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교 (직접 촬영한 사진)1. 내가 30대에 해외 대학원을 가는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30대 초반이고, 올해 9월 해외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석사 후 현지 취업을 목표로 지원했고, 현재는 지금까지 받은 9개의 오퍼 중 한 곳에 최종 등록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기준으로 유학할 나라와 학교를 선정했는지, 각 학교별 지원 절차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또 최종적으로 어느 곳을 선택했는지 등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세세히 공유해볼 테니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식품생물공학을 전공으로 학사 과정을 마친 후 미생물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줄곧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만 일하기도 했고,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한 경험과 미국 현지에서도 일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환경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었고, 행동하는 데 두려움이나 거침이 없으며, 의견을 표현하는 데 솔직했습니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어떤 다른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 궁금해졌고, 다른 나라의 삶의 방식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오랫동안 해외에 머무르며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은 보통 한 나라에서만 다닐 수 있다 보니 저에겐 가고 싶은 나라를 고르는 과정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어요.
연구원이라는 진로를 정한 후에도 학부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당장 어떤 교수님의 실험실로 들어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부 때 수강한 이론 및 실험 수업만으로는 제 관심사를 한 가지 분야로 좁히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겨야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학사 졸업 후 직장 경력을 쌓으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연구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아본 뒤, 30대가 되어서도 대학원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하게 생겼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여러 분야를 경험했지만, 식품공학보다 미생물 연구나 유전자 재조합 등 생물공학 쪽 일을 더 재미있어했고, 더 적극적으로 찾아서 했더라고요.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결국 언젠가는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석사를 마친 동료 연구원들과 나를 비교해봤을 때, 혼자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종종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대학원 경험이 있는 동료들은 마치 머릿속에 다음 단계가 그려져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 친구들이 말하길, 대학원은 대단한 학문을 배우는 곳이기보다는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스스로 연구 주제를 찾고, 계획하고, 연구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인내의 시간이라고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전공을 살리려면 대학원이 마치 필수처럼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금이 해외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지에서 취업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고, 작년 10월부터 준비해서 현재 3월까지 총 7개의 오퍼를 받은 상태입니다. 저는 특정 나라에 대한 선호가 없었기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니 모든 절차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가고 싶은 나라가 확고하다면 유학 준비가 훨씬 수월할 거예요. 하지만 다양한 나라에 지원한 경험 덕분에 유학원을 차려도 될 만큼 유럽 각국의 지원 시기, 절차, 비자 유형 등 유학에 필요한 정보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 경험들을 BRIC에서 공유하면 후에 유럽으로 대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과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계속해서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일랜드 더블린의 기네스 맥주 공장 (직접 촬영한 사진) 2. 30대에 대학원을 가는 것의 장점과 단점장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된 후에 지원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학사를 막 졸업했을 당시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실험실에서 혼자 일하는 성향에 잘 맞는지조차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원과 마케팅 분야를 모두 경험해보면서, 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손을 써서 실험하는 과정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또한, 연구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명의식도 생겼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업무는 화장품 연구를 할 때, 비건 콜라겐을 개발하는 회사와 함께 일한 경험입니다. 당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체 염기서열과 유사한 콜라겐을 합성하고, 이를 화장품 포뮬레이션에 적용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에서 추출하던 기존 콜라겐의 한계를 보완하고, 미생물 발효 방식으로 생산했기에 '비건 콜라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죠. 이 경험을 통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지속 가능한 대체 식품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대학원 지원 동기서를 작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구요.
그리고 사회 경험을 쌓고 나서 유학을 준비하다 보니,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비교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라를 선택할 때 나에게 중요한 가치—삶의 환경이나 문화 등—를 먼저 고려했고, 그중에서 예산에 맞는 학교들을 찾아 지원했습니다. 물론 유학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우선적으로 찾아봤고, 그 결과 가장 가고 싶은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학교들에서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또는 국내에서 혼자 살아본 경험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 살아보면, 공부 외적으로 중요한 실질적인 문제들이 참 많거든요. 예를 들어 비자 문제, 식사 준비, 주거지 구하기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것들이 오히려 공부보다 더 골치 아플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해외 생활에서 큰 힘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결국 어떻게든 다 해결 되더라구요. 너무 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점은 무엇일까요?
사실 의외였던 점인데요, 우리나라보다 나이에 대해 더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해외 대학원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석사생은 20대 초반이었고 30대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학교나 전공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유럽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학사와 석사를 연달아 마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죠. 30대 학생은 과에 한두 명 정도 있었고, 30대 한국인 학생도 드물게 보였습니다. 다만 박사과정으로 가면 연령대는 훨씬 다양해집니다.
또한 어떤 학교는 석사 지원 조건에 ‘학사 졸업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자’라는 제한이 있었고, 어떤 국가는 특정 연령 이상은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현지에서 30대 이상은 입주할 수 없는 기숙사가 많았고, 교통카드 할인도 특정 나이부터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 30대 이상이면 사회 경험이 있을 것으로 간주되어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또 다른 현실적인 단점은 추천서입니다. 많은 학교에서 추천서를 2부 이상 요구하는데, 학부를 졸업한 지 오래된 저로서는 교수님들을 다시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은퇴하신 상태였거든요. 다행히 두 분이 아직 학교에 계셨고,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지도교수님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를 잘 기억하지 못하셨고, 추천서 작성에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원할 대학에 문의해 은퇴한 교수님의 추천서도 가능한지 확인했고, 저를 잘 아시는 은퇴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아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 교환학생 당시 수업 모습 (직접 촬영한 사진) 3. 해외 대학원과 취업과의 연계성‘해외 취업을 하려면 꼭 대학원을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에 대한 제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지에는 주재원으로 오신 분들도 많고, 여행 비자나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서 취업하신 분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대학원 졸업자는 대부분 졸업 후 일정 기간 동안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비자(워크 퍼밋)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현지에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죠.
또한 대학원에 다니며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사회를 경험하게 되니, 그 나라가 자신에게 잘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적응 기간 없이 바로 현지 취업에 도전하는 것보다, 대학원이라는 발판을 통해 조금 더 수월하게 현지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네트워킹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도 네트워킹은 취업에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수님이나 현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의 추천서, 동문들이 다니는 회사에서의 채용 추천 등은 서류 통과와 면접 기회로 이어질 확률을 훨씬 높여줍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해외 취업의 스텝핑 스톤으로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조언들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도 이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학교에 다닐 때부터 과 선후배, 교수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어필이 중요합니다. 또한 교내 커리어 센터를 활용하거나, LinkedIn을 통해 관심 있는 기업의 현직자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네트워킹이 인턴십으로 이어지고, 인턴십이 석사 논문과 연계되며, 그것이 다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미국에서 근무할 당시, 한 대학교수님께 석사 진학 계획을 말씀드리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You learn, you earn, you return.”
(배우고, 벌고, 돌아간다)
지금 저는 ‘리턴’의 과정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일들과 꿀팁들을 차근차근 공유해 보겠습니다.
다음편에서는 국가와 학교 선정하는 방법, 지원비 무료 유학원 꿀팁, 서류 쉽게 준비하는 방법 등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