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IBS·KIST 공동연구팀, 염증성 장 질환과 방사선 장염 동시 겨냥 -
[연구 필요성]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히 배가 아픈 병이 아니다. 언제 화장실에 가야 할지 몰라 외출이 두려워지고, 식사 하나에도 긴장해야 하며,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일상 전체가 멈춰버리는 질환이다. 특히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에게 염증성 장질환은 "관리하는 병"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병으로 인식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많은 환자들은 주사 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중증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기반의 주사 요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러한 치료는 효과가 강력한 대신, 몸 전체의 면역계를 조절하는 전신 치료라는 특성을 지닌다. 그 결과 감염 위험 증가, 면역 관련 부작용, 장기 투여에 대한 부담 등은 환자들이 감수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염증이 발생하는 곳은 장 점막의 특정 병변 부위이지만, 치료는 몸 전체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많은 환자들이 "병은 장에 있는데, 왜 치료는 온몸으로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이 간극은 지금까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염증성 장질환 병변 부위에서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며, 이는 장 점막 손상을 악화시키고 염증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국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존 항산화 치료는 먹는 약으로 투여할 경우 장내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거나 병변 부위까지 충분히 작용하지 못해,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치료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비슷한 어려움은 전혀 다른 환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바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이다.
방사선 치료는 자궁경부암, 대장암, 전립선암처럼 복부와 골반에 생긴 암을 치료하는 든든한 무기다. 그러나 종양을 겨냥한 방사선이 그 곁을 지나는 장(腸)까지 함께 손상시킨다는 점이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설사와 복통, 영양 흡수 장애에 시달리고,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장이 딱딱하게 굳고(섬유화) 좁아져 막히는 만성 합병증까지 겪는다. 암은 이겨냈지만 장은 오래도록 회복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간극이다. 더 어려운 점은 방사선을 직접 쬔 부위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손상된 세포에서 뿜어져 나온 활성산소가 이웃한 정상 부위로 번지면서, 방사선이 닿지 않은 장까지 서서히 망가뜨린다.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다. 결국 병이 생긴 한 곳만 지켜서는 부족하고, 장 전체를 넓게 감싸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은 공통적으로, 전신 부담 없이 병이 있는 곳, 그리고 필요하다면 장 전체에 고르게, 그리고 충분히 오래 작용하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SHIELD-CeO₂의 작용기전과 치료효과에 대한 대표도식 [사진=서울대]
[연구성과]
본 연구는 "장질환 치료는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또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환자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지, 즉 알약으로 먹어 장 손상 부위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가 가능한지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활성산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세리아(CeO2) 나노입자를 활용한 경구 투여형 치료 기술 'SHIELD'를 개발하였다. SHIELD는 이미 위궤양 치료제로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되어 온 FDA 승인 약물 '수크랄페이트(Sucralfate)'를 기반으로 한다. 마른 분말 형태로 삼키면 장액과 만나 점착성 페이스트로 변하면서 위·소장·대장 점막 전체에 고르게 달라붙어, 위장관 전체를 하나의 보호막처럼 감싼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대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연구팀은 치료를 마친 물질이 몸속에 불필요하게 쌓이지 않도록 제형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SHIELD에 실린 나노입자는 강한 결합으로 안정화되어 세포 안으로 흡수되는 양이 기존 방식(PEG 코팅 나노입자)보다 현저히 적었고, 위산 환경에서도 금속 이온이 거의 새어나오지 않았다. 경구 치료에서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안전성 문제를 함께 고려한 접근이다. 이러한 SHIELD의 효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장질환 동물모델(쥐)에서 모두 확인되었다.
먼저 염증성 장질환 모델에서, 알약으로 투여된 SHIELD는 장 점막 손상을 완화하고 염증 반응과 활성산소 수준을 뚜렷하게 낮췄다. 짧아졌던 대장 길이가 회복되고, 흐트러졌던 장내 미생물 균형까지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특히 전신 면역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병변 부위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 방사선 장염 모델에서는 SHIELD가 지닌 '장 전체를 감싼다'는 강점이 더욱 빛을 발했다. SHIELD를 투여한 쥐는 체중 감소가 완화되고, 짧아졌던 융모가 다시 길어졌으며, 손상된 장 상피의 재생이 촉진되었다. 무엇보다 방사선을 직접 쬔 부위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번져 손상되던 인접 부위까지 함께 보호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나타나는 만성 섬유화와 장 협착까지 예방되었다. 장 전체에 퍼진 활성산소를 곳곳에서 제거하는 SHIELD의 설계가, 국소 치료만으로는 막기 어려웠던 '번지는 손상'을 잡아낸 것이다.
이처럼 SHIELD는 면역이 일으키는 염증성 장질환과 방사선이 남긴 손상이라는, 원인이 전혀 다른 두 질환 모두에서 효과를 보였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위장관 질환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Advanced Materials 38권 Inside Front Cover: 경구 투여형 나노입자 코아세르베이트
(Orally Administered Nanoparticle Coacervate) [사진=서울대]
[기대효과]
SHIELD는 위산에 의한 분해, 조기 배출, 전신 흡수라는 나노입자 경구 전달의 세 가지 난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하였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약물을 활용하고, 별도의 새로운 고분자 합성 없이 항산화용 세리아뿐 아니라 CT·MRI 조영용 금·산화철 나노입자 등 다양한 입자를 실을 수 있어 치료와 진단 양쪽으로 확장할 수 있다. 체내에 잔류하지 않아 안전성도 높다.
