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물 '마이켈리올라이드', 장내 미생물 통해 암 악액질 개선 기전 세계 최초 규명
- 암세포 아닌 장내 미생물·면역 조절 기반 새로운 치료 전략 제시
암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암 악액질(Cancer Cachexia)'이다. 암 악액질은 체중과 근육이 급격히 감소하는 질환으로, 전체 암 환자의 최대 80%에서 나타나며 암 관련 사망의 약 20%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김명석 박사 연구팀과 이충구 박사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해 암 악액질을 개선할 수 있는 천연물 후보물질과 그 작용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000여 종의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분석한 결과, 마이켈리올라이드(Micheliolide, MCL)가 암 악액질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장암과 췌장암 동물 모델에 MCL를 투여한 결과 종양 크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근육량은 34%, 근력은 31% 증가했다. 이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육 감소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MCL는 암으로 인해 저하된 T세포 기능을 회복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해 근육 파괴를 유도하는 염증 반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암 악액질 개선에 관여하는 면역 조절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의 핵심이 장내 미생물에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항생제 처리 마우스 모델에서는 MCL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분석 결과 MCL는 장내 유익균인 포카이콜라 불가투스(Phocaeicola vulgatus)를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해당 균주가 생성하는 대사물질을 분석해 근육 합성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사이클로펩타이드 11종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하는 기존 치료 접근에서 벗어나 장내 미생물과 면역 체계를 조절해 암 악액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연물 기반 경구 치료제로 개발될 경우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IST 김명석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천연물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 악액질의 개선 가능성을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추가 임상 연구와 기술 이전을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KIST 이충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 조절을 기반으로 암 악액질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라며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연물 신약 기반 국민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하는 KIST 천연물연구소의 성과로,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치료 접근을 넘어 천연물과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KIST는 앞으로도 천연물 라이브러리 연구 자산과 미생물·면역 분야의 축적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난치성 암 환자의 체력과 면역력을 보존하여 병용 항암 치료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혁신 치료기술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Grand Challenge 과제(26Z0001) 및 한국연구재단 사업(RS-2026-25479576)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Microbiome(IF 14.9, JCR 분야 상위 5.9%) 최신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Micheliolide ameliorates cancer cachexia by modulating gut microbiota-immune signaling via Phocaeicola vulgatus enrichment* 저자: 윤혜영 박사후연구원(제1저자/前 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김명석 선임연구원(교신저자/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이충구 책임연구원(교신저자/KIST 천연물시스템생물연구센터)
내용 요약
□ 연구배경
암 악액질은 암 환자의 체중과 근육이 급격히 감소하는 전신 대사 질환으로,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지만 현재 뚜렷한 치료제가 부재함. 최근 암 악액질이 단순히 종양 때문만이 아니라 환자 본연의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전신 염증 때문임이 밝혀지면서, 종양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환자의 전신 생태계를 복원하는 '숙주 지향적(Host-directed)' 치료제 개발이 시급히 요구됨.
□ 연구내용
4,000종의 천연물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을 통해 발굴된 '마이켈리올라이드(MCL)'가 대장암(CT26) 및 폐암(LLC) 모델에서 종양의 크기 변화 없이도 근육 감소를 완벽하게 방어(Uncoupling)함을 확인함. 기전 분석 결과, MCL은 장내 병원성 세균(Enterococcus faecalis 등)을 억제하고 유익균인 Phocaeicola vulgatus(PV)를 특이적으로 증식시켰음. 이를 통해 근육 보호의 핵심인 단쇄지방산(SCFA) 및 비오틴(Biotin) 생합성이 증가하였고, 이는 비장 내 CD4+ T세포의 탈진(PD-1+, TIM-3+)을 막고 근육 세포 내 NF-κB 염증 신호를 차단하는 전신 면역 조절로 이어짐을 증명함.
□ 기대효과
부작용이 강한 기존 항암제 중심의 접근을 탈피하여, 천연물 약물을 통해 장내 미생물과 전신 면역 생태계를 재건하는 새로운 암 악액질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함. 이는 난치성 암 환자의 체력과 면역력을 보존하여 병용 항암 치료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숙주 지향 치료제(Host-directed therapy)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음.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암 환자분들이 암세포 자체보다 오히려 근육이 빠지고 체력이 고갈되어 항암 치료를 포기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암 악액질'의 현실을 보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항암제 개발은 오직 '종양의 크기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발상을 전환하여, "암이 자라더라도 환자의 장과 면역계를 튼튼하게 하여 체력(근육)이 빠져나가지 않게 전신 방어막을 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천연물인 마이켈리올라이드(MCL)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성과의 핵심은'종양과 근육 감소의 언커플링(Uncoupling)' 현상과 그 중심에 있는 '장내 미생물 의존성'을 증명한 것입니다. MCL은 종양 크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환자의 장내 유익균(PV)을 늘려 근력과 근육량을 극적으로 회복시켰습니다. 특히 장내 미생물을 없앤 '항생제 처리 마우스' 실험에서는 MCL의 근육 보호 효과가 완전히 사라짐을 입증하여 약효의 핵심이 미생물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세포 실험을 통해 죽은 세균 구조체가 아닌 미생물이 뿜어내는 '분비 대사체'가 직접적으로 근육 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교차 검증했습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암 환자가 항암 치료를 시작할 때 본 연구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신약이나 메디컬 푸드를 병용 섭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면 장내 유익균을 '보호 대사체(단쇄지방산, 비오틴 등) 생산 공장'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이는 환자의 염증을 낮추고 근육 소실을 막아, 독한 항암 치료를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강력한 '체력적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본 연구는 약물이 장-면역-근육으로 이어지는 다중 축(Gut-Immune-Muscle axis)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했습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동물 모델에서 확인된 단쇄지방산 및 비오틴 대사 네트워크가 인체 내에서도 동일하게 근육 보호 작용을 하는지 확인하는 임상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KIST는 장내 미생물 대사체 기반의 신약 개발 및 식품 기업들과의 패스트트랙 기술 이전과 후속 인체 적용 시험 진입을 목표로 다각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용어 설명
1. 암 악액질 (Cancer Cachexia)
암에 의해 유발되는 심각한 전신 대사 장애 증후군. 단순히 밥을 적게 먹어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체내 염증 물질이 과다 분비되어 근육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질환이다. 암 환자의 체력을 급격히 저하시켜 항암 치료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2. 마이켈리올라이드 (Micheliolide, MCL)
식물 등 천연물에서 유래한 화합물로, 체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단백질 변형을 조절하는 기능(HDAC 억제제)을 가진 물질이다. 본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유익하게 바꾸는 새로운 기능이 밝혀졌다.
