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참관기 BRIC VIEW BRIC View 2026-C16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 학회 참관기
학회참관기 BRIC VIEW BRIC View 2026-C16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 학회 참관기
이욱재(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분자과학기술학과)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 2026은 암 신약의 표적 발굴에서 임상개발 및 규제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다룬 신약개발 전문 학회였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된 개념은 단순히 새로운 표적이나 새로운 치료 modality를 발굴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보장할 수 없으며, 표적의 생물학적 타당성, 적절한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 약물의 작용기전, 약동학·약력학, 초기 임상시험에서의 환자별 반응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글로벌 항암제 임상개발 세션에서는 한국, 호주,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임상시험 인프라와 규제 환경이 비교되었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초기 임상시험 역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이 강조되었다. 실제 신약개발 사례에서는 HER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 HER2 억제제 zongertinib과 NPM1 돌연변이 또는 KMT2A 재배열 급성골수성백혈병을 대상으로 하는 menin 억제제 ziftomenib의 개발과정을 통해 표적 생물학의 이해가 후보물질 설계와 환자 선별로 이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p-value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작용기전, 표적 결합 여부, 약력학적 변화, 종양 축소 및 바이오마커와의 연관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세션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었다. 바이오마커, 공간분자분석, liquid biopsy, AI 기반 영상 및 데이터 분석은 이러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제시되었다. 신약 표적 측면에서는 전통적으로 약물화가 어렵다고 평가되던 전사인자 및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covalent ligand, molecular glue, targeted protein degradation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조절하려는 연구가 소개되었다. 동시에 잘못된 chemical probe 사용이 생물학적 결론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와 정확한 drug mechanism of action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면역항암 분야에서는 차세대 CAR-T, 특히 in vivo CAR-T가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 기존 ex vivo CAR-T 제조에서 사용되는 극히 일부의 말초혈액 T 세포뿐 아니라 체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를 직접 유전적으로 변형할 가능성이 논의되었으며, 표적화된 lentiviral vector와 mRNA-LNP를 이용하는 전략, 면역원성, 표적 특이성, lymphodepletion과 같은 해결 과제가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종양미세환경에서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된 masked cytokine과 면역조절 단백질은 전신 독성을 줄이면서 종양 선택적인 면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종합적으로 AACR D3 2026은 특정 기술이나 치료제 하나를 소개하는 학회라기보다, 기초적인 표적 발굴부터 환자 선별, 치료제 설계, 임상시험 및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암 신약개발의 전체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는 학회였다. 특히 연구성과를 실제 환자 치료제로 연결하고자 하는 중개연구자에게 매우 유용한 학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목 차
1. 서론
1.1. AACR D3 2026의 출범과 학회 구성
1.2. 암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2. 본론
2.1. 글로벌 항암제 개발 생태계의 변화
2.1.1. 한국·호주·일본·중국의 임상개발 환경
2.1.2. Zongertinib과 Ziftomenib을 통해 본 정밀 신약개발
2.2. 초기 임상개발과 바이오마커의 중요성
2.2.1. 임상시험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2.2.2. 바이오마커를 통한 환자 선별과 개발 위험 감소
2.2.3. AI와 정밀의학을 이용한 환자 수준의 의사결정
2.3. 유전학에서 새로운 치료표적까지: 암 신약개발의 확장
2.3.1. Genetics as the Rosetta Stone for Cancer Therapeutics
2.3.2. 전사인자를 직접 조절하는 Proximity Pharmacology
2.3.3. Chemical Probe와 정확한 작용기전 규명의 중요성
2.3.4. 새로운 암 취약성의 발굴
2.4. Liquid Biopsy를 활용한 정밀 종양학
2.4.1. ctDNA에서 cfRNA로의 확장
2.4.2. 치료 반응 및 내성 모니터링을 위한 Liquid Biopsy
2.5.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CAR-T 치료
2.5.1. Ex vivo CAR-T 제조의 한계와 In vivo CAR-T
2.5.2. 표적화 Vector와 면역원성 문제
2.5.3. T-cell 근위부 신호전달을 활용한 차세대 CAR 설계
2.5.4. 종양 선택적 Cytokine 및 단백질 치료제
3. 총평
4. 참고문헌
1. 서론
1.1. AACR D3 2026의 출범과 학회 구성
2026년 7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는 암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기초연구와 임상개발, 산업 및 규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여 다룬 학회였다. 일반적인 대규모 암학회가 암 생물학, 면역학, 임상시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폭넓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AACR D3는 보다 명확하게 “좋은 과학적 발견을 어떻게 실제 신약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다. 학회는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교육 세션, plenary session, keynote lecture, panel discussion, biotech spotlight 및 poster session 등이 함께 운영되었다.
