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형에 따라 아연 결핍 취약성 달라질 수 있어… 정밀영양 전략 단서 제시 -
빈혈은 영양학적 중재를 통해 예방 및 개선이 가능한 질환 중 세계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특히 철 결핍성 빈혈은 대표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빈혈은 단순히 철 결핍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철 보충이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철 이외의 미량금속과 영양소가 적혈구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으나, 이들 간 상호작용이 빈혈 위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전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연은 철과 함께 인체에 필수적인 미량금속이다. 혈중 농도 변동이 작고 항상성 조절이 엄격하게 유지되는 특성상 개인의 아연 영양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특이적 진단 기법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임상적으로 아연 결핍을 조기에 진단하기 어렵고,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아연 결핍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 이는 기존의 일률적 영양 권고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류문선 교수 주도 아래,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조지아대학교, 네브라스카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글로벌 협력 연구팀은 아연 수송체 ZIP10(유전자명: SLC39A10)이 아연 결핍 상황에서 적혈구 내 아연 항상성을 유지하고 헴철(heme iron) 합성을 보호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을 규명했다. 특히 ZIP10 기능이 저하되거나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존재할 경우, 세포 내 아연 균형이 쉽게 무너지고 헴철 합성이 감소해 빈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검증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오믹스 기반 전사체 분석을 통해 아연이 결핍된 환경에서 분화 중인 적혈구 전구세포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헴철 생합성에 필수적인 효소 ALAD의 발현이 선택적으로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세포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아연 의존적 대사 경로가 특이적으로 교란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즉, 아연 결핍은 헴철 합성 경로의 핵심 단계에서부터 적혈구 생성 효율을 저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기능 저하 조건에서 세포가 아연 결핍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유전자 활성 수준이 아연 결핍 취약성을 결정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류문선 교수는 “이 연구는 아연이 적혈구 생성 과정에서 헴철 합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특정 아연 수송체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아연 결핍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위험 예측과 예방 중심의 영양 전략 수립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량금속 대사라는 기초 영양학적 질문을 오믹스 분석과 인구 유전학 데이터를 통합해, 유전자 변이에 따른 빈혈 위험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아연 결핍을 정량적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위험도 평가가 새로운 보완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중보건 영양학과 정밀영양학을 연결하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유전자형 기반 영양 중재 전략 개발의 학문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Allen Foundation Inc.,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연세미래선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연세대학교 류문선 교수>
논문명
Nutrigenomic profiling identifies ZIP10 (SLC39A10) as a regulator of erythroid zinc homeostasis with genetic associations to anemia risk
저널명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키워드
heme biosynthesis; terminal erythroid differentiation; transcriptome; zinc deficiency; zinc transporter
DOI
10.1073/pnas.2533600123
저 자
Juyoung Kim, Yitang Sun , Kaixiong Ye, Jaekwon Lee, Robert J Cousins, Moon-Suhn Ryu
1. 연구의 필요성
빈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nutritionally correctable disorder이다. 철 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임상적으로는 철 보충이 항상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철 이외의 미량영양소 및 대사 요인이 적혈구 생성과 빈혈 위험에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연은 철과 함께 인체 필수 미량금속이지만, 그 생화학적 기능은 철과 구별된다. 1960년대 이후 아연 결핍과 빈혈의 연관성은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아연이 적혈구 분화와 헴철 합성에 어떤 분자적 기전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적혈구 생성 과정에서의 아연 항상성 조절과 헴철 생합성 경로 간의 분자적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이를 인간 집단의 유전학적 데이터와 통합함으로써 미량금속 대사와 빈혈 위험을 연결하는 조절 축을 제시하고자 수행되었다.
2. 연구내용
연구팀은 분화가 유도된 적혈구 전구세포에서 아연 결핍 조건을 설정하고 RNA-seq 기반 전사체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헴철 생합성의 핵심 효소인 ALAD의 발현이 선택적으로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아연 결핍이 단순한 보조 인자 부족을 넘어 헴철 합성 경로의 유전자 발현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아연 결핍 시 세포는 SLC39A10 유전자로부터 아연 수송체 ZIP10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보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ZIP10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하는 조건에서는 세포 내 아연 항상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았으며, 그 결과 ALAD 발현 감소, 헴철 합성 저하, 헤모글로빈 생산 감소 및 적혈구 분화 장애가 관찰되었다. 이는 ZIP10이 적혈구 생성 과정에서 아연 항상성을 유지하고 헴철 합성을 지탱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팀은 Genebass 및 대규모 GWAS 데이터를 포함한 유전자형–표현형 글로벌 빅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SLC39A10 유전자 변이가 혈색소 농도 및 빈혈 관련 지표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분자적 조절 축이 실제 인간 집단의 혈액학적 표현형과 연결된다는 점을 입증한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미량금속 대사 관점에서 빈혈 기전을 재정립하는 분자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특히 아연–ZIP10–ALAD–헴철로 이어지는 조절 축을 규명함으로써, 빈혈 발생 기전을 기존의 철 중심 모델에서 미량금속 상호작용 기반 모델로 확장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빈혈의 이질성에 대한 분자적 설명 가능성을 제시한다. 철 보충에 대한 반응이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아연 항상성과 헴철 생합성 경로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잠재적 기전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더 나아가, SLC39A10 유전자 변이와 혈색소 수치 간의 연관성을 유전자형–표현형 글로벌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른 빈혈 취약성 평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위험 예측 및 맞춤형 영양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 자료로 확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오믹스 기반 기초 분자 연구와 대규모 인구 유전학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정밀영양학과 공중보건 영양학을 연결하는 학문적 틀을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유전자형 기반 맞춤형 영양 중재 전략 개발을 위한 중요한 이론적·실증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림1) 아연 결핍이 적혈구 생성에 미치는 영향과 ZIP10 보상 기전 개념도A. 아연 결핍과 헤모글로빈 합성 저하: 아연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적혈구 조혈세포의 헴철 합성이 감소하고, 그 결과 헤모글로빈 생성이 저하된다. B. ZIP10의 보상적 발현 증가: 적혈구 조혈세포는 아연 결핍에 대응해 아연 수송체 ZIP10의 발현을 증가시키며, 세포 내 아연 유입을 촉진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보상 반응을 나타낸다. C. ZIP10에 의한 헴철 합성 보호 기전: 발달 중인 적혈구에서 ZIP10 발현 증가는 ALAD 감소를 완화하고 헴철 합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ZIP10 기능이 저하되면 이러한 보상 기전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해 헤모글로빈 결핍과 빈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사진=연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