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CE, 한 번의 분석만으로 최대 30배 빠르고 일관성 있는 클러스터링 결과 제시 -
- 기존 방법 통한 분석 결과 중 2/3에서 불안정성 밝혀내 -
기존보다 최대 30배 빠른 속도로 안정적인 결과만을 자동으로 선별하여 대규모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방법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포 분류(클러스터링) 결과의 안정성을 수학적으로 평가해 불안정한 결과를 걸러내는 새로운 분석 도구인 ‘scICE(single-cell Inconsistency Clustering Estimator)’를 개발했다.

김재경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교신저자), 김현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선임연구원(제1저자).
단일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인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법(scRNA-seq)은 현대 생명과학 연구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클러스터링은 유사한 유전자 발현 특성을 가진 세포들을 그룹으로 묶는 작업으로,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거나 새로운 세포 유형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은 무작위로 세포를 분류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제1저자인 김현 선임연구원은 “일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잘못 분류되거나 중요한 세포 유형이 누락되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연구자들은 다시 분석하거나 복잡한 계산을 통해 신뢰도가 높은 결과를 선별해야 했다”며, “기존 방법들은 분석을 여러 번 반복해 합의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계산량이 방대하고 수만 개 이상의 세포가 포함된 대용량 데이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cICE는 한 번의 분석만으로도 얼마나 일관성 있게 결과가 도출됐는지를 수학적으로 평가한다. 새로 도입한 ‘불일치 계수(Inconsistency Coefficient, IC)’를 통해 많은 계산량이 요구되는 연산 없이도 클러스터 간 안정성을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모든 세포를 일일이 비교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불일치 계수를 활용한 안정성 평가는 클러스터 구조 간 유사성만 평가해 비교 대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한다.
연구팀은 뇌, 폐, 혈액 등 다양한 조직에서 수집된 48개의 실제 및 모의 scRNA-seq 데이터에 scICE를 적용하여 그 유효성을 입증했다. 그 결과, 기존 분석 결과 중 약 3분의 2는 통계적으로 불안정하며 신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면, scICE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만을 선별해 연구자의 시간과 계산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
또한, scICE는 일반적인 클러스터링으로는 놓치기 쉬운 희귀한 세포 유형을 효과적으로 탐지했다. 실제로 일부 데이터에서 찾기 어려웠던 희귀 면역세포들을 scICE 기반의 서브클러스터링을 통해 안정적으로 식별해냈다. 예를 들어, 매우 복잡한 분석을 거쳐야만 식별할 수 있던 여러 대식세포(macrophage) 아형들을 훨씬 간편하고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김재경 CI는 “이번 연구는 수학적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명과학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 분석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과”라며, “클러스터링 신뢰도의 중요성이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는데, 이번 기회로 scICE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신뢰도 높은 데이터 해석을 가능케 하는 표준 도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내용 보충설명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법(scRNA-seq)은 세포 단위의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여 세포 이질성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데이터의 클러스터링을 통한 세포 유형 식별은 다양한 후속 분석의 첫 단계이지만, 널리 사용되는 그래프 기반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은 무작위적 과정으로 인해 실행 시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비일관성 문제를 보인다. 이러한 결과의 불안정성은 분석의 신뢰성을 낮추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 방법들은 계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자 지정 매개변수에 의존하는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한계를 드러낸다. 또한, 주로 단일 최적 클러스터 결과만을 제시하여 다양한 클러스터 개수에 대한 포괄적인 안정성 평가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된 scICE(single-cell Inconsistency Clustering Estimator: 단일세포 비일관성 클러스터링 평가 도구)는 클러스터링 일관성을 효율적이고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scICE는 라이덴(Leiden) 알고리즘의 무작위 시드(random seed)만을 변경하여 다수의 클러스터링 라벨을 생성함으로써 반복적인 데이터 전처리나 차원 축소 과정을 생략한다. 라벨 일관성은 불일치 계수(Inconsistency Coefficient, IC)를 통해 평가하는데, IC는 사용자 지정 매개변수나 계산 비용이 높은 합의 행렬 대신 label 간 유사도 평가지표 중 하나인 Element-Centric Similarity(ECS)를 기반으로 계산된다. IC값이 1에 가까우면 클러스터링 결과가 완벽히 일관됨을, 1보다 커지면 비일관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병렬 처리를 통해 더욱 가속화된다.