그림 1.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 2026 학회장 전경
첫날부터 이러한 학회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Global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Progress, Challenges, and the Path Forward”에서는 한국, 호주,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의 항암제 임상개발 환경이 비교되었으며, 이어진 “Case Studies in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에서는 특정 암의 분자적 취약성을 바탕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임상개발로 연결하는 과정이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되었다.
이후 프로그램 역시 바이오마커와 첨단 진단기술, 기존에 약물화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표적의 공략, AI, CAR-T, 다중특이성 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 및 표적단백질 분해 등 현대 신약개발의 주요 주제를 체계적으로 연결하였다. 특히 대학 연구자와 제약회사, 바이오텍 연구자가 동일한 신약개발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논의하는 세션이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2. 암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학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새로운 분자를 만드는 것”과 “새로운 의약품을 만드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었다. 뛰어난 전임상 효능을 보이는 후보물질이 존재하더라도 적절한 환자집단을 정의하지 못하거나, 실제 환자에서 표적이 충분히 억제되었는지 입증하지 못하거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용량 범위를 결정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치료제로 발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대의 암 신약개발은 표적 발굴, 약물 설계, 바이오마커 개발, 임상시험 설계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선형 과정이라기보다 이 요소들이 초기 단계부터 동시에 고려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 여러 연자가 mechanism of action (MoA), target engagement, pharmacokinetics (PK), pharmacodynamics (PD), efficacy, safety 및 biomarker를 하나의 연결된 정보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기초연구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암 표적을 발굴했을 때 단순히 해당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암세포가 사멸했다는 결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표적을 실제 약물로 조절할 수 있는지, 정상세포와 암세포 사이에 치료창이 존재하는지, 환자 중 어떤 집단에서 그 표적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지를 초기부터 고려해야 한다. AACR D3는 바로 이러한 질문을 기초연구 단계에서부터 제기해야 성공적인 중개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학회였다.
2. 본론
2.1. 글로벌 항암제 개발 생태계의 변화
2.1.1. 한국·호주·일본·중국의 임상개발 환경
한국, 임석아 교수(서울대학교병원)
호주, Anthony Joshua (Garv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일본, Takafumi Koyama (National Cancer Center Japan)
중국, Li Yan (US Chinese Anti-Cancer Association)
첫 번째 교육 세션에서는 각 국가가 가지고 있는 임상시험 및 항암제 개발 생태계의 장단점을 비교하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석아 교수의 발표에서는 한국의 건강보험체계, 임상시험 인프라, 규제기관과 보험체계가 항암제 개발과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루어졌다. 한국에서는 암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제도가 구축되어 있으며, 2017년 이후 임상 NGS가 도입되면서 정밀의료를 위한 유전체 검사 활용도 빠르게 증가하였다. 동시에 국내에서 수행되는 1상 임상시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한국이 중요한 초기 항암제 임상시험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반면 임상시험 결과가 실제 의약품 승인과 급여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언급되었다.
호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초기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국가로 소개되었다. 특히 Victoria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 및 병원의 임상연구 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며, 국가 차원의 윤리심의 체계와 연구개발 세제 혜택 등이 바이오텍의 초기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요소로 언급되었다. 그러나 연구기관, 임상시험 네트워크 및 산업 구성요소가 서로 분절될 경우 현재의 경쟁력이 쉽게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일본의 사례에서는 precision medicine과 함께 이른바 “drug loss” 문제가 강조되었다. 최근 수년간 일본에서도 항암제 1상 임상시험이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하게 개발되는 일부 혁신 신약이 일본에서 충분히 빠르게 개발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SAKIGAKE와 같은 신속심사제도 및 PMDA와의 적극적인 협의가 소개되었다. J-PDX Library Project와 ATLAS Project 등 일본 고유의 환자·종양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인프라 역시 자국 환자에게 최적화된 신약개발의 중요한 기반으로 논의되었다.
