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균 유래 지질의 세대 간 전달 및 초기 정착 분자 기전 밝혀져
엄마의 장내 유익균이 신생아의 산소 환경을 견디고 무사히 아기 장에 정착하는 분자 수준의 생존 원리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하버드 의과대학 오성환 교수 연구팀(제1저자: 허규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 박사)이 대표적 장내 공생균이 특정 당지질*을 활용해 신생아 장 내부의 산소를 극복하고 정착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 당지질(Glycolipid) : 지방(지질)에 탄수화물(당)이 결합된 분자로, 주로 세포막의 겉면에 존재하며 세포를 보호하고 신호를 주고받는 핵심 물질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셀(Cell)’에 9월 1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장내 미생물은 출생을 전․후로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전달되어 초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기의 장은 성인과 달리 일시적으로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이며, 이는 산소에 취약한 대부분의 유익균에게 매우 치명적인 생존 장벽이 된다. 출생 직후 초기 장내 미생물 환경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아기의 평생 면역 질환이나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엄마의 유익균이 이 위험한 환경을 극복하고 무사히 정착하는 정확한 원리를 밝혀내는 연구가 꼭 필요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장내 공생균인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lis)가 다른 여러 장내세균보다 출생 초기에 빠르게 정착하는 특성에 주목하고, 그 원인이 되는 분자적 기전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이 세균이 산소에 노출되면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이하 BfaGC)라는 세포막 당지질의 생산을 스스로 크게 늘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faGC를 만들지 못하는 균주는 엄마에서 신생아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초기 정착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지질은 세포막을 촘촘하게 감싸 세균 내부의 에너지가 밖으로 세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에너지 방패 역할을 함으로써, 균이 산소 스트레스 속에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보존하며 살아남게 해준다. 나아가 이렇게 증가한 지질 물질은 세균 자신의 생존에 그치지 않고, 신생아의 장내 면역세포 발달을 직접 자극하여 미생물 정착과 숙주의 면역 완성을 동시에 이루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장내 공생균의 세대 간 전달과 초기 정착을 결정하는 분자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생애 초기 마이크로바이옴 형성과 숙주-미생물 공생을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성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엄마의 상재균*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정착하는 중요 기전을 찾은 것”이라며, “모체나 신생아의 미생물 대사를 조절해 건강한 장내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 상재균 : 인체의 특정부위에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서식하는 미생물(세균)
* 논문명:
Oxygen-responsive bacterial glycosphingolipid links symbiont fitness and immune development in neonatal host1. 연구의 필요성
사람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은 숙주의 대사와 면역 발달 등 다양한 생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공생 관계가 세대를 거쳐 유지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 역시 출생 때마다 엄마에게 아기로 전달되어 새로운 숙주에 다시 정착해야 한다. 하지만 출생은 장내미생물에게 큰 환경 변화다. 성체의 장은 대부분 산소가 매우 낮지만, 출생 직후 신생아의 장에는 일시적으로 산소가 존재하며 영양과 면역 환경도 빠르게 변화한다. 산소에 민감한 혐기성 장내세균에게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숙주에 정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중요한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영유아기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개별 장내 공생균이 어떤 분자적 기전을 이용해 출생 초기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숙주에 정착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장내 공생균인 B. fragilis가 출생 초기에 빠르게 정착하는 특성에 주목하여 그 원리를 규명했다.
2. 연구 내용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기반 기능 스크리닝을 통해 B. fragilis의 신생아 장 정착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분석하고, 세포막 당지질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BfaGC)가 출생 초기 정착에 선택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faGC를 만들지 못하는 균주는 성체 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모체-신생아 전달 과정에서는 정착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다른 근연종에 BfaGC 합성 능력을 부여하면 신생아 장 정착력이 증가해, BfaGC가 초기 정착을 직접 돕는 요소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BfaGC가 세포막을 통한 양성자 손실을 줄여 양성자 구동력(proton-motive force)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출생 초기 장에 존재하는 산소를 이용한 호흡을 뒷받침한다는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또한 출생 초기 증가하는 BfaGC는 숙주의 자연살해 T(NKT) 세포 발달도 조절해, 세균의 환경 적응과 숙주의 면역 발달이 하나의 미생물 유래 물질을 통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양성자 구동력 (proton-motive force) : 세균이 세포막 안팎의 양성자 농도 차이에 저장하는 에너지로 ATP 생산 등 생명활동에 이용된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장내 공생균이 엄마에서 아기로 단순히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출생 초기의 새로운 환경에 대사적으로 적응해야 세대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자적 원리를 제시했다. 향후에는 모체의 장내 미생물이나 미생물 대사를 조절해 아기에게 유익한 미생물의 전달과 정착을 유도하는 등, 건강한 신생아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을 위한 치료·중재 전략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