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성 별세포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가 신경 회복 신호 차단 -
- 마오비(MAOB) 억제제 ‘KDS2010’, 가바 생성 막아 신경 회복 촉진 -
교통사고나 추락과 같은 외상으로 발생하는 척수손상은 환자에게 운동·감각 기능의 영구적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뇌와 온몸을 잇는 신경의 중심 통로인 척수에는 손상의 회복을 멈춰 세우는 ‘제동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제동장치가 작동하는 분자 수준의 원리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하윤 교수 연구팀과 함께 척수 내 별세포(astrocyte)가 마오비(MAOB) 효소를 통해 생성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가 손상된 척수의 회복을 방해하는 핵심 원인임을 규명했다. 나아가 마오비 억제제의 회복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약물을 통한 척수손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동안 척수손상의 회복이 어려운 이유로 손상 부위에 형성되는 ‘교세포 장벽(glia barrier)’이 지목돼 왔다. 교세포 장벽은 손상 직후 별세포와 다른 교세포들이 급격히 증식해 상처를 두껍게 둘러싸는 조직으로, 초기에는 손상 부위를 보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다시 자라나는 길을 막는다. 그러나 회복을 가로막는 정확한 분자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척수손상 치료제는 주로 염증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가 마오비를 통해 가바를 비정상적으로 생성하고, 이것이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착안해 연구진은 손상된 척수의 별세포를 분석해 가바가 신경세포 재생에 필요한 신경성장인자(BDNF)와 그 수용체(TrkB)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 결과, 손상 후 회복에 필요한 신경 성장 신호가 차단되면서 신경섬유의 재생과 기능 회복이 중단됐다. 즉, 마오비에 의해 가바가 생성되는 경로가 척수손상의 회복 과정을 멈춰 세우는 제동장치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척수의 별세포에서 마오비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한 실험동물 모델을 이용해 척수손상 후 회복 과정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마오비 발현을 억제한 쥐는 손상된 신경섬유가 다시 자라나고, 뒷다리 운동 기능이 크게 회복됐다. 반대로 마오비 발현이 증가한 쥐에서는 척수 단면적이 정상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으며, 운동 기능도 거의 회복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마오비-가바 경로가 척수손상의 회복을 막는 직접적 원인임을 보여준다.
이어 연구진은 마오비 억제제 ‘KDS2010’을 척수손상 동물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약물을 투여한 쥐는 사다리 걷기 시험에서 뒷다리 미끄러짐이 줄어드는 등 보행 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손상 부위에서 신경섬유가 새롭게 뻗어 나왔다. 척수 단면 분석에서는 손상으로 생긴 빈 공간이 줄고 수초화된 신경섬유가 증가했다. 영장류 모델에서도 손상 조직 손실이 현저히 줄고 신경이 보존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에서 약물의 우수한 안정성과 내약성이 검증되면서 실제 치료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
이창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척수손상 후 신경 재생을 직접 억제하는 분자적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설치류와 영장류, 그리고 임상 1상까지 이어진 다층적 검증은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하윤 연세의대 교수는 “KDS2010은 이미 임상 1상에서 안정성이 확인된 약물로, 임상 2상 시험을 통해 실제 척수손상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라며, “마오비-가바 경로가 다른 신경질환에 관여하는지를 밝혀 적용 범위를 넓히고, 보다 정밀하고 복합적인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뉴로바이오젠 등 다기관 협력을 통해 수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기초·응용 생명과학 전반을 아우르며 세계적 영향력을 인정받는 학술지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IF=52.7, 2024 JCR)’에 9월 11일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Astrocytic monoamine oxidase B (MAOB)–gammaaminobutyric acid (GABA) axis as a molecular brake on repair following spinal cord injury/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2025)Hye Yeong Lee, Jung Moo Lee, Hye-Lan Lee, Jiyeon Park, Heeyoung An, Eun Kyung Park, Sae Yeon Hwang, Sol lip Yoon, Gwang Yong Hwang, Keung Nyun Kim, Min-Ho Nam, Seung Eun Lee, Hyunji Kang, Joungha Won, Bo Ko Jang, Elijah Hwejin Lee, SunYeong Choi, Mingu Gordon Park, Sang Wook Kim, Ki Duk Park, SeungHwan Lee, C. Justin Lee, Yoon Ha
연구내용 보충설명
기존 척수손상(Spinal Cord Injury, SCI) 치료 연구는 염증 억제, 신경성장인자 공급, 또는 교세포 장벽(glial barrier) 제거에 주로 집중돼 왔다. 그러나 반복된 임상 실패는 척수손상 회복 실패의 근본 기전을 새롭게 규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연구진은 별세포의 병리적 대사 변화에 주목했다.
특히 별세포 내 모노아민 산화효소 B(MAOB)가 과도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를 생성하고, 이로 인해 BDNF–TrkB 신호 경로가 억제되면서 신경세포의 축삭 재생과 시냅스 형성이 차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별세포가 물리적 장벽을 형성하는 수준을 넘어, 분자적 차원에서 재생을 억제하는 새로운 병리 기전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어 유전자 조작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MAOB의 결손 또는 과발현이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검증했다. MAOB를 제거한 경우 운동 기능과 신경 보존이 크게 향상됐으며, 반대로 과발현한 경우 신경 손상과 기능 저하가 심화됐다. 이를 통해 MAOB–GABA 경로가 척수 회복을 가로막는 ‘분자적 제동장치(molecular brake)’임을 입증했다.