3. 포카이콜라 불가투스 (Phocaeicola vulgatus, PV)
사람의 장 속에 서식하는 주요 공생 미생물 중 하나. 본 연구에서는 이 미생물이 단쇄지방산(SCFA)과 비오틴(Biotin) 등의 대사 물질을 대량으로 뿜어내어 전신 염증을 낮추고 근육 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엔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4. 단쇄지방산 (Short-Chain Fatty Acids, SCFAs)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시켜 만들어내는 짧은 사슬 형태의 지방산(부티레이트, 프로피오네이트, 아세테이트 등). 장 건강뿐만 아니라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이동해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강력한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
5. 항생제 처리 마우스 모델 (Pseudo-Germ-Free Model)
광범위 항생제 칵테일을 투여하여 장내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없앤 실험용 쥐 모델. 약물이나 특정 식품의 효능이 장내 미생물을 통해 일어나는 것인지 증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연구 기법이다.

[그림 1] 천연물 화합물 및 유익균 매개 장-면역-근육 축 복원을 통한 암 악액질 극복 기전 [그림=KIST]
암세포 크기(종양 표적) 변화 없이 환자 본연의 생태계를 회복시켜 근육 위축을 원천 차단하는 '숙주 중심 치료' 패러다임을 증명함. 화합물(MCL) 투여로 유익균(P. vulgatus)이 증식하여 대사 방어막(SCFA·비오틴)을 형성하고, 전신 면역 탈진 방지 및 골격근 내 염증 신호(NF-ΚB) 차단을 통해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함.
[그림 2] 종양 크기와 무관하게 근육량을 회복시키는 '언커플링' 효과 입증 [그림=KIST] ㅇ 종양 성장과 근육 위축의 분리(언커플링) 입증: 대장암(CT26) 및 폐암(LLC) 동물 모델 모두에서 약물(MCL) 투여 시 종양의 부피는 대조군과 동일한 궤적으로 증가하나, 체중 대비 악력(근력)은 고농도 투여군에서 31% 이상 보존됨을 확인함.
ㅇ 전신 면역 세포 개선을 통한 면역 탈진 차단: 암 유도 시 급증하는 비장 내 면역세포 탈진도(CD4+PD-1+)를 정상군 수치에 준하는 수준까지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시켜 전신 면역 복원력을 회복함.
ㅇ 국소 근육 내 분자적 염증 신호 차단: 암 유발 전신 염증 스트레스로 인해 NF-ΚB 및 인산화 활성형 단백질이 과활성화되지만, MCL 투여를 통해 이를 차단함으로써 염증성 단백질 분해로부터 근육을 보호하는 분자적 인과성을 확인함.
[그림 3] MCL의 장내 미생물·대사체 매개 암 악액질 치료 인과성 증명 [그림=KIST] ㅇ 장내 미생물 고갈 시 치료 효과 소실 (인과성 증명): 항생제 처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을 없앤 항생제 처리 마우스 실험에서는 약물(MCL)을 투여하더라도 악력 및 근육량 회복 효과가 완전히 사라짐을 확인하여 장내 미생물의 필수적 인과성을 입증함.
ㅇ 장내 유익균의 선택적 증식 및 유해균 억제: 약물 투여 시 암 악액질 유해균인 '엔테로코쿠스 페칼리스'는 억제되는 반면, 핵심 유익균인 '포카이콜라 불가투스'는 선택적으로 증식하여 장내 세균총 지형이 재편됨.
ㅇ 생체 방어 물질(단쇄지방산)의 대량 생산 유도: 유익균 복원의 결과로 대장암 및 폐암 동물 모델 모두에서 장내 유익 대사물질인 '총 단쇄지방산(SCFA)'의 분비가 고농도 투여군에서 농도 의존적으로 급증함.
ㅇ 비오틴 및 면역 활성 대사 경로 집중 활성화: 화합물 투여에 따른 대사체 전사 경로 분석 결과, 지방산 회복 및 옥탄 산화 경로와 함께 비오틴(Biotin) 및 면역 활성 대사체 합성 경로가 독보적으로 집중 활성화됨을 규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