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나노자임 촉매 기반 암 치료의 한계점 극복
이화여자대학교 김동하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키랄 나노입자와 빛을 활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암치료법을 개발했다.
이화여대 김동하 교수, 루크 리 초빙석좌교수 사진
연구팀은 이 치료법을 통해 암이 발병한 쥐에서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3월 15일(토) 게재됐다.
‘나노자임(Nanozyme)’은 생체 효소 기능을 모방한 나노입자로, 촉매 활성을 통해 활성 산소종을 생성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고 종양 증식을 억제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나노자임을 활용해 효소의 연쇄 반응을 모방하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인체의 복잡한 반응 네트워크에서 각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촉매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특정 반응만을 활성화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김동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랄 나노입자와 빛을 결합해 연쇄 반응에서 개별 촉매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우선 포도당 산화효소(GOD)와 과산화효소(POD)의 활성을 가진 ‘키랄 플라스모닉 나노입자(Chiral Plasmonic Nanoparticles, CPNs)’를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이 금속 나노입자는 키랄성(비대칭성)을 가지며,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원형 편광’ 빛과 상호작용할 때 촉매 활성이 증가한다. 연구팀은 오른쪽 방향 원편광(RC)으로 D-금(Au) 나노입자의 포도당 산화효소(GOD) 반응을 활성화한 뒤, 왼쪽 방향 원편광(LC)으로 L-팔라듐(Pd) 나노입자의 과산화효소 반응(POD)을 순차적으로 유도했다. 이 경우 조절 과정 없이 연쇄적으로 반응시켰을 때보다 촉매 성능이 각각 1.25배와 1.9배 향상되고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비대칭 구조를 가진 D-금(Au) 나노입자가 암세포의 에너지원인 ‘D-글루코스’와 2배 높은 선택적 결합력을 보이며 전체 촉매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연구팀은 이어진 세포 연구와 동물 실험에서도 우수한 암 치료 효과와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키랄성을 도입한 나노입자가 생체의 자연 선택적 반응성을 모방하고, 빛을 통해 조절 가능한 기능을 추가해 기존 나노자임 암 치료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기술은 표적 약물 전달, 재생 의학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나노기술을 활용한 의학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하 교수는 “향후 연구에서는 더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적용 가능성과 임상 실험을 통한 효과 검증, 생체 적합성 개선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키랄 나노입자를 활용한 새로운 광학적 항암 치료법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광학적으로 조절 가능한 촉매 암 치료를 위한 유사 효소 키랄 플라스모닉 나노입자(Optically tunable catalytic cancer therapy using enzyme-like chiral plasmonic nanoparticles)」는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의 일환으로 초빙된 바이오공학 분야 석학 하버드대학교 루크 리(Luke P. Lee) 초빙석좌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한정우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김세훈 박사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는 이화 프론티어 10-10 선도 분야 ‘미래지속가능 분자설계 연구단’ 사업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연구 분야인 에너지, 환경, 바이오 헬스 분야에서 첨단 소재, 나노·분자과학 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초빙 석학들과의 유기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난치병의 진단 및 치료를 비롯해 차세대 융합 소재 개발, 친환경 촉매 분야의 나노원천소재 및 소자 개척, 인공 광합성 연구 등 국가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핵심 연구를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사진=이화여자대학교]