중국의 경우 지난 수년 동안 임상시험 규모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 것이 강조되었다. 발표에서는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임상시험 수가 약 4.3배 증가하였다는 자료가 제시되었다. CRO, 제조 인프라, 상대적으로 빠른 실험 수행과 비용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중국의 바이오 산업이 신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한 신약개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션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신약개발 경쟁력이 단순히 우수한 과학자의 수나 개별 연구기관의 연구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환자 접근성, 규제기관과의 상호작용, 연구비 지원, CRO와 제조시설, 병원의 임상연구 인프라, 지식재산권 관리 및 기업과 대학 간 기술이전 속도가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즉, 신약개발은 개별 연구자의 연구성과뿐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학회 토론에서도 중국의 빠른 성장과 이에 대한 미국 및 다른 국가의 대응이 중요한 주제로 논의되었다. 중국을 단순하게 배제하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느린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학마다 서로 다른 IP 정책과 복잡한 계약과정으로 인해 학계에서 발견된 연구성과가 산업으로 이전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는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1.2. Zongertinib과 Ziftomenib을 통해 본 정밀 신약개발
Zongertinib Preclinical, Ralph A. Neumüller (Boehringer Ingelheim)
Zongertinib Clinical, John V. Heymach (The 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
Ziftomenib Preclinical, Francis Burrows (Kura Oncology)
Ziftomenib Clinical, Eunice S. Wang (Roswell Park Comprehensive Cancer Center)
실제 신약개발 사례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HER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개발된 zongertinib이었다. HER2는 유방암에서 잘 알려진 치료표적이지만 폐암에서는 HER2 과발현, 증폭 및 돌연변이가 각각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보일 수 있다. 특히 HER2 exon 20 insertion 중 YVMA insertion과 같은 변이는 kinase 구조를 변화시키며 암 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
HER2 선택적 저분자 억제제를 개발할 때의 핵심 문제는 EGFR과 HER2 kinase domain의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HER2를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정상 wild-type EGFR은 가능한 한 억제하지 않는 치료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정상 EGFR까지 강하게 억제하면 약물 자체의 효과와 별개로 치료 관련 독성이 증가하여 충분한 약물 노출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이용하여 HER2에 높은 활성을 가지면서 wild-type EGFR에 대한 영향을 줄이는 전략이 zongertinib 개발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 사례를 통해 특정 kinase를 억제한다는 단순한 전략을 넘어 같은 유전자 내에서도 돌연변이의 위치와 종류에 따라 단백질 구조와 약물 결합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HER2-positive cancer”라는 광범위한 분류보다 어떤 HER2 alteration이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구별하여 치료제를 개발하고 환자를 선별해야 하는 precision oncology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두 번째 사례인 ziftomenib은 NPM1 돌연변이 및 KMT2A rearrangement가 존재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menin inhibitor였다. 해당 분자적 이상은 AML의 상당 부분에서 백혈병 발생을 유지하는 전사프로그램과 관련되어 있으며, menin을 억제함으로써 이러한 비정상적인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다.
발표에서는 약물 처리 이후 MEIS1 발현이 크게 감소하고 ITGAM과 같은 분화 관련 표지자가 증가하는 변화가 소개되었다. 이는 단순한 세포독성뿐 아니라 암세포의 전사 상태 자체를 변화시키는 약리작용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었다. 동시에 menin의 gatekeeper mutation과 같은 약물내성 가능성이 논의되었고, ziftomenib에 의해 menin 단백질 양 자체가 감소하는 현상 역시 제시되었다.
Zongertinib과 ziftomenib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한 molecular driver를 정의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설계하며, 해당 driver를 가진 환자를 임상시험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정밀 항암제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면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접근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2.2. 초기 임상개발과 바이오마커의 중요성
2.2.1. 임상시험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Richard Pazdur (Silver Spring, Maryland, 전 FDA Oncology Center of Excellence Director)와의 Fireside Chat은 신약개발과 규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특히 인상적인 세션이었다. 그는 FDA에서 오랜 기간 항암제 개발과 승인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개발 관행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임상개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공식 프로그램에서도 Richard Pazdur가 7월 22일 Fireside Chat의 중심 연자로 참여하였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표현은 “fail trial is not a fail drug”이었다. 동일한 PD-1 또는 PD-L1 기반 치료제라 하더라도 특정 암종이나 환자군에서는 음성 결과가 나타나고 다른 집단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임상시험 실패를 곧바로 표적이나 치료제 자체의 실패로 해석하기보다 어떤 환자에서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논의와도 연결되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단순히 p-value만을 기준으로 후보물질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overall survival, progression-free survival, 종양 크기의 변화, 바이오마커 및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작은 환자집단에서 얻은 제한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개발단계로 진입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일 통계지표보다 전체 데이터의 생물학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2.2.2. 