scICE는 다양한 해상도(resolution) 매개변수에서 클러스터링을 수행하고 각 결과의 IC값을 계산하여, 특정 클러스터 개수(K)에 대한 안정성을 평가한다. 먼저 각 K값에 해당하는 해상도 매개변수의 범위를 탐색하고, 이 범위 내에서 여러 해상도 값을 샘플링해 IC값을 계산한 뒤 가장 안정적인(IC가 낮은) 해상도 값을 선택한다. 선택된 해상도 값에 대해서는 부트스트래핑을 통해 중앙값 IC(median IC)를 계산하고, 이 값이 엄격한 임계치(예: 1.005)보다 낮으면 해당 K값에서의 클러스터링이 일관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한다. 이 과정을 통해 scICE는 단일 결과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여러 클러스터 개수들로 구성된 '안정적인 클러스터링 결과 집합(consistent clustering set)'을 도출한다.
scICE는 기존 방법들보다 최대 30배 빠른 속도로 분석을 완료하며,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도 효율적이다. 특히, 안정적인 클러스터링 결과 세트를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내 계층적 구조를 다양한 수준에서 탐색할 수 있게 하며, 이는 단일 최적 결과만을 제공하는 기존 방법들과 차별화된다. 48개의 데이터 세트 분석 결과, scICE는 초기 후보군의 약 30%만을 안정적인 결과로 제시하여 분석 효율을 높였고, 대부분 집합 내에 실제 정답과 가장 유사한 최적 클러스터링 결과가 포함됐다. 또한, scICE 기반의 서브클러스터링은 단일 해상도로는 식별이 어려운 희귀 세포 아형(rare cell subtype)을 효과적으로 발견하여, 기존 분석의 한계였던 과소 클러스터링 문제를 개선한다. 결론적으로 scICE는 대용량 단일세포 데이터의 클러스터링 분석에서 신뢰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해, 보다 견고한 생물학적 발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연구를 수주받아 단일세포 유전체(scRNA-seq)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가장 기본적인 분석 단계인 클러스터링(세포 그룹화) 결과가 무작위 시드(random seed) 값에 따라 심하게 변동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의 불안정성은 분석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기존 방법들을 조사했지만, 대부분 계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실제 연구 환경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실용성 문제로 인해 중요한 연구에서조차 분석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임의의 무작위 시드 값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공개된 몇몇 연구들의 코드를 확보해 무작위 시드 값을 변경하며 테스트해 본 결과, 논문에 보고된 클러스터링 결과가 재현되지 않고 달라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scRNA-seq 분석에 주로 사용되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 특히 라이덴(Leiden) 알고리즘의 수학적 특성을 깊이 연구했다. 그 결과, 클러스터링 결과의 변동성이 알고리즘 자체에 내재된 무작위성(stochasticity)에 기인하는 현상임을 파악했다. 단순한 오류로 치부하기보다 이러한 변동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일관된 결과를 선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러 안정성 평가지표 중 비일관성 계수(Inconsistency Coefficient, IC)가 빠르고 효율적인 지표임을 확인하고, IC 계산을 더욱 빠르고 전체 과정을 자동화하고자 병렬 처리 등을 도입한 scICE 플랫폼을 개발했다.
[어려웠던 점]
scRNA-seq 데이터는 특성상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데이터마다 포함된 세포 유형의 개수가 다르고 각 세포 유형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도 크게 차이 난다. 또한, 세포 유형 간에는 마치 가계도처럼 계층적인 구조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데이터 패턴들은 클러스터링(세포 그룹화)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발된 scICE 방법론의 견고성과 일반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 세트를 확보하고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공개된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특정 패턴(예: 계층 구조 유무, 클러스터 크기 불균형 등)을 모사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도구로 맞춤형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기존에 공개된 IC나 ECS(Element-Centric Similarity, IC 계산의 기반이 되는 라벨 유사도 지표) 계산 코드들의 실행 속도가 매우 느렸다. scICE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속도와 효율성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어려웠다. 결국, 해당 지표들의 수학적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데이터 구조와 계산 과정을 최적화하여, IC 및 ECS 계산 코드를 밑바닥부터 직접 다시 프로그래밍해야 했다. 이 과정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한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성과 차별점]
이번에 개발한 scICE는 기존 단일세포 클러스터링 안정성 분석 방법들의 여러 한계를 극복해 다음과 같은 차별점을 보인다.
