바이오마커 발굴과 임상적 유효성 검증 AI 기반 정밀의료: 머신러닝·딥러닝 기반 바이오데이터 분석 및 임상 의사결정 지원 기술 개발 바이오데이터 품질관리 및 표준화: 임상 및 멀티오믹스 데이터의 품질관리(QC) 체계 구축과 분석 파이프라인 표준화 데이터 기반 바이오 협력 생태계: 산·학·연·병 협력을 통한 바이오데이터 활용 모델 구축 및 연구·사업화 전략 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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