바이오마커를 통한 환자 선별과 개발 위험 감소(발표자: Kurt A. Schalper, Yale University; Daisuke Okajima, Daiichi-Sankyo; Aditya Bardia, UCLA David Geffen School of Medicine)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은 이번 학회의 여러 임상개발 세션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Kurt A. Schalper (Yale University)는 고차원 공간분자분석(high-dimensional spatial molecular analysis)을 이용하여 종양조직 내 표적과 미세환경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치료표적의 발굴과 신약개발 위험 감소에 활용하는 접근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첫날 Case Studies in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세션에서 소개된 TROP2-targeted antibody-drug conjugate인 datopotamab deruxtecan (Dato-DXd)의 개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Daisuke Okajima (Daiichi-Sankyo)가 전임상 개발을, Aditya Bardia (UCLA David Geffen School of Medicine)가 임상 개발을 소개하였다. TROP2와 같은 종양 표적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서는 단순히 표적의 양성 또는 음성 여부뿐 아니라 표적 발현 수준과 종양 내 이질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 환자군을 정의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
또한 초기 임상개발에서는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서 예상한 mechanism of action을 나타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이 종양조직에 충분히 도달하는지, 표적과 결합하여 예상한 signaling pathway를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이러한 pharmacodynamic 변화가 항종양 효과 및 독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PD study와 early biological signal은 이후 용량 최적화 및 환자 선별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러한 biomarker-driven development는 새로운 약물의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 임상시험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어떤 환자집단에서 반응이 있었고 어떠한 분자적 특성이 비반응군과 달랐는지를 확인하면 후속 임상시험의 inclusion criteria를 보다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2.2.3. AI와 정밀의학을 이용한 환자 수준의 의사결정
바이오마커와 함께 AI 역시 여러 세션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 영상, 병리, 유전체 및 임상데이터가 빠르게 축적되면서 기존 통계모델만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다차원 데이터를 AI와 machine learning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었다.
Issam El Naqa (Moffitt Cancer Center)의 발표에서는 MRI-Linac 등의 영상자료를 이용한 deep-learning radiomics와 precision radiation oncology에서의 human-AI interaction이 소개되었다. 공식 프로그램에서도 해당 날짜에는 바이오마커 및 첨단 진단기술을 치료제 선택에 연결하는 plenary session이 구성되어 있었다.
토론에서는 평균적인 환자를 설명하는 모델보다 개별 환자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특히 불균형한 임상데이터를 평가할 때 ROC curve만을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문제와 precision-recall curve와 같은 다른 평가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결국 precision medicine의 최종 목표는 평균적인 치료반응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환자가 어떤 치료에 가장 높은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한편 synthetic data를 생성해 부족한 환자데이터를 보완하는 접근에 대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생성된 데이터가 실제 환자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편향된 모델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AI가 암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AI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의 품질과 임상적 질문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3. 유전학에서 새로운 치료표적까지: 암 신약개발의 확장
2.3.1. Genetics as the Rosetta Stone for Cancer Therapeutics(발표자: William G. Kaelin , Dana-Farber Cancer Institute)
학회 마지막 날에는 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William G. Kaelin 교수가 “Genetics as the Rosetta stone for cancer therapeutics”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진행하였다. 암의 발생기전을 이해하는 데 유전학이 어떻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이러한 지식이 다시 새로운 치료표적의 발굴과 정밀의학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연이었다. 특히 학회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던 ‘좋은 신약개발은 좋은 biology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표 중 하나였다.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표현은 “Studying cancer without genetics on your side”였다. 암을 조직학적 형태나 치료반응만으로 이해하려 할 경우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종양이라도 실제로는 전혀 다른 molecular driver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서로 다른 암종에서도 공통적인 유전적 취약성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암에서 관찰되는 유전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암을 분류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어떤 변화가 암의 발생과 생존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driver인지 구별하고 이를 치료표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전학은 복잡한 암 생물학을 해석하기 위한 일종의 ‘Rosetta stone’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림 2. 암 연구에서 유전학의 중요성
이러한 관점은 정밀 항암제 개발의 기본 원리와도 직접 연결된다. 특정 유전적 이상이 암세포의 선택적 의존성을 만든다면, 해당 취약성을 표적하는 치료제를 설계하고 그 유전적 특징을 가진 환자를 선별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앞서 소개된 HER2 변이, NPM1 돌연변이 및 KMT2A 재배열과 같은 사례와도 연결되며, 암 유전학이 단순한 기초생물학적 지식을 넘어 신약 후보물질의 선택, 바이오마커 개발 및 임상시험 환자 선별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Kaelin 교수는 진지한 학술적 메시지 사이에 Eli Lilly and Company와 관련된 개인적인 일화도 소개하여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Kaelin 교수는 2012년 Eli Lilly and Company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회사와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당시와 비교해 크게 상승한 Eli Lilly and Company의 장기 주가 그래프를 함께 제시하였다. 학회장에서 복잡한 암 유전학과 신약개발 이야기를 듣던 중 등장한 예상 밖의 주식 이야기는 매우 유쾌한 장면이었으며, 기초과학의 발견이 성공적인 치료제와 제약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색다른 방식으로 환기시켰다.