후속 연구에서 적용된 선택적 MAOB 억제제 KDS2010은 기존 비가역 억제제와 달리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강력한 억제 효과를 보였다. 설치류 모델에서는 신경 보존, 축삭 재생, 재수초화(remyelination)가 촉진됐고, 원숭이 모델에서도 조직 손상과 공동(cavity) 형성이 억제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나아가 임상 1상 시험에서는 약물이 혈액–뇌 장벽을 잘 통과하면서도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이 검증됐다.
이 연구는 척수손상 치료 실패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전임상과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후보물질(KDS2010)을 통해 실제 환자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향후 척수손상뿐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이번 연구는 척수손상 후 환자들의 회복이 제한되는 근본적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시작됐다. 연구진은 별세포(astrocyte)의 대사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과정에서, 모노아민 산화효소 B(MAOB)가 과도한 GABA를 생성하고, 이로 인해 BDNF–TrkB 신호 경로가 억제된다는 단서를 포착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글로벌 MAOB 결손 마우스와 별세포 특이적 조건부 결손·과발현 마우스를 제작해 운동 회복과 조직 보존 효과를 비교했다. 이어 선택적 MAOB 억제제 KDS2010을 설치류와 비인간 영장류 모델에 투여해 행동학적, 조직학적, 전자현미경 분석으로 효과를 다각적으로 입증했다. 마지막으로 임상 1상 시험을 통해 사람에서의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기초연구에서 임상으로 이어지는 다종 모델 기반 연구를 완성했다.
[어려웠던 점] 별세포 특이적 MAOB 조절 마우스 모델을 제작하고, 장기간 행동·조직학적 분석을 수행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많은 난관이 있었다. 더불어 영장류 모델에서 동일한 현상이 재현되는지를 입증하는 과정에는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요됐다. 임상 1상에서는 약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목표 농도에 도달하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한 도전이었다.
[성과 차별점]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척수손상 회복을 억제하는 ‘MAOB–GABA 경로’라는 새로운 제동장치를 규명했다는 점이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척수손상 치료제들은 주로 염증 억제나 증상 완화에 국한돼 있어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 재생을 직접 억제하는 분자적 경로를 밝히고 이를 제어하는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설치류–영장류–임상 1상까지 이어진 다층적 검증을 통해, 후보 약물(KDS2010)이 실제 환자 치료로 발전할 수 있음을 뒷받침했다. 이는 척수손상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향후 연구계획] 향후 임상 2상 시험을 통해 SCI 환자에서 KDS2010의 실제 치료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또한 MAOB–GABA 경로가 척수손상 외의 다른 신경질환에서도 작동하는지를 규명해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더불어 별세포의 병리적 반응을 정밀 제어하는 세포·유전자 치료 전략과의 병용 가능성도 탐색해, 복합적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그림1] 척수손상 동물모델에서 KDS2010의 치료 효과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척수손상 동물모델에서 선택적 MAOB 억제제 KDS2010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약물을 투여한 동물에서는 행동 기능 점수와 보행 능력이 뚜렷하게 회복됐으며, 이 효과는 장기간 지속됐다(b, d). 손상만 입은 대조군은 뒷다리 마비가 뚜렷했으나, KDS2010 투여군에서는 운동 기능 회복과 보행 능력 개선이 확인됐다. 특히 미세 보행 평가 장치 실험에서도 정상에 가까운 운동 수행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e).
[그림2] KDS2010의 신경 보존 및 조직 회복 효과 [사진=기초과학연구원]척수손상 동물모델에서 KDS2010 투여는 손상으로 과도하게 증가한 별세포(astrocyte) 내 MAOB 발현을 억제했고, 신경세포 표지 단백질인 MAP2 발현을 회복시켜 손상 부위 신경세포가 보존되는 효과를 보였다(a).
또한 전자현미경 관찰에서는 손상으로 파괴된 수초화 축삭이 정상 구조에 가깝게 회복됐으며(b-c), g-ratio(수초 두께를 나타내는 지표) 분석에서도 얇아졌던 수초가 유의미하게 두꺼워진 것이 확인됐다(d).
[그림3] KDS2010의 기능적·분자적 회복 효과 [사진=기초과학연구원]전기생리학적 분석에서는 척수손상으로 과도하게 증가한 tonic GABA 전류(지속적 억제 신호)가 KDS2010 투여 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어 신경세포 간 신호 균형이 바로잡혔다(a).
분자 수준에서는 KDS2010이 별세포의 과도한 GABA 생성을 줄이는 동시에 proBDNF(신경성장인자 전구체) 발현을 증가시켜, 손상된 척수 환경을 신경재생에 유리한 상태로 전환했다(b).
[그림4] KDS2010의 임상 1상 약동학(PK) 결과 [사진=기초과학연구원]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에서 KDS2010의 약동학적 특성이 평가됐다. 단회 투여(a)에서는 30mg부터 960mg까지 용량을 달리했을 때 혈중 농도가 용량에 비례해 증가했고, 이후 일정한 반감기를 가지고 서서히 감소했다.
다회 투여(b)에서는 60mg부터 480mg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했을 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약동학 패턴을 보였다. 고용량에서도 약물 농도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유지됐다.
이러한 결과는 KDS2010이 용량 비례적 약동학과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진 약물임을 보여주며,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 진입 가능성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