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이하 ‘과기정통부’)는 연세대 김상우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3월 27일(현지시간 3.26.(수) 16시, 그리니치평균시<GMT>) 게재*되었다.
* 논문명 : The contribution of de novo coding mutations in Meningomyelocele
척추이분증은 임신 중 태아의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생기는 선천적인 질환으로서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의 종류 중 하나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 태어날 때부터 척수 수막류*가 나타나고 보행장애, 감각 이상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다.
* 수막류(髓膜瘤) :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만들어지지 않아, 신경조직이 나와 있는 증상
이 질환은 신생아 3,000명 중 1명에 달하는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만큼 그동안 연구자들은 척추이분증을 가진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그러나 보통의 유전 질환과는 달리 척추이분증의 경우, 핵심 유전자를 찾는 일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는데, 동물 실험에서 몇몇 유전자가 밝혀지기도 했지만, 인간에게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게다가 환경적인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의 특성상, 일반적인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임신부의 엽산 섭취 이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김상우 교수팀은 먼저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고 자식에게서만 새롭게 나타나는 드노보(De novo) 돌연변이에 초점을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과 협업하여, 전 세계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와 가족 2,451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작했다.
분석한 결과, 척추이분증의 원인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수백 개의 유전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들이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지에 주목하고 연구를 이어 나갔다.
마침내 연구팀은 척추이분증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특성을 인간에게서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이러한 유전자는 주로 세포의 구조유지, 신경세포 신호전달, 염색질 변형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유전자로 연구팀은 동물모형 실험을 통해 검출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신경관 결손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팀이 ’19년부터 중견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다루었던 돌연변이 검출에 대한 축적된 연구 역량을 ‘척추이분증 원인 규명’이라는 확장된 연구 주제에 적용하면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상우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향후 진단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신경관 결손 질환에 대한 예방법 개발뿐 아니라, 자폐증과 같이 유전적 돌연변이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 연구의 필요성
○ 척추이분증(Spina bifida)은 태아가 발생할 때 중추신경계의 전신인 신경관(neural tube)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선천적 기형으로, 심각한 신경계 손상을 초래할 수 있음. 현재까지 질환과 관련된 몇몇의 유전자 변이가 알려졌으나, 환자의 대부분을 설명하지 못했음. 이는 복합질환(complex disease)의 특성을 가지는 척추이분증의 복잡한 발병 기작 때문인데,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된 유전자가 수백개이고,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임.
2. 연구내용
○ 복합질환으로서 탐구하기 어려운 유전적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돌연변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드노보(de novo) 돌연변이에 주목하였음. 드노보 돌연변이는 부모에게는 없고, 자식에게만 존재하는 돌연변이로 질환을 가진 환자와 보다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임.
○ 연구팀은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 및 부모(총 2,451명)를 대상으로 전장 엑솜 시퀀싱(Whole exome sequencing)을 수행하여, 드노보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검출하였음
○ 분석 결과, 환자의 약 22.3%에서 유전자 손상 가능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28%는 신경관 결손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평가되었음
○ 확인된 187개의 질병관련 유전자들을 네트워크 확장(network propagation) 기법과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법을 활용하여, 그 중요도가 매우 커 살아있는 환자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지만 질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들까지 알아내, 질병과 관련되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생물학적 기작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었음
○ 이러한 유전자들은 세포 골격유지, 신경 신호전달, 염색질 변형 등의 기작과 관련이 있는 것을 밝히고, 검출된 유전자들의 실험적 검증을 통해 주요 유전자 돌연변이가 신경관 결손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음.
○ 기존 연구와 달리, 본 연구는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수백개의 유전자가 관련이 있는 척추이분증의 발병 기작과 관련된 유전자 및 생물학적 기작(biological pathway)를 알아내었음
3. 연구성과/기대효과
○ 본 연구를 통해 신경관 결손 질환에서 부모에게는 없지만 자식에게만 존재하는 드노보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하였음
○ 연구 결과는 신경계 선천성 기형의 원인 규명뿐만 아니라, 향후 질병 예측 모델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음
○ 척추 이분증과 같은 신경관 결손 외에도, 다양한 복합질환의 유전적 발생기전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

(그림1) 척수수막류 관련 유전자 및 생물학적 기능 네트워크
척수수막류 환자 851명으로부터 도출한 질병 관련 유전자 및 생물학적 기능 네트워크. 특히, 질병 발병에 연보라색 바탕의 ‘GTPase 관련 액틴 세포골격’과 ‘미세소관 기반 과정’ 이 큰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함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연세대학교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상우 부교수
(그림2) 척수수막류 관련 유전자 비활성화를 통한 신경관 결손 검증 실험연구팀이 척수수막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밝힌 유전자 중, 노스트린(Nostrin) 와 웸(Whamm) 유전자의 비활성화로, 개구리(Xenopus laevis)에서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것을 검증함. 나아가, 두 유전자는 같은 생물학적 기전을 하는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이 두 유전자를 모두 비활성화 하였을 때, 신경관이 더 많이 닫히지 않음.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연세대학교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상우 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 : 연세대학교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상우 교수>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이번 한미 공동연구는, 제가 2022년 연구년으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의 Joseph Gleeson 교수의 연구실에 방문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아발생질환과 뇌질환에 활발한 연구를 하시는 Gleeson 교수가, 척수수막류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싶어서 긴 시간동안 환자들을 모집하던 차였습니다. 척수 수막류는 유전적 원인이 매우 복잡하게 작용해 분석 또한 매우 어려운데, 때마침 어려운 돌연변이 검출을 주로 하던 저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였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복합질환인 척수수막류는 원인 유전자를 특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복합질환에는 수백개의 유전자가 질병에 기여할 수도 있고,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더라도 환경적 요인에 따라 병이 발생할수도, 안 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851명의 환자들의 DNA 데이터를 이용하였는데, 이는 역대 가장 큰 수의 환자를 모은 대규모 데이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5개의 유전자만이 두명의 환자에게서 관찰되었을 때, 난이도가 매우 어려운 연구임을 다시 한 번 체감하였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개별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유전자들이 서로 모여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지에 주목하였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성과는 그동안 유전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었던 척수수막류의 유전적 원인과 생물학적 기작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속하여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알아내는데에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진단이나 치료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규모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던 미국 연구팀의 능력과, 숙련된 DNA 분석 기법을 가진 한국 연구팀이 협업하여 이루어 낼 수 있는 성과였습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척수수막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은, 향후 질병 예측모델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천성 신경계 질환인 척수 수막류 뿐만 아니라, 자페증과 같은 다른 복합질환도 유전적 원인 규명이 매우 어려웠는데, 저희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방법을 적용해 본다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의 연구가 질병의 치료 타겟을 찾고, 개인 맞춤형 의료에 활용될 수 있길 바라는 바입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이번 연구는 척수수막류에서 자식에게만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이용해 원인 유전자를 밝힌 연구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한 부모에게서 여러 자식들 중 두명 이상의 자녀가 척수수막류를 보이기도 하므로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돌연변이 또한 질병 발생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형태로 유전되는 돌연변이를 더욱 폭넓게 연구하여, 척추수막류가 발생하는 유전적 기작을 더욱 완전하게 밝혀, 치료 타겟의 발굴로 이어질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