그림 3. 학회 강연 중 소개된 Eli Lilly and Company의 성장에 관한 유쾌한 일화
개인적으로 이 강연은 이번 학회의 성격을 잘 압축해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technology나 modality 자체에 집중하기에 앞서 암세포가 왜 특정 유전자와 경로에 의존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그 biology가 충분히 강할 때 비로소 새로운 약물과 임상개발 전략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후 이어진 전사인자, molecular glue, targeted protein degradation과 같은 새로운 신약개발 전략 역시 결국은 이러한 암의 유전적·분자적 취약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고 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었다.
2.3.2. 전사인자를 직접 조절하는 proximity pharmacology
전통적으로 전사인자는 저분자 약물로 조절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undruggable target”으로 간주되어 왔다. 효소와 달리 명확한 catalytic pocket이 없는 경우가 많고 DNA 또는 다른 단백질과 넓은 표면을 이용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AACR D3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생물학적 접근법이 소개되었다. 공식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별도의 “Drugging the Undruggable - Transcription Factors” 세션으로 구성하였으며 Michael A. Erb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등이 발표자로 참여하였다.
Michael Erb의 “Proximity pharmacology and transcription factor drug discovery”에서는 FOXA1을 비롯한 전사인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절하는 전략이 소개되었다. FOXA1 C258을 표적으로 하는 stereoselective covalent ligand가 전사인자의 DNA motif recognition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는 전사인자의 활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대신 특정 DNA sequence와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변화시키는 약리학적 접근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molecular glue의 개념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기존 inhibitor가 단백질의 active site를 직접 차단하는 것과 달리 molecular glue는 원래 약한 두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안정화하여 새로운 생물학적 결과를 유도한다. 작은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이용하여 특정 단백질이 CRBN과 cooperative binding 하도록 만들거나, 기존 ligand의 특성을 이용해 선택적인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접근들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약물이 결합할 만한 포켓이 있는가”라는 전통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작은 분자가 새로운 단백질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방향으로 신약개발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3. Chemical probe와 정확한 작용기전 규명의 중요성
Paul Workman (The Institute of Cancer Research)의 발표에서는 항암제 개발의 높은 실패율과 이를 낮추기 위한 integrated bioscience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발표자료에서는 1상 임상시험에서 실제 FDA 승인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승인 의약품 하나당 개발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암 분야의 신약개발 실패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적절한 바이오마커가 존재하는 경우 임상개발 성공 가능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AKT와 같은 암 유발 단백질을 대상으로 fragment-based drug design을 이용하여 매우 작은 화학구조에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결합력과 선택성을 증가시키는 접근이 소개되었으며, 새로운 암 표적을 발굴한 이후에는 kinase profiling 등 광범위한 선택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이어 Jason M. Sheltzer (Stanford University)의 발표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신약개발의 재현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생물학 연구에서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chemical probe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알려진 것과 다른 표적에 작용하거나 선택성이 부족한 화합물이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PubChem과 같이 수많은 화합물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지만 각 화합물의 실제 mechanism of action을 정확하게 정리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는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시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ompoundVALET.ai와 같은 AI 기반 시스템을 이용하여 문헌에 존재하는 화합물과 표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평가하려는 접근이 소개되었다.
이 발표는 신약개발에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것만큼 기존 화합물이 무엇을 실제로 표적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잘못된 chemical probe를 이용하면 해당 단백질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잘못된 결론이 내려지고, 이러한 결론을 기반으로 많은 시간과 연구비가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4. 새로운 암 취약성의 발굴(발표자: Eric Spinetti, STARX Therapeutics)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는 연구 역시 흥미로웠다. Glioblastoma에서는 EGFR alteration이 매우 흔하지만 EGFR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전략의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EGFR이라는 receptor 자체보다 EGFR이 의존하는 downstream 또는 interacting node를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었다.
