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행동과 연관된 핵심 장내 미생물 2종 발굴
산화스트레스 억제와 신경영양 신호 회복 통해 우울 행동 완화 가능성 제시
KBSI 한의정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김다혜 연구원(공동저자), 정혜종 책임연구원(교신저자) [사진=KBSI]
국내 연구진이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서 우울 유사 행동을 완화하고, 손상된 뇌 신경영양 신호 회복에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을 발굴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뇌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성 우울 행동을 개선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기반 우울증 예방·관리 및 치료 전략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직무대행 황금숙, 이하 KBSI) 호남권센터 정혜종 박사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서 우울 유사 행동과 연관된 핵심 장내 미생물 2종을 발굴하고, 이들 미생물이 뇌 신경세포의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와 신경영양 신호 전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장기간의 스트레스 호르몬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세포 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생상하는 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기능을 저하시켜, 신경세포의 생존과 신경 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신호 전달 체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장내 미생물이 뇌 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지만, 어떤 미생물이 실제 스트레스 반응과 우울 유사 행동에 관여하는지, 또 어떠한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체 분변 미생물 이식(Human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hFMT)* 기반 분석을 통해 우울 유사 행동 정도가 높은 생쥐에서 공통적으로 감소하는 장내 미생물을 탐색했다. 그 결과, Intestinimonas butyriciproducens*와 Parabacteroides merdae* 두 종을 우울 행동과 연관된 핵심 후보 균주로 발굴했다.
이어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이들 균주의 기능을 검증한 결과, 두 균주 모두 신경세포 내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 생성을 감소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세포사멸 신호를 억제하는 동시에, 신경세포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TrkB–ERK–CREB–BDNF 신호 전달 체계*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을 투여해 우울 유사 행동을 유도한 동물모델에 해당 균주를 경구 투여한 결과, 우울 유사 행동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해마(hippocampus)* 내 BDNF 발현 수준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울 행동의 심각도가 단순한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가 아니라, 특정 장내 미생물의 존재 여부와 기능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장내 특정 미생물이 산화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신경영양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 반응과 우울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혜종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장-뇌 축을 통해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우울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정밀의학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이 장-뇌 축을 통해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 [사진=KBSI]
* 용어 설명
1. 장-뇌 축(Gut-Brain Axis) : 장내 미생물과 뇌가 신경계, 면역계, 호르몬 등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조절 시스템
2.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 인체 내부와 표면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
3.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 : 세포 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증가해 세포와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는 상태
4.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 세포 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세포 생존과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
5.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 뇌유래신경영양인자로,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 기억 및 학습 기능 유지에 중요한 단백질
6. 인체 분변 미생물 이식(Human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hFMT) :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실험동물 등에 이식해 장내 미생물의 기능과 질병 연관성을 연구하는 기법
7. Intestinimonas butyriciproducens : 장 건강 유지와 면역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쇄지방산인 부티르산을 생성하는 장내 공생세균
8. Parabacteroides merdae : 사람의 장내에 존재하는 공생세균으로, 대사 및 면역 조절과의 연관성이 보고
9.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 :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 분자로, 과도하게 축적되면 세포 손상을 유발
10. TrkB–ERK–CREB–BDNF 신호 전달 체계 :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 신경가소성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신경영양 신호 전달 경로
11.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 :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실험동물에서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 행동을 유도하는 데 사용
12. 해마(Hippocampus) : 기억 형성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으로, 우울증 환자에서 기능 저하가 자주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