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기능성 소재로 다제내성균 잡는다
- 아연 이온 방출·활성산소 생성 시너지로 다제내성균 99.9% 억제
KBSI 정예슬 책임연구원, KBSI 김혜란 연구원, ㈜나노제네시스 이순창 박사, KBSI 정혜종 책임연구원, KBSI 이현욱 책임연구원 최근 항생제 내성균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보건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균 소재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계면활성제나 추가 첨가제 없이 상온(15℃~25℃)에서 합성 가능한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다제내성균*을 최대 99.9%까지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은 영남권센터 정예슬 책임연구원, 소재연구본부 이현욱 책임연구원·김혜란 연구원, 호남권센터 정혜종 책임연구원으로 구성된 KBSI 융합연구팀이 ㈜나노제네시스 이순창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친환경 공정*으로 합성 가능한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 항균소재 물질*을 개발하고 다제내성균에 대한 이중 항균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첨가제·계면활성제·템플릿 없이 상온·상압의 단순 공정만으로 직경 약 300nm의 균일한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물질을 대량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나노소재 합성법이 고온 공정과 복잡한 합성 과정, 높은 비용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번 기술은 친환경 공정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공정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KBSI가 보유한 첨단 분석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나노물질의 항균 작용 원리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데 있다. 분석 결과,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물질에서는 아연 이온의 지속적인 용출과 광촉매 반응에 따른 활성산소종(ROS) 생성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항균 메커니즘이 확인됐다. 방출된 아연 이온은 세균 세포막과 상호작용해 막 투과성 변화와 효소 기능 저해 등을 유도하며, 동시에 광촉매 반응으로 생성된 활성산소종은 세포막 지질, 단백질, 핵산 등에 산화적 손상을 일으켜 세균 기능을 비가역적으로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온 독성과 산화 손상의 복합 작용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에 대해서도 높은 억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정밀 분석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항균 작용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분석 결과, 유도결합 플라즈마 분광분석(ICP-AES)을 통해 나노구체 표면에서 아연 이온이 24시간 동안 약 9.2 mg/L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방출되는 용출 특성을 확인했다. 또한, 전자상자성공명(EPR) 분석을 통해 광촉매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히드록실 라디칼(·OH)을 직접 검출함으로써 활성산소종생성 경로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아연 함량 변화에 따른 표면 아연 농도와 항균 활성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표면 아연 농도가 증가할수록 아연 이온 용출량과 활성산소종 생성 활성도 함께 증가하며 항균 효과 역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균 성능 검증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다제내성균 4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그 결과,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인 대장균(E. coli)와 폐렴간균(K. pneumoniae),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장구균(E. faecium) 등 모든 균주에서 농도 의존적이며 통계적으로 유의한(p < 0.001) 항균 활성을 확인했다. 특히 아연 함량이 가장 높은 나노물질에서 가장 우수한 항균 성능을 보였고, BET 분석* 결과 비표면적이 순수 실리카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해 활성 반응 부위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KBSI 이현욱 책임연구원은 “친환경 공정으로 대량 합성 가능한 나노 항균 물질이 다제내성균에 대해 높은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학술적·산업적 의미가 크며, 의료·감염관리·수처리 분야에 적용 가능한 항균 소재 플랫폼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생체적합성 평가와 실제 적용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을 통해 실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I 정혜종 책임연구원은 “본 연구에서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다제내성균에 대한 항균 효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실험 체계를 구축하고,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물질의 농도 의존적 항균 활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였다”라며, “특히 CRE, MRSA, VRE 등 고위험 병원성 균주에 대해 CFU 기반 생존율 분석*과 통계적 검증을 통해 소재의 실제 항균 성능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다양한 감염 환경을 모사한 조건에서의 항균 효과와 생체 적용 가능성을 추가적으로 평가하여, 의료 및 감염관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실용적 항균 소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1. 