Dark kinase dependency screening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다수의 후보 중 STK17A가 잠재적 표적으로 도출되었다. STK17A가 EGFR과 직접 결합하고 kinase activity를 통해 Akt-mTOR signaling을 유지한다는 결과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잘 알려진 oncogene 자체만 반복해서 표적화하는 대신 암세포가 해당 oncogenic signaling을 유지하기 위해 의존하는 새로운 취약성을 발굴하는 방식이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4. Liquid biopsy를 활용한 정밀 종양학
2.4.1. ctDNA에서 cfRNA로의 확장
Maximilian Diehn (Stanford University)은 “Advances and impact of circulating molecular biomarkers in oncology drug development”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liquid biopsy가 암 신약개발 및 정밀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소개하였다. Liquid biopsy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circulating tumor DNA (ctDNA)는 종양조직을 반복적으로 생검하지 않고도 혈액에서 암의 유전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 활용범위는 치료 대상 환자의 특정 돌연변이를 선별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치료반응 추적, minimal residual disease 평가 및 치료 후 재발 위험 측정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임상시험에서 종양 크기의 변화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분자 수준의 치료반응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DNA뿐 아니라 cell-free RNA 또는 extracellular RNA 분석으로 liquid biopsy를 확장하는 연구도 소개되었다. RARE-Seq과 같은 cfRNA sequencing 접근을 이용하면 종양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발현 변화나 lineage transformation을 혈액에서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EGFR-mutant 폐암이 치료과정에서 small-cell lung cancer 형태로 전환되거나 MET amplification과 같은 새로운 내성기전을 획득하는 경우 이러한 변화를 cfRNA에서 검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연구주제로 제시되었다.
2.4.2. 치료 반응 및 내성 모니터링을 위한 liquid biopsy(발표자: Maximilian Diehn, Stanford University)
Liquid biopsy의 장점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 종양의 시간적 변화를 반복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양조직 biopsy는 침습적이기 때문에 치료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기 어렵지만 혈액 또는 소변을 이용하면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cfRNA의 경우 혈중에서 얼마나 빠르게 제거되는지, 치료 후 검출되는 RNA signal이 현재의 종양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와 같은 새로운 질문도 존재한다. 발표에서는 일부 환자에서 RNA signal이 수주간 지속될 가능성도 논의되었다.
또한 비뇨생식기계 종양에서는 혈액뿐 아니라 소변에서 cfRNA를 분석하는 접근도 소개되었다. 암의 위치에 따라 가장 많은 정보를 포함하는 체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liquid biopsy가 “혈액검사”라는 제한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암종별로 최적화된 다양한 체액 기반 분자진단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2.5.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CAR-T 치료
2.5.1. Ex vivo CAR-T 제조의 한계와 in vivo CAR-T
CAR-T 분야에서는 “Super CARs - Future of CAR-T Cell Therapy” 세션이 특히 흥미로웠다. 공식 프로그램상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Saar I. Gill이 in vivo CAR-T에 대해 발표하였고, Robbie G. Majzner (Dana-Farber Cancer Institute)가 차세대 CAR-T를 다루었다.
Saar I. Gill의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CAR-T 치료에서 quantity와 quality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것이었다. 실제 백혈병 환자에서 단일 T-cell clone이 매우 크게 증식할 수 있다는 사례는 치료제 제조 단계에서 단순히 많은 수의 T 세포를 확보하는 것보다 증식능력과 지속성이 높은 세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분리한 이후 CD3 항체 등을 이용하여 활성화하고, viral vector를 통해 CAR 유전자를 전달한 뒤 증식하여 환자에게 재투여하는 ex vivo 제조방식에 기반한다. 이 과정은 이미 높은 임상적 효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제조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충분한 고품질 T 세포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CAR 유전자를 체내의 T 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in vivo CAR-T가 새로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체내에는 말초혈액뿐 아니라 조직에 훨씬 많은 수의 T 세포와 다양한 면역세포가 존재한다. 발표에서 제시된 흥미로운 질문은 현재 CAR-T 제조가 주로 혈액 내의 소수 T 세포를 이용하고 있는데, 만약 조직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이들이 암 면역치료에 더 적합한 effector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기존 ex vivo CAR-T 제조방식과 체내에서 직접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하는 in vivo CAR-T 전략의 개념적 차이를 그림 4에 나타내었다. [1]
그림 4.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 전략
2.5.2. 표적화 vector와 면역원성 문제(발표자: Saar I. Gill, University of Pennsylvania)
In vivo CAR-T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원하는 면역세포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vectorology이다. 기존 lentivirus에서 널리 사용되는 VSV-G는 LDL receptor를 통해 다양한 세포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체내 직접투여에서는 원하는 T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변형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VSV-G의 K47Q 및 R354A와 같은 변이를 이용하여 원래의 tropism을 감소시키고, 별도의 targeting ligand를 추가하여 특정 면역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방식이 소개되었다. 이는 viral vector 자체의 감염 특성을 재설계하여 cell-specific gene delivery를 가능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in vivo viral gene delivery에서는 면역원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비인간 영장류 모델에서 사용한 단백질이나 CAR 구성요소가 사람에서는 면역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사람 단백질을 원숭이에 투여하는 연구에서도 종간 차이에 따른 면역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발표에서는 vector 투여 이후 비교적 빠른 시점에 anti-CAR protein immune response가 관찰될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되었다.
