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준비, 어디까지 해봤니? (하)
Q&A, 리허설, 발표 이후까지 완벽 마무리하는 법
지난 연재(발표 준비, 어디까지 해봤니? (상))에서는 포스터 발표와 구두 발표의 차이, 자료 구성 팁 등을 중심으로 발표 준비의 전반적인 전략을 소개했다. 하지만 발표는 슬라이드나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실전에서의 전달력은 결국 얼마나 철저하게 연습했느냐, 얼마나 유연하게 질의응답에 대응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번 편에서는 발표 연습 방법부터 Q&A 대비 전략, 발표 이후 네트워킹 팁까지, 학회장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전 준비법을 담아보았다.
4. 연습은 발표의 반이다: 리허설은 실전처럼
“발표는 연습한 만큼 나온다.” 이 말은 학회 발표를 몇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엔 슬라이드만 완성하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문장이 끊기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걸 막아주는 건 결국 ‘연습’뿐이다. 발표 자료를 만들었더라도, 연습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발표의 퀄리티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영어 발표에 익숙하지 않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입에 붙도록 익히는 게 핵심이다.
● 내가 했던 리허설 방법
1. 녹음하기: 혼자 발표 연습을 할 때 휴대폰으로 음성을 녹음해 들어보면, 말 속도나 억양, 어색한 표현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표현은 너무 문어체 같네” 혹은 “여긴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스스로 캐치할 수 있어 유용하다.
2. 영어 발표 원고 작성하기: 전체를 외우기보다는 각 슬라이드마다 주요 문장을 중심으로 익혔다. 예컨대, “This experiment aimed to investigate…”처럼 도입 문장을 정확히 기억하면 이어지는 설명이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한 번 연습해 두면 다음 발표 때도 써먹을 수 있으니 앞으로를 위해 연습해 두자.
3. 모의 발표 연습: 연구실 세미나 시간이나 친한 동료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면 실제 질의응답 상황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동료가 있다면 영어 표현이나 억양, 어색한 문장을 지적해 주는 피드백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실제로 외국인 학생이 많은 연구실이라 이 점이 정말 큰 장점이었다.
4. 시간 체크는 필수: 발표는 대개 10~20분 정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제한 시간 내에 발표를 마무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때 보통 Q&A 시간도 포함되어 있기에 이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내 첫 구두 발표 때는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랐다가 15분이 넘도록 발표를 이어가 좌장이 직접 발표를 끊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부터는 타이머로 연습하는 습관이 생겼다.
5. Q&A, 피할 수 없다면 철저히 준비하자
Q&A는 발표의 연장이다. 슬라이드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동시에 발표자가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 Q&A 준비 팁
- 1. 예상 질문 리스트 만들기
실험의 한계, 결과 해석,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 등 자주 나오는 질문을 미리 정리해 두고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두면 훨씬 안정감 있게 발표를 마칠 수 있다. - 2. 그룹미팅 질문 복기
연구실 회의나 세미나에서 받았던 질문 중 ‘이거 학회에서도 나올 수 있겠다’ 싶은 내용은 따로 기록해 두고 준비하자. - 3. 답변 시작은 여유 있게
“That’s a great question” 또는 “Thank you for your question”으로 자연스럽게 말문을 여는 것도 발표자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그다음에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가면 된다. - -> 실제로 나는 예상 질문 리스트를 작성한 뒤, 친구들에게 랜덤으로 질문을 던져달라고 부탁해 즉석에서 대답해 보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약간은 민망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실전에서 훨씬 침착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6. 발표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네트워킹과 피드백 활용법
학회 발표는 단순히 내 연구를 소개하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발표 이후 이어지는 포스터 앞 대화, 명함 교환, 평가 피드백 등은 모두 학회 경험의 핵심이다.
● 발표 이후 실전 팁
- 1. QR 코드 & 명함 활용하기
포스터 윗면에 개인 연락처나 논문 링크, 구글 드라이브 자료 링크를 담은 QR 코드를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한 학회장에서 어떤 학생이 포스터에 QR 코드를 부착해 많은 관심을 받은 사례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인성적이었다. - 2. 피드백 메모 남기기
발표 후 받았던 질문이나 좋은 피드백은 따로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논문을 수정하거나 후속 실험을 설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 발표 이후 받은 피드백은 따로 메모해 두기 → 논문 보완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 3. 짧은 마무리 멘트도 준비해 두자
- 발표가 끝난 후, 포스터 앞이나 세션 중간에 질문을 받은 뒤에는 간단한 한마디 인사가 분위기를 정리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
“Thanks for your interest”나 “I appreciate your question” 같은 짧은 표현은 발표자의 인상을 부드럽게 마무리해 주며, 이후 이어질 대화나 네트워킹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마무리하며
발표 준비는 슬라이드나 포스터를 예쁘게 꾸미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리허설, Q&A, 네트워킹까지 이어지는 이 전 과정이 결국 발표자의 전체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다. 그리고 이 발표를 어떻게 준비하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학회 전체의 경험과 나의 성장 곡선도 달라지게 된다.
처음 발표를 준비할 땐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씩 체크해 가며 경험을 쌓다 보면 점점 나만의 발표 루틴이 생기고, 학회가 ‘두려운 자리’가 아니라 ‘내 연구를 세상에 소개하는 무대’로 느껴질 것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학회 현장에서의 네트워킹, 세션 운영 꿀팁, 그리고 발표 이후 어떤 후속 작업을 해나가면 좋은지까지 정리해 볼 예정이다. 학회 경험을 단순한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연구자로서의 자산’으로 만들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