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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종합
[포닥의 삶] 미국 대학에 있는 신기한 로테이션 시스템
Bio통신원(김포닥파닥)
안녕하세요 김포닥파닥입니다. 오늘은 제가 속해 있는 미국의 한 대학 학부에 있는 특이한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새로 부임한 교수님의 연구실에 2번째로 합류한 포닥입니다. 저희 연구실에는 당시에 교수, 2명의 포닥, 이렇게 총 3명밖에 없는 소규모의 랩이었습니다. 초반에 아무것도 없는 실험실을 세팅하기 위해서 저희 3명은 아주 많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연구실이 안정이 되던 참에 어느 날 PI는 제게 새로운 미션을 주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 다음 달부터 한 학생이 와서 6주 동안 있을 거야. 네가 혹시 그 학생을 담당해 줄 수 있을까?"
벌써 연구실에 학생이 입학하는 건가 싶어서 더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학과에는 로테이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원생이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게 되면, 아직 연구실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첫 학기에 3개의 연구실을 6주씩 돌아가며 경험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3개의 연구실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연구실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각 연구실의 PI들도 그 학생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던 저에게 이런 로테이션 시스템은 굉장히 생소했습니다. 제 딴에는 당연히 미리 연구 분야와 실험실을 정해서 교수님과 사전에 얘기가 된 상태에서 입학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연구실에 처음으로 로테이션을 하게 되는 학생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저희 연구실에 세팅이 된 게 많이 없고, 제 프로젝트도 완전치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6주 동안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니.. 뭐를 가르쳐야 할지도 정해진 게 없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에 온 지 2달도 안된 상태여서 제 영어실력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부랴부랴 학생을 위한 6주 계획을 짠 뒤, 걱정 반 기대 반인 심정으로 학생을 맞이했습니다.
학생과 만난 첫날, 인사를 나누고 저는 학생에게 영어로 준비한 말을 해줬습니다.
"너도 이미 느끼겠지만 내 영어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해. 그래서 혹시 내가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무례한 표현을 한 경우에는 절대 내 의도가 아니라 내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이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이후로 이 말은 매크로처럼 새로운 학생들을 받을 때마다 매번 말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때때로 뉘앙스 차이로 학생들에게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에 이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한 학생이 고맙게도 제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너의 웃는 표정과 다정한 말투만 봐도 그런 무례한 의도가 아닐 거란 걸 너무 잘 알겠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국에 와서 영어실력 보다 빨리 느는 건 눈치와 센스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첫 학생을 6주 동안 가르치고, 제 실험을 같이 돕게 하며 실험실 경험을 시켜주었습니다. 이후로도 많은 학생들을 담당했습니다. 그중에는 정말 똑똑하고 잘 따라오는 학생도 있었지만, 가끔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로테이션 시스템은 한창 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포닥인 제게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제 실험은 제가 하는 게 가장 믿음직하고 마음이 편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학생에게 제 실험 일부를 돕게 하면, 물론 잘하는 친구도 있지만 실수를 하는 친구도 종종 생깁니다. 그럼 제 실험에 지장이 생기게 되죠. 그렇게 하다 보니 학생을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따로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죠. 물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하죠.
몇 번의 학생을 받으며 저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나름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파이프라인으로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점점 효율적으로 돼서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너무 똑똑하고, 실험도 잘하고, 저와 성격도 잘 맞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족족 너무 소화를 잘하기에 저도 욕심이 생겨서 그 학생에게만큼은 더 심화된 버전으로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해서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다른 연구실에 합류하기로 거의 확정된 상태였었고, 3번의 기회 중 마지막 한 번이 남아있었는데 그래도 조금 더 경험해 보고 싶어서 저희 연구실에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이 저희 연구실에 들어왔으면 정말 좋겠단 생각에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학생은 다른 연구실을 택했고, 당시 저는 큰 허탈감과 상실감에 약간 멘붕이 왔었죠. 하지만 그 학생은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일 테니 존중해 줘야겠죠. 제가 그 학생의 미래를 책임져줄 순 없으니깐요.
하지만 그 학생과는 지금까지도 종종 커피를 마시는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연구실에 합류했더라면 지금처럼 친구로 못 지냈을 가능성도 있죠.
일이 한창 바쁠 때는 로테이션 학생을 가르치는 게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제가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왕이면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쁘게 생각하면 제 손해니깐요. 제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 진 모르지만 혹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고 한다면, 지금의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깐요.
추가로 로테이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영어 실력도 많이 향상되길 바랐습니다. 가끔 친해진 학생들한테는,
“내가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데, 혹시 내가 틀린 표현을 하면 언제든 지적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그 학생은 제 영어 선생님처럼 저에게 영어를 알려주는 서로 윈윈인 관계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이상적은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 영어실력이 늘기는커녕, 학생들이 제 머릿속 텔레파시를 너무나도 잘 읽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빛과 표정만 보고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학생들이 너무 잘 이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정말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했어?”라고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100% 정확하게 이해를 했더라고요.
‘아니 내 영어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왜 너네들이 내 생각을 읽는 능력이 늘어난 거니…’
아무튼 저는 이렇게 연구하랴 학생들 가르치랴 미국에서 파닥파닥 허덕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내용으로 여러분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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