Lymphodepletion의 역할 역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ex vivo CAR-T에서는 CAR-T가 체내에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lymphodepletion을 실시하지만 동시에 기존 면역세포를 감소시킴으로써 투여된 CAR-T에 대한 면역거부를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lymphodepletion의 효과를 단순한 “공간 확보”나 homeostatic cytokine 증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며 면역원성 및 CAR-T rejection 측면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mRNA-LNP는 viral vector와 다른 장단점을 가진다. 유전체에 영구적으로 삽입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CAR 발현을 유도할 수 있고 반복투여 전략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충분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안전성이 중요한 상황이나 일시적인 immune-cell programming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한 transient expression 자체가 장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in vivo CAR-T의 발전은 단순히 “어떤 vector가 전달효율이 가장 높은가”라는 경쟁보다는 target specificity, expression duration, immunogenicity, toxicity 및 필요한 CAR-T의 지속성을 적응증에 맞게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5.3. T-cell 근위부 신호전달을 활용한 차세대 CAR 설계
Robbie G. Majzner (Dana-Farber Cancer Institute)는 “Insights from T Cell Signaling Biology Drive Effective CAR T Cell Engineering”이라는 제목으로, T-cell receptor (TCR)의 근위부 신호전달 기전을 바탕으로 CAR 구조를 개선하는 연구를 소개하였다.
정상적인 TCR 신호전달에서는 LCK가 CD3ζ의 ITAM을 인산화하고, 여기에 결합한 ZAP-70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ZAP-70는 LAT과 SLP-76을 인산화하여 신호전달 복합체의 형성을 유도하며, 이 복합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하위 신호가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T 세포가 활성화된다. 즉, T-cell activation은 개별 신호분자의 단순한 활성화가 아니라, 여러 단백질이 적절한 위치와 순서에 따라 조립되는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사례로 membrane-targeted SLP-76 (MT–SLP-76)이 소개되었다. MT–SLP-76을 이용해 근위부 신호전달 복합체의 형성을 촉진하자, 항원 발현량이 낮은 CD22-low 백혈병에서도 CD22 CAR-T 세포의 치료 효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고형암이나 재발성 혈액암에서 흔히 나타나는 낮은 항원 밀도와 항원 소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CAR의 결합 친화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효율을 재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CD3ζ 신호 도메인을 ZAP-70 기반 신호전달 모듈로 대체한 CAR도 소개되었다. In vitro 실험에서는 CD3ζ 기반 CAR와 ZAP-70 기반 CAR가 유사한 수준의 기능을 보였지만, in vivo에서는 ZAP-70 CAR-T 세포가 상대적으로 덜 탈진된 표현형을 나타내고 기존 CD3ζ CAR-T 세포보다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현재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ZAP-70 CAR의 작동 기전을 규명하고 있다.
이 발표는 배양 조건에서 관찰되는 단기적인 세포독성이나 사이토카인 분비만으로 CAR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In vitro에서는 비슷하게 작동하는 CAR라도 신호의 강도와 지속시간, 신호복합체의 구성 방식에 따라 생체 내 지속성과 탈진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차세대 CAR-T 개발에서는 더 강한 신호를 유도하는 것보다, 정상적인 T-cell signaling biology를 이해하고 장기간의 기능 유지에 적합한 신호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5.4. 종양 선택적 cytokine 및 단백질 치료제
학회 마지막 날 Biotech Spotlight에서는 여러 바이오기업의 새로운 therapeutic modality가 소개되었다. 공식 프로그램상 Xilio Therapeutics의 Uli Bialucha 등이 Novel Therapeutics 세션에 참여하였다.
Xilio Therapeutics에서는 masked IL-12, masked Fc-enhanced anti-CTLA-4 및 PD-1/masked IL-2와 같이 강력한 면역활성 물질을 종양미세환경에서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전략이 소개되었다.