아연-실리카 나노물질의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순수실리카(왼쪽 위), 아연-실리카(오른쪽 위 및 아래)나노물질의 형태(SEM 분석 결과)와 원소 분포(TEM-EDS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아연-실리카 나노물질은 ~300 nm 균일 직경과 100% 구형도를 나타낸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진 2. 아연-실리카 나노구조체의 다제내성균 대상 다단계 항균 메커니즘 모식도세균 세포막 접촉 → 아연 이온(Zn²⁺) 방출 및 활성산소종(ROS) 생성 → 세포막 손상, DNA 파괴, 단백질 변성 → 세포사멸의 과정을 나타낸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진 3. 아연-실리카 나노구조체의 BET 분석 결과아연-실리카 나노구체에 대한 아연의 양이 증가할수록 비표면적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진 4. 아연-실리카 나노구체의 다제내성 세균에 대한 항균력 활성 결과아연-실리카 나노구조체는 다제내성 대장균(E. coli NMS 11035),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 NMS1843), 장구균(E. faecium NMS1843) 및 폐렴간균(K. pneumoniae NMS11051)에 대해 우수한 항균 활성을 나타낸다. 연구 결과, 아연 양이온(Zn²⁺) 방출과 추가적인 하이드록실 라디칼 생성이 농도 의존적으로 세균 성장을 유의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4아연-실리카가 다제내성 세균에 대해 가장 강력한 항생 활성을 보였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용어 설명
1.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Bacteria, MDR) :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이 있으며, 기존 항생제 치료가 어려워 병원 내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한 글로벌 보건 문제이다.
2. 친환경 공정기술 : 본 기술은 첨가제, 계면활성제, 유기 템플릿을 사용하지 않는 무첨가 합성 전략을 기반으로 하여 환경 부담을 최소화한 나노소재 제조 공정이다. 상온(약 15~25℃)·상압 조건에서 진행되는 단순 졸-겔 반응을 이용해 균일한 구형 아연-실리카 나노물질 형성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공정 안전성을 확보하였다. 특히 유해 유기용매나 고온 열처리 공정을 배제해 폐기물 발생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으며, 공정 단계가 단순해 대량 생산 시에도 공정 재현성과 경제성이 우수하다. 또한 반응 조건이 온화해 설비 부담이 낮고, 후처리 과정이 간소화되어 산업 적용 시 환경·안전 규제 대응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본 공정은 저에너지·저폐기물 등을 동시에 달성한 친환경 합성 플랫폼으로, 항균 나노소재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무기 나노소재 제조에 확장 적용 가능한 지속 가능 제조 기술로 평가된다.
3. 나노항균소재(Nano-Antimicrobial Materials) :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를 활용하여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기능성 소재이다. 나노 항균소재는 수 nm~수백 nm 크기 영역에서 향상된 물리·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미생물(세균 등)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재료다. 높은 표면적을 활용하여 은(Ag), 산화아연(ZnO), 티타늄(TiO2) 등이 주로 사용되며, 세포막 파괴 및 활성산소 생성 등을 통해 강력한 살균 효과를 낸다.
4. 이중 항균 메커니즘(Dual Antibacterial Mechanism) : 하나의 항균 소재가 두 가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동시에 세균을 억제하는 작용 방식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① 아연-실리카 나노구물질 표면에서 아연 이온(Zn²⁺)이 지속적으로 방출되어 세균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② 광촉매 반응을 통해 활성산소종(ROS)을 생성하여 세균의 세포 구성 성분에 산화적 손상을 가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용한다. 단일 메커니즘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서도 높은 항균 효능을 나타낸다.
5. BET 분석 : BET 분석은 고체 표면의 비표면적(specific surface area)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정식 명칭은 Brunauer–Emmett–Teller(BET) 분석이다. 기체 흡착 원리를 이용해 나노소재의 표면적과 기공 구조를 측정하는 분석법으로 비표면적이 증가하여 표면적이 넓어진 경우 반응할 수 있는 활성 부위가 많아져 항균 반응 효율이 높아질 수 있음으로 해석된다.
6. CFU 기반 생존율 분석 : 세균 처리 후 살아남은 세균의 수를 집락 형성 단위(CFU, Colony Forming Unit)로 계산해 항균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