연구팀은 SHIELD가 염증성 장질환부터 방사선 장염까지 위장관 질환 전반에 적용 가능한 안전하고 범용적인 경구 나노의약 플랫폼으로, 향후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은 장에 있는데, 왜 온몸으로 치료받아야 할까"… 먹어서 장 손상 부위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 나노입자 코팅 기술 개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단장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이상우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상인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먹는 알약 형태로 위장관 전체를 코팅해 염증성 장질환과 방사선 장염을 치료하는 나노입자 전달 플랫폼 'SHIELD'를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재료 분야 최고 권위지 Advanced Materials(Impact Factor 29.1, JCR 상위 1.9%)에 게재됐으며, 38권의 Inside Front Cover(내부 표지)로도 채택돼 큰 주목을 받았다.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히 배가 아픈 병이 아니다. 언제 화장실에 가야 할지 몰라 외출이 두려워지고,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일상 전체가 멈춰버리는 병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많은 환자들은 몸 전체의 면역을 조절하는 주사 치료에 의존하게 되는데, 효과가 강력한 대신 감염 위험과 면역 관련 부작용, 장기 투여 부담이 뒤따른다. 정작 염증은 장 점막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데 치료는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셈이다. 많은 환자가 "병은 장에 있는데, 왜 치료는 온몸으로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이유다.
비슷한 어려움은 전혀 다른 환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바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이다. 복부·골반에 생긴 암을 겨냥한 방사선은 그 곁을 지나는 장(腸)까지 함께 손상시킨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설사와 복통, 영양 흡수 장애에 시달리고,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는 장이 딱딱하게 굳고 좁아져 막히는 만성 합병증까지 겪는다. 더 어려운 점은, 손상된 세포에서 뿜어져 나온 활성산소가 이웃한 정상 부위로 번지면서 방사선이 닿지 않은 장까지 서서히 망가뜨린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다. 결국 병이 생긴 한 곳만 지켜서는 부족하고, 장 전체를 넓게 감싸 보호해야 한다.
두 질환은 원인이 전혀 다르지만, 병변 부위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져 손상을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활성산소를 직접 제거하는 항산화 나노입자를 먹는 약으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위산과 소화효소가 나노입자를 분해하고, 장운동으로 금세 쓸려나가며, 간·비장 등 엉뚱한 장기에 축적돼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실제 치료제로 옮기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미 위궤양 치료제로 오랫동안 안전하게 쓰여 온 FDA 승인 약물 '수크랄페이트(Sucralfate)'에 주목했다. 강산성 처리를 거친 수크랄페이트가 소수성 나노입자를 안정적으로 품는 성질을 활용해, 먹으면 위장관 전체를 균일하게 코팅하는 전달 플랫폼 'SHIELD'를 설계한 것이다. 마른 분말 형태로 삼키면 장액과 만나 점착성 페이스트로 변해 위·소장·대장 점막에 고르게 달라붙어 장 전체를 하나의 보호막처럼 감싼 뒤, 하루가 지나기 전에 대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연구팀은 여러 리간드 중 탄소 18개 사슬(C18)이 나노입자를 가장 안정적으로 실어 나름을 확인해 이를 선별했으며, 항산화용 세리아뿐 아니라 CT 조영용 금 나노입자, 산화철 나노입자까지 무리 없이 탑재해 플랫폼의 범용성을 입증했다.
SHIELD에 실린 나노입자는 강한 비공유결합으로 안정화돼 세포 안으로 흡수되는 양이 기존 방식(PEG 코팅 나노입자)보다 현저히 적었고, 위산 환경에서도 금속 이온이 거의 새어나오지 않았다. 항산화 세리아를 탑재한 SHIELD-CeO₂는 산성 처리 과정을 거쳐도 항산화 활성이 그대로 유지돼, 다양한 활성산소와 유해 라디칼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경구 치료에서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안전성 문제까지 함께 고려한 설계다.
이렇게 만든 SHIELD-CeO₂를 두 가지 장질환 동물모델(쥐)에 적용하자 뚜렷한 치료 효과가 관찰됐다. 염증성 장질환 모델에서는 체중 감소를 크게 완화하고 짧아졌던 대장 길이와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켰으며, 전신 장기로의 나노입자 흡수 없이 흐트러진 장내 미생물 균형까지 정상 수준으로 되돌렸다. 특히 전신 면역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병변 부위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방사선 장염 모델에서는 '장 전체를 감싼다' 는 SHIELD의 강점이 더욱 빛을 발했다. 체중 감소가 완화되고 짧아졌던 융모가 다시 길어졌으며 손상된 장 상피의 재생이 촉진됐고, 무엇보다 방사선을 직접 쬔 부위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번져 손상되던 인접 부위까지 함께 보호되면서 시간이 흐르며 나타나는 만성 섬유화와 장 협착까지 예방됐다.
이번 연구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약물을 기반으로, 위산 분해·조기 배출·전신 흡수라는 나노입자 경구 전달의 세 가지 난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한 사례다. 별도의 새로운 고분자 합성 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다양한 나노입자를 실을 수 있어 치료와 진단 양쪽으로 확장 가능하며, 체내에 잔류하지 않아 안전성도 높다. 연구팀은 SHIELD가 염증성 장질환부터 방사선 장염까지 위장관 질환 전반에 적용 가능한 안전하고 범용적인 경구 나노의약 플랫폼으로서 향후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이윤중 박사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김영준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