IL-2나 IL-12와 같은 cytokine은 강력한 면역활성을 가지고 있지만 전신 투여할 경우 정상 조직과 말초 면역세포까지 광범위하게 활성화하여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ytokine의 활성 부위를 masking domain으로 가린 상태로 투여한 후 종양미세환경의 특정 조건에서 masking을 제거하여 active cytokine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의 목표는 말초 T 세포의 불필요한 활성화를 최소화하면서 종양에 존재하는 tumor-specific CD8+ T 세포의 기능을 증가시켜 암세포 사멸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immune checkpoint blockade와 cytokine signaling을 하나의 치료제에서 조합하거나 dual targeting을 이용하면 보다 정밀한 면역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
이 전략은 CAR-T와도 개념적으로 연결된다. 차세대 면역치료에서는 단순히 면역세포를 강하게 활성화하는 것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면역세포를 활성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CAR-T에서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만을 증폭시키거나, cytokine을 종양미세환경에 선택적으로 전달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면역활성을 유도하는 방식은 모두 면역반응의 공간적·시간적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3. 총평
AACR D3 2026에 참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현재의 암 신약개발이 더 이상 하나의 특정 분야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암 유전자나 신호전달경로를 발견하는 기초 생물학, 해당 표적을 조절하는 저분자·항체·단백질·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술, 실제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의 반응을 평가하는 임상연구, 환자를 선택하는 바이오마커, 그리고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AI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여러 발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biomarker”의 중요성이 인상 깊었다. 새로운 약물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었을 때 단순히 치료제가 실패했다고 결론짓기보다, 표적이 실제로 억제되었는지, 적절한 환자가 선택되었는지, 약물노출이 충분했는지, 그리고 특정한 반응군이 존재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이러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가 이후의 성공적인 개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과거에는 “undruggable”이라고 여겨졌던 표적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사인자와 같이 뚜렷한 binding pocket이 없는 단백질도 covalent ligand나 molecular glue, proximity pharmacology 및 targeted protein degradation을 통해 조절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현재 약물화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암 표적을 포기하기보다 새로운 modality의 발전을 고려하여 장기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면역항암 분야에서는 in vivo CAR-T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기존 CAR-T가 보여준 뛰어난 임상효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제조공정과 높은 비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체내의 면역세포를 직접 유전적으로 변형할 수 있다면 CAR-T 치료제의 제조와 공급체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유전자 전달뿐 아니라 표적 특이성, 면역원성, transient versus persistent expression 및 독성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므로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학계, 대형 제약회사 및 바이오텍의 역할이 서로 다르면서도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생물학적 현상과 표적을 비교적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반면, 제약회사는 MoA, PK, efficacy, safety와 dose를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실제 의약품 개발로 연결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텍은 특정 기술이나 표적에 집중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이 세 영역 간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체적으로 AACR D3는 매우 임상적이면서 동시에 기초과학적 질문을 중요하게 다루는 학회였다. 신약 후보물질이 어떻게 발견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후보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어떤 증거가 추가로 필요한지를 계속 질문한다는 점에서 중개연구자에게 특히 유용하였다.
또한 연구자로서 새로운 연구주제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단순히 기존 치료제의 구조나 기능을 조금 개선하는 연구인지, 아니면 기존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인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실제 환자에서 측정할 수 있는 biomarker와 명확한 작용기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약개발로 연결되기 어렵다.
결국 이번 학회를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좋은 암 신약개발은 새로운 기술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생물학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적절한 치료 modality를 선택하고, 바이오마커를 통해 환자를 정의하며, 임상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기초연구로 환류하는 반복적인 과정이라는 점이다. AACR D3는 이러한 과정을 기초과학, 임상의학, 산업 및 규제의 관점에서 동시에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학회였다.
향후 항암제 연구를 수행할 때에도 새로운 단백질이나 세포치료제의 활성을 높이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target specificity, biomarker, pharmacology, toxicity 및 임상적 patient selection까지 연구 초기 단계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AACR D3는 암 신약개발 또는 면역항암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뿐 아니라 자신의 기초연구를 실제 치료제 개발로 확장하고자 하는 연구자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학회라 평가한다.
[AI 도구 활용 내역] 원고의 초안은 직접 작성하고, ChatGPT (5.0, 2026.08.18.)를 통해서 초안을 다듬고, 최종 검토는 직접 진행하였습니다.
4.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간략한 학회 소개 및 학회 참가 추천 전공 분야 AACR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AACR D3)는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2026년 처음 개최한 암 신약개발 전문 학회로, 신약 표적 발굴부터 전임상 연구, 바이오마커 개발, 초기 임상시험 및 실제 치료제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폭넓게 다룬다. 2026년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처음 개최되었으며, 학계뿐 아니라 제약·바이오기업, 규제기관, 벤처캐피털 등 신약개발 전 과정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기획되었다. 본 학회는 암생물학, 분자생물학, 면역학·면역항암학, 약학·약리학, 의약화학, 단백질공학, 세포·유전자치료, 정밀의학, 중개의학 및 임상종양학 분야의 연구자와 학생에게 특히 적합하다. 특히 기초연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표적과 기술이 실제 항암 치료제로 개발되는 과정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에게 유용한 학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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