첫째, 속도와 효율성이다. scICE는 계산량이 많은 합의 행렬(consensus matrix)을 사용하지 않고 무작위 시드 변경만을 통해 다중 클러스터링 결과를 생성한 후 IC 기반으로 안정성을 평가한다. 또한, 병렬 처리를 도입하여 기존 방법들 대비 최대 30배 빠른 속도를 구현했으며, 이는 수만 개 이상의 세포를 포함하는 대용량 데이터도 수십 분 내에 분석 가능케 한다. 메모리 사용량 또한 현저히 낮아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둘째, 포괄적이고 신뢰도 높은 안정성 평가이다. 기존 방법 대부분이 단 하나의 '최적' 클러스터 개수나 결과를 제시하는 반면, scICE는 사용자가 지정한 범위 내의 다양한 클러스터 개수 각각에 대해 안정성을 평가하고, 그중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안정적인 클러스터링 결과 집합(consistent clustering set)'을 제공한다. 이는 특히나 계층적 구조를 가진 데이터에서 다양한 수준의 의미 있는 세포 그룹들을 모두 탐색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점이다.
셋째, 향상된 희귀 세포 아형(subtype) 탐지 능력이다. scICE는 전체 데이터에 대한 클러스터링뿐만 아니라, 특정 상위 클러스터에 대한 서브클러스터링(sub-clustering)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일 해상도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세포 아형이나 희귀 세포 집단을 높은 안정성으로 식별해낼 수 있어 분석의 깊이를 더한다.
넷째, 사용자 친화성 및 해석 용이성이다. IC 지표는 추가적인 사용자 지정 매개변수가 필요하지 않아 결과 해석이 직관적이며, scICE는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된 파이프라인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복잡한 설정 없이도 안정적인 클러스터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향후 연구계획]
클러스터링은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초기에 수행되는 분석 중 하나로, 그 결과는 세포 유형 정의뿐만 아니라 유전자 차등 발현 분석, 세포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 추론, 유사 시간(pseudotime) 분석 등 수많은 후속 심층 분석들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클러스터링 결과의 신뢰성은 전체 연구의 방향과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scICE는 이러한 클러스터링 결과의 신뢰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향후 다양한 후속 연구에 활용될 잠재력이 매우 크다. 현재 여러 연구단 및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물학적 질문을 해결하는 연구에 scICE를 실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질병 모델이나 발생 과정에서 새로운 세포 아형을 발굴하거나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세포 상태 변화를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scICE를 통해 얻은 안정적인 클러스터링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후속 분석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정성이 확보된 세포 그룹들을 기반으로 유전자 마커를 탐색하거나 세포 발달 경로를 추적하는 방법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미 협력 연구가 진행 중이며, scICE가 단일세포 분석 분야의 표준적인 안정성 평가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생명과학 연구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림1]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의 무작위성에 따른 분석 결과 변동성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에서 무작위 시드(random seed) 값이 다르면 클러스터링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무작위 시드 값만 변경해도 하나의 시드에서 식별된 클러스터가 사라지거나, 새롭게 나타나거나 혹은 여러 개로 나뉘는 현상이 분석 시 발생할 수 있다.
[그림2] scICE의 개요도 [사진=기초과학연구원](a) scICE는 목표로 하는 각 클러스터 수에 대해 특정 '해상도(resolution)' 범위를 식별하고, 이 범위 내에서 상세 분석을 위한 표본을 추출한다.
(b) 다음으로, 표본으로 추출된 각 해상도에 대해 안정성 점수인 '불일치 계수(Inconsistency Coefficient, IC)'를 계산한다. IC값이 1이면 완벽한 안정성을 의미하며, 1보다 큰 값은 불안정성이 증가함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해당 클러스터 수에서 가장 안정적인 설정을 선택한다.
(c) 선택된 최적 설정의 높은 안정성(IC값이 1에 가까운 것을 목표)은 반복 테스트를 통해 얻은 IC 중앙값이 엄격한 임곗값(일반적으로 1에 매우 가까운 값) 미만을 유지하는지 확인함으로써 엄밀하게 검증된다.
(d) 이처럼 높은 수준의 안정성(IC 중앙값이 1에 가깝게 유지됨)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클러스터 수만이 최종적인 '일관성 있는 클러스터링 세트(consistent clustering set)'에 포함되며, 이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그룹을 나타낸다.
[그림3] scICE를 활용한 희귀 세포 아형 분석 및 식별 성공 사례 [사진=기초과학연구원]scICE 기반 서브클러스터링(sub-clustering)은 희귀 세포 유형을 성공적으로 식별했다. 구체적으로 쥐의 생식선 백색지방조직(GWAT) 데이터에서 대식세포 아형(macrophage subpopulations)을 찾아냈고, 코로나19(SARS-CoV-2)에 감염된 폐 데이터에서는 핵심적인 폐 세포 아형(pneumocyte subtypes)을 식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